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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5.25 [프랑스 남부 여행] 생 쟈네 마을 뒷산에서 마주친 양치기 청년 (2) by Dusty Boots

생 쟈네에서 일주일간 우리는 별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빈둥거리며 프랑스 남부 지방의 음식과 와인과 아름다운 자연과 날씨를 즐겼다. 생 쟈네는 이렇게 휴가를 보내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다. 별로 할것도 없는 곳이었는데다가 관광객도 별로 오지 않는 그런 조용한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하루 오후는 니스에 잠깐 갔다 오고 한 날은 근처 앙티브에 잠깐 갔다 온 것을 빼고는 그냥 마을에 있으면서 산책을 하고 등산을 간것밖에 없어 차를 괜히 랜트했다 싶기도 했다. ㅎㅎㅎ


생 쟈네는 등산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정말 좋은 곳이었다. 지도상으로 봐도 생 쟈네부터 시작해서 북쪽으로 알프스 산자락이 펼쳐지기 때문에 그냥 마을 뒷산을 올라가기만해도 정말 너무 멋졌다. 사진으로만 봐도 생 쟈네의 큰 바위는 얼마나 멋진가... 그리고 마을에서 바로 등산로가 시작되기에 매일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마을 근처 산에 등산을 갔다.







하루는 저녁시간에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멀리서 딸그락딸그락 종소리가 들리더니 우리 앞에 염소떼가 나타났다. 어디서 계속 염소 똥냄새가 난다 싶었는데 이녀석들이 주범이구나 싶었다. 염소떼야 노르웨이에서도 등산을 하다보면 자주 보는지라 별로 신기하지 않았는데 (노르웨이에서는 주로 양과 염소를 방목해서 키운다) 산을 내려가다보니 왠지 이녀석들이 우리를 따라오는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보더 콜리 한마리가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 이녀석... 진짜 양치기 개가 아닌가! 열심히 일하는 녀석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이러면서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파파가 날더러 ‘이 근처에 양치기가 있는것 같다. 잘 봐봐... 아마 양치기가 숲속 어디선가 나올거야’하더라. ...양치기라니...요즘 세상에 양치기라니.. 하며 양치기가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기다렸다.


나는 요즘 세상에 양치기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양치는 아마도 양치기 할아버지가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숲속에서 불쑥 나타난 양치기는 너무 멋있게 생긴 젊은 청년이었다! 누더기같은 옷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날렵한 몸에 헝클어진 머리에 햇볕에 그을린 얼굴을 하고 있는 정말 멋진 양치기 청년. 세상에 등산하다가 이런 보너스를 얻다니 ㅎㅎㅎ 그는 정말 옛날 영화에나 나올것 같이 피리를 불며 보더 콜리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고 양치기 개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염소떼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양치기 청년이 실재로 존재한다니 정말 너무 신기하더라. 요즘 세상에 아마도 양치기만을 해서 먹고살지는 않겠거니 싶었는데 궁금한게 정말 너무 많았다. 이 젊은이는 대체 원래 뭘 하는 사람일까. 어떻게 하다가 양치기가 되었을까. 양을 치지 않을 때는 뭘 할까. 그는 스마트폰이 있을까. ㅎㅎㅎ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 나오는 양치기는 아마 저런 멋진 양치기가 아니었을까. ㅎㅎㅎ 그 소설 역시 배경이 프랑스 남부(프로방스 지방이라고 기억이 난다)인데 말이다. 마치 시간을 100년정도 되돌린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한참을 양치기 청년을 따라 산을 내려가다가 그와 다른 방향으로 가야해서 헤어져야 했는데 프랑스 남부 작은 마을 산골짜기에서 양치기 청년과 마주치게 된 것이 (심지어 그는 우리에게 인사까지 했다 ㅎㅎㅎ) 정말 너무나 멋진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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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치기 소년이라, 동화속을 경험하신 듯한 느낌이셨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