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달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병가라는 것을 써봤다. 우리 회사는 근무 시간이 매우 자유로운데다가 조직적으로 매우 수평적인 곳이어서 내 위로 몇명 없기에 여태껏 몸이 안좋으면 딱히 어디다 보고 할 일 없이 그냥 회사에 안가고 집에서 일을 하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로 병이 크게 난지라 병가를 한번 내보기로 했다. 상태가 안좋은 상황에서 회사에 가서 우리 부서 HR메니저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다른 회사들 중에는 3일 이상 쉬고 나면 공식적으로 병가를 내야하는 곳도 있는데 우리 회사같은 경우에는 이 기간이 8일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의사의 소견서 없이도 아프면 그냥 집에서 8일까지 쉬어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더 쉬어야하는 경우에는 병원에 가서 의사의 소견서를 받아오면 공식적으로 병가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일단은 진짜로 아파서 간거라 의사가 별 말 없이 일주일 병가 신청을 해줬다. 일주일을 쉬어보고 그래도 계속 안좋으면 자기한테 메시지를 보내던지 다시 병원에 오라고 하더라. 그런데 특이한점이 있다면 이것을 온라인으로 다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의사가 직접 노르웨이 노동복지청 홈페이지에 등록을 하고 그러면 이메일로 나에게 메시지가 오는데 내가 직접 온라인에 접속해서 이것저것 질문에 답을 한 뒤 회사에서 담당자의 이름을 남기면 자동으로 그 사람에게 전달이 되어 결제를 받으면 끝이다. 소견서 없이 8, 병가 일주일 이렇게 이주 조금 넘게 쉬고나니 너무나 무료해서 다시 회사에 나가게 되었다. 그 이후에도 좀 안좋다 싶으면 하루정도 그냥 집에서 쉬곤하지만 3주동안 병이나 집에서 쉬는건 나같은 사람은 정말 못할짓이었다 ㅎㅎㅎ


이번 기회에 노르웨이 노동복지청 홈페이지에서 병가에 대해 읽어봤는데 노르웨이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의 경우 52주까지 병가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처음 16일은 회사에서 금전적으로 병가를 지원해주게 되어있고 그 이후의 기간은 노동복지청에서 지원을 해줘 병가를 낸 동안에도 월급을 100%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파파의 말에 의하면 노르웨이만 이런것이 아니고 독일과 같은 나라 역시 회사에서 병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도록 되어있는데 그 이유는 직원들이 번아웃증후군에 걸리는 것보다 단기간 병가를 내고 완쾌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회사 입장에서 값싸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직원들이 양심적으로 이런것을 이용할 때 가능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한국사람이라면 아마도 ‘죽을만큼 아프더라도 학교/회사에 가서 죽어라’이런 말을 살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고등학교때 선생들께 정말 자주 듣던 말이다. 아프면 아플 수 있고 쉴 수 있는 것도 내 권리인데 이런것을 사회적으로 보장해주는 것도 ‘인권존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세한 것이 궁금하신분은 여기로

https://www.nav.no/en/Home/Benefits+and+services/Relatert+informasjon/sickness-benefits-for-employees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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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에 살다 노르웨이에 이사를 온지라 노르웨이에 온 첫해에 미국에서 쓰던 운전면허증을 노르웨이 운전면허증으로 바꿔야했다. 한국의 운전면허증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의 운전면허증도 도로주행 시험을 합격하면 노르웨이 운전면허증으로 바꿀 수 있다. 단 이 시험은 70분간 일대일로 감독관이 조수석에 탄채로 진행되며 한방에 합격하지 못하면 필기시험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다행히 한번에 합격을 하기는 했지만 떨어지지 않기 위해 연수도 여러번 받고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모르겠다. 별것 아닌거로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내 주위에는 이 시험을 만만히 봤다가 떨어진 사람도 있었다!


하여간 노르웨이에서는 운전이라는 것을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가르치고 운전면허 시험을 매우 까다롭게 만들어 운전이 미숙하거나 법규를 잘 모르는 사람은 합격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작년 노르웨이 전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단 13명이라고 한다. 땅덩어리가 넓고 사람이 적으며 도로가 뻥뻥 뚤려있으니 당연한게 아니냐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지만 노르웨이에서 한번이라도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것이다. 땅이 아무리 넓은들 내가 달려야하는 도로는 항상 꼬불꼬불한 산길에 차가 한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그런 길에 맞은편에는 엄청 큰 트럭이 언제 달려올지 모르는 그런 곳이라는 것을. 게다가 사시사철 눈과비로 도로사정은 좋지 않고 산사태가 나 길을 달려야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한해에 13명이라는 결과는 정말 너무나 신선했다. 이 이야기를 시아버님께 했더니 당신께서 사시는 독일의 작은 마을 옆 고속도로에서 한해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만도 13명이 넘는다며 놀라시더라.


지인께 물어보니 노르웨이는 원래 이렇게 교통사고가 적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언젠가 법규를 크게 강화한뒤부터 교통사고 사망자가 현저히 줄었다고 하더라. 그중 한가지 매우 강력한 법규는 바로 무관용 알콜허용법 (zero tolerance alcohol and driving)일 것이다.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노르웨이는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것이 전혀 허용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혈중알콜농도 허용기준이 0.01%라고는 하나 이는 우리나라의 0.05%보다 훨씬 낮은 기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이라고 한다. 기준이 정해져있기는 하나 안걸리면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아니고 (미국에서는 거의 그런 분위기)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을 엄청나게 큰 범죄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 아예 무허용이라고들 하는 것 같다.


그 다음으로 큰 이유는 바로 운전 제한속도가 매우 낮게 설정되어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의 고속도로는 제한 속도가 80-90킬로미터이다. 마을에서는 50킬로미터이고 학교근처는 30인것으로 알고 있다. 북부 핀마르크에 가면 100인곳도 있지만 그런곳은 가도가도 차를 만나지 않는 그런 한적한 고속도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르웨이에서는 속도위반 역시 매우 큰 범죄로 여겨 특히나 학교근처에서 속도위반으로 걸리면 면허취소에 벌금에 감옥행인 경우도 있다고. 생각해보면 제한속도 30인곳에서 50으로 달리는 일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그런데 이러다가 걸리면 단박에 면허취소가 된다.


법규를 강화한 결과 사망사고가 줄었다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인것 같다. 어디든 빨리빨리 가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게 목숨과 바꾸면서까지 해야할 일인가라고 묻는다면 정말 아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교통법규가 궁금한 분은 여기로 https://www.vegvesen.no/en/home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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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한 잡지에서 노르웨이 의사들중 90%는 아플때 아스피린 한 알 먹고 잠 잘자고 밥 잘먹으면 거의 모든 병이 낫는다는 생각을 한다는 기사를 읽은적이 있다. 거기에 더불어 많은 의사들이 실제로 아프다는 많은 사람에게 밖에 나가서 맑은 공기를 쐬며 하이킹이나 하라고 말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진짜로 의사에게 이런 말을 들은적이 있으며 맞는 말이라고들 하더라.


