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나 중국인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드는 생각이 있는데 우리는 너무나 먹고 사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가장 크게 들때가 노르웨이 생활과 그 전에 살던 곳의 생활을 비교하는 대화를 할 때이다. 이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가 ‘노르웨이는 식료품이 너무 비싸.’로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사실 매우 맞는 말이다. 노르웨이는 먹고 사는게 어찌나 비싼지...아마도 절대적으로 본다면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곳이 아닌가 싶다. 이건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기에 별로 놀라운 내용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유독 한국사람들이나 중국사람들은 이런식으로 그 다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예전에 살던 곳은 어찌나 살기가 좋았는지... 먹고 사는게 얼마나 쌌는지 알아?’라는 식이다. 그런데 먹고사는 것은 정말 싸지만 미국이란 나라나 중국이란 나라는 정말 살기가 좋은 곳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먹고사는 것이 싸기만 하면 정말 살기가 좋은 나라인가...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할것이 분명한데 무의식중에 우리들의 마음속엔 먹고 살기 싼 나라는 좋은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져 있는게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먹고사는 것이 우리 생활에서 정말 중요하고 큰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 중국인 친구가 하는 말 중 자기는 노르웨이로 이사오기 전에 오클라호에 살았는데 오클라호마가 너무 살기 좋았고 그곳이 너무 그립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10년정도를 살았지만 오클라호마가 너무나 살기 좋았다는 사람은 정말 처음 봤다. 오클라호마에 대한 대체적인 인식은 매우 시골이며, 날씨가 정말 안좋으며 (토네이도를 동반한 흙먼지 바람이 항상 불어댄다고 한다), 매우 보수적이어서 인종차별도 심하고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진화론과 창조론을 동시에 가르치는 (,.) 그런 곳이다. 그런데 내 친구가 좋아하는 부분은 오클라호마는 물가가 너무 싸서 슈퍼마켓에서는 마음껏 물건을 살 수 있고 마음껏 외식을 할 수 있었으며 큰 집에 살면서 큰 차를 몰았는데 노르웨이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친구는 약간 극단적인 예여서 좀 놀라웠는데 꼭 오클라호마가 아니어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많은 경우 ‘식료품이 너무 싸고 외식을 자주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들이 생각하는 삶의 질을 간음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 조금 슬퍼진다. 과연 우리 삶에서 먹고 사는 것만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


노르웨이에서는 식료품이 매우 비싸고 외식하는 것이 매우 비싼것은 정말 사실이다. 다른 주변국가(덴마크, 스웨덴)와 비교해봐도 노르웨이는 이런것이 월등히 비싸다. 그런데 노르웨이에서 식료품가격과 외식하는 것이 비싼 이유중 하나는 이런것에 세금이 많이 붙는데다가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연봉을 받으며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들도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동료분들께 들은 말에 의하면 노르웨이는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농업인들을 지원해준다고 한다. 노르웨이에서는 고기값이 정말 비싼데 축산업을 하는 사람들은 국가에서 오히려 돈을 더 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행복한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조금 더 질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먹는 것이 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농사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엄청나게 많은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게 싸다는 것은 결국은 그것을 생산한 사람들이 많은 돈을 받지 못한다는게 아닌가? 값싼 채소와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어디에선가는 남아메리카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이 노예처럼 일하고 있을 것이며 슈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최저시급만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2킬로그램이나 되는 닭을 슈퍼에서 한마리에 5-6달러에 살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그럼 그 닭을 생산한 사람은 대체 닭 한마리당 얼마를 받는건가. 그 농가의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까. 그렇게 생산된 닭들은 대체 어떠한 환경에서 자라는 것인가. 또 우리가 값싸게 단돈 10달러를 주고 레스토랑에서 사먹은 음식을 만든 주방장 역시 최저시급을 받으며 그 음식을 가져다주고 식탁을 치운 사람들은 최저시급조차 받지 못하는 그런 삶을 살 것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최저 시급을 받으면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면 그렇지 않다. 예전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들어 왜 노르웨이는 물가가 비싼가를 생각하다보니 이런 생각들이 많이 든다.


이제 나는 아무리 먹고 사는 것이 싸더라도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나라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 어느 한곳에서는 내가 소비하는 것들을 더 값싸게 생산하기 위해 노예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 혼자 많이 소비하며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한 삶일까. 내 아이들이 폭력적인 사회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며 살아도 행복할까. 아이들이 학교에서 과학시간에 창조론을 배우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가. 언론이 통제되어 눈과 귀가 막힌채 누군가가 옳다고 말해주는 것만을 믿으며 삶을 사는 것이 좋은 삶일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다보니 풍족하게 잘먹고 사는 것만이 잘사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우리나라에서 흔히들 하는 말중에 ‘이게 다 먹고 살자고 하는건데’라는 말이 있지 않나. 나는 요즘 이게 참 잘못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G20에서도 수준높은 경제수준을 가진 나라에 들었다고 자부하는 나라의 사람들이 아직도 ‘먹고 사는것’에만 이렇게 치중을 하고 있다니. 이제는 다같이 ‘잘사는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나만 넓은 아파트에서 비싼차를 굴리며 명품가방을 들면 정말 잘살게 된 것인지.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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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구절절 너무 옳으신 말씀이라 그 어떤 의견을 덧붙여봐야 사족이네요 . 잘 읽었습니다~

  2. 제가 요즘 태백산맥을 재미있게 읽고 있거든요. 벌써 5권을 다 읽었네요. 그런데 태백산맥 읽다보니 내가 예전에 태어났으면 빨갱이 소리 들었겠다 싶어요 ㅋㅋㅋ

얼마  노르웨이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은 덴마크인 동료 한명과 오스트리아인 동료 한명과 차를 타고 시골길을 가고 있었는데 오스트리아에서  동료가 갑자기  세상에 맙소사!’ 이러면서 소리를 치는것이다. 그가 소리치며 바라본 곳에는  여자가 자기 앞마당에서 노르웨이 국기모양으로  나이트가운 같은 것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대체 저게  그렇게 이상한거냐고 했더니 오스트리아인 친구 말이 우리나라에서는 오스트리아 국기 문양이 덕지덕지 붙은 저런 옷을 입고있는건 정말 말도 안되게 이상한 일이에요라고 하더라. 그랬더니 옆에 있던 덴마크인 동료도 자기나라에서는 저런걸 입고있는건 이상하게 생각할거라고 했다. 나는 노르웨이에 살은지 2 반정도가 되었지만 이런걸 너무나 많이 봐와서 저게 이상한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노르웨이 사람들의 국기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예전 노르웨이 선생님 말에 의하면 노르웨이 사람들이 여름에 시골 오두막집에 휴가를 가면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국기를 다는 것이라고  정도다. ㅎㅎㅎ



노르웨이에 살면서 느낀점은 사람들은 나라 사랑이 정말 굉장하다는 . 누구 말에 의하면 하도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한다. 이렇게 옷에 자기나라 국기를 마구잡이로 붙여놓는 것이 정말 당연한 것임은 물론이고 정말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노르웨이의 것이 세계 최고라고 항상 이야기들을 하고 다닌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믿는  같다.

