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2주 반동안 머물은 곳은 마데이라 북부지방의 작은 시골 사오 비셴트 (Sao Vicent) 이다. 마데이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무래도 마데이라의 수도인 푼샬이다. 푼샬은 공항도 있고 크루즈선이 왔다가 가는데다가 그나마 도시 모양이 나는 곳인지라 관광객이 많았고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시골에서 지내다가 마데이라를 떠나기 전 사흘정도만을 푼샬에 머물다가 가기로 했다.


마데이라에 도착한 첫날 새벽 여섯시도 안된 아침에 엄청나게 큰 대포소리와 불꽃놀이에 잠이 깼다. 이 시골 새벽에 대체 이게 뭔 일인가. 이게 새벽마다 계속되어 대체 뭔일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박물관에 갔을 때 안내원에게 물어봤더니 크리스마스 전 교회에서 예배를 보러 오라고 울리는 대포라더라 ㅎㅎㅎ 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더러 마데이라의 신년맞이 불꽃놀이에 대해 들어봤냐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새해를 맞으며 보신각 종소리를 듣듯 유럽에서는 주로 새해 맞이 불꽃놀이를 하는데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너무 유명해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고 하더라. 불꽃놀이가 뭐 그리 대단한가 싶었는데 그는 우리더러 마데이라에 왔으면 이 불꽃놀이를 꼭 봐야한다며 불꽃놀이를 보려면 푼샬에 가야한다고 했다. 자기는 항상 가족들과 한 오후 다섯시쯤 푼샬에 가서 저녁도 먹고 산책도 하다가 언덕에 올라가 불꽃놀이를 보며 한해를 시작한다고 하며 우리더러 이때 마데이라에 있을거라면 꼭 푼샬에 가라고 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하며 인터넷에서 알아봤더니 정말로 놓칠 수 없는 광경이라며 꼭 가야한다고 하여 우리도 새해 전야를 푼샬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이때 숙소를 푼샬로 할걸...참 계획성 없는 우리의 여행이었다 ㅎㅎ 이왕 갈거면 저녁도 좀 근사한데서 먹을까나 하고 봤더니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은 다들 이미 예약이 마감되어있었고 ㅋㅋㅋ 불꽃놀이 하나 보겠다고 40분 넘게 차를 몰고 가서 사람 바글거리는데 껴서 밤을 보낸다는 생각만으로도 왠지 피곤해졌지만 그래도 한번 가보기로 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봤더니 누군가는 바닷가가 가장 뷰가 좋다고 하고 누군가는 언덕위가 가장 좋다고 하고 불꽃놀이를 잘 볼 수 있는 장소를 놓고 설왕설래를 하고 있더라. 우리는 일찌감치 언덕위로 가서 높은 곳에 차를 주차하고 (이정도 멀리 주차를 하면 나중에 빠져나가기 좋겠지 하는 마음에) 시내를 구경했다. 별로 근사하지는 않았지만 맛은 좋았던 작은 레스토랑에서 저녁도 먹고 올드타운도 걸으며 맥주도 한잔 하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다 밤이 다 되어 주차를 해놓은 언덕으로 돌아왔다. 돌아왔더니 우리가 떠날때와는 아주 딴판이 벌어져있었다. 주차는 23중으로 되어있었고 (결국 빠져나가는데는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ㅋㅋㅋ) 마을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여기저기 앉아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나눠먹고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는게 아닌가. 관광객들이 뷰가 좋은 비싼 호텔을 빌려 루프탑에서 불꽃놀이 구경을 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페키지 저녁식사를 하는 것과 달리 마데이라의 주민들은 이렇게 언덕 위에서 가족들과 삼삼오오 모여 자기가 가져온 음식과 술을 마시는거라고 한다. 우리는 마데이라 주민들 사이에 껴서 왠지 그곳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우리 옆자리에 있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주민들이 모이는 자리에 낀 동양인 여자가 신기했는지 (마데이라에는 좀처럼 동양인 관광객을 보기 힘들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런저런 음식도 나누어주고 집에서 담근 술도 나눠주고 새해를 맞이하는 포르투갈의 전통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줬다. 몇가지가 있었는데 지금 기억나는 것으로는 건포도 12알을 손에 쥐고 있다가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펠리즈 아노 노보! (Felix Ano Novo, Happy New Year)’라고 외치며 건포도 12알을 몽땅 입에 털어놓고 씹어 먹어야 한다는 것과 새해 아침에 일어나면 오른쪽 발로 바닥을 먼저 짚어야 한해 운수가 좋다는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새해 아침에는 항상 그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왼발로 바닥을 짚었는지 오른발로 짚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는 말도 함께 덧붙여. ㅎㅎㅎ


그러는 사이 멀리 보이는 전광판에는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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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8년 새해가 시작되며 그 유명하다는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여지껏 많은 불꽃놀이를 봤지만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정말 멋졌다. 폭죽의 디자인이 멋지다기보다는 그 방대함이 아름다움의 포인트였다고나 할까. 말만 들었을 때는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정말 큰 볼거리다. 폭죽이 도시 곳곳 거의 20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 우리가 서있던 곳에서 10미터도 채 안되는 곳에서도 터졌고 해변에서도 세곳, 올드타운에서도, 반대편 언덕에서도...이 광경을 직접 보면 왜 마데이라의 불꽃놀이가 기네스북에 올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시내 어디에 있었어도 뷰가 좋았을 것이다. 이런 불꽃놀이가 12분이상 지속되었는데 우리 옆자리 사람들에 의하면 예전에 예산이 더 많았을 때에는 20분 넘게 지속된 적도 있고 해마다 불꽃놀이가 몇분 진행되는지가 큰 뉴스거리라고 하더라.


불꽃놀이가 끝나고 한참을 사람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운전을 해 집에 오니 두시가 다 되어있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너무나 유명해서 해마다 유튜브에 공식 영상이 올라온다고 하더라. 심지어는 포르투갈 본토에서도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를 생중계한다고.



이렇게 또 한 해가 시작되고...글을 쓰는 지금은 벌써 올해가 반 넘게 다 간 7월 말이지만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 내니 또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때 우리는 함께 이렇게 멋진 새해를 맞았었구나...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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