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는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던 나라여서 가을 수확기간에는 학생들도 일주일간 집안의 수확을 도와주던 가을방학이 있다고 한다. 요즘은 그 가을방학이 그저 일주일간 놀러가는 기간으로 바뀌었지만 말이다. 지방마다 가을방학의 기간이 다르기는 하나 베르겐은 10월 두째주가 가을방학이다. 우리는 아이가 없기에 남들이 다들 놀러가는 이 가을방학 기간에는 일을 하지만 서머타임이 끝나는 주말을 기점으로 휴가를 가기로 했다. 서머타임이 끝나서 시간을 한시간 돌리고 나면 갑자기 엄청 어두워져서 네시만 되면 깜깜해지기에 그 전에 어딘가 가서 좀 쉬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원래는 주위 사람들이 하도 크로아티아 노래를 불러대서 크로아티아에 한번 가볼까 했었는데 아무래도 겨울을 준비해야하니 햇살이 좋은 곳으로 가는게 좋겠다 싶더라. 그래서 관심을 가지게 된 곳이 바로 포르투갈이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럽에서도 포르투갈은 조금 덜 알려진 곳인것 같아 좀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다.

원래는 리스본에 가려고 했는데 파파가 워낙에 도시에 여행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다 어느날 보게 된 이 사진 한장에 완전 꽂히고 말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한번도 들어본적도 없다니...그렇게 우리의 가을 휴가는 포르투갈의 남부지방 알가르브가 되었다.


Algarve에서 가장 유명한 Benagil 동굴 해변이라고 한다


어찌저찌하여 열흘간 알가르브에 가게 되었는데 여행 준비를 하다 알게 된 것이 사실 알가르브는 유럽인들에게 (특히 영국인들에게) 매우 유명한 휴양지이고 너무 영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진짜 모습이 많이 망가진 곳이라는게 아닌가 ㅠㅡㅠ 곳곳에 골프장과 아이리쉬 펍이 있다고들 하더라. ....대체 왜 ㅠㅡㅠ 왜 멀리까지 여행을 가서까지 집에서 하던것과 같은걸 하고 놀아야 하는건가. 태국이나 필리핀 같이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곳에 가면 한국어로 된 간판도 많고 한국 음식점 한국 노래방 같은것도 있다고들 하던데 한국사람들만 그런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알가르브의 남부는 지중해와 비슷하게 바다가 잔잔하고 모래가 고와서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하여 수많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대서양쪽 서부 바다는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서세어 관광객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더라. 그래서 고르고 고르다가 결정한 곳이 바로 알가르브 서부에 있는 작은 마을 카라파테이라 (Carapateira)라는 마을이다. 그곳으로 가기로 정한 이유중 하나는 숙소 때문이다. 아름다운 에코투어 숙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모든것을 환경생태 친화적으로 만들었다는 숙소는 너무 아름답고 멋져보였다.



직접 손으로 만든듯한 집 안의 모든 장식이 실제로도 이렇게 아름다웠다.


그렇게 잔뜩 기대를 하고 도착한 알가르브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정말 진정한 그곳의 모습이 많이 사라져있었고 골프장과 리조트가 곳곳에 있었다. 그런데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은 바로 숙소였다. 너무나 멋진 사진과는 달리 숙소는 큰 길 바로 옆에 있었고 차가 다들 엄청 빠르게 달리는 곳이어서 조용하게 쉴 수 없는 곳이었다. 이상과 현실은 이렇게 다르더라. 게다가 너무 멋질것 같았던 카라파테이라라는 마을은 작은 어업 마을이 아니었고 독일인들이 점령한 서핑타운이었다. 마을에 음식점이 몇군데 있었는데 서퍼들이 좋아할만한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별것 아닌 음식에 로컬 비건 푸드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놓고 비싼 값을 받는) 그런곳이라 더더욱 실망스러웠다. 카라파테이라는 나름 작은 마을이었는데 그럼 유명한 관광지인 라고쉬(Lagos)나 파로(Faro)같은 곳은 대체 어떨까 싶더라.








알가르브 남서부 바다의 모습은 이렇게 황량하고 멋진 절벽으로 장관을 이룬다.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관광객은 거의 대부분 남부 바닷가에 있기에 서부쪽은 한가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딱 이틀을 그곳에 있었는데 너무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내가 원하던 것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숙소 주인에게 예정보다 먼저 체크아웃을 하면 안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매우 기분나빠했지만 주인은 내가 인터넷에 나쁜 후기를 올릴것을 걱정했는지 그러라고 했다. 여행지에서 이상과 현실이 엄청 다르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쉬러 온 곳이 이렇게 마음에 안들면 어쩌라는 건가...그래도 다른곳으로 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오늘 밤 묵을 숙소를 다시 찾아야한다는 것이 참 말도 안되는게 아닌가. 지금 찾은 숙소는 몇달을 걸쳐 고심해 찾아낸 숙소인데도 이렇게 마음에 안드는데 말이다. ㅠㅡㅠ 바닷가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 마음에 안드니 그럼 산으로 한번 가보자고 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몬쉬크 (Monchique)라는 산속 마을에 있는 숙소였다. 그렇게 우리는 알가르브의 휴양지를 떠나 산으로 향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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