최근 매우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내 주치의는 휴가를 가고 없어 클리닉에 있는 다른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되었다. 예전에도 그에게 진료를 받은적이 있었는데 눈떨림이 너무 심하다고 불평하는 나에게 견과류를 많이 먹으라고 했던 사람이다. 그땐 그게 참 신선했었는데 이번에는 진짜로 너무 아파서 간지라 약간 상황이 달랐다. 바이러스성 전신 근육통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병명이야 어찌되었던 이렇게 죽을만큼 아픈적은 정말 예전에 엄청난 대수술을 받았을 때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진통제를 먹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정도이긴 했는데 아침에 약기운이 떨어진 채 일어나면 정말 이러다가 죽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런 이야기를 의사에게 하며 사실 병원을 찾은 이유는 회사에 병가도 내야할 것 같고 무엇보다도 당장 사흘 뒤에 출장이 잡혀있는데 어찌해야하나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의사는 내말을 유심히 듣더니 날더러 자기가 볼때엔 이틀뒤면 다 나을 것 같고 출장도 가고싶으면 가라는 것이었다. 띠용~ @_@


그 말을 듣고나니 좀 화가 났다. 아니...대체 죽을 것 같이 아프다는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들었나. 말은 그렇게 해도 병가도 써주고 약도 몇가지 잘 처방을 해주더라. (독일에서는 아플땐 아파야한다며 약도 잘 안준다는 말을 들은적도 있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아프다는 사람에게 저리도 별일 아니라는 말을 하는 의사라니...순간 ‘돌팔이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땐 너무 아파서 성질이 확 났는데 나중에 정신이 들고 생각해보니 그 사람은 말로만 듣던 전형적인 노르웨이 의사였던 거구나 싶더라.


그래도 의사는 아프다면 좀 동정을 좀 해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예전에 미국에서 다니던 마지막 직장에서는 Kaiser Permenente라는 꽤 괜찮은 전국적인 의료 조합에 가입을 해줬다. 내 주치의였던 사람은 젊은 샌프란시스코 출신 중국 이민자 3세 여자 의사였는데 굉장히 수다스럽고 친근한 아줌마여서 의사라기보다는 헤어드레서와 더 비슷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ㅎㅎㅎ 그런데 항상 아파서 의사를 찾아가면 주치의를 비롯하여 거의 모든 의료진이 마치 꼬마에게 말하듯 ‘Ah...you poor thing!’이러면서 호들갑을 떨었던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하도 다들 그래서 ‘아...이사람들 교육 받은거구나’ 이런 느낌이 들긴 했는데 그래도 얼마나 좋은가...아픈 사람에게 ‘이정도 가지고 뭘 그렇게 엄살이에요? 밖에 나가보세요. 댁보다 아픈 사람 널렸어요!’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 ‘아유...많이 아프시겠어요.’ 이렇게 빈말이라도 해주는 것이 말이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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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아픈데 진통제 처방은 안 받겠다고 말을 합니다.
    아픈 원인을 찾아야지 아플때 진통제 먹어서 그증상을 덮어버리고, 약효가 지나면 또 진통이 찾아오는 반복이 되는것이 해결법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말이죠. 그래서 병가를 몇번 받은적이 있습니다.^^

    가정의가 제 증상에 조금 더 성의를 보이고, 뭔가 그 원인 혹은 해결법을 찾아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감사하죠.^^

민심이 점점 흉흉해져가는 요즘 세상에 인종차별은 큰 화두가 아닌가 싶다. 점점 자국민 이기주의로 세계 정세가 기울어가고 있으니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큰 문제일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10년을 살다 노르웨이에 왔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 뉴멕시코, 콜로라도 세 주에 살아봤다. 그런데 10년 생활동안 딱히 대놓고 인종 차별을 당해본적은 뉴멕시코주에 살때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나는 거의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줄 알 정도로 영어를 잘한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박사과정을 하고 그 뒤에는 회사를 다닐 정도의 삶을 살았으니 중산층 정도의 생활을 했고 같이 어울리던 사람들도 교육 수준이 높은 중산층 사람들이었기에 직접적인 인종차별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뉴멕시코 주에 살때에는 매우 특이한 인종 차별을 받았는데 바로 멕시코 이주민들에 의한 차별이었다. 뉴멕시코에서는 국경지역 라스크루세스라는 도시에서 일년정도를 살았는데 그곳 인구의 대부분은 멕시코계 이주민이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백인들에게는 매우 친절하나 동양인 여성에게는 매우 불친절했는데 같은 유색인종인 젊은 동양인 여자가 자기들보다 교육 수준도 높고 연봉도 높은데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적 어떤분께서 미국에는 두가지 피부색만이 존재한다는 말씀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그 두가지는 바로 백인과 유색인이란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동양인은 흑인보다는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각한 것 자체가 나 역시 인종주의자였다는 것이다. 요즘 미국 뉴스를 듣다 보면 미국 상황이 참 좋지 않아 보이더라. 물론 직접적인 차별은 여전히 흑인, 라틴계, 아랍계 사람들을 향해 있지만 모든 유색인들 혹은 피부색을 떠나 모든 이민자들에게 차별이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하도 노르웨이 이민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노르웨이에는 인종차별이 얼마나 있나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는 노르웨이에 온지 4년정도가 되었지만 직접적으로 인종 차별을 겪은 적은 없다. 나는 노르웨이어를 못하기에 이런면에서 불친절함을 겪은 적은 있다. 또 뉴멕시코에서 겪었던 것처럼 유색인종 이민자가 되려 불친절함을 보이는 경우도 겪은적이 있다. 하지만 크게 인종 차별을 겪지 않은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나는 고학력의 중산층 사람이고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사람들이라 그렇다고 생각한다. 또한 노르웨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한다고 믿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한다고들 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차별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믿을 뿐 차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단지 사회 전반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훌륭하다고 본다.


예전에는 노르웨이에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일하는 분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료분중 본인과 배우자분은 토종 노르웨이인이나 세명의 자녀를 해외에서 입양해서 키우시는 분이 있다. 함께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께서 이런말씀을 하셨다. ‘당신은 그래도 동양인이라 아마 노르웨이에 인종 차별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할거에요. 아마 직접적으로 당한적이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노르웨이는 요즘 심각한 현상을 겪고 있어요.’


