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독일-체코-브라티슬라바 로드트립은 긴 (19일정도) 여름 휴가로 다녀온 첫 여행이었다. 그리고 더스티와 나에게는 처음으로 유럽에서 로드트립을 다녀온 좋은 경험이었다. 유명한 다른 고장의 맛있는 음식과 술도 많이 먹고 여러 재미있는 경험을 했지만 이번 여행의 진정한 수확은 바로 유럽연합이 어떤것인가에 대해 직접 체험하고 생각할 수 있던 경험인것 같다.


유럽 연합은 전쟁이 끝나고 난 1957년 여섯개 국가로 첫 조약이 맺어진 후 지금은 28개국으로 이루어진 정치적 경제적 연합이다. 내가 처음 유럽에 갔던 2002년만해도 국경을 넘으며 다른 국가마다 여권에 도장을 받아야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각국이 서로 다른 화폐를 사용했던지라 여러가지 화폐를 복대에 차고다니느라 무지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유럽의 19개국이 유로를 사용하고 있다.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은 유럽 대륙에서 유럽 연합이 형성된 이후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 유럽 대륙에 가장 오랜기간 평화를 유지하게 된 것 만으로도 굉장한 성공이어서 2012년에는 유럽 연합에게 노벨 평화상이 수여되었다고 한다.


유로존. 노란색이 유로사용 국가.


이번 여행에서 매우 인상적이었던 순간중 하나는 차로 독일 국경을 넘어 체코로 가던 때였다. 왜그랬는지 나는 국경을 넘을때 등록을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데 미국에서 서로 다른 주로 가는것과 거의 비슷하게 독일의 국경에는 잘가라는 인삿말이 써있는 표지판이 서있었고 체코의 국경에는 반갑다는 인삿말이 써있는 표지판이 있었을 뿐이다. 체코 국경을 넘은 뒤에는 표지판이 다 체코어로 되어있는 것을 제외하면 전혀 달라진것이 없었다.


유럽의 역사를 보면 오랜기간 한 국가의 왕족이 다른 국가의 왕족과 정략결혼을 했거나 전쟁으로 국가가 여러번 바뀐 지역도 있어 서로 얽히고 섥혀있다고는 하나 분명 서로 다른 나라들은 민족도 정체성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전엔 다 똑같은 백인으로만 보였던 유럽인들이 이제는 자세히 보면 저사람은 독일인 (혹은 게르만 계열), 저사람은 폴란드인, 저사람은 프랑스인, 저사람은 이탈리아인 등등으로 구분이 될 정도로 유럽 연합에는 수많은 다른 민족이 존재한다. 이런 곳에서 유럽 연합이라는 이름하에 평화적 관계를 추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평화적 관계를 유지함으로 인하여 얻는 경제적인 이익도 매우 크지 않을까.


경제적인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한것 같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유럽 연합이나 유로존이 경제적 평등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더 부유한 국가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다. 슈퍼마켓에 갈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물가가 싼 나라일수록 자국에서 생산한 식품이나 물건은 싼데반해 유럽 전역에서 통용되는 물품 (무려 그것이 자국에서 생산한 것일지라해도)은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생각이 들더라. 예를들면 유럽 어딜가나 네슬레의 초콜렛은 가격이 거의 비슷비슷한데 그것이 핀란드처럼 물가가 비싼 나라에서는 비교적 싼 기호품이겠지만 포르투갈 어딘가에서는 (이 두 국가의 평균 국민 소득은 세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우 비싼 기호품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렇게 여러가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재미난 시간을 보낸 즐거웠던 여행의 끝은 항상 아쉬움이었다. 그래도 이번 여행으로 더스티는 다섯개 국가(미국, 노르웨이,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를 다녀본 인터네셔널 견공이 되었다. 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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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어딘가에서 우연히 보게된 사진 한장 때문이다. 어디에서 봤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도 유네스코 자연 문화 유산에 대해 찾아보다가 본것 같다. (기억으로는 이러한데 작센-스위스는 유네스코 등재지역이 아닌듯… ㅡ,.) 하여간 독일에도 이렇게 멋진곳이 있냐며 놀라워하는 나에게 파파가 ‘맞아. 여기 멋진데...우리 언제 한번 같이 가보자’라고 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이미 어린시절에 여러번 가봤다고 한다. 국립공원이 있는 드레스덴 근처에는 파파의 친척분들도 몇분 계시기에 가서 인사도 하자 하던 것이 이번 휴가로 이어진 것이다.


이렇게 작센-스위스 국립공원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나오는 장소는 바로 바스타이Bastei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질학적으로 형성된 사암 기둥무리 사이에 다리를 만들어 그림과 같이 아름다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이곳의 자연경관은 화가의 길이라는 하이킹 루트가 만들어질 만큼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이 되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그림은 독일의 카스퍼 다비드 프리드리히Caspar David Friedrich라는 화가의 Der Wanderer über dem Nebelmeer (안개 위의 등반가 쯤으로 번역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는 작품이다.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에서 휴가를 보낸 닷새동안 많은곳에 가봤는데 한날은 가장 유명하다는 사진속의 그곳 바스타이에 꼭 가봐야 했다. 네시간 정도의 하이킹 코스로 바스타이에 갔는데 조금 실망을 하고 말았다. 처음에는 크게 붐비지 않았는데 바스타이에 가까워질수록 정말 사람이 많았다. 한적하던 그 이전의 하이킹과 정말 달리 온갖 종류의 관광객이 다 있었다. 나중에 알게된 것인데 바스타이는 워낙에 유명한 관광지이다보니 드레스덴이나 베를린에서 하루짜리 관광상품으로 작센-스위스 국립공원 상품을 파는데 그들이 관광버스로 다들 바스타이에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것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바스타이는 아름다운 사진만큼 실제로 그렇게 많이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아름다운 장관은 고생끝에 나타나야 더 감동적인 것일까. 나는 사실 바스타이 다리를 건너고 난 뒤에야 파파가 말을 해줘서 그곳이 바스타이 다리인줄 알았을 정도였고 파파 역시 자신이 기억했던 바스타이 다리보다 짧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간김에 바스타이에 있던 경치가 매우 좋은 식당에서 맥주한잔을 하고 인터넷에서 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에 가서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이게 다야?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짧았던 바스타이 다리



