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데이라는 해변이 없어 리조트 관광객이 거의 없다. 시끄럽고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는 우리에게 이것은 정말 크나큰 장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카나리 군도와 마데이라는 관광 시즌이 조금 다른데 여름엔 마데이라가 카나리 군도보다 시원해서 관광객이 더 많고 겨울에는 카나리 군도가 마데이라보다 따뜻해서 관광객이 더 많다고 한다. 0도 안팍의 베르겐 겨울에 비하면 15-20도였던 마데이라의 겨울은 정말 따뜻했던데다 사람이 많이 없어 한적한 것이 정말 최고였다.


마데이라는 크기에 비해 비가 많이 오는 우림과 사막성 고산지역을 두루 가지고 있어 식생이 굉장히 다양하고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산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래서 정말로 하이킹의 천국이었다. 하루에 2000미터 가까이를 올라가야하는 가파른 산길도 있는 반면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도 쉽게 할 수 있는 등산로도 정말 많았다. 작은 섬에서 3주동안 할게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우리는 3주 내내 하루에 한곳씩 하이킹을 했는데도 하이킹 책에 나온 곳의 1/4도 다 가보지 못한것 같다. 마데이라에 도착해서 산 이 책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데이라에서 매우 유명한 할거리중 하나는 바로 Levada라고 불리는 관개수로를 따라 걷는 것이다. 레바다는 16세기부터 만들어진 관개수로인데 비가 많이 오는 마데이라 섬 북부쪽의 물을 비가 많이 안오는 남부쪽으로 끌어다가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은 마데이라 섬 곳곳에 2000킬로미터가 넘는 레바다가 있다고 한다. 레바다는 수로여서 높은 곳에 있더라도 평지에 만들어져 있는데 이를 하이킹 트레일로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요즘은 마데이라의 관광 명물이 되었다. 짧은 것은 2-3km인 곳도 있지만 긴 것은 30km가 넘는 곳도 있고 절벽을 따라가야 하는 곳, 폭포를 지나는 곳, 엄청 긴 동굴을 지나야 하는 곳 등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는 마데이라에 있는 내내 여러 레바다에 하이킹을 갔다. 별 준비 없이 마데이라에 온지라 손전등이나 헤드램프 같은 것을 가지고 오지 않아 동굴을 지나갈 때 조금 무서웠다. 한번은 더스티와 동굴을 걸어가다가 더스티가 자꾸만 딴짓을 하느라 물에 풍덩빠지고 말았다. ㅎㅎ 레바다는 얕은 곳은 깊이가 10cm정도인 곳도 있고 깊어도 1m가 채 되지 않기에 물에 빠져도 위험하지는 않다. 아마 더스티는 물 속에 뭐가 있나 보다가 빠진 모양이다. 내가 그리도 조심하라고 잔소리를 했건만...ㅎㅎㅎ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 웃겼는데 파파는 앞서 가다가 신경질적으로 ‘더스티!’라고 소리치는 내 목소리를 듣고 내가 물에 빠졌는줄 알았다고 하더라. ㅋㅋㅋ 우리는 마데이라에 있는 내내 이 이야기를 하며 더스티를 놀려댔다. 우리 셋중 물을 제일 싫어하는건 더스티인데 당연히 빠지는 것도 더스티가 아니겠나. ㅎㅎ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명성에 걸맞게 정말 많은 꽃이 피어있었다. 등산로에 자연적으로 피어있는 극락조화 하며...마데이라가 원산지인 꽃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크리스마스 꽃으로 (원래는 꽃이 아니고 꽃받침이지만) 잘 알려져있는 포인세티아이다. 대체 이런 꽃이 크리스마스 때 피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가 항상 궁금했는데 마데이라에서는 포인세티아가 엄청 큰 관목처럼 자라고 있었다.






한번은 농촌 마을을 가로질러 하이킹을 갔는데 마을의 개들이 자꾸만 더스티를 따라왔다. 집 잃어버릴까 몰라 계속 집에 가라고 쫓아냈는데도 계속 따라오던 녀석들이 어느 순간엔가 길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아쉬운 눈으로 더스티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각자 개들이 자기 영역이 있더라. 쫄래쫄래 따라오다가도 그 영역의 끝에 도달하면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온동네 개들의 에스코트를 받은 더스티였다.