주위에 자녀를 입양해 키우시는 분들이 적지 않게 있는데 대부분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자녀를 데려오는 반면 이분은 세 자녀를 모두 콜롬비아에서 입양해왔다고 한다. 지금은 세명 모두 청년이 되어 14-18사이라고 하시더라. 아들 둘에 딸이 하나이신데 이분은 항상 막내 아들 이야기만 하신다. 세명의 자녀중 막내 아들은 피부 색이 유난히 검어서 어떻게 보면 아랍인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아이는 아주 어렸을 적 부터 가게에 들어가면 가게 주인이 아이 뒤를 따라다니며 감시를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피부가 검기 때문에 그런 의심을 계속해서 받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더더욱 말도 안되는 경우를 겪었는데 작년 9월 베르겐에서 열린 세계 사이클링 대회 도중 혼자 길을 배회하는 이 친구를 경찰이 아무 이유 없이 불러 세워 신분증 조사를 하겠다며 겁을 줬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이 일이 매우 커져서 신문사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신문 기사에도 나오는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하시더라.


정말 내 동료분 말씀대로 노르웨이는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인것 같다. 베르겐만해도 이게 조금 덜한데 오슬로에 사는 친구 말에 의하면 오슬로는 동네에 따라 어떤 동네는 유색인종만이 살고 있으며 부모들이 유색인종이 많은 학교에 아이를 다니지 못하게 하려고 이사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어떤 학교에 가면 90% 이상이 난민 출신의 유색인종인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믿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노르웨이인들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인상을 찌푸리며 이래서는 안된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현상이다.


앞서 말한대로 동양인은 노르웨이에서 차별을 크게 받지 않는다. 노르웨이어를 잘 할 경우 아마 거의 차별을 안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르웨이에는 어린시절 동양에서 입양되어 온 사람들도 꽤 많아 아마 더더욱 그런것 같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참 웃긴것 같다. 내가 가본 얼마 안되는 나라 중 인종차별이 매우 심한 나라 중 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가본 나라 중 진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는 아마도 호주가 아니었나 싶다. 아주 공공연하게 원주민을 억압하는 호주 백인들... ㅎㄷㄷ) 아마도 ‘거기 가면 인종 차별 심한가요’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는 난민들이 살지 않는 백인 동네에 살겠다고 할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인종차별이라는 것 자체가 이런 이기적인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인종차별을 당할것은 걱정하면서 정작 훗날에는 자기 자신이 이민자를 차별하는 현상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흔한 현상이다. 그러니 우리는 ‘거기는 인종 차별이 심한가요’ 이런 질문을 해대기 전에 다시 한번 내 자신을 되돌아 봐야할 것 같다. 나는 과연 인종주의자가 아닌가.


여담으로 동료분의 아들은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언젠가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얼마 전 기회가 되어 만나게 되었다. 성악에 재능이 뛰어나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뛰어난 청소년 성악가로 선발되어 특수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차별속에서 억압받으며 자란것은 아닐까 하는 내 선입견과는 전혀 달리 영국식 억양으로 영어를 하며 (어떻게 노르웨이에서 나고 자란 친구가 영국 억양으로 영어를 하냐고 했더니 외국어에 타고난 소질이 있다고 한다 ㅎㅎㅎ) 유머러스한 무대 매너를 선보이며 ‘영원한 사랑’에 대한 오페라속 노래를 부르는 그는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청년이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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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기 전에는 수직적인 인간관계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우리말은 존댓말이 있어서 배우기가 어렵다던가 서양에서는 아이들이 부모를 이름으로 부른다라던가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던가. 항상 책이나 미디어에는 이런것들을 강조하지 않나. 그런데 항상 그렇듯 이런 선입견이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영어에서는 존댓말이 많이 사라졌지만 독일어에는 존댓말이 엄연히 존재한다. 다만 이것이 나이와 상관 없이 인간관계에서 거리감을 나타낼 때 쓰일 뿐. 예를 들면 독일어에서 ‘너’를 지칭하는 단어는 Sie(존칭)Du인데 주어가 어떤것이 되느냐에 따라 동사의 모양새도 다르게 됨으로 정말 확실하게 존칭이 맞다. 독일에서 몇년 살았던 친구가 하는 말이 자신이 독일어를 잘 못할때 길을 물어보거나 할 때 사람들에게 Du라고 지칭을 하다가 지적을 여러번 받았다는 것이다. 너랑 나랑은 친한사이도 아닌데 왜 자기를 Du라고 부르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ㅎㅎㅎ 하지만 우리가 들었던 대로 친한사이가 되는 즉시 호칭을 바꿔도 된다고 하더라. 마치 우리나라에서 ‘우리 사귄지 오늘 1일’ 이런거랑 비슷하다. 하여간 처음으로 파파의 부모님을 만났을 때 나는 대체 호칭을 어떻게 해야하나가 궁금했는데 당연히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시부모님을 이름으로 부르는 막되먹은 며느리 ㅎㅎㅎ 그래도 나는 한국사람인지라 그냥 이름을 부르는 것은 너무나 어색해서 mutti(엄마)paps(아빠)로 부르고 있다.


파파가 하는 말이 독일에서는 의사, 박사, 대학교수는 매우 대접받는 사람들인지라 박사를 받으면 심지어는 공식적으로 자기 이름에다가 Dr.라는 호칭을 붙일수도 있다고 하더라. 물론 자신도 박사를 받자마자 당장 그렇게 했다며 여권을 보여주는데 여권에 Dr. ㅇㅇㅇ 이라고 적혀 있다. 심지어는 박사의 부인 역시 이름을 Frau Dr. ㅇㅇㅇ로 부를 수 있다더라. 그래서 이렇게 되면 뭐가 좋냐고 했더니 누군가가 (경찰이나 관공서 직원 등등) 자신에게 무례하게 대할 경우 ‘나를 full name으로 불러주시오’라고 하면 그렇게 해야하는데 그러면 무례하게 자신에게 막대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을 닥터 ㅇㅇㅇ라고 불러야 한다고. ㅎㅎ


언뜻 봐서는 독일과 비슷할것 같지만 노르웨이는 독일과는 다르게 사회구조나 인간관계가 매우 수평적이다. 노르웨이어에서는 존댓말을 (그 흔적이 남아있기는 하나) 거의 쓰지 않는다. 노르웨이 문화를 소개하는 책자에 보면 노르웨이에서는 심지어는 왕에게도 인사할 때 그냥 ‘하이’라고 한다고 나와있다. 그냥 우스겟소리로 하는 말인지라 노르웨이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할 수도 있긴 있겠지만 진짜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고 ㅎㅎㅎ