더스티 바스타이 인증샷 ㅎㅎ


엘베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


물론 사진은 매우 아름답게 잘 나왔다. 그런데 그 유명한 곳이 정말 내 기억속에 인상적으로 남았는가 하면 그건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는 흔히 ‘남는건 사진밖에 없더라’라는 말을 하곤한다. 그래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여러 유명한 곳들에 가서 ‘인증 사진’들을 찍고 돌아오면 진정 그곳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사진만 잘나오는 곳은 우리가 좋아하는 여행지가 아니구나 싶더라. 딱히 어디 유명한 곳에 가서 뭘 봤다라고 이야기 할 수 없더라도 오솔길을 걸으며 산을 오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우리가 좋아하는 여행지라는 것을 알게 된 여행이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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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름 휴가 로드트립의 마지막 장소는 독일의 작센-스위스 국립공원(Sächsische Schweiz)이다. 이곳은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더 넓은 지역으로 독일어로는 Elbsandsteingebirge라고 더 많이 불리는듯 하더라. 엘베강을 낀 사암산이라는 뜻으로 독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 국경과 맞닿아있는 체코도 이 지역에 포함된다. 독일쪽 국립공원이 작센-스위스라면 체코쪽 국립공원은 보헤미안-스위스 국립공원이다.

작센지방에 있는 국립공원이니 이름에 작센이 들어가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스위스와는 위치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인데 왜 이름에 스위스가 들어갈까. 매우 궁금했는데 예술가들이 이곳의 자연을 찬양하며 스위스의 자연만큼 아름답다고 하여 이름에 스위스가 들어간다고 한다. 손가락처럼 삐죽삐죽 솟아있는 사암무리가 굉장히 아름답고 이국적인 경치를 자랑하여 나니아 연대기 영화를 이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영화를 안봐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곳은 자연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것 뿐 아니라 여러 난이도로 다른 엑티비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여 독일인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가지라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바로 하이킹. 여러 하이킹 루트가 있어 여름 내내 하이킹만 해도 몇주가 간다고 하는데 가장 유명한 하이킹 루트는 바로 화가의 길Maler weg이라고 불리는 루트로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에 있는 여러 아름다운 볼거리를 110킬로미터의 루트에 담아놓은 코스이다.  8일에 걸쳐 끝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쪼개놓았다. 그 이외에 가장 유명한 것은 암벽등반이라고 하더라. 수십미터씩 불쑥불쑥 솟아있는 사암벽을 등반하는 것은 등반가들의 큰 로망이라고 하던데 왠일인지 (너무 더워서 그랬나) 우리가 있는 동안에는 등반하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던것 같다.

원래 우리집에서는 내가 여행사와 가이드를 맡고 있기에 여행 준비는 내가 했는데 독일은 참 영어로 된 관광정보를 제공하는데 친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화가의 길에 대해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하며 준비를 하고 있던 와중 파파가 하는 말이 ‘원래 화가의 길은 이곳을 잘 모르는 초짜들이나 하는거야’라지 않나. ,.ㅡ 그런데 생각하고보니 유명한 루트이기는 하나 파파의 말이 맞다. 꼭 화가의 길을 가지 않더라도 우리 나름의 루트로 여러 볼거리를 볼 수 있는 것이고 유명하다는 화가의 길을 가게되면 그만큼 사람도 많지 않겠나. 게다가 쉬러 온 휴가에서 매일매일 15-20킬로미터 하이킹 강행군을 하고싶지는 않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천천히 아침을 먹고 쉬엄쉬엄 준비해 나가 하이킹을 하다가 오후에 집에 들어와 맥주를 한잔 하는 그런 스케줄이 우리에게 맞는 스케줄이 아니겠나. 그래서 이번에는 여행사 의무를 파파에게 맡기게 되었다.

독일 여행은 영어로 된 인터넷 자료가 별로 없기에 인터넷에서만 찾은 정보보다는 올 봄에 작센-스위스에 다녀갔다 오신 시부모님께서 주신 정보가 훨씬 유용했다. 또 파파에게 여행사 의무를 맡기고 그냥 몸만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ㅎㅎ 인터넷에는 다들 Bad Schandau엘 가라고 되어있었지만 시부모님께서 추천해주신 곳은 Bad Schandau 바로 옆에 있는 Osterau라는 곳. Bad Schandau까지는 걸어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으로 가게 된것이 참 다행이었던 것이 일단은 Bad Schandau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었고 우리가 가고싶었던 하이킹 루트가 시작되는 곳이 바로 Osterau였다. 