 

 예를 들자면 노르웨이에는 Kvikk Lunsj라는 초콜렛이 있다. 와플 비스켓에 초콜렛을 입힌 제품으로 맛도 모양도 킷켓과 정말 거의 똑같다. 그런데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100명중 100 모두 Kvikk Lunsj 당연히 훨씬 맛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렇게 항상 자국 제품을 선호하다보니 매우 많은 제품을 비슷한 노르웨이 제품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심지어는 몇년  크리스마스때가  되어 버터 대란이 일어났는데 사람들이 싫어할까봐서 스웨덴에서 버터를 수입해다가 스웨덴 회사의 포장지를 벗기고 거기에 노르웨이 회사의 포장지를 입혀서 팔았다고 한다. 스스로 자국의 제품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비싼돈을 주고라도  노르웨이산을 먹고 마시고 쓴다는 것은  멋진  같다.



하지만 이렇기 때문에 노르웨이 사람이 노르웨이의 ㅇㅇㅇ는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라고 말하면 그냥 매우매우매우 주관적인 의견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얼마전에는 누군가가 자기는 여러나라를 가봤지만  항상 모두들 노르웨이의 자연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하던데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나오는 말인것 같다. 나는  말을 듣고 피식 웃었는데  역시 약간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의료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자기네들은 세계최고의 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심이 대단한데 나는 항상 이사람들 한국 한번 가봤으면 하고 생각한다. ㅎㅎㅎ 노르웨이에 비하나 미국에 비하나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정말 세계 최고이다. 파파 역시 독일의 의료시스템은 노르웨이보다 약간  비싸지만 질은 사실 노르웨이보다 훨씬 좋다고 하고 덴마크 친구들 역시 그들의 의료시스템이 노르웨이보다 훨씬 좋다고 하니 대체 노르웨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세계최고의 기준은 어딘지  알수가 없다.

 

이렇게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노르웨이 사람들이기 때문에 노르웨이에서 적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노르웨이 사람들 앞에서 노르웨이에 대해 이것저것 불평을 하는 것이다. 노르웨이 사람들 앞에서 노르웨이 불평을 하면 그들은 입이 조개처럼  닫히면서 얼굴에 너랑은 이제  안할래 이렇게 써져있는  같다. ㅎㅎㅎ 이것은 많은 독일인들이 노르웨이에 와서 범하는 가장 보편적인 실수인것 같더라.

 

 신기한 것이 독일사람들은 자국에 대해 너무나 심하게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독일이 나치와 히틀러에 의해 점령당하고 2차대전에서 패배한후 생겨난 습관이라고 한다. 그런데 독일사람들은 항상 자기 나라를 비판하는데 익숙해져있다보니 남의 나라에 대해서도 그렇게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파파의 말에 의하면 요즘은 이게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독일인들은 전쟁 이후 민족주의를 부정적으로 대하는 습관이 생겨서 독일에서는 월드컵이나 유로컵 축구를 하는 날이 아니면 일반인의 집에 독일 국기를 걸어놓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독일 사람들의 특징은 항상 자기 나라가 모든면에서 최악이라고 불평을 해대는 것인데 듣다보면 이게 진짜 자기네 나라 이야기 하는게 맞나 싶을 정도로 매우 비판적이다. 그래도 요목조목 따져보면 그래도 독일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 중의 하나인데다가 그래서 다들 이민자들은 독일에 못가 안달인데도 독일 사람들은 독일을 떠나지 못해 안달인  처럼 이야기를 해대니  우습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외국인이 덩달아 독일 흉을 보면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더니 독일 친구들이 하는 말이 아마도 다들 수긍하며 같이 흉을 볼것이라고 하더라. 그래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무리 맨날 폭스바겐 욕해대지만 그래도 결국엔 차는 독일제를 살것이며 가전제품 역시 독일제와  모르는 제품을  놓고 고민할 경우엔 거의 대부분 독일제를 구입하게  것이다.

 

하여간 이렇게 나라 사랑이 심한 노르웨이에서도 노르웨이 흉을 보는 것이 허용되는 것이 몇가지 있다. 예를 들자면 오슬로에 가서 베르겐에  너무 많이 오고 날씨 구리다고 흉보는 것과 베르겐에 와서 오슬로 사람들 너무  없다고 흉보는 것이다. ㅎㅎㅎ 인구도 겨우 500 정도 되는 나라에서도 이렇게 지역감정을 내세우며 자기들이  잘났다고 그러는 것이 우습지만 말이다. 이런건 어딜가나 있는건가보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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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7살부터인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고등학교때까지도 레슨을 받을 정도로 피아노를 열심히 쳤다. 누가 시켜서 그랬다기보다는 그냥 내가 피아노가 너무 좋아서 항상 열심히 연습을 했던지라 나는 피아노 선생님들의 로망인 그런 학생이었다. 한때 예고에 가고 싶다고 떼를 쓴적도 있었는데 우리 집이 나를 예체능을 시킬 정도로 여유가 있는 집도 아니었을  더러 사실 예고에 갈만큼 그리 열심히 피아노를 친것도 아니어서 그땐 나는 재능이 없어라고 생각했었다. 어렸을땐  재능이 없었다고 생각하기 전에 먼저 하루에 8시간 피아노를 연습해보고 나서 재능이 있나 없나 한번 생각해보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나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에 8시간 국영수를 공부하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하루에 8시간 피아노를 연습하면서  남은 시간에 국영수를 공부하는건 엄청 힘들었을  같다. 나는 그렇게 그냥 평범한 고등학교를 갔고 이공계열 전공에 대학을 갔다.

 

그렇게 고등학교 이후엔 피아노를 잊고 지냈는데 미국에 살며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랑 함께  집을 보러갔는데 거실에 매우 오래된 피아노가 있었다. 물론 살던 사람들이 이사를 가며서 피아노도 함께 떠나갔지만 그걸 계기로 매우 싸구려 피아노를 한대 구입해서 치기 시작했다.  신기한것이 안친지 10년이 거의 다되었는데도 다시 치기 시작하니 얼마  고등학교때와 비슷한 실력으로 되돌아 오더라. 미국에서는 가난한 유학생이었던지라 레슨을 받는다는 것은 꿈도 못꾸고 그냥 혼자 치고싶은 곡들을 치는 정도였다. 엄청 열심히 치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여러번 이사를 다니며 피아노를 이리끌고 저리끌고 다니느라 지쳐 나중엔 누구에게 그냥 줘버렸다.

 

노르웨이에 오면서 다시 피아노 생각이 나서 전자 피아노를 사고 말았다. 나름 전자피아노에 대해 안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자피아노를 사러 야마하 대리점에 갔다가 정말 놀랐다. 요즘은 기술이 이렇게 많이 좋구나 ㅎㅎㅎ 물론 진짜 피아노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지만 요즘 전자피아노는 정말 소리도 건반의 무게도 진짜 피아노와 많이 비슷해졌다. 어떤 피아니스트의 말에 의하면 왠만한 콘솔 피아노에 비하면 전자피아노가 그랜드와  비슷하다고까지 하더라.

 

어른이 되고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하면서 놀랐던 점이 있는데 어렸을때보다 집중력이 뛰어나져서 그런지 오히려  잘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예전엔 에이 이런 곡은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나는 못쳐.’ 이렇게 생각했던 곡들도 요즘은 칠수가 있다. 아줌마가 되고나니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어져서 그런가 ㅎㅎㅎ 진짜로 집중해서 연습을 하니  많은 것이 가능하더라. 어차피 악기를 다루는 능력이라는 것의 절반 이상은 동작의 기억에서 오는 것이라 정말이지 연습이 정답이더라. 올림픽 양궁선수들이 훈련을   방금 자다가 깨서도 눈을 감고도 과녁을 맞출  있을 정도로 연습을 한다고 하는데  예전엔 음악은 타고난 능력이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했나 모르겠다. 요즘 드는 생각은 피아니스트들도 마찬가지인것 같다는 . 얼마나 연습을 했으면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박히고 몇시간이나 되는 콘서트를  외워서 그리고 눈을 감고도   있겠나.