Mondå Forlag: Bridging cultures | Norway | By Julien S. Bourrelle


한번은 회사에서 리더쉽 워크샵이 열려 참가를 했는데 점심시간에 진행자분 옆에 앉게 되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분은 가끔씩 이렇게 리더쉽 워크샵에서 강의를 하지만 그것은 그냥 취미로 하는 것이고 원래는 수학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은퇴를 하고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그럼 학생들이 당신을 닥터 ㅇㅇㅇ라고 부르나요?’라고 물어봤더니 그분이 놀라며 하시는 말씀이 노르웨이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이름으로 부른다는게 아닌가!?! 그래서 아무리 박사건 뭐건 그냥 이름으로 부른다고 하시더라. 놀랍다...왕에게 하이라고 인사를 하는 것은 그냥 농담이라고 해도 학교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을 그냥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은 직접적인 것이라 더 놀랍더라. 그런데 이와 비슷한 경험을 직접 하게 된 곳이 병원이었다. 의사들이 자기 자신을 소개할 때 닥터 ㅇㅇㅇ이라고 하지 않고 이름으로 한다는 거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당신을 진료하게 될 Lars에요.’ 이런식인거다. 처음에는 이 의사가 너무 젊은 사람이라 그런가 싶었는데 그냥 항상 이렇더라.


언어와 사고는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이라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사고도 바뀌지 않나. 그러니 언어가 이렇게 수평적이라는 것은 사고방식도 그렇게 바뀌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르웨이에서는 언어나 호칭만 그런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것이 수평적이어서 인간관계뿐 아니라 직급이나 월급등등도 거의 수평적이다. 그래서 노르웨이에서는 ‘내가 누군지 알아?’이런 갑질이 통하지 않을것 같다. 왕에게도 수상에게도 ‘하이’라고 인사하고 수상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고 왕도 기차를 타고 스키를 타러가는 마당에 갑질이라는 것이 통할리가 있겠나. 당신이 누구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이던 어느 재벌의 딸이던 그게 무슨 상관인가 결국엔 다 같은 인간인데 말이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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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독일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름을 불러주면 들어가 진료를 받을 수 있거든요. 그때 "Doktor (이름)"을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박사라는 타이틀은 대학에서만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도 그렇게 부르는 것을 보고요.

몇년 전 우리가 노르웨이에 온 첫 해, 동료분의 추천으로 농장에서 양고기를 직구하게 된 이후 해마다 같은 농장에서 양고기를 직구하고 있다. 농장이라고 하지만 상업적으로 하는 농장이 아니고 노르웨이식 취미농장이라 일년에 딱 한번 직판을 하고 살때는 한마리를 다 사야한다. 한마리라고 해봐야 이곳의 양고기는 노르웨이 서부 특산 야생양이어서 크기가 매우 작아 10킬로그램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직구라고 해도 엄청나게 싼것은 아니어서 슈퍼에서 파는 가격과 비슷하지만 이 농장의 양은 일년 내내 자연보존지역에서 자란 방사 야생양으로 슈퍼에서 파는 양고기와는 맛이 다르고 너무나 확실하게 유기농 고기여서 재미삼아 구매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지역의 농부들을 지지하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ㅎㅎ


이렇게 우리는 아는 사람을 통해 하는 직구에 재미를 붙였는데 하루는 회식을 하고 집에 늦게 왔더니 부엌이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이게 대체 뭐냐고 했더니 파파가 자신의 동료분이 자신의 처남이 사냥을 갔다가 사슴을 몇마리 잡아서 자신이 한마리를 샀는데 그중 반마리를 파파에게 팔았다는 것이다 ㅋㅋㅋ 양고기 10킬로그램을 직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슴을 20킬로나 샀다고 한다. 그런데 동료분이 친절하게도 집까지 가져다주신 것은 물론 부위별로 해체해서 보관하는 방법까지 시범을 보이고 가셨다고 한다.



이렇게 졸지에 다량의 고기가 냉동고에 쌓이는 바람에 우리는 사슴고기를 이용한 여러가지 레시피를 연구하게 되었다. 야생고기는 누린내가 많이 날 것 같지만 싱싱한 고기는 기름을 떼어내면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고 특유의 풍미가 매우 좋다. 스테이크도 몇번 해보고, 스튜를 만드는 부위로는 굴라쉬를 몇번 만들었고, 남은 잡부위로는 소세지를 만들어봤다. 예전에 친구집에서 사슴고기로 소세지를 한번 만들어본 적이 있어서 우리도 집에서 한번 해보고 싶어 고기 가는 기계를 사서 한번 해봤다. 파파가 욕심을 내느라 힘줄을 너무 많아 섞는 바람에 약간 질긴 부위가 있기도 했지만 이렇게 소세지를 만들어보니 너무 쉽고 맛있어서 앞으로는 아마도 슈퍼에서 소세지를 사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동료분들께 했더니 한분께서 나더러 킹크랩을 좋아하냐며 하시는 말씀이 자신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노르웨이 북부에서 킹크랩을 잡으시는데 일년에 한번씩 베르겐에 킹크랩을 보내주신다는게 아닌가. 한번 살때 10킬로그램 이상을 주문해야하는데 슈퍼에서 파는 것보다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파신다며 내가 관심이 있으면 자신이 내년에 주문할 때 내것도 주문을 해주신단다 ㅎㅎㅎ 그래서 내년에는 양고기, 사슴고기에 더불어 킹크랩까지 직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 많은 것이 이루어지는 진정한 노르웨이 스타일의 삶이다. 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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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에는 재능이 없지만 나름 공작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다. 미국에 살적에는 도예를 배워서 10년간 도자기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노르웨이에 온 뒤로는 도예실을 찾지 못해 도자기는 포기했다. 노르웨이에 온 뒤 나의 창작혼을 불태우고 있는 취미생활은 바로 뜨게질이다. 노르웨이 여자 치고 손수 뜬 양말이나 모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무릇 진정한 노르웨이인이라면 매 겨울 오두막에서 길고 긴 밤을 뜨게질로 보내는 것이라고.


양말을 직접 만들었다는 친구를 따라 나도 뜨게질에 입문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만들어본 양말은 정말 볼품없는 모양이었는데 이것도 조금만 요령을 알면 나름 잘 되더라. 내가 만든 물건을 직접 쓸 수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것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이나라에는 너도나도 다들 뜨게질 전문가인지라 하다가 잘 안되면 회사에 들고가서 물어보고 직접 과외를 받을 수 있어서 정말 실력이 빠르게 느는 것 같다.