매우 오래된 동독식 전차가 마을 곳곳에 다니고 있어 하이킹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때 한번 타봤다.


엄청 옛날식 엘리베이터가 있다. 걸어올라가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기념으로 한번 타줬다. 왠지 지금 당장 무너질것 같아 무섭다 ㅋㅋㅋ


도착한 첫날 가장 먼저 한것은 시내에 나가 서점에서 하이킹 관련 책을 산것이다. 서점에서 파파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들고 나온 책은 바로 ‘견공과 함께하는 작센-스위스 하이킹’이라는 책. 작센-스위스 공식 웹페이지에 보면 하이킹 코스중 반려견과 함께 하기 어려운 곳들이 종종 나온다고 되어있어 걱정을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정말 자세하게 어디에 무엇 때문에 반려견이 함께가기 힘든지가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고 코스를 난이도에 따라 파란색 (쉬움), 초록색 (보통), 빨간색 (어려움), 검정색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으로 나눠놨더라. 첫날 저녁 파파는 새로산 책을 독파하더니 조금만 머리를 쓰면 거의 대부분의 검정색 루트에 더스티도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한번 시험해보자고 했다.


매우 큰 도움이 되었던 반려견과 하이킹하기 책


첫날 코스는 매우 유명한 슈람슈타이네Schrammsteine라는 곳. 작센-스위스 하이킹중 가장 유명한 몇군데중 한군데인데 책에는 검정색 루트라고 분류되어 있다. 숲 오솔길이 대부분이던 하이킹은 절반 정도부터 사암지대로 바뀌었다. 매우 유명한 등산로이기에 걷기 불편하지 않게 매우 잘 정돈되어 있었는데 정상에 매우 가까운곳까지 왔을 무렵 난관에 부딛혔다. 올라가는 길이 계단보다 훨씬 가파른 사다리처럼 되어있었기 때문. 게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사다리를 열번정도 더 올라가야 정상이 나온다지 않겠나. 한두번이야 운좋게 올라갈 수 있지만 열번이나 더 가야한다니. 그렇게 좌절해 있는데 파파가 자기가 먼저 가서 어떤지 보고 오겠다더라. 사실 정상은 15분도 안걸리는 거리여서 이대로 그냥 돌아가기엔 정말 아까운 거리였다. 


하이킹을 위한 표지판이 매우 잘 되어있다. 대략 얼마정도 시간이 걸리는지도 잘 나와있다.





여기서부턴 어떻게 가야하나요? 아주 높지는 않으나 사다리처럼 되어있어 더스티가 혼자 갈수는 없었다.


그렇게 더스티와 기다리고 있는데 금새 파파가 돌아오더니 ‘갈 수 있을 것 같아’라며 같이 가자고 하더라.올라가보니 사다리처럼 수직으로 된 계단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사다리는 겨우 2-3미터정도 높이여서 우리 둘이앞뒤로 더스티 엉덩이를 밀어 올리고 받쳐주면 위험하지 않게 괜찮겠다는 거였다. 그렇게 시도를 해봤는데 처음엔 엄청 무서워하던 더스티도 두세번째가 되니 별거 아니네 하며 척척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다리는 밀어올려줘야했지만 사흘이 지나니 엄청나게 가파르고 좁은 계단도 어찌나 잘 올라가던지 ㅎㅎㅎ 그렇게 올라간 곳의 경관은 어찌나 그림처럼 아름답던지 못왔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






한두번 해보더니 이런 계단도 척척 올라가는 더스티였다.







닷세동안 매일매일 여기저기를 다녔는데 더스티가 가지 못했던 곳은 단 한군데밖에 없어 이 계기로 더스티는 하이킹 검정띠 인증을 하게 되었다! 

한번은 더스티만한 다른 견공이 배낭에 메달려 올라가는 것을 봤는데 (이번에 처음 봤는데 반려견을 등짐처럼 질 수 있는 그런 배낭이 있더라! ㅋㅋ) 하이킹 검정띠 우리 더스티가 어찌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르겠다 ㅎㅎ 이렇게 멋진 곳을 더스티와 함께 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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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브라티슬라바에서 파파의 워크샵 때문에 닷세를 보내고 본격적으로 휴가에 돌입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독일의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이었지만 하루만에 운전해서 가기엔 좀 어중간한 거리여서 중간에 한곳을 더 들렀다가 가기로 했다. 파파는 체코를 거쳐갈거면 꼭 필젠을 들렀다가 가자고 하더라.


필스너 맥주의 원산지 필젠 (Plzen). ‘맥주’하면 독일일것 같지만 사실 체코가 독일보다 맥주 소비량이 더 많다고 한다. 원산지 필젠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필스너 맥주는 가벼운 라거 스타일의 맥주로 전세계에서 가장 소비량이 많은 종류의 맥주이다. 필젠에는 필스너 우르겔 Pilsner Urquell 공장이 있으며 이곳은 전세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필스너 스타일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곳이라고 하더라. 이리하여 우리는 오로지 맥주를 마시겠다는 신념 하나로 필젠을 중간 목적지로 정했다.


파파의 워크샵에서 만난 사람에게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필젠이라고 했더니 돌아온 말은 자신이 약 10년 전에 필젠에 갔었는데 너무 공업지대 모습을 하고 있어 아름답지 않고 우중충한 도시여서 별로였다는게 아닌가. 거기서 볼것은 진짜 맥주공장밖에 없었다며. 뭐 그래도 우리는 맥주를 마시러 가는 것이니 별로 상관은 없겠다 싶었는데 워크샵에서 너무 열심히 네트워킹을 했는지 필젠으로 운전해가는 내내 파파는 ‘너무 피곤해...이번 워크샵에서 술도 너무 많이 마셔서 당분간 맥주를 마실수 없을것 같아.’ 등등 김빠지는 푸념을 계속해서 늘어 놓았다.


