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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8.28 [코펜하겐 지질학 박물관] 올레 보름(Ole Worm)과 호기심의 방 by Dusty Boots

코펜하겐에 출장이 있어 사흘간 갔다가 마지막 날 오전에 시간이 남았는데 동료분들이 지질학 박물관에 특별 전시가 진행중이니 꼭 한번 가보라고 해서 지질학 박물관엘 가봤다. 코펜하겐은 이미 여러번 가본데다가 요즘은 왠지 박물관에 시큰둥해졌는데 동료분들이 추천한 특별 전시는 곤충을 수천배로 확대 해놓은 사진 전시여서 가보고 싶었다. 아마도 그런 특별전이 아니었다면 지질학 박물관 따위엔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지질학 박물관’하면 왠지 내년에 가나 20년 뒤에 가나 똑같은 돌들이 전시되어있을텐데 왜...이런 기분이 들지 않나. ㅎㅎㅎ


그런데...아침 일찍 찾아간 지질학 박물관에서는 특별전은 이미 지난주에 끝나고 이주부터는 리모델링을 하느라 단 두전시관만 문을 열었다지 않겠나 ㅠㅡㅠ 참으로 낭패였다. 리모델링을 하는 동안에는 관람이 무료라기에 이왕 온김에 뭐가 있나 돌 구경이나 하고 가자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첫번째 전시관에서 매우 뜻밖의 멋진 전시를 구경하게 되었다. 올레 보름 Ole Worm이라는 덴마크 출신 16-17세기 의사 및 탐험가에 관한 상설전시관이 있었는데 그가 탐험하고 연구하며 모은 진기한 물건들을 모아놓은 ‘호기심의 방’을 재연해 놓은 전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의 방은 그의 수집품을 모아놓은 작업실을 화가가 방문해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을 똑같게 재연한 방이다. 작은 컨테이너 같은 방에 탐험을 하며 수집한 진기한 물건들이 상자에 담겨있는가하면 박재된 아기 북극곰부터 말의 턱뼈를 감싸고 자란 나무나 트롤의 손 모양처럼 생긴 나무등 기괴한 물건들까지 정말이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이었다. 문명의 때를 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의 수집품은 대체 어떤것들이 있을까...진짜 저랬지 않을까. 저렇게 옛날에는 과학자가 의사였고 탐험가였고 철학자였다는 것이 참 멋지고 부러웠다. 나는 한참을 그 방 앞에 서서 작은 물건 하나하나를 구경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내가 한참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사이 유치원생들 무리가 현장학습을 왔는지 내 주위로 몰려왔다. 역시 그들에게도 가장 인상적인 전시품은 꼬마 북극곰이었는지 다들 큰 목소리로 ‘밤세! (덴마크어로 곰인형이라는 뜻)’를 외쳐댔다. ㅎㅎㅎ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 지인분 중 지질학 교수님이신 분의 댁에 놀러간적이 있다. 지질학교수님 답게 선반 여기저기에는 화석과 진기한 돌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베란다에는 남극 탐험에 참가하셨다가 가져오신 커다란 팽귄(박제)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때 그게 엄청나게 인상적이었다. 저런 진귀한 물건은 박물관이나 재벌집에나 있는 것인줄 알았는데 평범한 사람 집 베란다에 그런게 있다니 ㅎㅎㅎ 나중에 어른이 된 뒤에 그 펭귄은 아직도 댁에 있냐고 여쭤보았더니 박물관에 기증하셨다더라.



내가 예전에 펭귄과 화석을 보며 탐험에 대한 로망을 불태웠듯 (진짜로 탐험가가 되지는 않았지만 ㅎㅎ) 올레 보름의 호기심의 방을 엿보고 자란 어린이중 누군가는 커서 진짜 탐험가가 되고 과학자가 되지 않을까 ㅎㅎㅎ


지질학 박물관은 이 호기심의 방 덕분에 공짜가 아니었더라도 한번 가볼만한 곳인것 같다. 요즘은 볼거리가 많은 박물관보다는 한두가지가 매우 인상적인 그런곳이 더 좋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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