 

노르웨이에 와서 부쩍  열심히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날 아는 언니가 피아노 선생님을 소개해줘서 올봄부터 레슨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ㅎㅎㅎ 고등학교 이후 처음 레슨이라니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새로운 피아노 선생님은 베르겐에서는 나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인 콘서트 피아니스트 마이 고토이다. 베르겐에는 여름마다 Grieg in Bergen이라는 작은 실내악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거기서 종종 봤던 분인데 나의 선생님이 된다니 너무 신이 났다.


 

마이는 전문적으로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콘서트를 주로 하는 피아니스트인데 나는 이런 마이가 흔쾌히 레슨을 하겠다고 해준 것이  고마웠다. 그런데 마이는 오히려 자신에게는 나같은 성인 학생은 신기한 존재이기도 하면서 약간은 영감을 주는 존재라 좋다고 하더라. 심지어는 레슨비도 매우 많이 깎아줘서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레슨을 받게 된것은 물론 얼마나 열정적으로 가르쳐주는지 내가 엄청 미안할 정도이다. 보통은 한번 레슨을 하면 다른 학생들은 30분에서 한시간정도 가르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한번 레슨을 하면 레슨비는 한시간치만 받으면서도 두시간 넘게 가르쳐줄때가 대부분이라 나도 그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ㅎㅎㅎ 열심히라고 해봤자지만 그래도 요즘은 학생때처럼 일주일에 대여섯시간정도씩 연습을 하는  같다.

 

나는 사실 드뷔시, 라벨, 뿔랭과 같은 19세기말 프랑스 작곡가들의 곡을 치는  좋아하는데 마이는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슨 같은 고전을 주로 연주하는 사람이라 나름 타협을 해서  레슨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 Op13 비창을 같이 연습하기로 했다. 어렸을적에 이미 몇번 쳤던거라 다시 치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서  곡을  레슨 곡으로 꼽은건데 레슨을 몇번 받고 나서 정말 놀랐다. 몇번의 레슨으로 내가 들어도 만족스러울 만큼  해석이 향상되다니. 이렇게 되고 나니 연습하는게 너무나 즐겁더라. 게다가 콘서트 피아니스트인 선생님이 작곡가와 곡에 대해 열심히 디스커션을 해주니 다른것보다도 곡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긴것 같아 매우 마음에 든다.

 

그렇게 몇번 레슨을 받았는데 어느날 마이가 날더러 콘서트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친구 피아노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모아서 학생 콘서트를 하려고 하는데 나도 한곡 치라는거다 ㅎㅎㅎ 꼬맹이들 사이에서 아줌마 학생이 치면 너무 웃기지 않겠냐고 했더니 꼬마들은 다들 소품을 연주하는데 내가 나가서 베토벤의 소나타처럼  작품을 연주하는것도 나름 괜찮을것 같다고 해서 나도 참가하기로 했다.

 

나는 7살부터 열심히 피아노를 쳤지만 항상 그냥 나를 위해 피아노를 쳤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연습을 한적은 거의 없는데 레슨을 받게 되면서 생각했던   하나가 나는 그냥 자기만족으로 피아노를 치다보니 뭔가  하나를 완벽하게 친적이 별로 없는  같아 레슨을 받으며 그런점을 보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콘서트를 한다고 했으니   완벽하게 연습을 해야하지 않겠나. 게다가 꼬맹이들 사이에 아줌마가 피아노를 치러 나왔는데 못치면 너무 부끄럽지 않겠나 ㅎㅎㅎ 그래서 더더욱 맹연습에 돌입하게 되고 ㅋㅋㅋ

 

콘서트를 위해 선생님들이 준비한 곳은 베르겐 피아노 사회에서는 나름 유명한 Reksten Collections라는 곳인데 갤러리 같은 곳에 엄청 좋은 그랜드 피아노가 몇대 있어서 이곳에서는 종종 작은 콘서트도 하고 피아노 마스터클라스 같은 것들을 한다고 한다. 나는 마이가 콘서트를 하겠냐고 물어봤을  가장 먼저  생각이 비싸면 어쩌지 였는데 이곳을 하루 오후 빌리는데 드는 비용은 노르웨이 돈으로 1000크로네. 한국 돈으로 하면 15만원이 조금 안되는 돈인데 놀랍다. 이렇게 저렴하다니. 자신은 피아노 협회 회원이라 50% 할인을 받은 가격이었다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저렴하지 않은가. 게다가 대여 비용은 콘서트 당일 학생을 제외한 관람객들 (학생들의 부모, 친구들, 조부모들) 에게 일인당 50크로네를 받아 충당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노르웨이스러운가 ㅎㅎㅎ 나중에 선생님에게 돈이 모자라면 내가 나머지를 내겠다고 했는데 콘서트가 끝나고 돈이 남았다고 한다.

 


약간 떨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콘서트에 참여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콘서트장의 그랜드 피아노는 대망의 스타인웨이였기 때문이다.  피아노 한대가 한국돈으로 거의 1억정도이다. ㅎㅎㅎ 언젠가는  한번 만져나보고 싶었던 콘서트 스타인웨이 ㅠㅡㅠ 정말 감동적이었다. 스타인웨이는 6살짜리 꼬마도 ~’ 하며 감탄을 할정도로 놀랍도록 아름다운 소리를 냈고 이런 피아노로 연주를   있었다는  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콘서트였다. 콘서트는 6 꼬마부터 시작해서 여러명의 10 초반부터 후반까지의 학생들의 연주가 끝나고 전혀 학생같지 않은 정체 모호한 내가 마지막 연주를 했다. 나도 연습한만큼 만족스러운 연주를 해서 기뻤는데 선생님도 연습 열심히  만큼  쳤다고 기뻐하더라.

 

나는 아줌마가 학생들 사이에 껴서 연주를 한다는 것이 조금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은 엄마 손에 이끌려서 하기 싫어도 억지로 피아노를 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그렇게 꾸준히 치다보면 어른이 되어 정말 너무나 행복해지는 취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사실은 연습을 열심히 하기 시작면서 생각했던 것은 5년에 한번 열리는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일반인 부분에 도전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얼마 전에 열린 일반인 콘서트 비디오를 보고 금새 포기했다. ㅎㅎㅎ (,.)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노 콩쿠르인데 5년에 한번씩 35 이상이  일반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콩쿠르를 연다. 진로 선택의 기로에서 콘서트 피아니스트와 다른 직업을 두고 고민을 하다가 피아노를 포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콩쿠르라는데 그냥 나같은 일반인들이 아닌 사람들이더라. 거의 왠만한 콘서트 피아니스트 못지 않은 실력에 직업도 엄청 다양해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관두고 주부가  사람들도 있지만 변호사, 의사, 대학 교수 등등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실력도 굉장하더라. ㅠㅡㅠ 세상엔  굉장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떤가  콩쿠르를 나가려고 피아노를 치는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 열심히 치는것은  가지있는게 아니지 않나.

