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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4.19 착한 여자, 성공한 여자 (2) by Dusty Boots

우리 옆집에는 10살 남짓한 딸이 둘이 있는 가족이 살고 있다. 작년 여름 날씨가 너무 좋았던 어느 날 옆집 마당에서 바베큐를 한다고 오라고 해서 간적이 있었다. 딸 친구아이도 한명 와있었는데 옆집 아줌마가 날더러 ‘ㅇㅇ씨가 한국 사람이라고 그랬죠? 이 친구도 엄마가 한국 사람이에요. 그래서 한국말도 잘하고 아빠는 영어를 쓰는 사람이라 영어도 잘하고 학교를 노르웨이에서 다녀서 노르웨이어도 잘한답니다.’ 그러시는거다. 멀리서 봤을땐 영락없는 백인 아이처럼 생겼는데 자세히 보니 약간 동양인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더라.

외국에서 사는 아이들을 보면 특히나 한쪽 부모만 한국사람인 경우 아무리 한국말을 잘한다고 해도 다 거기서 거기다. 우리 말을 알아듣기는 알아듣나 대답은 단답형이고 존댓말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데 몇마디를 해보니 이 친구는 존댓말을 할줄 알더라. 대답도 내가 만난 다른 아이들은 ‘응!’ 이렇게 하는데 이 친구는 ‘네~’ 이렇게 예쁘게 하고 그 뒤로도 길가다가 가끔 만나면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를 하는거다. ... 그 친구 엄마는 어떤분인지 너무 훌륭하시다 ㅠㅡㅠ 이 외국땅에서 한국사람도 얼마 없는데 존댓말까지 이렇게 예쁘게 가르치시느라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하셨을까.

하여간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다음에 만나면 칭찬을 좀 해줘야겠다 싶었는데 무슨 말을 해줘야 칭찬이 될까가 참 고민이 되는 것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내가 이런 고민을 한 뒤로는 그 친구를 만난적이 없는데 그래도 나는 아직까지 계속 고민중이다. ‘ㅇㅇ이는 참 착하구나...’ 이렇게 말해줘야 하나 ‘ㅇㅇ이는 참 예쁘구나...’ 이렇게 말을 해야 하나. 이 둘 다 나에게는 너무나 마음에 안드는 칭찬이기 때문이다.

요즘 나는 왠지 ‘착한게 왜 칭찬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남자들에게는 유독 이게 칭찬이 아닌데 여자들에게만 칭찬이지 않나. 게다가 이런 말은 자꾸만 여자들을 ‘착한 여자 병’에 걸리게 만드는 것이고 말이다. 왜 남자는 야망을 가져도 좋고 성공을 하는 것이 미덕인데 여자는 착해야 하는건지 말이다. 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여자들이 성공하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고도 하더라.

얼마 전 TEDTalk에서 들은 한 강연에 의하면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완벽해야한다는 강박감을 훨씬 더 많이 가진다고 하더라. 강연을 한 분이 예로 든 이야기에 따르면 자신은 학생들에게 컴퓨터 코딩을 가르치는데 항상 반에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스크린을 백지상태로 놔둔채 절망에 빠져있는 여학생들이 한두명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여학생의 옆에 가서 Ctr+z(뒤로가기)를 몇번 해보면 그 학생은 정말 많은 것을 썼다 지우고를 반복했더라는 것이다. 많은 것을 시도해봤지만 실패하면 그냥 백지를 내는 것은 주로 여학생들이고 자기는 실패했지만 이러이러한 것들을 해봤다라고 보여주는 사람들은 남학생들이였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던 파파가 혀를 차며 나에게 당신도 저런적이 있었냐고 물어보는데 나도 그런적이 있었다. 대학생때 교양국어 수업에서 발표수업이 있었는데 몇주동안 준비를 했지만 발표 할 거리가 잘 나오지 않아 나는 내 발표날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까짓거 아무도 기억도 못할 발표...뭐 그리 완벽하게 했어야 했다고... 예전에는 꼼꼼함의 대명사였던 나였는데 지금의 나는 성격이 조금 변해서 지금의 나였다면 말도 안되는 내용이었어도 대충 준비해서 대충 발표를 했을 것이다. 까짓거 뭐 그냥 조금 망신 당하면 그만이지 ㅎㅎㅎ



얼마 전 동료분의 오피스에 갔다가 이런 물건을 봤다. I’m not bossy. I’m the boss! 누군가에게 선물받았다고 자랑을 하시는데 이 말 참 맞는 말이다. 나는 말 그대로 보스인데 왜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밑에 사람이 기분 나빠할까 이런 걱정을 하는걸까 ㅎㅎㅎ 여자라면 한번쯤은이 아니라 아마 매일매일 생각하는게 아닌가 한다.

하여간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여자아이들에게 적절한 칭찬은 대체 어떤것인지. 어떻게 하면 미래의 여자아이들은 완벽하고 예쁘고 착한 여자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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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여자)도 시험 공부를 너무 꼼꼼하게 하느라 시험 범위 부분을 다 못 보고 시험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_- 꼼꼼함은 장점도 되지만 단점이 될 때도 있더라고요.
    이제는 무조건 처음부터 끝까지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공부를 한답니다. 그러다가도 제 안에서 자꾸 꼼꼼함이 나와서 진도가 안 나갈 때도 있지만요 ;-)

    • ㅎㅎㅎ 그죠. 요즘은 완벽함보다는 끝을 내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충 하더라도 끝내는 쪽으로 하려고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