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때문에 핀마르크로 출장가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겨울에 핀마르크게 가게 되었다. 핀마르크중에서도 내가 가는 카라쇽(Karasjok)이라는 곳은 노르웨이에서 연최고기온과 연최저기온의 차가 가장 심한곳으로 알려져 있다. 최저와 최고기온의 차이가 거의 80도정도나 되는 곳으로 겨울에 춥기로 매우 유명하다고 하더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북극의 겨울이 너무나 궁금했지만 추운것을 너무 싫어하는 나는 가기 전 심히 걱정이 되었다. 대체 뭘 준비해가야하나 ㅠㅡㅠ


온갖 양모내복, 오리털 잠바, 스키복 등등을 총동원해서 가게되고...그러나 결국엔 가서 북극 신발을 사야했다. 부츠계의 벤틀리 같은 부츠를 사게 되었다. 75%나 세일을 한다길래 봤는데 마침 딱 내 사이즈가 하나 있어 사게되었다. 세일을 해도 매우 비싼...아마 정가로 따지면 내가 가진 신발중 가장 비싼 신발이 아닐까 싶다. 정가가 한국돈으로 백만원이 넘는 신발이라니 ㅎㅎㅎ 그러나 눈밭에서 몇시간을 뒹굴어도 발이 전혀 추워지지 않는 신발이었다



엄청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스노우스쿠터를 빌렸더니 스쿠터복과 헬멧,신발 등등도 한꺼번에 다 빌릴수가 있어 추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장에 나가서 스쿠터복을 입은채로 눈을 30분정도 팠더니 세상 더울수가 없었다. ㅎㅎㅎ 같이 간 학생은 영하 20도에 이렇게 더운적은 살다 처음이라며 한시간만에 반팔차림이 되어버리고...



한겨울 우리의 이동수단은 스노우스쿠터, 스키, 그리고 스노우슈즈였다. 그런데 난관에 부딛치고 말았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곳에 마침 사미족이 순록떼를 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핀마르크에서 땅의 주인은 순록떼를 모는 원주민 사미족이다. 원래는 모든 땅이 국가 소유의 공공지이나 사미족이 필요로 하면 우선권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순록떼가 있는 곳에는 사미족만이 스노우스쿠터를 몰고 갈 수 있다고 하더라. 아니 저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 그냥 슬쩍 가면 안될까라고 생각했는데 자칫 잘못 걸렸다가는 사미족들에게 어떤 행패를 당할지 모른다고 ㅎㅎㅎ 뭐 이웃사촌들끼리 서로의 룰을 존중해가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캠프에서 목적장소까지 약 한시간을 스노우스쿠터를 타고 달려야했다. 가디보니 황량하고 아름다운 눈의 언덕에 순록떼가 보인다. 이렇게 멋진 장관을 잠깐 내려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는데 순록을 방해하는 것은 사미족이 정말 싫어하는 행동이라는 말에 그러지도 못했다. (다행히 둘째날에 잠깐 멈춰야할 일이 있어서 잽싸게 한장 찍었다) 사진으로는 정말 다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쿠터를 세워야하는 곳에 도착하니 한 사미족 할아버지가 매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다행히 같이 간 동료가 노르웨이어를 잘해서 대충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말씀드리고...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이런곳까지 온 동양여자가 신기했는지 둘째날에는 선뜻 우리를 목적지까지 테워다주시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괜히 이 할아버지랑 친분을 좀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제가 순록 가죽에 관심이 좀 있는데 혹시 파는 사람을 아시나요?’라는 질문을 하게된다. 그랬더니 ‘음...내가 하나 팔 수 있는데...’라시는게 아닌가. 물론 예상했던 답변이었지만 말이다. 심지어는 우리 캠프까지 배달을 해주시기까지 하셨다. 그래서 얼떨결에 순록 가죽을 하나 사게되고...ㅎㅎㅎ 이렇게 직접 순록떼를 모는 Lars라는 이름의 사미족 할아버지(순록을 거의 천마리정도 소유하고 계신다고 한다)에게 순록 가죽을 사게 되었다. 가죽을 만드는 사람에게 물건을 사면 훨씬 더 쌀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그 대신 엄청 귀여운 흰색 가죽을 가져다 주셨다. 밖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회갈색인데 핀마르크에 사셨다던 한 동료분 말씀에 따르면 흰색은 좀 특별한 것이라고 하더라. 순록중에서도 흰색은 신성한 녀석들이라고. 하여간 신성하다는 이 흰순록 가죽은 우리집 소파에서 북유럽 분위기를 내는데 사용되고 있다.



북극 겨울의 마지막은 역시 극지방 밤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오로라였다. 이번에는 정말 운이 좋아 너무나 아름다운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나는 북극에 여러번 가봤지만 오로라를 본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극에만 가면 항상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시간과 장소에 따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때가 정해져 있고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을지언정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자주 볼수는 없다고 한다. 마치 요정이 빛을 흩뿌리고 날아다니는 느낌이었다. 밖의 온도는 영하30도였지만 우리는 밖으로 나와 한참을 오로라를 구경했다.



이렇게 춥고 황량한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까 싶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또 이런 환경에 적응하며 잘 살고 있다. 이런곳도 이런곳만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만의 즐거움이 있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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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항상 핀마르크가 궁금했는데 올해부터 몇년간 핀마르크에서 프로젝트를 하게되어 자주 가게 될것 같다. 이번 6월에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기반을 다지기 위해 사흘간 출장을 다녀왔다.