마데이라 섬의 중부지방은 가파르고 높은 산이 많아 마음 먹고 8시간짜리 하이킹을 한 날도 있고, 그냥 설렁설렁 한두시간을 걷다가 돌아온 날도 있다. 해변가를 따라 해안 절벽을 바라보는 하이킹도 정말 좋았다. 물론 하이킹이 끝난 뒤에는 작은 카페에 앉아 시원한 마데이라 맥주 Coral을 한잔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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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가르브는 해변만 유명한줄 알았는데 하이킹 코스가 정말 많더라. 국가 차원에서 하이킹 코스를 개발해 트레일 마킹도 엄청 잘 되어있다. 구글에서 Algarve hiking trail이라고 치면 정말 많은 코스가 나오고 리뷰도 많아 실망스러운 와중에도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이킹이 잘 되어있다보니 해변에 한번도 발을 딛지 않고 리조트 근처에 가지 않더라도 열흘동안 알가르브에서 할게 나름 많았다. 우리는 몬쉬크에 숙소를 잡았다보니 주로 산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알가르브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베네길 동굴 해변에는 정말 꼭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알가르브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킹 코스라는 Seven hanging valleys라는 트레일을 하루 가보기로 했다.



이 코스는 알가르브 남부의 아름다운 해안 절벽을 따라 걸어가는 코스로 왕복 12km정도인데 알가르브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네곳이나 지나간다. 이곳 해변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 명성 그대로 정말 아름답다. 이 코스의 이름이 일곱개의 떠있는 계곡인 이유는 시작점부터 끝까지 일곱번의 계곡을 지나가는데 이 계곡이 사실은 파도에 의해 부식되어 동굴처럼 되어 있는지라 사실은 아랫부분이 비어있다고 한다.


이곳의 하이킹은 정말 아름다웠고 알가르브의 자연경관에 대해 알기에 정말 좋은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끝지점까지 왔을 때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서 봤던 거긴 대체 어디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사진에 나온 동굴 해변은 걸어서는 갈 수 없고 배를 타고 투어를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ㅠㅡㅠ 아...징짜...배신감이 매우 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하이킹이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하여간 이렇게 나의 알가르브 여행은 말 그대로 산으로 간 여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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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래 캠핑가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노르웨이에 온 뒤로는 일이 너무 바쁘기도 했고 항상 날씨가 안좋다보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캠핑을 많이 가지 못했다. 크게 마음을 먹고 준비를 다 해놔도 폭우가 쏟아지면 어찌나 가기가 싫어지던지 ㅎㅎㅎ


캠핑을 좋아하는 것은 우리 시부모님도 마찬가지여서 나의 시부모님은 은퇴를 하심과 동시에 구입하신 커다란 멀티밴을 캠핑카로 개조하셔 정말 자주 캠핑을 가신다.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캠핑카로 노르웨이에 오셨는데 5-6주정도 캠핑카로 노르웨이 여기저기를 다니시고 시간 없으시다며 우리집엔 사나흘밖에 안머무르신다 ㅎㅎㅎ


이번 여름에 오셨을 때에는 손재주 좋으신 아버님이 파파와 함께 뚝딱뚝딱 뭔가를 만드셨는데 바로 차 안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카캠핑용 구조물을 만들어주신 것. 우리는 베르겐 시내에 살기에 차가 필요 없어서 차를 사지 않고 카쉐어를 한다. 카쉐어는 차 크기에 따라 값이 다른데 저렴한 소형 스테이션 웨건의 뒷좌석을 접은 뒤 거기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차가 우리차가 아니기에 접었다가 폈다 하며 필요하면 사용할수도 있고 아니면 창고에 보관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8월 말의 어느 주말에 당장 시험해보기로 했다. 베르겐에서 가깝지만 항상 말만 하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Hardanger vidda에 가게 되었다. Hardanger vidda는 베르겐에서는 차로 두시간 반정도가 걸리는데 아름다운 Hardanger 피요르드를 지나 조금 더 고산지대로 올라가면 나오는 고원이다. 이곳은 아직도 빙하가 있어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금요일 오후, 일을 조금 일찍 마치고 집에 와서 필요한 것들을 아무렇게나 구겨넣고 출발을 했다. 필요한 먹을거리는 가다가 슈퍼마켓에 들러 잔뜩 샀다. 보통 우리집에서 여행 계획은 내가 다 세우는데 이번엔 파파가 매우 꼼꼼하게 준비를 했다. 카캠핑을 하려면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울수가 있어야 하는데 (고속도로 바로 옆에 차를 세우고 캠핑을 한적도 한번 있었는데 여간 불편한것이 아니다) 그 장소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파파는 이틀 저녁을 구글맵을 들여다보며 어디에 차를 세우면 좋을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ㅎㅎ 그렇게 많은 노력덕분에 미리 지도에서 점찍어놓은 장소에 도착하니 정말 캠핑을 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작은 자갈길을 3-4킬로미터정도 따라가니 다른 차나 캠핑객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곳이 나왔다. 그 고요한 곳의 경치는 어찌나 아름답던지.