뜨게질에 입문하고 가장 처음으로 만든 양말. 매우 허접하다 ㅋㅋㅋ


얼마 전 만든 목도리. 일년만에 실력이 엄청나게 향상되었다 ㅎㅎ


내가 이렇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니 주위 사람들도 너도나도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것이 재미있다. 얼마 전에는 별로 친하지 않은 회사 동료분께 질문을 한것을 계기로 하여 그분의 뜨게질 클럽에 들어가는 영광을 얻었다. ㅎㅎ 그 뜨게질 클럽이라는 것이 별것 아닌 회사 동료들 몇명이 모여 뜨게질을 하며 수다를 떠는 클럽인데 사실 뜨게질은 별로 안하고 같이 저녁먹고 와인마시며 수다를 떠는 것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지만 이 좁은 인간관계 안에서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과!) 그래도 나름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좋았나 모르겠다. ㅋㅋㅋ


얼마 전에는 농장에 갔다가 그곳에서 키우는 양모로 만든 털실을 패턴과 함께 팔길래 스웨터를 한번 만들어보려고 한다. 올 겨울 휴가에서는 쉬는 것 이외에 스웨터가 목표다 ㅎㅎㅎ 처음 만들어보는 스웨터가 제대로 잘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ㅋㅋ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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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래 캠핑가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노르웨이에 온 뒤로는 일이 너무 바쁘기도 했고 항상 날씨가 안좋다보니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캠핑을 많이 가지 못했다. 크게 마음을 먹고 준비를 다 해놔도 폭우가 쏟아지면 어찌나 가기가 싫어지던지 ㅎㅎㅎ


캠핑을 좋아하는 것은 우리 시부모님도 마찬가지여서 나의 시부모님은 은퇴를 하심과 동시에 구입하신 커다란 멀티밴을 캠핑카로 개조하셔 정말 자주 캠핑을 가신다.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캠핑카로 노르웨이에 오셨는데 5-6주정도 캠핑카로 노르웨이 여기저기를 다니시고 시간 없으시다며 우리집엔 사나흘밖에 안머무르신다 ㅎㅎㅎ


이번 여름에 오셨을 때에는 손재주 좋으신 아버님이 파파와 함께 뚝딱뚝딱 뭔가를 만드셨는데 바로 차 안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카캠핑용 구조물을 만들어주신 것. 우리는 베르겐 시내에 살기에 차가 필요 없어서 차를 사지 않고 카쉐어를 한다. 카쉐어는 차 크기에 따라 값이 다른데 저렴한 소형 스테이션 웨건의 뒷좌석을 접은 뒤 거기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차가 우리차가 아니기에 접었다가 폈다 하며 필요하면 사용할수도 있고 아니면 창고에 보관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8월 말의 어느 주말에 당장 시험해보기로 했다. 베르겐에서 가깝지만 항상 말만 하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Hardanger vidda에 가게 되었다. Hardanger vidda는 베르겐에서는 차로 두시간 반정도가 걸리는데 아름다운 Hardanger 피요르드를 지나 조금 더 고산지대로 올라가면 나오는 고원이다. 이곳은 아직도 빙하가 있어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금요일 오후, 일을 조금 일찍 마치고 집에 와서 필요한 것들을 아무렇게나 구겨넣고 출발을 했다. 필요한 먹을거리는 가다가 슈퍼마켓에 들러 잔뜩 샀다. 보통 우리집에서 여행 계획은 내가 다 세우는데 이번엔 파파가 매우 꼼꼼하게 준비를 했다. 카캠핑을 하려면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울수가 있어야 하는데 (고속도로 바로 옆에 차를 세우고 캠핑을 한적도 한번 있었는데 여간 불편한것이 아니다) 그 장소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파파는 이틀 저녁을 구글맵을 들여다보며 어디에 차를 세우면 좋을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ㅎㅎ 그렇게 많은 노력덕분에 미리 지도에서 점찍어놓은 장소에 도착하니 정말 캠핑을 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작은 자갈길을 3-4킬로미터정도 따라가니 다른 차나 캠핑객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곳이 나왔다. 그 고요한 곳의 경치는 어찌나 아름답던지.




늦은 저녁이 되니 날이 꽤 어두워진데다가 추적추적 비도 와 우리는 저녁을 먹고 바로 차안으로 들어갔다. 밖은 춥고 비가오는데 파파가 차 안에 마련해놓은 잠자리는 꽤 아늑했다. 엄청 좁아서 더스티와 자리싸움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과는 달리 자리가 꽤 넉넉해서 우리가 다리를 쭉뻗고 누워도 더스티가 불편하지 않게 누울 수 있어 우리는 온가족이 작은 스테이션웨건 안에서 아늑한 밤을 보내게 되었다. 단 아직 캠핑이 아주 익숙하지 않은 더스티가 밤에 밖에서 나는 소리에 짖어대서 두번정도 깜짝 놀라 잠에서 깬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밤에는 비가 조금씩 계속 내린것 같았는데 일어나보니 정말 맑은 하늘에 밤에 어두워서 잘 안보이던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우리 셋만 캠핑을 하고 있었다니 정말 환상적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까지 싸서 하이킹에 나섰다.


사진에는 잘 안나왔지만 이곳은 고산 툰드라 지역으로 나무가 많지 않고 식생이 낮았고 멀리에는 빙하가 멋지게 보였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갔는데 지도에는 없는 샛길이 많아 길을 찾기가 조금 힘들었다. 원래는 10킬로미터정도 하이킹을 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내가 저쪽에 있는 호수까지 갔다가 가자고 하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져버리고 말았다. ㅠㅡㅠ 호수까지 간김에 그냥 호수를 둘러서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다. 지도에 없는 길이 있을줄 알았건만 길은 나올듯 나올듯 하면서도 나오지 않았고 푹신푹신한 툰드라를 등산로도 없이 걷자니 정말 너무나 힘들었다. 보통 한시간에 4킬로미터는 거뜬히 걷는 우리였건만 등산로가 없으니 한시간에 2킬로미터를 걷는것도 너무나 힘들어서 호수를 둘러가는데 세시간이 넘게 걸렸고 반대쪽에 도착하고나니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호수 반대쪽에서 우리 캠프까지 가려면 고속도로를 4킬로미터정도 걸어 가야했는데 도저히 그렇게 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갓길도 없는 고속도로를 더스티와 어떻게 걸어가나 ㅠㅡㅠ 힘들어 죽겠는데 너무 절망적이었던 찰나 차가 한대 나타났다. 베르겐으로 가는중이라 우리 차가 있는 곳과는 반대방향이었지만 우리가 정중히 부탁을 하니 태워주시겠다는 것이 아닌가. ...진짜 너무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다시 캠프에 도착한 우리는 ‘앞으로는 절대 지도에 없는 길로는 가지 말자’라는 다짐을 했다. ㅎㅎ 그렇게 고생을 한 뒤의 저녁은 당연히 파파의 캠핑누들 레시피로 만든 파스타였다 ㅋㅋ 당시엔 너무나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래도 추억이 될만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다음날은 조금 쉬운 코스로 준비했다며 캠프를 접고 매우 유명한 Vøringsfossen이라는 큰 폭포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었기에 시간도 넉넉했고 아침에 날씨도 정말 좋아서 하이킹을 하기에 정말 좋았다. 하당거지방에는 아름다운 폭포가 매우 많지만 Vøringsfossen은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폭포여서 ‘Hardanger fjord in a Nutshell’ 투어를 하면 들르는 곳이고 다른 투어들도 다들 그곳을 들르는 것 같더라. 하이킹을 하지 않고도 폭포를 구경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우리는 하이킹을 하고 폭포를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에 갔다.


