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에 계신 나의 중국인 동료분은 정말 너무나 좋은 분이고 또 최근에 가까워진 중국인 동료들중에도 참 괜찮은 사람들이 많아 중국인에게 선입견을 가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몇번 중국에 가며 확실하게 든 생각은 우리는 중국인을 너무 모른다는 것. 같은 동양인이니 비슷하겠지 싶지만 중국인의 사고방식이나 예의범절은 우리나라와는 정말 많이 다르구나 싶다.


노르웨이에 살게되며 몇몇 중국인 동료들과 매우 친한 사이가 되었는데 이렇게라도 친해지게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오래 생활을 한 사람들이거나 파트너가 외국인인 사람들인것 같다. 한번은 가장 친한 친구에게 중국에서 독일로 이사온 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물어봤는데 그의 대답은 정말 놀랍게도 ‘세계인들이 보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이었다고 한다. ?!?! 그걸 중국에 살땐 몰랐나? 나도 굉장히 충격을 받았는데 친구의 말에 의하면 중국 뉴스에서는 중국이 엄청나게 미화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자신도 독일인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면서 CNN같은 외신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고 중국의 이미지가 중국 내에서와 너무 달라 놀랐다는 것이다.


다른 중국인 친구들의 말을 들어봐도 중국 내에서의 뉴스는 외신과 사뭇 다르다고 하는데 내가 궁금했던 것은 그 많은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공부도 하고 정착을 하는데도 왜 그런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친한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많은 중국인들이 해외로 나가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해외에서도 거의 항상 중국 뉴스만을 읽으며 중국인들과만 친하게 지내다 보니 그렇게 많은 중국인들이 해외에 있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몇몇 중국인들에게 느꼈던 중국 우월주의 같은 것이 괜히 그런 느낌을 받은게 아니구나 싶더라.


나와 두장옌에 함께 갔던 중국인 동료 역시 그랬다. 한번은 같이 일하는 덴마크인 동료가 나에게 ㅇㅇ씨한테 오늘 자기가 좀 실수를 한 것 같다며 고민을 토로한적이 있었는데 그 사건의 전말은 덴마크인 동료가 중국인 동료에게 중국이 티베트를 점령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중국인 동료는 엄청나게 화를 내며 외신에서 중국에 대해 나쁘게 떠들어 대는 것은 참을수가 없다며 티벳인들은 일은 열심히 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세금만 좀먹는 게으름쟁이들인데 외신에서 티벳인들을 미화하고 있고 중국은 티벳과 평화로운 관계를 가지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데 그들은 항상 돈만 많이 받고 나쁜 소문만을 낸다며 화를 냈다는 것이다. ㅠㅡㅠ 하....좀 배웠다는 사람도 이정도이니...언론탄압의 결과는 참 무섭구나 싶다.


물론 13억이라는 인구 중에는 성도에 계신 내 동료분처럼 자칭 시골 아가씨 같은 순박하고 정 많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우리가 명동에서 종종 보는 시끄럽고 배려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세계 정세에 관심 많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그런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중국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절실히 우리는 중국에 대해 중국인들에 대해 정말 모르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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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청두)에 다시 돌아와 몇일이 남아 뭘 할까 했는데 노르웨이에서 함께 간 중국인 동료가 자기가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성도에 사시는 동료분은 이미 신세를 너무 많이 진지라 또 부탁을 드리기가 너무 미안했기도 하고 이분은 성도에 사시니 손님이 올때마다 그 근처 관광지를 얼마나 많이 가보셨겠나 싶어 그냥 같이 간 동료와 함께 구경을 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에서 함께간 중국인 동료는 쓰촨지방 출신이 아닌지라 자기도 이번에 쓰촨지방에 처음 와봤다고 한다. 항상 와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자기도 가보고 싶었던 곳을 구경하게 된지라 나름 나를 구경시켜주는 것이 기쁘다고 했다. 그가 야심차게 준비한 곳은 성도와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관광지로 유명한 두장옌과 그 근처에 있는 칭청산. 두장옌은 기원전 256년에 만들어진 고대 건축으로 수리 관개 시스템으로 유네스코 유적으로도 지정이 되어있고 한국에서 성도로 여행을 오면 그 여행 패키지에 꼭 껴있는 그런 유명한 관광지이다.