그럼 우리 왜 여기 온거지? 맥주마시러 필젠 온건데 맥주를 안마시면 대체 거기서 뭘 할건데… (,.) 여기 호텔은 선불이어서 바꾸지도 못한단 말이야.


이렇게 김이 팍 샌채 더스티 산책을 시키며 시내를 잠시 돌아보고 오기로 했다. 중심가에서 한두블럭 떨어져 있던 우리의 호텔에 들어설 때엔 지인분이 이야기했던 공업도시 느낌이 났는데 막상 중심가에 들어서니 도심 전체가 넓은 공원처럼 되어 있었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풍기는 야외 펍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도심 전체를 이렇게 공원처럼 만들어 놓다니...풍요로운 느낌이 물씬 풍겼고 공원 곳곳에 서있는 커다란 조각 작품들이 시민들과 함께하고 있어 정말 멋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공업이 위주이던 우중충한 과거의 필젠은 최근들어 시민을 위한 커다란 공원으로 바뀐 모양이다.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왠지 힘이 솟았는지 파파는 저녁으로 나가서 족발도 먹고 맥주도 마시자고 했다.



그럼 그렇지...ㅎㅎㅎ 내남편이 어디 가나! 나가면서 딱 한잔만 하고 들어오자는 말은 물론 거짓말이 되었다. ㅋㅋ


별 계획 없이 맥주를 마시러 간거라 어디서 뭘 해야할지도 몰랐는데 호텔에 물어보니 몇가지를 추천해줬다. 저녁먹을 식당이나 펍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필젠에서는 필스너 우르겔 공장이 가장 유명하고 관광객들에겐 그 안에 있는 식당이 가장 유명하지만 거긴 너무 넓고 관광객 위주라 별로라며 다른 몇곳을 추천해줬다. 독일 음식과 거의 비슷한 체코 보헤미아 지방의 음식들은 맥주와 함께 먹기 최적화 되어있는 음식들로 우리는 필젠에 있는 동안 여러가지 살이 엄청나게 찔것 같은 음식들을 배불리 먹어줬다. 물론 맥주와 함께.



식당에서 먹은 족발. 우리는 이걸 둘이서 나눠먹었는데 둘이 먹어도 엄청 배가 부르다. 디저트도 먹으라는 웨이터분께 내가 ‘이걸 혼자 다 먹는 사람이 있긴 있나요? 둘이 나눠먹어도 너무 배부른데...’ 하고 우스겟소리로 물어봤더니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이 ‘보통의 체코 남자들은 애피타이저로 소시지 먹고 식사로는 저걸 한접시 혼자 다 먹어요. 그리고 맥주를 대여섯잔 마시고 아직 배가 덜부르다며 디저트를 먹는답니다.’라고 하시더라. ㅎㅎㅎ 한국 사람들이랑 거의 비슷하구나! 그런데 진짜로 우리 옆자리에 앉으신 분은 족발을 혼자 다 드시고 자기 부인이 남긴 오리고기 반마리를 다 드신 뒤 맥주를 네잔 독주 네잔을 들이키신 뒤 디저트로는 케이크를 한조각 드시고 떠나셨다. ㅋㅋㅋ



이 지방을 여행하면서 (체코, 독일, 슬로바키아) 식당 메뉴에 항상 있던것 중 하나가 바로 Beef Tartar여서 너무 궁금했다. 대체 이게 뭘까. 파파가 계속 생고기라고 해도 이해가 안됐는데 진짜로 시켜서 봤더니 다름아닌 우리나라의 육회였다! 우리나라 육회와 똑같이 위에 달걀 노른자를 얹어주고 양파, 오이피클, 양념 등등과 같이 나온다.


필젠 하면 뺄수 없는 필스너 우르겔 공장에도 가봤다. 맥주공장이야 이미 많이 본지라 견학은 하지 않고 공장 안에 있는 식당에 가서 맥주만 한잔 마셨다. 수백명이 식사를 할수 있을만큼 엄청나게 크다. 호텔 지배인이 왜 자기는 거길 별로 안좋아한다는지 알겠더라. 공장은 마치 성안에 들어온것처럼 정말 넓고 멋지다. 필스너 우르겔은 원래 필젠에서 전해내려오는 여러가지 맥주 제조자들이 한데 모여 가장 맛있는 한가지 레시피로 항상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며 맥주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공장이라고 한다. 필스너 맥주에 대한 입맛이 매우 까다로운 파파도 꽤 괜찮은 맥주라며 칭찬할 정도로 괜찮은 맥주여서 와보길 잘했다 싶더라. 근처 식당들에서는 달리 주문을 따로 하지 않으면 ‘맥주 주세요’라는 주문에 필스너 우르겔 맥주가 나온다. ‘무슨 맥주를 드릴까요’라고 물어보지 않고 ‘큰거 드릴까요 작은거 드릴까요’라고만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맥주공장 외에도 지하 박물관에 가볼만한 곳이다. 필젠에서 필스너 맥주를 만들게 된 이유중 하나가 바로 곳곳에 연결되어 있는 지하 저장고 때문이라고 한다. 도심에 있는 역사적인 건물들은 대부분 이런 지하 저장고가 있는데 연결된 부분을 박물관으로 만들어서 투어를 한다.





