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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06 [독일-체코-브라티슬라바 로드트립] 오직 맥주를 마시기 위해 가본 체코의 필젠 by Dusty Boots

우리는 브라티슬라바에서 파파의 워크샵 때문에 닷세를 보내고 본격적으로 휴가에 돌입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독일의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이었지만 하루만에 운전해서 가기엔 좀 어중간한 거리여서 중간에 한곳을 더 들렀다가 가기로 했다. 파파는 체코를 거쳐갈거면 꼭 필젠을 들렀다가 가자고 하더라.


필스너 맥주의 원산지 필젠 (Plzen). ‘맥주’하면 독일일것 같지만 사실 체코가 독일보다 맥주 소비량이 더 많다고 한다. 원산지 필젠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필스너 맥주는 가벼운 라거 스타일의 맥주로 전세계에서 가장 소비량이 많은 종류의 맥주이다. 필젠에는 필스너 우르겔 Pilsner Urquell 공장이 있으며 이곳은 전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필스너 스타일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곳이라고 하더라. 이리하여 우리는 오로지 맥주를 마시겠다는 신념 하나로 필젠을 중간 목적지로 정했다.


파파의 워크샵에서 만난 사람에게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필젠이라고 했더니 돌아온 말은 자신이 약 10년 전에 필젠에 갔었는데 너무 공업지대 모습을 하고 있어 아름답지 않고 우중충한 도시여서 별로였다는게 아닌가. 거기서 볼것은 진짜 맥주공장밖에 없었다며. 뭐 그래도 우리는 맥주를 마시러 가는 것이니 별로 상관은 없겠다 싶었는데 워크샵에서 너무 열심히 네트워킹을 했는지 필젠으로 운전해가는 내내 파파는 ‘너무 피곤해...이번 워크샵에서 술도 너무 많이 마셔서 당분간 맥주를 마실수 없을것 같아.’ 등등 김빠지는 푸념을 계속해서 늘어 놓았다.


그럼 우리 왜 여기 온거지? 맥주마시러 필젠 온건데 맥주를 안마시면 대체 거기서 뭘 할건데… (,.) 여기 호텔은 선불이어서 바꾸지도 못한단 말이야.


이렇게 김이 팍 샌채 더스티 산책을 시키며 시내를 잠시 돌아보고 오기로 했다. 중심가에서 한두블럭 떨어져 있던 우리의 호텔에 들어설 때엔 지인분이 이야기했던 공업도시 느낌이 났는데 막상 중심가에 들어서니 도심 전체가 넓은 공원처럼 되어 있었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풍기는 야외 펍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도심 전체를 이렇게 공원처럼 만들어 놓다니...풍요로운 느낌이 물씬 풍겼고 공원 곳곳에 서있는 커다란 조각 작품들이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어 정말 멋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공업이 위주이던 우중충한 과거의 필젠은 최근들어 시민을 위한 커다란 공원으로 바뀐 모양이다.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왠지 힘이 솟았는지 파파는 저녁으로 나가서 족발도 먹고 맥주도 마시자고 했다.



그럼 그렇지...ㅎㅎㅎ 내남편이 어디 가나! 나가면서 딱 한잔만 하고 들어오자는 말은 물론 거짓말이 되었다. ㅋㅋ


별 계획 없이 맥주를 마시러 간거라 어디서 뭘 해야할지도 몰랐는데 호텔에 물어보니 몇가지를 추천해줬다. 저녁먹을 식당이나 펍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필젠에서는 필스너 우르겔 공장이 가장 유명하고 관광객들에겐 그 안에 있는 식당이 가장 유명하지만 거긴 너무 넓고 관광객 위주라 별로라며 다른 몇곳을 추천해줬다. 독일 음식과 거의 비슷한 체코 보헤미아 지방의 음식들은 맥주와 함께 먹기 최적화 되어있는 음식들로 우리는 필젠에 있는 동안 여러가지 살이 엄청나게 찔것 같은 음식들을 배불리 먹어줬다. 물론 맥주와 함께.



식당에서 먹은 족발. 우리는 이걸 둘이서 나눠먹었는데 둘이 먹어도 엄청 배가 부르다. 디저트도 먹으라는 웨이터분께 내가 ‘이걸 혼자 다 먹는 사람이 있긴 있나요? 둘이 나눠먹어도 너무 배부른데...’ 하고 우스겟소리로 물어봤더니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이 ‘보통의 체코 남자들은 애피타이저로 소시지 먹고 식사로는 저걸 한접시 혼자 다 먹어요. 그리고 맥주를 대여섯잔 마시고 아직 배가 덜부르다며 디저트를 먹는답니다.’라고 하시더라. ㅎㅎㅎ 한국 사람들이랑 거의 비슷하구나! 그런데 진짜로 우리 옆자리에 앉으신 분은 족발을 혼자 다 드시고 자기 부인이 남긴 오리고기 반마리를 다 드신 뒤 맥주를 네잔 독주 네잔을 들이키신 뒤 디저트로는 케이크를 한조각 드시고 떠나셨다. ㅋㅋㅋ



이 지방을 여행하면서 (체코, 독일, 슬로바키아) 식당 메뉴에 항상 있던것 중 하나가 바로 Beef Tartar여서 너무 궁금했다. 대체 이게 뭘까. 파파가 계속 생고기라고 해도 이해가 안됐는데 진짜로 시켜서 봤더니 다름아닌 우리나라의 육회였다! 우리나라 육회와 똑같이 위에 달걀 노른자를 얹어주고 양파, 오이피클, 양념 등등과 같이 나온다.


필젠 하면 뺄수 없는 필스너 우르겔 공장에도 가봤다. 맥주공장이야 이미 많이 본지라 견학은 하지 않고 공장 안에 있는 식당에 가서 맥주만 한잔 마셨다. 수백명이 식사를 할수 있을만큼 엄청나게 크다. 호텔 지배인이 왜 자기는 거길 별로 안좋아한다는지 알겠더라. 공장은 마치 성안에 들어온것처럼 정말 넓고 멋지다. 필스너 우르겔은 원래 필젠에서 전해내려오는 여러가지 맥주 제조자들이 한데 모여 가장 맛있는 한가지 레시피로 항상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며 맥주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공장이라고 한다. 필스너 맥주에 대한 입맛이 매우 까다로운 파파도 꽤 괜찮은 맥주라며 칭찬할 정도로 괜찮은 맥주여서 와보길 잘했다 싶더라. 근처 식당들에서는 달리 주문을 따로 하지 않으면 ‘맥주 주세요’라는 주문에 필스너 우르겔 맥주가 나온다. ‘무슨 맥주를 드릴까요’라고 물어보지 않고 ‘큰거 드릴까요 작은거 드릴까요’라고만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맥주공장 외에도 지하 박물관에 가볼만한 곳이다. 필젠에서 필스너 맥주를 만들게 된 이유중 하나가 바로 곳곳에 연결되어 있는 지하 저장고 때문이라고 한다. 도심에 있는 역사적인 건물들은 대부분 이런 지하 저장고가 있는데 연결된 부분을 박물관으로 만들어서 투어를 한다.





왠지 언더독이 더 좋은 우리의 마음속에는 체르나 호라의 맥주가 가장 마음에 드는 체코 맥주였지만 그래도 역사적으로 필스너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필젠에 직접 와본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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