늦은 저녁이 되니 날이 꽤 어두워진데다가 추적추적 비도 와 우리는 저녁을 먹고 바로 차안으로 들어갔다. 밖은 춥고 비가오는데 파파가 차 안에 마련해놓은 잠자리는 꽤 아늑했다. 엄청 좁아서 더스티와 자리싸움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는 달리 자리가 꽤 넉넉해서 우리가 다리를 쭉뻗고 누워도 더스티가 불편하지 않게 누울 수 있어 우리는 온가족이 작은 스테이션웨건 안에서 아늑한 밤을 보내게 되었다. 단 아직 캠핑이 아주 익숙하지 않은 더스티가 밤에 밖에서 나는 소리에 짖어대서 두번정도 깜짝 놀라 잠에서 깬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밤에는 비가 조금씩 계속 내린것 같았는데 일어나보니 정말 맑은 하늘에 밤에 어두워서 잘 안보이던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우리 셋만 캠핑을 하고 있었다니 정말 환상적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까지 싸서 하이킹에 나섰다.


사진에는 잘 안나왔지만 이곳은 고산 툰드라 지역으로 나무가 많지 않고 식생이 낮았고 멀리에는 빙하가 멋지게 보였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갔는데 지도에는 없는 샛길이 많아 길을 찾기가 조금 힘들었다. 원래는 10킬로미터정도 하이킹을 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내가 저쪽에 있는 호수까지 갔다가 가자고 하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져버리고 말았다. ㅠㅡㅠ 호수까지 간김에 그냥 호수를 둘러서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다. 지도에 없는 길이 있을줄 알았건만 길은 나올듯 나올듯 하면서도 나오지 않았고 푹신푹신한 툰드라를 등산로도 없이 걷자니 정말 너무나 힘들었다. 보통 한시간에 4킬로미터는 거뜬히 걷는 우리였건만 등산로가 없으니 한시간에 2킬로미터를 걷는것도 너무나 힘들어서 호수를 둘러가는데 세시간이 넘게 걸렸고 반대쪽에 도착하고나니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호수 반대쪽에서 우리 캠프까지 가려면 고속도로를 4킬로미터정도 걸어 가야했는데 도저히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갓길도 없는 고속도로를 더스티와 어떻게 걸어가나 ㅠㅡㅠ 힘들어 죽겠는데 너무 절망적이었던 찰나 차가 한대 나타났다. 베르겐으로 가는중이라 우리 차가 있는 곳과는 반대방향이었지만 우리가 정중히 부탁을 하니 태워주시겠다는 것이 아닌가. ...진짜 너무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다시 캠프에 도착한 우리는 ‘앞으로는 절대 지도에 없는 길로는 가지 말자’라는 다짐을 했다. ㅎㅎ 그렇게 고생을 한 뒤의 저녁은 당연히 파파의 캠핑누들 레시피로 만든 파스타였다 ㅋㅋ 당시엔 너무나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래도 추억이 될만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날은 조금 쉬운 코스로 준비했다며 캠프를 접고 매우 유명한 Vøringsfossen이라는 큰 폭포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었기에 시간도 넉넉했고 아침에 날씨도 정말 좋아서 하이킹을 하기에 정말 좋았다. 하당거지방에는 아름다운 폭포가 매우 많지만 Vøringsfossen은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폭포여서 ‘Hardanger fjord in a Nutshell’ 투어를 하면 들르는 곳이고 다른 투어들도 다들 그곳을 들르는 것 같더라. 하이킹을 하지 않고도 폭포를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우리는 하이킹을 하고 폭포를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에 갔다.


하이킹 책에 나와있는 코스를 가기로 했는데 처음엔 괜찮았는데 조금 가다보니 마치 산사태가 나서 돌무더기가 쓸려내려온 것 같은 곳이 여러곳 나왔다. 너무 위험한것 아닌가 ㅠㅡㅠ 아마도 책이 발간되고 난 뒤 산사태가 여러번 난 모양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간 흔적이 많아 우리도 그냥 갔는데 나중에 보니 안내문이 붙어있는데 우리가 간 코스보다 훨씬 쉬운 코스가 있었다. 갈때엔 두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쉬운길로 돌아오니 30분밖에 안걸렸다는 ㅎㅎ 날씨도 좋은데 폭포 아래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르겠다. 자연경관이 너무나 거대해 정말 경의로울 따름이었고 이런 모습을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눈은 카메라 렌즈에 비해 얼마나 훌륭한가. 내 눈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장관을 다 담을 수 있는데 카메라 속의 모습은 알수없는 회색의 바위들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Eidsfjord라는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이렇게 좋은데 왜 여지껏 게으르게 이핑계 저핑계를 대며 집에만 있었는지. 노르웨이 속담에 이런말이 있다고 한다. ‘궂은 날씨란 없다. 옷을 잘못 입은 사람만 있을뿐.’ 정말 노르웨이의 궂은 날씨는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조금 준비를 하니 궂은 날씨에도 밖에서 자연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말이다.