하여간 나는 노르웨이에서 함께 간 중국인 동료를 믿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채 따라나섰다. 그런데 참으로 큰 실수였다. ㅠㅡㅠ 그는 나와 너무나 여행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는 나에게 유명한 관광지를 보여주겠다고 매우 많은 준비를 하였으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내가 이 근방에 이거이거가 있지 않냐 나는 그런게 궁금한데라고 물어보면 그의 대답은 ‘그런건 별로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니 안가봐도 된다’였다. 오히려 그는 내가 왜 이런 역사적인 유명지에 관심이 많지 않은지가 못마땅했다. 그런데 역사적인 유적도 중요하지만 나는 역사보다는 자연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또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관광지보다는 내가 관심있는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이 더 내 여행 스타일이라는 것도 새삼 다시 깨달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혼자 공부해서 혼자 다닐걸...괜히 그가 중국어를 할줄 안다는 것 때문에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이 크게 후회가 되더라. 결국엔 그도 쓰촨지방 출신이 아닌데다가 현재는 노르웨이에 살고 있으니 외국인인 내가 가진 정보나 그가 찾을 수 있는 정보나 거기서 거기인 건데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더더욱 문제였다. 그는 그날 두장옌에 자기 여자친구와 학창시절 친했다는 친구와 함께 왔는데... 친구라는 사람은 성도에서 직장을 다니는데 우리를 위해 일부러 휴가까지 내고 구경을 시켜준 것이라더라. 고맙긴 했는데 두장옌 구경이 다 끝나갈 무렵 뭐가 잘못되었는지 내 동료의 여자친구는 잔뜩 삐져있었다. 그러고 결국엔 밥을 먹는데 둘이 한참 언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ㅠㅡㅠ 그들은 내가 중국어를 못알아들으니 모를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싸우는 연인들 중간에 껴 있으면 아무리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어도 이게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나. 게다가 동료의 친구는 영어를 한마디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었는지라 그때부터 그들은 중국어로만 대화를 한다. 칭청산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두세시간 동안 계속 언쟁이 이어졌고 친구라는 사람은 그 둘을 화해시키려고 계속 쩔쩔 매고 그 와중 셋 다 나에게는 웃으며 몇마디를 건내기는 했으나 그 자리는 진정 가시방석이었다. 나의 동료는 나에게 계속해서 ‘여기 좋지요?’라며 뭔가 상황을 무마시키고 싶어했으나 진짜 말이 안되지 않는가. 아무리 칭청산이 좋아도 그 상황에서 거기가 정말 좋다고 생각할 사람이 정말 있을까. 그 와중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에게 여행은 좋은 곳을 많이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불상이나 절은 우리나라에도 있고 그 불상이 아무리 거대한들 그게 무슨 상관인가. 또 아무리 유명한 중국의 문인이 살던 집인들 그게 내가 관심있는 것이 아니면 그것을 구경하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나에게 구경을 시켜준 그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이후 저녁 먹으러 좋은 곳엘 가자는 것을 겨우겨우 뿌리치고 나 혼자 숙소에 돌아왔다. 그런 그들 사이에 껴서 아무리 맛있는 저녁을 먹은들 편의점에서 사먹는 사발면보다도 맛이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일을 이렇게 쓰고 있는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니 아까 낮에 먹은 밥이 체할 것 같다 ㅎㅎㅎ 휴~~두장옌이고 칭청산이고 뭐고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 경험으로 예의범절이라는 것에 대해 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예의라는 것이 참 동상이몽이다.