 

콘서트가 끝난  약간 공백기를 가진  다시 연습하기 시작  곡은 JS Bach 이탈리안 콘체르토. 다음에  콘서트를 하게 되면  곡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렇게 즐겁게 한곡 한곡 연습해가는 것이 너무 기쁘다.

 

노르웨이에 와서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며 느낀것이 이런 모든 것이 여기가 노르웨이의 작은 도시라 가능한 것이구나 싶다.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나름 잘나가는 피아니스트인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을  있는  하며, 이런 멋진 콘서트장에서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를   있는  하며... 한국이나 미국이었으면 가능했을까. 잘은 모르지만 예체능으로 대학에 들어가려면 유명한 선생님에게 수십만원 수백만원의 레슨비를 내가며 레슨을 받아야 하지 않나. 마이를 소개받기 전에 다른 어떤분께서 자기 아이들이 레슨을 받고있는 선생님을 소개해준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은 베르겐 출신의 유명한 작곡가 (하랄 사바루라는 작곡가) 아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80 다되신 선생님이 너무 엄격하셔서 연습을 열심히 안하는 학생들은 새벽 여섯시에 레슨을 잡아주고 연습을 열심히 할수록 시간을 늦춰준다고 하여 거절했다 ㅋㅋㅋ 피아노가 아무리 좋아도 새벽 여섯시엔 그냥 잠을 자는게 낫겠다. 거절 하기는 했지만 여기가 베르겐이니 이렇게 유명한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을  있는 기회가 있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아이가 없으니 노르웨이에서 아이들을 예체능 시키는것이 어떤지  모른다. 여기에는 정말 집이 엄청 잘살지 않아도 동등한 기회가 있을까. 집의 기둥뿌리 뽑지 않아도 예체능을   있을까.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회는 매우 많다는 . 열심히만 한다면 말이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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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멋지십니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악기하나쯤은 다뤘으면, 혹은 그림을 그렸으면..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 ㅎㅎㅎ 어린시절 엄마가 잔소리잔소리 하시며 시키시던 것들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운동 등등)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지금 삶이 좀 더 풍요로워졌을지도 모르는데 그땐 왜 그렇게 하기가 싫었던건지 모르겠네요. 악기야 나이 들어서 배우면 좀 어렵지만 그래도 그림은 지금이라도 할 수 있지 않나요? 저도 저번학기에 친구 따라서 유화 수업을 들었는데 다들 아줌마 아저씨들이던대요. 그렇다고 어렸을때도 못그리던 그림이 어른이 되었다고 잘그려지는건 아니더라구요 ㅋㅋㅋ

내가 한국에 살면서 정말 참을  없었던 것은 바로 한국 사회와 문화에 만연해 있는 소모적인 경쟁의식이다. 적당한 경쟁은 사회를 발전시키고 개인의 능력을 최대화시켜주지만 본인들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무조건 모든 것에서 일등을 해야하고 남보다 나아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고 무능력자 취급 받는 것이 정말 너무 싫었다. 이런 경쟁의식이 가져다준 것이 남과 비교하는 삶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는 내가  모르는 엄마 친구 딸이랑도 비교되며 경쟁을 해야하는게 너무나 말이 안되지 않는가. 이런 극심한 경쟁 때문에 능력 소모, 감정소모가 너무 심한곳이 한국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보니 이런 경쟁의식은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중국 일본은 물론 미국이나 독일에도 이런 경쟁의식이 있다. 은근 없는듯 경쟁이 존재하는 곳이 미국이다. 게다가 너무나 싫었지만  역시 어쩔수 없는 한국 사람으로  미국에서도 오래 살았기 때문에 이런 경쟁의식이 은연중에 남아 있더라. 경쟁과 비교를 부끄럽게 여기는 노르웨이 사회에 와서 살다보니 이곳 사람들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나는 매우 경쟁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어찌 아이러니한 상황인가.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비경쟁적인 이유는 이들 문화는 얀테의 법칙 (Janteloven)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얀테의 법칙이란 모두가 보통이 되어야한다는 법칙으로 스칸디나비아 어린이들은 어렸을때부터 부모님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다고 예전에 책에서 읽은적이 있는데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진짜로 그렇다고 한다.


얀테의 법칙 (Janteloven)

1.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Don't think you're anything special.)
2. 네가 남들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Don't think you're as much as us.)
3. 네가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Don't think you're wiser than us.)
4. 네가 남들보다  나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Don't convince yourself that you're better than us.)
5. 네가 남들보다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 (Don't think you know more than us.)
6. 네가 남들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Don't think you are more than us.)
7. 네가 모든 것에 능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Don't think you are good at anything.)
8. 남들을 비웃지 말라. (Don't laugh at us.)
9. 아무도 너를 신경쓰지 않는다. (Don't think anyone cares about you.)
10.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하지 말라. (Don't think you can teach us anything.)
11. 너에 대해서 우리가 모른다고 생각치 말라. (Don't think there's anything we don't know about you.)

 

지금 50 되신  동료분이 예전 자신이 어렸을적 이야기를 하시면서 얀테의 법칙 때문에 심지어는 학교에서 스키 대회를 하면 전교생이  경기를   평균을 내서  평균치에 가장 근접한 사람이 상을 탔다고 한다. 그분 말씀에 의하면 다들 이게 바보같다고 생각했지만 다들 그냥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지만 정말 충격적이다. 일등도 꼴지도 아닌 중간이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니.

 

오늘은  노르웨이 동료분과 어떤 대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동양 사람들은  너무 열심히 하는것 같다며 그렇게 열심히들 하니 이렇게 대회에서 상도타고 하는게 다행이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그와 함께 하시는 말씀이 자신은 노르웨이 사람이라 이렇게 항상 너무 열심히 경쟁을 하며 살아가는 동양의 젊은이들이 조금 안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러시며 열심히  결과로 상도 타고 하니 다행이지만 자신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으시단다.  자기 아들이 교환학생으로 지금 중국에 일년간 가있는데 아들이 약간 걱정된다며 아들이 중국에서 너무 이렇게 많이 경쟁하는 삶을 배워오면 어떡하나 그게 걱정이라는게 아닌가.  놀랍다. ㅎㅎㅎ 자기 아들 열심히 공부해서 일등하는걸 무척이나 바라는 한국의 엄마들과 달리 아들이 경쟁 안하고 그냥 보통으로 살기를 원하는 노르웨이 엄마들이라니...