하이킹 책에 나와있는 코스를 가기로 했는데 처음엔 괜찮았는데 조금 가다보니 마치 산사태가 나서 돌무더기가 쓸려내려온 것 같은 곳이 여러곳 나왔다. 너무 위험한것 아닌가 ㅠㅡㅠ 아마도 책이 발간되고 난 뒤 산사태가 여러번 난 모양이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간 흔적이 많아 우리도 그냥 갔는데 나중에 보니 안내문이 붙어있는데 우리가 간 코스보다 훨씬 쉬운 코스가 있었다. 갈때엔 두시간이 넘게 걸렸는데 쉬운길로 돌아오니 30분밖에 안걸렸다는 ㅎㅎ 날씨도 좋은데 폭포 아래에서 바라보는 폭포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르겠다. 자연경관이 너무나 거대해 정말 경의로울 따름이었고 이런 모습을 사진으로 다 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눈은 카메라 렌즈에 비해 얼마나 훌륭한가. 내 눈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장관을 다 담을 수 있는데 카메라 속의 모습은 알수없는 회색의 바위들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Eidsfjord라는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먹었다. 이렇게 좋은데 왜 여지껏 게으르게 이핑계 저핑계를 대며 집에만 있었는지. 노르웨이 속담에 이런말이 있다고 한다. ‘궂은 날씨란 없다. 옷을 잘못 입은 사람만 있을뿐.’ 정말 노르웨이의 궂은 날씨는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조금 준비를 하니 궂은 날씨에도 밖에서 자연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말이다.




오후에 집에 도착하고 보니 그 전날 비가 아주 많이 왔는지 곳곳에 나뭇잎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이웃분께 물어보니 비가 너무 많이와서 거리에 물이 발목까지 찼다고 하더라 ㅋㅋㅋ 정말로 베르겐을 조금만 벗어나도 날씨가 좋구나. ㅎㅎ 이 여행을 다녀온 뒤 한번 더 가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베르겐에서 사이클 대회를 한다며 도로를 다 막아버리는 바람에 가지 못하고 그 뒤로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바람에 내년을 기약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제 자신감이 붙은 우리는 내년엔 어딜 가볼까 즐거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조금 더 노르웨이에서 즐겁게 사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 같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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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멋진 풍경이네요. 잘 봤습니다.

노르웨이는 인구가 적다보니 ‘마을’의 개념이 아직도 강한것 같다. 오슬로야 대도시이니 별로 그렇지 않겠지만 베르겐만해도 이웃사촌의 느낌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 같다.


이웃사촌의 개념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는 전통이 바로 ‘dugnad’라는 것이다. 공동체안에서 힘을 합쳐 해야하는 일이 있을 때 이것을 ‘공동체의 의무’라는 이름하에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흔한 것이면 노르웨이어를 배우는 교과서에도 종종 등장하곤한다. 예를들면 아파트 단지 내에 쌓인 낙엽을 치워야 한다던지 할때 dugnad라는 이름으로 한 날 함께 일을 하고 이날 안온 사람은 돈을 낸다던지 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동체의 모습이 남아있는 것이 좋은것 같은데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좋은 의미에서 시작된 것이기는 하지만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일들을 항상 dugnad라는 이름하게 하게 만들다보니 사람들이 싫어하는 단어가 되었다고 하더라. ㅎㅎ


노르웨이에 살며 정말 이웃이 좁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던 적은 바로 같은 동네에 사는 파파의 동료분 생일잔치에 갔을 때였다. 초대받아 온 여러 사람들중 어떤 무리는 학교때 친구들, 어떤 무리는 회사 동료들, 그리고 한 무리는 이웃들이었다. 회사 동료분들은 이미 아는 사람들인지라 그들과 어울리다가 우연히 이웃들 무리에 껴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우리 소개를 하면서 우리도 사실 이동네에 산다고 했더니 그분들 말이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이 아랫길에 빨간 집이죠?’하는 것이었다. @_@ 우리는 한번도 얼굴도 본적이 없는분들이었는데 그분들은 우리를 이미 알고 있었고 알고보니 우리집 주위에 살고 계신분들이었던 것이다. 우리야 연고도 없는 외국인이니 기껏해야 우리 옆집 사람들이나 알고 지냈는데 주위의 다른 이웃들은 이미 우리에 대해 다 알고 있었던 것이 참 놀라웠다.


그러다가 작년 집을 사서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예전에 살던 곳과 같은 동네이기는 하나 지금 사는 곳은 막다른 골목에 있는 곳이라 이곳은 정말 서로를 다 아는 그런 곳이더라. 더군다나 더스티를 산책시키다가 개가 있는 다른 이웃들과 함께 산책을 하게되는 경우도 있어 이웃들을 꽤 여러명 알게 되었다. 여름엔 이웃집 사람들과 바베큐 파티를 한적도 몇번 있고 심지어는 자신의 오두막에 우리를 초대한 분들도 둘이나 있다 (노르웨이 사람이 오라고 하면 진짜로 오라는 것이라고 한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우체통 주변 나무 가지치기를 하라는 우체부의 통보가 있어 우리가 직접 나서서 봉사를 한적도 있다.


몇달전에는 옆집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옆집이지만 잘 아는분이 아니어서 고민하다가 그분의 장례식에 갔는데 할아버지가 얼마나 놀라고 좋아하셨는지 모르겠다. 다른 이웃분들도 몇분 오셨는데 자신들이야 십수년동안 알고지내던 사이지만 우리는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장례식에 왔다며 칭찬을 하셔서 우리도 진정한 이웃이 된듯하더라.