 

핀마르크는 노르웨이 최북단에 있는 지역으로 노르웨이의 소수민족인 사미족이 주를 이루고 살고 있는 지역이다. 겨울에 오로라와 함께 개썰매나 순록 투어를 하거나 노르웨이 최북단이라고 알려져있는 누르캅 (Nordkap) 투어를 하는게 아니면 관광으로도  가지 않는 곳인데다가 지대의 대부분이 습지여서 모기가 미친듯이 많아 내가 핀마르크에 가보고 싶다고 하면 나오는 반응은 '대체 그런 거지같은 곳엘 '이다. 거짓말 같지만 파티에서 만난 어떤분은  흥분해서 ‘It’s a fuck, shit, mosquito hell! It’s a fuck, shit, mosquito hell! It’s a fuck, shit, mosquito hell!’ 이러셨다. ㅋㅋㅋ 얼마나 놀랐으면 세번이나 ㅎㅎㅎ

 

같이 출장을  동료의 말에 따르면 노르웨이 사람들은 대부분 단기간에 돈을 벌거나 군대 가기전 훈련을 받으러 핀마르크에 가기 때문에 핀마르크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면  이유가 거의 없어서 핀마르크에 가본사람보다 오히려 스발바르에 가본 사람이  많을거라고 한다. 그러니 나같은 외국인이 핀마르크에 너무 가보고 싶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건 당연한것 같다.

 

핀마르크는 사미족이 주를 이루고 살며 그들의 주된 활동은 순록 방목이다. 그래서 핀마르크에서는 사미족의 입김이 매우 세며 표지판이나 지명도 거의 대부분 엄청 읽기 힘든 사미어로 표기되어 있어 지명을 기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시속 100km 달리는 고속도로에도 순록이 유유자적 걸어다니는 경우가 많아 운전하면서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물론 핀마르크에 사는 순록은 야생 순록이 아니어서 자기들이 알아서 차를 피해다니기는 했지만 간혹 순록떼가 길을 건널까 말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고속도로에서도 한참 서서 기다려줘야했다. 한번은 내가 차를 멈추고 기다리다가 장난으로 경적을 빵하고 한번 울렸는데 순록떼가 혼비백산하며 달아나더라 ㅎㅎㅎ



이번 출장은 오슬로에 사는 동료와 함께 핀마르크 동부쪽을 주로 갔는데 순록이 하도 많다보니 툰드라 지형을 조금만 걷다보면 멋진 순록뿔을 발견할  있다. 이번엔 두개를 발견해서 집에 가져왔다! 예전에도 순록뿔을 발견한적이 몇번 있긴 한데 비행기   가지고 나오기가 번거로워서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 줬었는데 이번엔 파파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다음에 가면  찾아야지 ㅎㅎㅎ 동료의 말에 따르면 핀마르크에는 순록이 하도 많다보니 이런건 별로 귀한것도 아니라고. 매우 와일드한 알래스카에 비해 야생동물이 거의 없는것이 신기했는데 동료의 말에 따르면 핀마르크는 순록을 방목하는 사미족의 입김이 매우 세서 순록 방목에 방해가 되는 것은 거의 대부분 사냥을   있고 그래서 늑대나 곰같은 야생동물이 거의 살지 않는다고 한다. 생각같아서는 핀마르크가 매우 야생의 모습일것 같지만 그런 이유에서 오히려 핀마르크는  야생의 모습을 거의 잃은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니  아이러니한것 같다.

 



우리는 34일동안 핀마르크 전역을 돌며 동토가 녹은 지역을 관측하러 다녔다.  모르는 사람들에겐 별로 아름답거나 인상적인 경관이 아니지만 툰드라 지역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정말 인상적인 경관이다. 때로는 측정 장소로 가기 위해 한두시간을 늪에 빠져가며 하이킹해서 가야했고 때로는 동료가 가져온 레프트를 타고 강을 따라 노를 저어   하이킹을  가야했다. 출장가서 화이트워터레프팅이 대체 왠말인가 ㅋㅋㅋ 남들은 돈을 내고도 해보지 못하는 그런 재미난 일들을 일때문에 해야하다니!!! ㅎㅎㅎ 동료에게 몇번이나  이거  즐겁게 해주려고 필요도 없는데 가져온거지?’ 이렇게 물어봐야했다.


 







하여간 그래서 모기는 대체 얼마나 무지막지 했는가...하면 6 초는 아직 봄이라 모기가 거의 없었다! 동료의 말에 따르면 그래서 자기는 7-8월엔 핀마르크에 가지 않고 5 말이나 6  그리고 9 초에 주로 출장을 간다고 한다. 그래도 모기가 아예 없는건 아니었는데 망사 모자를 쓰면 매우 쾌적하다 ㅎㅎㅎ (사진의  여자는 모르는 사람)

 


저녁때엔 열심히 일한 하루를 자축하는 바베큐 파티를...카라쇽 (Karasjok) 있는 캠핑장에서 이틀을 머물렀는데 캠핑장에 있는 사미 텐트에는 밤마다 바베큐 파티가 벌어졌다. 6 , 북위 69 북극땅에 있는 작은 사미 마을 카라쇽에서 백야를 만끽하며 즐기는 바베큐 파티라니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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