왠지 언더독이 더 좋은 우리의 마음속에는 체르나 호라의 맥주가 가장 마음에 드는 체코 맥주였지만 그래도 역사적으로 필스너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필젠에 직접 와본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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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휴가 중 닷세는 본의아니게 브라티슬라바에서 보내게 되었다. 파파가 워크샵에 참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브라티슬라바에 가지 않았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면서 파파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비엔나에 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비엔나에는 가지 않기로 했다. 비엔나는 하루 이틀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곳인지라 나중을 위해 아껴두기로 한다. ㅎㅎ

나는 비엔나에는 여러번 가봤지만 비엔나에서 기차로 30분이면 간다는 브라티슬라바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비엔나에서 머물때 동료들이 ‘동유럽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거든 가보라’던 브라티슬라바는 슬로바키아의 수도이다. 예전에는 체코슬로바키아였던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평화롭게 분리 독립한 후 둘 다 유럽연합에 가입을 했으나 아직까지 자국 화폐를 사용하는 체코에 반해 슬로바키아는 2009년부터 유로를 사용한다고 한다. 슬로바키아는 이 덕택에 유로를 사용하면서 거의 유럽의 중심지에 위치하며 (아직까지는) 서부유럽에 비해 물가가 싼 국가가 되어 전세계에서 많은 기업을 유치하게 되었다고 하더라. 최근 들어 브라티슬라바에 구글이 들어섰고 얼마뒤엔 아마존도 들어선다고 하고 그러다보니 이번에 처음 가본 브라티슬라바는 자본주의를 한껏 받아들인 개방적인 국제도시 분위기가 났으면 났지 동유럽 분위기는 거의 사그러든 기분이었다. 

고풍스러운 구시가지와 브라티슬라바 성을 들러봤는데 관광객들로 북적거렸고 영어가 안통하는 곳은 없었다. 게다가 관광지의 물가는 여느 서구유럽 못지 않게 비쌌다. 그런데 어느 한 날은 저녁때 파파의 워크샵에서 만난 브라티슬라바 출신 슬로바키아 사람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다. 시내에 있지만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골목 골목으로 들어가니 나온 식당. 그런데 이런곳엘 가니 드디어 동유럽 물가의 식단이 나오더라. 괜찮은 저녁식사 한끼에 5유로. 와인 한잔에 1.5유로. 관광지 식당의 절반정도밖에 안되는 가격이어서 놀라웠다. 아마도 브라티슬라바를 벗어나면 이런 가격이 대부분일 것이다. 

점점 자본주의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동유럽의 모습들. 아마도 지금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겠지만 언젠가는 이 동유럽 국가들도 경제성장과 함께 서유럽화 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변화가 좋은것이던 나쁜것이던.


브라티슬라바 구시가지 모습


동유럽의 모습이 남아있다면 이런것들이 있다


매우 소박한 모습의 브라티슬라바 성



슬로바키아에서 먹어본것 중 매우매우 특이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브린조베 할루쉬키(Bryndzové halušky)라는 것. 매우 전통적인 슬로바키아 음식이라고 꼭 먹어보라고 해서 먹어봤다. 슬로박펍이라는 매우 유명한 맥주집에 가면 친절하게도 슬로바키아 전통음식 3세트를 주문할 수 있는데 할루쉬키라는 이 것은 감자전분으로 만든 작은 뇨끼(감자누들) 같은 것을 양우유로 만든 치즈에 버무린 음식이다. 정말 특이한 음식인데 한입 먹고나면 더이상 별로 궁금하지 않은 그런 음식이다 ㅋㅋㅋ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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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베르겐은 정말 날씨가 좋지 않았다. 6월 한달은 44년만에 가장 비가 많이 온 6월이어서 27일간 연속으로 비가온 6월로 기록을 세웠고 7월 역시 그와 비슷한 기록이 이어졌다비야 비지만 6-8월 세달 내내 20도가 넘는 날이 손꼽을 정도여서 최고 기온이 17도 안팍인 날씨가 계속 되었다물론 한국에서는 무더위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겠지만 덥지 않은 여름을 보내는 것도 정말 너무 힘든것이어서 우리는 ‘오지 않은 여름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그래서 여름 휴가는 무조건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할만한 곳으로 가기로 했다.


미리미리 휴가 계획을 세웠으면 좋았으련만 파파는 계속해서 7월 마지막주에 학회에 갈지 말지 결정을 하지 못해서 5월 어느날 내가 ‘결정을 하지 못하겠으면 그냥 가는 것으로 하라’고 밀어 붙였다휴가 중간에 학회를 가야한다니 ㅉㅉㅉ 그 학회는 브라티슬라바여서 학회에 맞춰 일정을 짜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그래서 예전부터 꼭 한번 가보자고 했던 독일의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을 위주로 휴가 계획을 짜게 되었다.