 

스웨덴 출신 동료분 말씀에 의하면 스웨덴 아이들은 능력이 뛰어나면 학교에서 튀기 싫어 일부러 실수도 하고 그런다고 한다. 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에이 설마 이랬는데 주위에 있던 스웨덴 대학생들이 다들 맞아요 맞아 우리 어렸을땐 그랬어요 이러면서 박수를 치며 웃어대기에 너무 놀랐다. 진심이었던 것이다 (,.) 이쯤되니 나처럼 경쟁을 싫어하는 사람도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ㅎㅎㅎ

 

동료들 말에 의하면 스웨덴에서는 여전히 사회전반적으로 얀테의 법칙을 따르고 있는 반면 노르웨이는 70년대 이후 갑작스럽게 부유한 국가가 되는 바람에 대도시에 사는 노르웨이 젊은이들의 삶은 내가 도망쳐온 한국의 경쟁 비교사회와 다를바가 없다고 한다. 오슬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친구 말에 의하면 자기는 요즘 오슬로의 젊은이들처럼 살지 않아도 되서 정말 다행이라며 그들은 성적, 외모, 옷차림 모든것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고 한다.  친구 말에 의하면 베르겐만해도 시골이라 이런게 조금 덜하다고 하지만 베르겐에서 라이프코칭과 상담을 하시는 지인분 역시 하시는 말씀이 요즘 노르웨이의 젊은 여자들은 완벽주의 강박관념에 빠진 이들이 많아 놀랍게도 자신의 상담소에는 20 중반의 젊은 여성들이 끊임없이 온다고 하니 이런 경쟁 비교문화는 산업의 발전과 부의 축적과 많은 관련이 있는  같아  안타깝다. 농업과 어업으로 먹고살던 떼에는 내것 네것 없이 서로 도와주었지만 산업사회에서는 나만 잘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경쟁을 하지 않는다고  유토피아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번 사는 사람의 인생에서 우리 능력의 최고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적당한 경쟁도 필요하다. 그냥 적당히 중간만하며 조용하게 살다가 가기엔 너무 아까운 한번의 인생이 아닌가. 그리고 이렇게 경쟁 없이 안주하다보니 여러가지 상황에서 빨리빨리에 익숙한 사회에 살아온 나에게는 너무나 답답한 경우도 많다. 반나적만에 뚝딱 고쳐질것 같은 건물 계단을 고치는데 겨우’ 6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말이다. 참고로 나는 빨리빨리 우리나라에서 나온 말인줄 알았는데 파파가 나를 비웃으며 하는 말이 빨리빨리’Schnell! Schnell!’ 2차대전 이후 독일에서 가장 먼저 쓰기 시작한 말이라고 한다. ㅎㅎㅎ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나쁜게 우리나라가 원조가 아니라는게 ㅋㅋㅋ

 

이렇게 극과극의 사회에 살다보니   모르겠다. 경쟁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건만 이렇게 경쟁을 잘못된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 역시 아주 좋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런것 역시 적당한게 좋은거구나 싶다. 그런데 과연 그런 사회가 있기는 할까 ㅎ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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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겐의 여름은 문화의 천국이다. 여러가지 페스티벌이 열리고 매우 많은 콘서트가 열린다. 물론 매우 많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이곳에서 여름에 벌어지는 일들은 다른 여러 대도시에 비할바 못하지만 베르겐이 춘천보다도 작은 도시임을 감안하면 이렇게 작은 도시에서 이정도 양질의 문화행사가 열린다는 것이  대단한것 같다. 가격도 그리 많이 비싸지 않아서 누구의 콘서트가 열리던 가격은 우리 돈으로 6-8만원정도이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야외콘서트여서 좌석 지정같은게 없어 마음만 먹으면 8만원 내고  멕카트니를  앞줄에서 볼수도 있다. 게다가 도시가 작다보니 어느 콘서트건 집에서 걸어서   있다는게 대체 얼마나 멋진가.

 

 여름엔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 나름 많아서 여러 콘서트를   있었다.

 

여름의 시작으로 가장 먼저 5월에 가게된 콘서트는 노르웨이의 전설적인 보이밴드 아하(A-Ha) 콘서트이다. 80년대 매우 유명했던 Take On Me라는 노래와 주인공들이 만화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센세이셔널한 뮤직비디오로 유명해진 아하. 나는 노르웨이에 오기 전까진 아하가 미국 밴드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아하는 노르웨이의 국민적 영웅에 가깝다. ㅎㅎㅎ 이들은  노래 하나만 히트하고 활동을 접은것 같았지만 그들은 80년대중반부터 30년이지난 아직까지도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실 팝을 거의 듣지 않는  귀에도 살짝 익숙한 노래들도 많더라. 아하 콘서트는 야외무대에서 열렸는데 거의 표가 매진된것은 물론 마지막 피날레로 히트곡 Take On Me 부르고  뒤에는 전례없는 불꽃놀이 쇼가 펼쳐졌다. 거의 왕과 비슷한 대접을 받는것 같다. ㅎㅎㅎ 콘서트에 같이  러시아 친구의 말에 따르면 아하는 러시아에서도 정말 유명하다고 한다. 러시아에서는 미국의 팝을 거의 못듣게 했는데 아하는 노르웨이 가수여서 매우 유명했다며 하는 말이 아하의 리드싱어는 아직도 정말 너무 잘생겼어~!’ ㅎㅎㅎ




5 말에서 6 초에는 Nattjazz라는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저녁 8시부터 시작해서 밤에 열리는 재즈콘서트이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2 내내 밤마다 콘서트를 가기도 하던데 이제 늙고 지친 우리들은 하룻밤 가서 구경하는 것도  힘들었다. ㅎㅎㅎ 파파는 재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여지껏  페스티벌엔 몇번 가지 않았는데 이번엔  릿나우어(Lee Ritenour)라고 예전에 자주 들었던 재즈 기타리스트가 마침  생일날 공연을 한다고 해서 친구들을 불러모아 생일 파티겸 콘서트엘 갔다.  생일 특별 공연으로  릿나우어가 오다니 ㅎㅎㅎ 낫재즈 페스티벌엔 한번에 네다섯 공연이 열리는데  릿나우어 공연을 보러 간거지만 다른 밴드도 구경할  있어  좋은것 같다. 그중에서도 사라 맥켄지라고 호주 출신의 여가수의 공연이 정말 좋았다.  릿나우어씨는  마지막에 등장하셨는데 이번엔 20 초반의 아들을 드러머로 데리고 공연을 했다. 그의 음악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비슷비슷하지만 그래도 최고의 뮤지션들을 모아 라이브를 하니 음반으로 듣는것보다 정말 훨씬 좋더라.

 


7월말엔 파파에게 깜짝 선물로  모리슨 (Van Morrison) 콘서트 티켓을 샀다. 정말 굉장하다.  모리슨이 여기까지 오다니.  모리슨은 올해초 기사 작위를 받아  모리슨경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벌써 70 넘으셨다는데 왠지 거동이  불편해보이시더라. 우리는 대체  모습이 그가 어디가 아프셔서 그런건지, 아니면 뭔가에 잔뜩 취하셔서 그런건지, 아니면 원래 모습인지 알수 없었다. 게다가  명성에 걸맞게 엄청 까다로우신지  두시간정도 진행된 콘서트 내내 그의 어시스턴트는 물이면 , 커피면 커피, 조명, 음향 등등을 그의 구미에 맞추느라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는 모습을 볼수가 있었다. 게다가 그가 퇴장할때는 어시스턴트가 그가 가는 길을 조명으로 비추면서 따라나가는데 ㅎㅎㅎ 현대판 하인인가 ㅋㅋㅋ 하여간 그의 노래는 변함없이 매우 좋았다. 보통 가수들이 노래 몇곡을   인사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반면  모리슨 콘서트는 두시간 내내 히트 매들리처럼 그냥 끊임없이 노래만 이어져  신기했다. 하여간 전설적인  모리슨을 이렇게 가깝게 만날  있다니 정말 최고였다. 예외없이 야외에서 열린 콘서트 막바지에는 비가 미친듯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우리야 이런게 익숙해서 다들 비옷을 입고 왔지만  모리슨의 밴드는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열심히 호흥해주는 우리가 신기했는지 마지막 인사를 하며 청중 사진을 찍더라.