오후에 집에 도착하고 보니 그 전날 비가 아주 많이 왔는지 곳곳에 나뭇잎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이웃분께 물어보니 비가 너무 많이와서 거리에 물이 발목까지 찼다고 하더라 ㅋㅋㅋ 정말로 베르겐을 조금만 벗어나도 날씨가 좋구나. ㅎㅎ 이 여행을 다녀온 뒤 한번 더 가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베르겐에서 사이클 대회를 한다며 도로를 다 막아버리는 바람에 가지 못하고 그 뒤로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 자신감이 붙은 우리는 내년엔 어딜 가볼까 즐거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조금 더 노르웨이에서 즐겁게 사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 같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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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멋진 풍경이네요. 잘 봤습니다.

우리 여름 휴가 로드트립의 마지막 장소는 독일의 작센-스위스 국립공원(Sächsische Schweiz)이다. 이곳은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더 넓은 지역으로 독일어로는 Elbsandsteingebirge라고 더 많이 불리는듯 하더라. 엘베강을 낀 사암산이라는 뜻으로 독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 국경과 맞닿아있는 체코도 이 지역에 포함된다. 독일쪽 국립공원이 작센-스위스라면 체코쪽 국립공원은 보헤미안-스위스 국립공원이다.

작센지방에 있는 국립공원이니 이름에 작센이 들어가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스위스와는 위치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인데 왜 이름에 스위스가 들어갈까. 매우 궁금했는데 예술가들이 이곳의 자연을 찬양하며 스위스의 자연만큼 아름답다고 하여 이름에 스위스가 들어간다고 한다. 손가락처럼 삐죽삐죽 솟아있는 사암무리가 굉장히 아름답고 이국적인 경치를 자랑하여 나니아 연대기 영화를 이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영화를 안봐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곳은 자연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것 뿐 아니라 여러 난이도로 다른 엑티비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여 독일인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가지라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바로 하이킹. 여러 하이킹 루트가 있어 여름 내내 하이킹만 해도 몇주가 간다고 하는데 가장 유명한 하이킹 루트는 바로 화가의 길Maler weg이라고 불리는 루트로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에 있는 여러 아름다운 볼거리를 110킬로미터의 루트에 담아놓은 코스이다.  8일에 걸쳐 끝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쪼개놓았다. 그 이외에 가장 유명한 것은 암벽등반이라고 하더라. 수십미터씩 불쑥불쑥 솟아있는 사암벽을 등반하는 것은 등반가들의 큰 로망이라고 하던데 왠일인지 (너무 더워서 그랬나) 우리가 있는 동안에는 등반하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던것 같다.

원래 우리집에서는 내가 여행사와 가이드를 맡고 있기에 여행 준비는 내가 했는데 독일은 참 영어로 된 관광정보를 제공하는데 친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화가의 길에 대해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하며 준비를 하고 있던 와중 파파가 하는 말이 ‘원래 화가의 길은 이곳을 잘 모르는 초짜들이나 하는거야’라지 않나. ,.ㅡ 그런데 생각하고보니 유명한 루트이기는 하나 파파의 말이 맞다. 꼭 화가의 길을 가지 않더라도 우리 나름의 루트로 여러 볼거리를 볼 수 있는 것이고 유명하다는 화가의 길을 가게되면 그만큼 사람도 많지 않겠나. 게다가 쉬러 온 휴가에서 매일매일 15-20킬로미터 하이킹 강행군을 하고싶지는 않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천천히 아침을 먹고 쉬엄쉬엄 준비해 나가 하이킹을 하다가 오후에 집에 들어와 맥주를 한잔 하는 그런 스케줄이 우리에게 맞는 스케줄이 아니겠나. 그래서 이번에는 여행사 의무를 파파에게 맡기게 되었다.