이번 휴가는 거의 3주정도를 가는 것이어서 더스티와 함께 가기로 했다작센-스위스 국립공원은 드레스덴 근처이지만 근처 베를린으로 직항이 있는지라 (베르겐에서 1시간반밖에 안걸린다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짐칸에 더스티를 태우는 것은 어찌나 마음 아픈일인지 ㅠㅡㅠ 유럽만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반려견을 비행기에 태우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손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노르웨이에서 출발하는 주요 항공사 (노르웨이항공, SAS, KLM 등등모두 한국돈으로 15-20만원정도를 내면 왕복으로 반려견 화물운송을 할 수 있고 우리 더스티가 착한 어린이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공항에서도 특별대우를 받았다ㅎㅎ 승무원에게 부탁을 하면 짐칸에 더스티가 제대로 탔는지 안탔는지 확인도 해준다.


이번 더스티와의 여행을 준비하며 꼼꼼하게 챙긴것이 바로 Pet Passport이다노르웨이처럼 EU국가가 아닌 곳은 약간 다른 규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 있으면 반려견은 유럽 내에서 자유 자재로 국경통과가 가능하다이번엔 유럽 내에서는 처음으로 더스티와 여행을 하는 것이어서 약간 걱정을 했는데 (게다가 독일은 이런것을 매우 깐깐하게 챙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베를린 공항에 도착하니 국제공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세관직원도 상주하지 않은 너무나 작고 한적한 터미널에 도착한게 아닌가직원에게 물어보니 세관직원은 옆옆 건물에 있는 터미널에 있는데 중요한거면 알아서 찾아가라길래 ‘오케이’ 이러고 웃으며 그냥 나왔다나는 내심 우리 세관직원 만나야하는게 아니냐고 걱정을 했는데 파파가 하는 말이 ‘독일에서는 아주 필요한 일이 아니면 관공서직원과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아없는 문제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관공서직원들이거든게다가 직원이 아까 뭐랬어중요한 일이면 가서 확인하라고 했지이런건 중요한 일이 아니지...’ ㅎㅎㅎ 마치 더스티를 데리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기분이 들었다ㅋㅋ


베를린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는 차로 여섯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닷세에 걸쳐 천천히 움직이기로 했다가장 먼저 사흘을 보내게 된 곳은 베를린에서 조금 남쪽에 있는 슈프레발트(Spreewald)라는 곳이곳은 1991년 유네스코에서 생태계 특별 보존지역으로 선정된 곳으로 관개를 위해 파놓은 수로운하가 무려 1300 킬로미터나 된다고 한다이렇게 숲속의 운하를 따라 작은 마을이 있고 카누나 카약을 빌려 유유자적 운하를 따라 숲을 구경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작은 마을을 여기저기 가보는 것이 바로 슈프레발트의 매력이라고우리는 이번 슈프레발트 여행에서 기대하고 기대하던 ‘더스티와 카누타기’를 시도해보기로 했다ㅎㅎ







슈프레발트는 동독 사람들이 조용한 휴가를 즐기기 위해 가던 곳으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많지 않은지 우리같이 젊은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관광객은 나이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나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족들이었다게다가 이곳은 동독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라 독일 동료들에게 이야기 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심지어는 베를린에 꽤 오래 살은 친구에게 슈프레발트에 휴가를 다녀왔다고 했더니 자기도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하더라.


그래도 슈프레발트는 꽤 유명한 관광지로 슈프레발트의 작은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농업이나 관광 수입으로 먹고산다고 한다또 매우 아름답게 잘 꾸며진 관광지로 과하지 않고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곳은 매력인것 같다마을 이곳저곳에 황새 둥지가 있는가하면 농장도 옛 모습을 거의 대부분 유지하고 있어 멋졌다.슈프레발트만의 소수민족이 사는 곳도 있어 (소수민족이라고 해봐야 그냥 옛날 모습을 유지하고 살고있는 사람들이지만이런 이곳의 모습은 나같은 외국인뿐 아니라 도시에서만 살던 독일인들에게도 매우 이국적인 모습이라고슈프레발트에서 유명한 특산물은 ‘오이피클’이라고 한다ㅎㅎㅎ 동독 사람들은 슈프레발트산 오이피클만 먹는다고 한다이곳에서 카누나 자전거를 타고 뭘 하냐하면 운하 여기저기를 다니며 가스트하우스를 한곳 한곳 들르는 것두시간정도 노를 젓다가 가스트하우스가 나오면 가서 맥주한잔에 간식 조금 먹고 또 다시 노를 저어 간 다음 가스트하우스가 나오면 맥주한잔을 하고 이런식으로 하루가 다 갔다.


슈프레발트는 노르웨이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더위를 한가로이 즐기기에 딱 좋은 휴가의 첫번째 행선지가 아니었나 한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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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3주간의 미국 서부 로드트립이 끝나고 우리는 볼더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일주일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때문에 시간을 보낸 것을 빼면 2주가 넘는 시간을 길에서 보냈다. 우리는 3주동안 6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운전했고 7 주를 거쳐갔다. 남들이 유명하다는 곳보다는 우리가 평소때 가보고 싶었던 곳을 위주로 갔으며  계획 없이 중간중간에 만난 누군가가 어디를 한번 가보라고 추천한 곳들을 가봤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일주일은 출장비가 나온 덕분에 다운타운의 좋은 호텔에 묵으며 원없이 외식을 했지만  이외에는 친구들을 방문하며 친구집에서 시간을 보냈고 캠핑을 했기에 돈도 많이 들지 않았다. ㅎㅎㅎ 파파도 나도 여행 할때엔 돈걱정하지 않고 먹고 마시고 구경하는 경향이 있어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찍은 사진은 천여장. 그것도 여행 마지막 부분에서는 귀찮아서 거의 찍지 않았다. 이젠 사진찍는 것이 너무나 귀찮은 사람이 되었다. 여행은 기억속에 남아야지 사진만 남은 여행은 해서 뭐하나 ㅎㅎㅎ