콘서트 다음날 베르겐 신문에 실린 사진. 나는 여기서 왠지 파파를 찾아냈다 ㅋㅋㅋ

 

8월엔 오로라(Aurora)라는 베르겐 출신 신인 여가수의 콘서트에 갔는데 이쯤에서 파파는 콘서트가는게  지겨워지기 시작했는지 약간 귀찮은 기색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ㅎㅎㅎ 마누라 덕에 이런 문화생활도 하면 좋지  그런걸로 귀찮아하는가. 하여간 오로라는 이제  스무살이  가수인데 베르겐 출신의 여고생 가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여 요즘은 세계적으로 정말 뜨고 있는 가수라고 한다. 작년 여름엔가 케이티 페리가 자신의 트위터에 언급을 하면서 미국에서도 많이 알려져 미국에서 놀러온  친구는 오로라 콘서트에 엄청 가고싶어했는데 시간이 안맞아 아쉽게도 못가게 되었다. 그의 음악은 마치 초창기 아이슬란드 가수 비요르크를 연상시키는 특이한 북유럽풍의 팝이다. 정말 신비롭고 특이한데 어린 나이의 가수가 이런 음악을 직접 만들어 공연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콘서트에 가보니 깊이있는 음악과는 달리 너무나 깜찍하고 귀여운 여대생이 무대를 뛰어다니며 노래를 하는게 아닌가. 엄청 파워풀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노래를 할때와는 달리 중간중간 무대 인사를 할때 오로라는 마치 처음 무대에  꼬마처럼  수줍은 모습을 보이며 ‘저 보러 이렇게 많이 와주시다니~~’ 이런 말을 하기도 하고 중간중간 자기 엄마아빠와 친구들을 찾으며 엄마~  보여요?’ 이러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런 깜찍한 모습에 파파와 나는 완전 반하고 말았다. ㅎㅎㅎ

 


이제 여름은  갔지만 10월엔 블로그 이웃분을 통해 알게된 노르웨이의 가수 베른호프트 (Bernhoft)라는 가수의 공연에  예정이다. 사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노르웨이 가수는 실리예 네르고르 (Silje Nergaard)라는 재즈가수인데 그녀는 한국에서도 종종 콘서트를 한다고 한다. 이제 너무 유명해져서 주로 해외 공연을 하고 베르겐엔  안오는지 작년인가 제작년인가에 베르겐에서 콘서트를 한적이 있었는데 그땐 출장중이라 가지 못한게  안타깝다


 재미있었던 것은 6월에 내가 출장을 갔다가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내가  비행기에 그주에 베르겐페스트에 참가하는 뮤지션들이 대거 타고있었던 것이다.  알지 못하는 헤비메탈 밴드가 여럿 타고 있었는데 나를 둘러싸고  뒷자리 앞자리에 줄줄이 앉으셨더랬다. 그땐 그냥 페스티벌 참가하는 뮤지션들이겠거니 했는데 언젠가 레코드 가게에 갔다가 그들 얼굴이 찍혀있는 앨범을 보게되니  우습더라. 담배냄새 풀풀 풍기며 헤비메탈스러운 반항적인 애티튜드를 물씬 풍기던 아재들이 그들이었다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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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사람과 친구가 되면 새벽 세시에 전화를 걸어 일이 생겼으니 도와달라고 해도 당장 달려나와 도와준다고 한다...친구가 될수만 있다면 ㅎㅎㅎ

 

노르웨이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노르웨이의 생활중에서 가장 힘든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그중 한가지로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회에 동화되는 것이. 그중에서도 노르웨이에서 노르웨이인 친구를 사귀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 어려운 일이다. 노르웨이에 사는 외국인들끼리 항상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노르웨이인 친구 있냐?’이다. 물론 노르웨이에 사는 외국인들중에도 노르웨이인 친구들이 많고 노르웨이에 동화되서  살고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이게  어렵다.  경우 노르웨이인 배우자나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은 예외의 경우라고 해야한다.  남편이 노르웨이 사람이었다면 남편이 아는 사람, 남편 친구들, 남편의 친척들이  내가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만 그게 내가 직접 만든 친구는 아니지 않나. 그리고 노르웨이에서 고등학교나 대학을 다닌 경우라면  조금 친구 사귀기가 쉬운  같다. 학생때야 다들 어울려 몰려 다니다보면 친구 사귀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친구 사귀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노르웨이에서 유독 친구 사귀기가 힘든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첫째로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좀처럼 떠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우리 집주인은 자기가 지금 살고 있는 동네를 평생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몇집 건너에 있는 집에서 태어나서 두세집 건너에 있는 집에서 자라고 결혼을 해서는 같은 동네에 있는 집을 사서 평생 거기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노르웨이에서는 이런 일이 정말 너무나 비일비재하다. 파파가 다니는 회사는 본사가 스타방어에 있는데 스타방어로 이사를 가지 않겠다는 베르겐 직원들 때문에 베르겐에 지사를 열었다고 한다. 직원이 200여명 있는 회사에서 30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자기 동네를 떠나기 싫다고 지사를  정도이니 노르웨이 사람들이 얼마나 자기 고향을 떠나지 않는가를    있다. 이렇게 자기가 자란 곳을 떠나지 않고 사는 노르웨이 사람들인지라 보통의 노르웨이 사람은 자기가 유치원때부터 친구였던 사람들과 계속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의 인생에서 물리적으로 친구관계를 유지할  있는 친구의 숫자는 열다섯명까지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이게 최과된 노르웨이 사람들은 정말이지 새로운 친구를 사귈 필요성도 시간도 여유도 없는 것이다. 이사를 많이 다니는 사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친구를 사귀는 것이 쉬운데 미국에서는 정말이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너무나 쉽다. 하지만  그들은 쉽게 친구를 사귀는 대신 쉽게 연락이 끊기지 않나. 그러니 이것도 저것도  장단점이 있는  같다. 이렇게 유치원때부터 알던 친구들이니 친구가 새벽 세시에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 야산에  묻어야하는데 도와달라고 해도 군말없이 도와주는게 아니겠나. ㅎㅎㅎ 그러니 노르웨이 사람들이 자기들과 친구가 되면 평생 친구가 된다는 말은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같다. 다만  과정이 외국인인 우리들에게는 엄청나게 힘든 일일뿐.

 

하지만 노르웨이 사람들이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들이 하는 대답은 따로 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매우 가정 중심적인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노르웨이 사람은 아침에 아이들은 학교에 데려다주고 일하러 갔다가 세네시가 되면 아이들을 학교에서 픽업해서 집에 돌아간다. 그러면  이후에는 집에서 거의 시간을 보내고 그날 하루 일과가 끝난다. 게다가 대부분 아이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두셋 기본으로 있다보니 아이들 돌보고 아이들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정말 시간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원래 있던 친구들도 만나기가 너무나 힘든데 새로운 친구를 만날 여력은 정말이지 없다는 것이다.  말도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때엔 친구 사귀기가 조금  쉽고 우리같은 외국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말이라도 붙여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시간이 매우 많으신 우리 부모님 세대의 분들이다.