이렇게 이웃간에 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이 노르웨이이기는 하나 정만 있는 것은 아니더라. 이웃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누구는 누구와 사이가 안좋고 그런 이야기들도 듣게된다. ㅎㅎ 예를들면 우리 옆집 사람들은 우리 윗집에 사는 사람들과 인사도 안하는 사이인데 그 이유가 우리 윗집사람들의 차고 일부분이 우리 옆집 사람 땅에 지어져서 그렇다는 것이다. ㅋㅋㅋ 처음 이사온뒤 그것을 알게된 옆집 사람이 (직접 가서 왜 그렇냐고 물어봤으면 될것을) 시청에 민원을 넣었고 그것이 윗집 사람 귀에 들어가게 되서 그런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고 왜 자기 눈에 보이는 곳에 자기가 싫어하는 나무를 심냐 등등으로도 서로 욕을 하고 싸우고 그런다는 것이었다. ㅎㅎ 순박하고 착한 노르웨이 사람들인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이웃들의 가십을 듣고있자하니 참 신세계가 따로 없더라. 다들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대체 왜때문에...


하여간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비슷하고 이웃은 너무 멀어도 너무 가까워도 안되는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ㅎㅎ 막역하지만 막연한 사이. 이웃사촌.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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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는 노르웨이 생활을 도와주려는 목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웃이 많은 인기 블로그가 아니어서 그런지 (사실은 둘 다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ㅎㅎㅎ) 나는 노르웨이 이민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씩 받는 질문들을 보면 왠지 많은 사람들이 노르웨이 생활에 대해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헬조선이니 하며 살기가 각박해져서 여기저기 이민에 관심이 많아져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는 노르웨이에 대해 막연히 거기 사람들이 다들 살기 좋다고 하니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왠지 천국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매사에 비판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언젠가 한번은 블로그에 노르웨이 이민에 대한 허상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 또 여러 블로그 따위에 항상 올라오는 ‘나는 너무 행복해’류의 글만 읽다 더더욱 그런 환상을 키우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나라도 여러가지 다른 시각으로 노르웨이 생활에 대해 써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노르웨이에서 나름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긴하지만 막연한 환상만을 가지고 노르웨이에 왔다가는 아마도 실망이 매우매우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복지국가가 어떤것인지 기본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는 사람은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 이민을 오면 정말 크게 실망을 할거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복지국가는 ‘모든 국민이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안정된 삶을 사는 나라’에 더 가깝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잘사는’은 노르웨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잘사는’과 조금 다르다고 본다. 우리는 내가 잘살아야 ‘잘사는’이라고 생각하지만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 ‘잘사는’은 모두가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이 안정된 삶이란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병이 들었다고 파산하게 되는 사람이 없게 되는 것이며, 직업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게 되어도 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어 길에 나앉지 않아도 되는 것이며, 은퇴한 뒤에는 연금을 받아 비참하지 않게 살 수 있고, 내가 배움의 의지가 있다면 알바를 세네개 뛰지 않고도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노르웨이 국민이 아니어도 노르웨이에 살게되면 이런 혜택을 대부분 누릴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은 자기 자신이 큰 집에 살고 비싼 차를 굴리는 것보다 이런 사회적인 제도를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자기 나라가 항상 OECD 행복 지수가 높은 이유는 바로 이 안정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국민 모두가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다. 전에 노르웨이 세금에 대해 쓴 포스트에서도 말했지만 노르웨이는 소득세가 35-47%, 부가세가 15-25%로 당연히 세금이 꽤 높고 덴마크에서 온 친구 말에 의하면 덴마크는 소득세가 무려 45-60%정도나 된다고 하더라 (한 친구는 덴마크에 비해 노르웨이는 세금이 너무 적다며 노르웨이가 너무 살기 좋다고 하더라 ㅡ,.). 내가 조금 더 낸 세금으로 사회적 약자의 수가 줄어든다니...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지만 복지국가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민자라면 이렇게 나에게 직접적인 혜택은 없는데 세금을 많이 떼어가니 엄청 불만족스럽지 않겠나. 위에서 열거한 여러 국가적 혜택이 있기는 하나 이런 혜택은 온국민에게 제공된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매우 높은 서비스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국민이 안정적으로 사는 사회라는 것은 내가 잘살게 되는 것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심하게 느끼며 커온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이곳에 와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고만고만하게 사는 이 사회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잘사는 사람이 있으며 덜 잘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저 찢어지게 가난하고 상상 이상으로 잘사는 사람이 없을뿐.


온국민에게 안정된 혜택이 제공되는 국가들이기는 하나 외국인의 경우 여전히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노르웨이에서는 직접적인 인종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것이 아주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일을 잘하는 사람일 경우 (대부분의 외국인이 사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외국인이라고 승진 순위에서 밀리거나 정리해고 일순위이거나 하지는 않다. 하지만 요즘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 경우 외국인은 노르웨이어를 매우 유창하게 하거나 노르웨이에서 학교를 나온 사람이 아니면 직장을 구하는 것이 어렵더라.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전공자여서 그리 어렵지 않게 직장을 구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 배우자들을 보면 직장 구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한번은 노조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시는 한 지인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아무리 표면적으로는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노르웨이의 직장에서는 외국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력서의 이름만 보고 외국인인경우 서류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라고 하더라.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의 경우 이런게 조금은 덜한데 노르웨이에서도 문과쪽 전공자는 노르웨이인이어도 취직이 잘 안되기에 외국인일 경우 이런 전공으로는 더더욱 취직이 힘들다는 것이다. 내 친구의 남편은 스웨덴인인데도 노르웨이어를 할줄 모른다며 (스웨덴어는 노르웨이어와 거의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탈락을 해서 결국엔 6개월간의 구직 활동을 접고 스웨덴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가 실력이 없는 사람이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는 스웨덴으로 돌아가자마자 볼보 자동차 회사에 취직을 했다. 나는 우리 회사에서 신입사원 채용 심사위원으로 들어간적이 몇번 있는데 노르웨이는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더라. 노르웨이의 이력서를 보면 사진만 안붙였지 (이력서를 받아보면 사진을 붙이는 사람도 꽤 많다) 성별, 생년 월일, 국적, 졸업 학교, 심지어는 혼인여부까지 쓰게 되어있어서 정말 놀랐다. 미국에서는 졸업 학교를 제외하고는 이력서에 이런 정보를 기제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직장에서 갑자기 잘리면 취업수당을 받으며 일년 가량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는 노르웨이 국민에 반해 직장을 잃고 비자가 만기되면 고국에 돌아가야만 할지도 모르는 우리같은 외국인은 이곳에서의 삶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 아닐까.