 

좋은 구경도 많이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옛친구들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여행은 그런것들보다 행복한 사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여행이었다. 겉보기에는 아름답고 천국같은 행복해보이는 사람들이 사는 캘리포니아가 사실은 빈부격차가 너무나 심각한 곳이었고 부자는 더욱  부를 많이 축적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러한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너무나 힘든...그런 사회의 이면을 보고  부의 분배가 대체적으로 평등한 노르웨이의 사회를 경험하고나서 우리는 과연 이곳이 천국같이 즐겁기만한 곳이 맞나 싶었다. 그런 모습에 고개를 돌려 즐거운척 행복한척 할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번 여행 이후 매우 행복해보이는 그런 사회가 조금 가식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면에서 이번 여행은 미국 사회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 눈뜨게 만든 여행이었다. 아마도 당분간 오랫동안은 캘리포니아 전역을 돌아다니는 식의 로드트립을  기회는 없을것이다.  10 뒤의 캘리포니아는 어떤 모습일까.  사회는 10 뒤에는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조금이나마 극복   있을까.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속에서 언젠가 그런 것을 목격할  있는 기회가 다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미국 서부 여행 로드트립 여행기를 마치려고 한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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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I-25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마지막으로 콜로라도 스프링스 (Colorado Springs) 들러 신들의 정원(Garden of the Gods)라는 멋진 이름의 공원에 들르기로 했다. 신들의 정원은 뾰족뾰족한 붉은 바위가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유타에도, 네바다에도, 콜로라도 다른 곳에도 이런 붉은 바위들이 많이 있으나 이런 경치를 보려면 한참 드라이브를 해야하거나 한참 하이킹을 해야하는데 신들의 정원은 거의 모든 곳을 휠체어로도 구경을   있도록  조성을 해놓은데다가 I-25 따라가다가 조금만 다른 길로 빠져나가면   있어 매년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이런 바위는 레드락 (red rock)이라고 불리는데 가까이서 보면 주황색이 조금 섞인 갈색 같지만 해가 질때나 해가 뜰때 멀리서 햇살이 바위를 비추면 정말 붉은 색으로 보인다. 맑은 날에도 구름이  날에도 멋진것 같다.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이런 사진들을 보라. 마치 엘프들이 살고 있을것만 같다.



신들의 정원이 있는 곳은 샤이엔 마운틴이라고 하는데 내가 콜로라도에서 왔다고 하니까 어떤 노르웨이 남자가 날더러 대뜸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샤이엔 마운틴 (Cheyenne mountain) 가봤냐는거다. 그래서 거길 어떻게 아냐고 했더니 자기는 엄청난 스타게이트 (Stargate)팬이라며 인터넷에서 한번 검색을 해보면 무슨말인지 알거라고 하더라. 나도 스타게이트 영화를 재밌게 봤는데...하도 옛날이라 기억은 안나지만 두편의 영화 이후로 미국에서는 여러편의 드라마가 시리즈로 나왔고 스핀오프식으로 우주의 여러 다른 지역을 배경으로 스타게이트 시리즈를 만들었다. 나는 한번도 본적은 없는데 이렇게 멀리 노르웨이에 사는 사람이 스타게이트 팬이어서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샤이엔 마운틴을 가보고 싶다니  신기하더라.




우리는 시간상 스타게이트로 통하는 통로는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인터넷에 보니 스타게이트 팬들이 종종 들르곤 하나보다 ㅎ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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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커키에서 고속도로 I-25 따라 북쪽으로  50 운전해서 가면 나오는 도시 산타페 (Santa Fe) 뉴멕시코의 주도이다. 그리고 500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주도라고 한다. 영국, 아일랜드, 등의 나라에서 미국으로 이주해오기  스페인의 군대가 미국대륙을 점령했는데 그때부터 있던 도시여서 스페인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는 사실 뉴멕시코에서 2년가량을 살면서 1년은 남부 국경지역에 있는 라스 크루세스에서 (Las Cruces)시간을 보냈고 다른 1년은 북부지방 산타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가난한 이주민이 많은 라스 크루세스에 비해 산타페는 상대적으로 부유한 도시여서 삶이 조금  풍요로웠다.


뉴멕시코는 처음 볼때에는  전체가 멕시코의 영향을 받은  같지만 (곳곳에 스페인어로  지명이나 문화적인 시크니쳐가 존재한다) 여기 오래 살다보니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있었다. 뉴멕시코주의 남부는 멕시코 이주민들이 주를 이루고 문화도 멕시코의 문화와 거의 비슷하지만 산타페가 있는 뉴멕시코주의 북부는 스페인 이주민들이 주를 이루고 문화도 스페인의 문화와 비슷하다. 알버커키에서 맥주집에 갔다가 이야기를 나누게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선조가 스페인 출신인 자신과 선조가 멕시코 출신인 자신의 부인을 가리키며 뉴멕시코 남부의 사람들은 피부가 검고 눈이 갈색인 반면, 뉴멕시코 북부의 사람들은 피부가 희고 눈이 푸른 사람이 많다고 한다.  다른 예로 산타페에는 매우 유명한 플라멩고 (Flamengo) 스쿨이 있는데 플라멩고는 중앙 아메리카나 남아메리카에는 별로 유명하지 않고 스페인의 문화를 대표하는 음악, 춤이라  산타페에 이런 곳이 있는지   있을  같다.