이번에 두장옌을 구경시켜준 그는 내가 볼때는 참 말이 안되는 사람이다. 그냥 사정이 이러이러해서 미안하다 이랬으면 나름 준비를 한것도 알고 해서 나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그는 내가 자기 준비 많이 한것은 생각도 안하고 즐거워하지 않았다고 화가 난것이었다. 여자친구와 싸운것이야 뭐 사귄지 얼마 안되는 연인들은 항상 싸우게 마련이니 어쩔수 없지만 그는 출장중 일을 하는 동안에도 거의 하루종일 전화를 하고 있었고 이동하는 내내 차 안에서도 항상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렇게 자신은 하루종일 전화에 붙들여 있는 것은 그에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고 예의에 어긋나지 않은 일인 것이다. 그는 항상 자신은 예의범절을 매우 따지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그게 틀린 말은 또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누구에게 무슨 선물을 하고, 술잔은 누구에게 먼저 따르고, 밥은 누구에게 먼저 푸고 그런것은 매우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예의범절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참 동상이몽이구나 싶은 것이다. 그는 자기가 이렇게 나를 생각해서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시켜줬는데 자기가 여자친구랑 좀 싸웠다고 내가 기분이 상한 것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끔찍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가 여자친구와 싸웠다는 사실이 아니고 그때의 상황인데 말이다. 손님을 중간에 놔두고 하루종일 자기들끼리 중국어로만 대화를 한 것은 전혀 예의에 어긋난 일이라고는 또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노고를 몰라주는 내가 어찌나 한심하겠나 ㅠㅡㅠ 하여간 이런 동상이몽에 문화적 차이가 더해져 감정의 골이 깊어져만 간다. ㅎㅎㅎ 아마도 성도에 다시 가더라도 이런 기억들 때문에 두장옌은 안갈 것 같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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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천지방 여행] 궁가산(貢嘎山) 기슭에서 맛본 시골의 인심

우리는 일때문에 사천에서 가장 높은 궁가산(貢嘎山) 동쪽 골짜기 해라구(海螺沟)와 붉은 돌로 장관을 이루는 계곡에 가게 되었다. 일단은 그 두곳의 중간정도에 있는 마을인 목시를 기지로 하고 여기저기로 옮겨다녔다. 목시는 관광지로도 매우 유명한 곳인데 높은 산인 궁가산 트레킹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해라구에 있는 빙하를 구경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매우 붐볐다.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오는지 (우리가 있는 동안은 한국인은 한명도 보지 못했지만) 곳곳에 한국어로 된 안내문이 붙어있다. 그런데 외국어로 안내문을 붙여놓으려면 원어민에게 좀 검사라도 받고 붙여놓던지 하지...좀 말도 안되는 황당한 영어와 한국어 안내문이 많이 붙어있다. ㅎㅎ










일도 재미있었지만 저녁때는 동료분들께서 시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을 대접해주셔서 참 진귀한 경험을 많이 했다. 목시는 티벳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곳이다보니 티벳에서 만든 기념품을 많이들 팔고 있었고 내가 부탁해서 우리는 첫날에는 티벳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간소하게 생활하는 티벳 사람들이기에 음식도 매우 간소해서 야크고기가 들어간 찐빵, 청보리로 만든 소를 넣은 호빵, 양념없이 찐 야크고기, 감자국수 정도가 나왔고 야크우유로 만든 요구르트와 야크우유를 넣어 만든 짭조름한 차를 함께 마셨다. ㅎㅎㅎ 특이한데 맛있다고 할수는 없다. 티벳 사람들은 양념도 거의 안하고 음식을 먹는지라 우리에게도 그냥 한번 재미로 먹어본 것치고는 괜찮았다 싶었는데 많은 양념을 넣어 음식을 만드는 사천지방 동료분들께 이들의 음식은 맛없는 음식이었겠다 싶더라.