외국에서 오래 살아보니 내가 아무리 잘났어도 나는 그저 외국인일뿐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예전에 노르웨이 친구 포스팅에서도 쓴적이 있는데 여기에 오면 멋지고 잘생긴 남자친구 금발의 예쁜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거란 막연한 기대를 할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우리는 문화적으로 너무 다르기에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만한 친구 하나 사귀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처럼 집순이에 오타쿠적 성격을 지녀 친구가 많이 없어도 외롭지 않게 잘 사는 사람은 이곳 생활이 나름 잘 맞는 것 같다 ㅎㅎㅎ 그런데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던가. 나야 직장이라도 다니니 사회활동을 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직업 없이 배우자를 따라 온 사람들의 경우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힘들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르웨이에서 열심히 잘 살고 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좋은점도 많지만 좋지 않은 점도 많다. 어디 딴델 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이런 고민은 항상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좋은점이 더 많기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왕 사는 김에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점을 많이 찾아보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지 내가 이주를 고민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곳은 천국이 아니며 허황된 환상을 가지고 올만한 곳은 아니라는 것. 외국에서 외국인은 그냥 ‘을’인 외국인일뿐이라는 것.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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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디에 사느냐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중요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나라를 떠나서 살면 어디를 가도 외국인이라고 차별받는 삶을 살아야하니 말이죠.

    저 개인적으로 노르웨이는 여름에도 겨울같이 쌀쌀하고, 물가도 엄청나게 비싼(3주동안 여행자로서 느낀 노르웨이 물가는 오스트리아보다 심하게 비싸서리..^^;)물가만 느꼈습니다.

    남편의 노르웨이친구를 보니 물가가 비싼만큼 많이 번다고는 하지만, 살기 녹녹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남편친구는 바다속에서 원유를 캐는 회사에 다니는 (고가의 연봉을 받는)엔지니어였는데, 원유를 캐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환경이나 그들이 술을 마실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설명하는걸 들은적이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 맞아요 맞아요!
      노르웨이라고 특별히 천국인 것도 아니고요. 여기가 또 그렇게 나쁜것도 아니고요. 다 마음먹기 다름인것 같아요. 단지 여기가 너무 천국인것처럼 비춰지는게 이상한것 같았어요.

  2. 관심분야라서 이쪽은 이야기할수 잇을것같아요 우리나라 사람이 세금을 10프로 올려서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것 = 이것에 반대하는 이유는 '불신' 입니다
    복지국가 가 아름답고 신뢰하는 사회를 만든다?
    노. 오히려 서로간의 믿음 신뢰가 마음에 깔려 잇는 사회가 복지국가를 만들게 되더라. 신뢰가
    먼저 형성되야 복지국가가 성공한다 는 데이터 결과를 본적이 잇엇어요 (아마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님)
    =1. 노르웨이는 국민들간 서로의 신뢰가 베이스에 깔려잇습니다 예로 설문조서결과에서 보면(급하게 댓글다는거라 이병태교수님 강의중 어떤건지 출처를 못밝혀 죄송합니다)
    '처음 보는사람의 말을 신뢰하는가' 질문에 스탄디나비아 쪽 사람들은 70프로(이거 정확히 기억은 안납니다 60프로는 넘엇습니다) 이상 신뢰한다고 대답합니다
    사실 이런 기반에는 지금 노르웨이의 교회출석율이 매우매우 저조하지만 그 이전 기독교 사상에서 출발햇던 정직 성실 믿음 신뢰의 가치관이 든든히 깔려잇어서 그능햇덩거엿죠
    이에비해
    한국은 상당히 저조합니다 처음보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대답하죠
    =불신 . 이것은 한국에서 직장생활 해보시면 더 느낄수 잇습니다 -> 내가 돈을 더 내서 안전한 사회 만든다면 당연히 찬성합니다
    그런데 '과연 내 돈이 제대로 쓰여질까?'
    이 불신이 아주 심각하게 깔려잇습니다

  3. 2. 또다른 불신의 이유는 적자재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없습니다

    -> 노르웨이의 큰 장점은 막대한 천연자원을 독점하지 않고 잘 운영해서 국민들 모두의 복지로 만들엇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천연자원이 없죠
    즉 믿고 기대할 수 잇는 보험금같은 자원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는 두려움 불안이 깔려잇습니다

    지금 한국의 많은 문제중 하나는
    국민연금 입니다

    돈을 내고잇는 30대 직장인들도
    이걸 '내가 과연 제대로 받을수 잇을까'
    걱정이 잇어요 돈을 내고잇으면서도 받을수 잇을지 걱정을 합니다
    왜냐
    지금 국민연금공단이 이상태로 몇년 더 가면 적자난다 파산된다 라는걸 수없이 많이 말하기 때문이죠
    저는 공무원이지만 제가 내 연금를 과연 다 받을수 잇을까? 이런 생각이 당연히 듭니다
    왜냐
    공무원연금이 지금 적자상태처럼 유지되어서 시금으로 보조받기 때문이죠

    =>노르웨이처럼 안정적인 석유자산 이런게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죠

    길게 썻지만 요약하면 돈이 없다는 것 그리고 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법도 없다는 것을 썻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10프로 더 올린다면?

    현재 도 연금도 제대로 못줄수 잇는 상황인데(실제로 연금이 공무원은 점점 약속햇던것보다 줄어들고 잇죠 앞으로도몇번의 개혁로 더 줄어들면 줄어들지 늘지는 않을겁니다)
    과연 세금을 더내면 안전한 사회를 만들수 잇게 하겟다?

    어떻게? 오히려 올린 세금으로 다른 데 적자 매꾸는게 쓰는거아니야?

    이런 걱정 불안
    결국 나라 재정에 대한 불신
    이런것들이 세금 올리는것을 거부하게 만들죠

  4. 3. 그리고 애초에 500만명이 사는 나라와 5000만명이 사는 나라는 비교가 어렵습니다
    이말은 500만명에서 성공한 정책이 5천만에서 통한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작은 규모일 때 정치가 편한게 잇습니다
    특히 천연자원이 막강한 나라인데 인원은 적다 이건 엄청난 장점입니다


    그냥 간단하게 상황을 단순화한다면
    만약 노르웨이 인구가 5천만명
    지금의 10배가 된다고 칩시다
    한국처럼요

    이때 지금같은 복지국가 복지천국 노르웨이가 유지될거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힘들죠 힘들어요
    인원이 많아진다는 건 노동력의 향상 경제력 즐가라는 엄청난 장점이 잇지만
    동시에 엄청난 경제적 불평등을 가져오게됩니다

    누군가는 잘살고 누군가는 못사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일어나죠
    그래서 복지국가의 재정은 아주많이 사용되게 되겟죠

    확실한건 지금의 노르웨이처럼
    비참한 경제수준을 막을 수 잇는 사회를 보장하긴 힘들어질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5천만명정도가 살고잇는나라죠

    이 많은 인구를 모두에게 복지하는 방법을 쓴다면
    ㅡ다른무엇보다도 나라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