이렇게 스페인과 멕시코와 미국 원주민의 문화가 아름다운 사막의 자연과 만난 산타페는 예술의 도시로 유명하다. 특이한 화풍의 여류 화가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 잠시 살았던 곳으로  외에도 아름다운 뉴멕시코의 자연에 매료된 뉴욕의 예술가들이 뉴멕시코로 이주하여 산타페를 거점으로 아비큐(Abique), 타오스 (Taos)  근처 작은 마을에 살며 예술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다운타운에는 어도비 스타일로 지어진 오키프 박물관이 있는데 산타페에 갔으면  가봐야할   하나다. 나는 이곳에 살때 매달 첫째주 금요일 저녁이 무료개방이어서 종종 가곤했는데  멋진 곳이다. 예전에 산타페에 살적에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갔다가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께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 아주머니는 자신이 예술사를 전공해서 그런쪽으로 책을 쓰고 있다며 나한테 신나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더랬다) 메이블 다지 루한 (Mabel Dodge Luhan)이라는 여자가 이태리와 뉴욕에 미술품을 파는 살롱을 가지고 있었는데 뉴멕시코의 예술과 자연을 적절하게 홍보해서 여러 예술가들을 뉴멕시코로 불러들였다고 한다. 산타페의 다운타운에 가면 정말 겔러리가 넘쳐난다. 그런데 가격은 참으로 친절하지 못해서 나같은 사람이 함부로 집어들지 못하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그런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눈으로 구경하는 것은 무료지만 말이다. ㅎㅎㅎ 아무래도 예술로  알려져 있다보니 그런것 같다. 어떤 사람의 말에 의하면 러시아의 작가 푸쉬킨의 조카가 설립하여 러시아의 미술품을 파는 그런 겔러리도 있다고 하는데 가본적은 없다.




이번에는 파파를 데리고 내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를 구경시켜주고 (  밖에 딸린 코딱지만한 아파트에 살았지만 좋았다 ㅎㅎㅎ) 다운타운을 잠깐 구경하고 떠나야했다. 시간이 되면 혹시나 더스티를 입양했던 유기견센터에 더스티같은 녀석이  있지 않을까 구경을 가기로 했었는데 ㅎㅎㅎ 그것도 시간이 맞지 않아 하지 않았다.  다른 더스티가 있을리는 없지 ㅋㅋㅋ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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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커키 (Albuquerque) 뉴멕시코주에서 가장  도시이다. 이름도  특이해서 아마도 알버커키라는 도시는  세상에 여기  하나밖에 없지 않을까. ㅎㅎㅎ


알버커키에서는 내가 파파를 위해 준비한 깜짝 데이트코스가 있었는데 바로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라는 미국 드라마에 나온 곳들을 탐방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케이블 채널에서는  드라마를 방영하던데 미국에서는 정말  파장을 일으켰던 드라마이다.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이 암에 걸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필로폰을 제조하는 조직에 뛰어들었다가 점점 자신의 악한 본질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그런 내용인데 잔인한 영화나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파파와 함께 가장 마지막 피날레 에피소드만을 봤다.  드라마가 성공한 이유는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 나쁘고 악한 사람 처럼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재미없는 캐릭터에서 벗어나 평범하고 착한 사람도 악한 내면을 지닐  있고 그를 실천하며 고뇌하거나 자신의 악한 행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얽히고 섥힌 모습이  호응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간 브레이킹 배드는 드라마 거의 대부분을 알버커키에서 직접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드라마가 끝난지 몇년이 지난 지금도 브레이킹 배드 투어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나는 브레이킹 배드를 본적이 없기 때문에 사실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투어를 하지는 않고 파파를 위해 그냥 차를 몰아 드라마에 나왔던 곳들을 탐방하는 셀프가이드 투어를 마련했다.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해 아예 알버커키 시에서는 브레이킹 배드 투어 가이드를 만들기도 했다. ㅎㅎㅎ

http://www.visitalbuquerque.org/albuquerque/film-tourism/breaking-bad/

 

엄청나게 흥행을  브레이킹 배드가 알버커키를 배경으로 하게  이유는 아마도 뉴멕시코주가 영상산업을 크게 지원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부산처럼. 그런데 나는 이런게  마음에 든다. 알버커키처럼 소도시에서 소도시의 주민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엄청나게 흥행을 하는 그런것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가  대도시를 배경으로 대도시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해야만 하는건가.  대도시에서의 삶만이 멋지고 화려하고 재미난건가.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수는 전체 인구의 몇분의  밖에 되지 않는데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모든 드라마의 배경이 서울인가(요즘은 부산에서도 가끔 찍는것같기는 하지만) 왜 서울사는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만이 멋지고 아름다운건가 ㅋㅋㅋ  대구나 전주같은 곳은 드라마의 배경이 되지 않는가.

 

그리고 캔디레이디라는 곳에서  브레이킹 배드 캔디. 파파가 재밌다고 한봉지 샀는데 가져와서 친구들에게 나눠줬더니 다들 손사례를 치면서 파파에게 하는 말이 ...이거 진짜랑 너무 똑같게 생겼다. 이거 가지고 있다가 괜히 오해살지 모르니 빨리 먹던지 버리던지 .’ 이러더라. ㅋㅋㅋ 아니 이녀석들은 대체 그런걸 어디서 본거야? ㅎ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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