 

이건 노르웨이가 문화적으로 접근하기 힘들어서 그런것도 우리가 노르웨이 말을  못해서 그런것도 아닌것 같다. 주위에 보면 같은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인 덴마크 사람들도 스웨덴 사람들도 다들 이런 말을 해대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르웨이는 카페문화가 발달해있지 않아 더더욱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집에 가기 전에 카페에 들러 맥주 한잔, 와인 한잔을 하며 여유롭게 친구나 동료들과 한두시간 어울리다가 집에 들어가는 카페 문화가 있는데 노르웨이는 유독 외식하는 것이 너무나 비싸기 때문에 친구를 만나도 집에 초대를 하지 나가서 어울리는 경우가 다른 문화보다 드물다는 것이 친구들이 하는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노르웨이에서는 외국인들끼리  뭉치는 경향이 있는  같기도 하다. 노르웨이인 친구 사귀기가 힘들뿐이지 다른 외국인들 친구 사귀기는 그리 어렵지 않고 파파도 나도 동료들끼리 자주 어울리는 그런 회사에 다니다보니 노르웨이 사람들도 외국사람들도 함께 어울리고 친구가  기회가 적지 않다.

 

노르웨이에  이후 우리 나이에 친구라는게 뭘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를 어렸을적부터 아는 사람이 친구인가? 내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있는 사람이 친구인가? 내가 바보같은 모습을 보여도 나를 멀리하지 않는 사람이 친구인가? 내가 부담없이 뭔가 부탁을   있는 사람이 친구인가? 아니면 정기적으로 만나서 수다를 떨수 있는 사람이 친구인가? 그렇다면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친구이고 있는가? 나는 이런 친구를 얻고자 하고 있으면서 정작 내가 이런 친구가 되려고 노력을 하고는 있는가? 이런 여러 생각을 하다보니 참 많은 반성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ㅎㅎ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친구를 사귀는 것은 점점 힘들어진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나라에 가서 살게되면 친구 사귀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자신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을 대하고  뭔가를 얻을  있는 관계만을 가지겠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어딜 가던 친구가 생기는게 아닐까. 그게  노르웨이인 친구가 아니더라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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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는 산하나 건너, 피요르드하나 건너, 방언도 많이 다르고  지방 특색도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외부인의 입장에서 보면  그냥 노르웨이 사람들이고 노르웨이 문화인데 자기들은 엄청 다르다고 다들 발끈들 하더라. ㅎㅎㅎ

 

베르겐이 있는 서부지방은 오슬로가 있는 동부지방에 비해 특히나 문화가 독특하다고들 한다. 그중 특이한 음식문화가 하나 있는데 바로 스말라후베(Smalahove)라고 불리는 양머리 요리이다.

 

스말라후베는 양의 머리를 반으로 잘라 소금에 절여 훈제를   처마밑에 걸어 말린 것을 물에 하루이틀 불려 삶거나 그릴에 구운 요리이다.  특이한 음식은 평소때 아무때나 먹는 그런 음식은 아니다. 주로 늦가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주로 먹는 음식인데 특이한 것은 노르웨이 사람들은 연말에 최상의 음식을 먹지 않고 평소때 버릴만한 그런 부위의 고기를 크리스마스때 먹는다는 것이다. 예전에 그래왔던 것이 전통이 되어 지금은 풍요롭게 사는 그들이지만 가난하던 시절을 잊지 않고 현재의 부유함을 감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이런 모습들이 나온다. 


스말라후베는 노르웨이 사람들도 서부지방 사람들이 아니면 접해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른지방에서도 양머리를 먹는  같기는 한데 서부지방처럼 말렸다가 불렸다가 삶았다가 구웠다가 하는 그런 복잡한 것은 안먹는 모양이다. 아니면 목소리  서부지방 사람들이 괜히 자기네들 것이라고 우기며 동부쪽에선 이런 진귀한 것은 안먹는다고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들은바에 의하면 베르겐 근교 Voss라는 곳이 원산지라고 하는데 다른 서부지방 사람들 (특히나 베르겐 사람들) 말이 서부에서 다들 먹는 것인데 보스 사람들이 특히나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라고 하더라.  우스운 서부지방 사람들의 지방색이란... ㅎㅎㅎ 정말로 늦가을 베르겐 정육점엔 양머리가 빼곡히 천장에 매달려있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되곤 한다. 그만큼 많이들 사간다는 뜻일거다.

 

나는 작년 동료들을 따라 베르겐 대학 지구물리학과에서 열리는 양머리 파티에 참석했다. 동료들이 초대해줘서 가게  것인데 이학과 사람들은 거의 30여년간 양머리 파티를 열고 있다고 한다.  전통이 학부생들이 주가되어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하며  학과에 다니는 학부생들, 대학원생들, 졸업생들, 교수님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참석한다고 한다. 작년 내가 참석했을 때엔 참가자가 거의 100명정도 되었는데 파티가 거의 네시간정도 계속되었다. 아니...내가 네시간만에 일이 있어 집에 가야 했기에 모르는데  이후 몇시간이나 계속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양머리 파티는 Smalahovefest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양머리를 먹는 파티가 특별한 파티가 되었는가 하면  양머리 요리를 먹는데는 정해진 순서가 있기 때문이다. 양머리만을 먹는 것은 아니고 양머리과 함께 으깬 콜라비, 삶은감자, 소세지 같은 것이 반찬으로 나온다. 파티는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주로 여러가지 노래를 부르는데  노래 가사들이 양머리를 어떻게 먹는지를 설명해주고  이후에는 양머리를 함께 먹은 전우애를 찬양하는 그런 내용들이 있다. ㅋㅋㅋ 내가 갔던 파티에는 A4용지 다섯장정도 빼곡히 메운 노래가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양머리는 순서를 따라 먹지 않으면 맛이 없고 생김새가 매우 그로테스크하여 입맛이 떨어질수도 있기 때문에 파티를 열어 노래를 부르며 먹는 방법을 배우고  같이 먹는 것이라고 한다. 실재로 파티에 참석한 학생들 중에는 다른지방에서 와서 그런지 양머리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도  많더라.


  

어떤 사람 말에 의하면 순서대로 먹으면 엄청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렇게 엄청 맛있는 그런 음식은 아니고 그렇다고  그렇게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맛이 있기는 있으나 진짜 엄청 맛이 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신기함과 분위기와 즐거움이 가미된 맛이라고 하는게 맞다. 아마도 어릴적부터 이걸 먹으며 자라왔다면 스말라후베를 먹는다는 것이 연말의 들뜬 분위기를 연상하게 하기 때문에 이게 엄청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매우 즐거운 파티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계획이다. 올해는 미국에 오느라 가지 못했는데 그런 나를 위해 동료들이 사진을 보내주었다.

 


내가 참석했을 때에는 안타깝게도 파파가 출장중이어서 함께 가지 못했는데 나는 매우 운좋게도 수년전 지구물리학과 학회장을 지냈다는 남자들  옆에 앉게 되어 스말라후베 개인교습을 받을  있었다.

 

스말라후베는 먼저 눈알을 먹고, 그다음 코와 귀를 먹고, 얼굴 껍질을 먹고, 뺨쪽 안에 있는 살을 먹고나면 남는 것은 . 마지막으로 혀를 먹는다. 그리고 중간중간 노르웨이산 독주인 아쿠아빗을 홀짝홀짝 들이켜주면 된다.  옆에 앉은 남자가 나한테  가르쳐주겠다며 자기를 따라하라더니 가장 먼저 포크를 눈에  찌르더니 눈알을 ~ 하고 뽑아내 (정말 만화같이 그런 소리가 나더라 ㅎㅎㅎ) 그걸 잘라 먹는게 아닌가 ㅋㅋㅋ 나는  남자가 나를 놀리려고 이러는건지 진짜 이게 먹는게 맞는건지 그가 눈알을  먹을때까지 지켜본  나도 눈알을 먹기 시작했다. 말로만 하니 완전 무슨 인디아나존스 영화의 한장면 같지만 실재로는 그렇게 이상하지 않다. ㅎㅎㅎ



다 먹고나면 이런 모습이 된다.