독일 여행은 영어로 된 인터넷 자료가 별로 없기에 인터넷에서만 찾은 정보보다는 올 봄에 작센-스위스에 다녀갔다 오신 시부모님께서 주신 정보가 훨씬 유용했다. 또 파파에게 여행사 의무를 맡기고 그냥 몸만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ㅎㅎ 인터넷에는 다들 Bad Schandau엘 가라고 되어있었지만 시부모님께서 추천해주신 곳은 Bad Schandau 바로 옆에 있는 Osterau라는 곳. Bad Schandau까지는 걸어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으로 가게 된것이 참 다행이었던 것이 일단은 Bad Schandau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었고 우리가 가고싶었던 하이킹 루트가 시작되는 곳이 바로 Osterau였다. 


매우 오래된 동독식 전차가 마을 곳곳에 다니고 있어 하이킹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때 한번 타봤다.


엄청 옛날식 엘리베이터가 있다. 걸어올라가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기념으로 한번 타줬다. 왠지 지금 당장 무너질것 같아 무섭다 ㅋㅋㅋ


도착한 첫날 가장 먼저 한것은 시내에 나가 서점에서 하이킹 관련 책을 산것이다. 서점에서 파파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들고 나온 책은 바로 ‘견공과 함께하는 작센-스위스 하이킹’이라는 책. 작센-스위스 공식 웹페이지에 보면 하이킹 코스중 반려견과 함께 하기 어려운 곳들이 종종 나온다고 되어있어 걱정을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정말 자세하게 어디에 무엇 때문에 반려견이 함께가기 힘든지가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고 코스를 난이도에 따라 파란색 (쉬움), 초록색 (보통), 빨간색 (어려움), 검정색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으로 나눠놨더라. 첫날 저녁 파파는 새로산 책을 독파하더니 조금만 머리를 쓰면 거의 대부분의 검정색 루트에 더스티도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한번 시험해보자고 했다.


매우 큰 도움이 되었던 반려견과 하이킹하기 책


첫날 코스는 매우 유명한 슈람슈타이네Schrammsteine라는 곳. 작센-스위스 하이킹중 가장 유명한 몇군데중 한군데인데 책에는 검정색 루트라고 분류되어 있다. 숲 오솔길이 대부분이던 하이킹은 절반 정도부터 사암지대로 바뀌었다. 매우 유명한 등산로이기에 걷기 불편하지 않게 매우 잘 정돈되어 있었는데 정상에 매우 가까운곳까지 왔을 무렵 난관에 부딛혔다. 올라가는 길이 계단보다 훨씬 가파른 사다리처럼 되어있었기 때문. 게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사다리를 열번정도 더 올라가야 정상이 나온다지 않겠나. 한두번이야 운좋게 올라갈 수 있지만 열번이나 더 가야한다니. 그렇게 좌절해 있는데 파파가 자기가 먼저 가서 어떤지 보고 오겠다더라. 사실 정상은 15분도 안걸리는 거리여서 이대로 그냥 돌아가기엔 정말 아까운 거리였다. 


하이킹을 위한 표지판이 매우 잘 되어있다. 대략 얼마정도 시간이 걸리는지도 잘 나와있다.





여기서부턴 어떻게 가야하나요? 아주 높지는 않으나 사다리처럼 되어있어 더스티가 혼자 갈수는 없었다.


그렇게 더스티와 기다리고 있는데 금새 파파가 돌아오더니 ‘갈 수 있을 것 같아’라며 같이 가자고 하더라.올라가보니 사다리처럼 수직으로 된 계단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사다리는 겨우 2-3미터정도 높이여서 우리 둘이앞뒤로 더스티 엉덩이를 밀어 올리고 받쳐주면 위험하지 않게 괜찮겠다는 거였다. 그렇게 시도를 해봤는데 처음엔 엄청 무서워하던 더스티도 두세번째가 되니 별거 아니네 하며 척척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다리는 밀어올려줘야했지만 사흘이 지나니 엄청나게 가파르고 좁은 계단도 어찌나 잘 올라가던지 ㅎㅎㅎ 그렇게 올라간 곳의 경관은 어찌나 그림처럼 아름답던지 못왔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






한두번 해보더니 이런 계단도 척척 올라가는 더스티였다.







닷세동안 매일매일 여기저기를 다녔는데 더스티가 가지 못했던 곳은 단 한군데밖에 없어 이 계기로 더스티는 하이킹 검정띠 인증을 하게 되었다! 

한번은 더스티만한 다른 견공이 배낭에 메달려 올라가는 것을 봤는데 (이번에 처음 봤는데 반려견을 등짐처럼 질 수 있는 그런 배낭이 있더라! ㅋㅋ) 하이킹 검정띠 우리 더스티가 어찌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르겠다 ㅎㅎ 이렇게 멋진 곳을 더스티와 함께 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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