사실 이중 한명은  부위를 먹을 때마다 이게 가장 맛있는 부위라고 하는 바람에 대체 어디가 가장 맛있는 부위인지 객관적으로 알수가 없었으나 (아마도 양머리를 먹으며 계속 들이키는 아쿠아빗에 취해 나중엔  먹어도 가장 맛있는 부위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양머리 파티를 마치고 나면 남는 부위는 눈안에 있는 검은 눈동자부분과 뼈와 이빨밖에 없다. 내가 뇌도 먹는거냐고  흥분해서 물어봤더니 뇌는 원래 안먹는 부위라서 말리기 전에 버린다고 한다. ~ 아무리 그래도 뇌를 먹고 좀비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ㅋㅋㅋ

 

나는 용감한 한국사람 답게 모든 부위를  먹어치워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았다. 해삼, 먹게, 개불, 산낙지도 먹는 부산여자가 못먹는게 어디 있으랴 ㅎㅎㅎ 양머리따위...야심차게 먹어주었다. ㅋㅋㅋ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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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르웨이의 특별한 음식이네요, 양머리를 먹는 것은 처음봐요.
    마지막 사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_@
    맛이 어떤 고기랑 비슷하나요? 족발 같나요?

  2. ㅎㅎ
    고기 맛은 훈제된 어린 소고기같아요. 누린내는 거의 안나고요. 족발이랑은 조금 질감이 달라요. 쫄깃하기보단 오래 삶아 나오는거라 부드럽고요. ^_^

지난 목요일은 베르겐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250주년을 맞아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우  공연이 있었다. (우리는 베르겐 오케스트라의 연회원이라 매 공연을 간다.) 굉장히 중요한 공연이라는 것은 알고는 있었는데 동료분 한분이 날더러 그날  차려입고 가야하는건알고있냐고 그러시는것이다. 그래서 몰랐다고 그랬더니 그날 왕도 오시는데  갖춰입고 가지 않으면 문전박대를 당할수도 있으니  차려입고 가라는것이다. 그래서 내가 ? 왕이 오신다구요?’ 그랬더니 몰랐냐며 호들갑을 떠시더라. ㅎㅎㅎ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노르웨이 왕을 언젠가는  한번 보겠다는 파파와나의 소원이 굉장히 빨리 이루어졌다.


베르겐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홈페이지에 보니 과연 복장준수 사항이 적혀 있더라. 어두운색의 옷이나, 스모킹 (턱시도와 비슷하며 나비넥타이를 ), 노르웨이전통 복장인 뷰나를 입으라고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그래서 나는 사실 이날 이번 동생 결혼식때 맞춘 한복을 입고 싶었다. 그런데 비가 와서 못입었다. ㅠㅡㅠ언제 한번 입어보나  한복.


 차려입고 부랴부랴 갔더니 입구엔 레드카펫도 깔려 있고...높으신 분들이 입장하실 때엔 빵빠레를 울리더라. 늦지는 않았는데 파파가 왕이 나타나시면 셀피를 찍어야한다며 꾸물거리는 와중 경비아저씨가 오더니 지금 문이 닫히는데 공연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못들어간다고 해서  부랴부랴 들어갔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정말로 다들 엄청 잘들 차려입고 왔더라. 그리고 왠일인지 다들 입장을  있더라. 그러고도 한참 기다려서야 왕이 입장을 하셨는데 (사실은 사진과 너무 다르게 생기셔서 못알아봤다 ㅡ,.ㅡ)  특별나지 않게 모든것이 수수한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공연장 같았으면 VVIP 자리에 앉으셨을 왕인데 그런것이 없는 노르웨이다보니 왕도 그냥 일반인들 앉는 자리에 같이 앉으시고...다른사람들보다 조금 높은 의자에 앉으시긴 했지만 그래도 일반 객석이었다. 게다가입장할 때에  흔한 가방검사 소지품 검사조차 하지 않다니. 예우를 갖추기는 했으나  특별하지 않은의례가  인상적이었다.


베르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홈페이지 (이런 중요한 날에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브 안스네스가 빠질리 없다)


베그겐스티든데 신문 (빨간 의자에 앉아계시는 분이 하랄 왕)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왕이 참석하는 행사에서는  누구도 왕보다 늦게 입장을 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왕이 앉으시기 전에 자리에 앉아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날이 특별한 행사인줄 몰랐던동료 한명은 원래 시간대로 7시반에 왔다가 인터미션까지 아예 입장을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동료의말에 의하면 이날 공연을 보러  사람들은 다들 공지를 받았는데 거기에 645분까지 입장을 해야한다고써있었다고 한다. 노르웨이어로  공문을  읽어보지 않는 우리는 당연히 몰랐다.


나는 노르웨이 사람들도 왕을 본다는 것이 설레는 일인가 궁금했는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노르웨이에서는 왕족이 평민과 매우 가깝기는 하지만 왕을 멀리서나마 본다는 것은 매우 설레는 일이라고 한다. 공연장에서 옆자리에 앉으신 아주머니께 물어봤더니 당연히 그렇다고 하시며 갑자기 꼬마같이 히히히 웃으시더니 사실 왕이랑 나랑 우리 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수년전 내가 공연을 보러갔는데 그때도 왕이 오셨었어요. 그래서 왕과 나 우리는 이번이 두번째에요. ㅎㅎㅎ 이러시더라.


당연히 왕과 함께 셀피를 찍겠다는 파파의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노르웨이에 온지 일년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왕을 보게되다니 굉장하다! 동료들에게 물어봤더니 노르웨이에서는  정치를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일하는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쌓은 사람이라면 왕과 만날  있는 기회가 많다고 한다.  동료 한명은 자기 아버지가 한때 노르웨이 암센터의 센터장을 몇년 하셨는데 그때 어떤 행사에 아빠를 따라갔다가 왕비와 악수를 했다고 하더라 ㅎㅎㅎ

 


비록 왕을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이날 밤은 왕과, 멋진 공연과, 무료로 제공된 샴페인과 와인과, 마지막의 불꽃놀이를 하이라이트로 마감이 되었다. 사실 우리에게 이날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12년간 베르겐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지휘자 앤드류 리튼에게 인사를 한 것이었다. ㅎㅎㅎ (우리가 콜로라도에 있을 때부터 자주 봤었다고 했더니 300일의 햇살을 버리고 왜 여기로 왔냐고 그러더라 ㅎㅎㅎ) 오케스트라의 250주년 기념을 이렇게 성대하게 하다니...이곳 사람들이 얼마나  오케스트라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가 정말 감동적이다.  오케스트라가 300주년을 맞을 때에도 여기 내가 있었으면...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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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이른 오후에 등산을 하고 돌아왔는데 같은 동네에 사는 동료 한분이 급하게 전화를 하시더니 뜬금없이  한마리 사실래요?’ 이러시는거다. 이분이 원래 이렇게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라 대체 이게 뭔가 싶었는데...그분이 진행시는 프로젝트 중에 베르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