둘째날엔 닭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하셨는데 처음엔 좀 이해가 안됐다. 첫날에는 사람이 다섯명밖에 없어서 닭요리를 먹으러 가기엔 많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에잉? 나랑 내 남편이랑 둘이서 치킨 한마리 시키면 별 문제 없이 거뜬히 다 먹는데 다섯명이 왜 적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ㅎㅎㅎ 우리가 먹으러 간 곳에서 잡은 닭은 가장 작은놈을 잡았다는데도 한마리가 4.5k나 되는 매우 크고 무섭게 생긴 오골계였다. 요리는 엄청 큰 솥에다가 나무 땔감으로 불을 지피고 기름을 엄청나게 많이 넣어 양념과 닭과 채소를 함께 볶은 요리로 우리의 닭볶음탕에 가까운 요리였다. 이런 엄청 큰 아궁이와 솥은 전통적인 부엌에서 많이 쓰던 것인데 시골에서는 아직도 이것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고 한다. 요리사 아주머니께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부끄럽다고 거절하심 ㅎㅎ



마지막 날에는 동료분께서 특별히 지인분께 부탁을 하셔서 목시보다도 더 작은 마을에 있는 지인분의 댁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성도에서 일하시는 동료분은 원래 사천의 작은 시골마을 출신이라고 하시며 자신의 아버지도 작은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시기 때문에 이렇게 작은 마을에 가면 말도 잘 통하고 마음이 편하다고 하시더라. 목시에 일때문에 왔다가 숙소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산에 올라갔는데 그때 동네분들을 만나 친해졌다고 한다. 길가다가 한번 만났는데 자신이 그지방 방언도 쓰고 하니 밥먹으러 오라고 초대를 하셨단다. 그런데 작년 외국에서 손님들이 잔뜩 오셨을 때 진짜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분들께 외국인 손님들께 저녁식사를 대접해주시면 안되냐고 부탁을 했다고. 한두번 만난 사이에 진정 이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그분들은 항상 흔쾌히 집에 초대 해주신다며 이게 원래 진짜 중국의 인심이라고 하시더라.


시골인심은 참 너무 훈훈했다 ㅎㅎ 꼬불꼬불 산길을 차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었는데 동네 꼬마에게 어디로 가야하냐고 물었더니 직접 자전거를 타고 나서서 길을 안내해줬다. 지인분 댁에 도착하니 이미 상이 한상 차려져있었는데 원래 집에서 먹는대로 가정식으로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는데도 정말 진수성찬이었다. 그런데 역시 가정식은 식당에서 먹는것보다 훨씬 정겹고 맛있었다. 우리나라의 삼겹살 두루치기 같은 것도 있었고 시래기국 같은것도 있었다. ㅎㅎ 또 집에서 직접 키운 감자를 주셨는데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그분들 집은 마치 어릴적 시골에 있던 할아버지댁 같았다. 마당에는 돼지우리와 닭장도 있고 화장실도 푸세식이었는데 집에는 와이파이가 되고 그분들이 가지고 계신 스마트폰은 내 핸드폰보다 훨씬 신식이었다 ㅋㅋㅋ 현대식 시골 라이프란 진정 이런 것인가? 그분들은 동네에서 양조장을 하시는 분들이라 시골분들 중에서도 나름 넉넉하신분들이라고. 밥을 다 먹고난 뒤에는 양조장에 가서 여러가지 술도 얻어마시고 기념으로 한병을 사왔다. ㅎㅎ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산길을 내려왔는데 12살짜리 꼬마가 지름길을 안다며 우리를 산중턱까지 데려다줬다. 그의 지름길은 미끄럽기도 하고 남의 밭을 가로질러 가야하기도 했다. 한번은 어느집 밭을 가로질러 가는데 할머니가 우리에게 뭐라고 막 소리를 치시는거였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 밭을 지나간다고 혼내시는건줄 알았는데 옆에 있던 동료분께 물어봤더니 할머니가 비오는데 산길 걸어가면 위험하니까 비 그칠때까지 집에 들어와서 좀 앉았다가 가라고 하셨다는 거다. 그래서 괜찮다고 했더니 그럼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하셨다고. 왠지 중국사람들 하는 말은 못알아들으면 다 혼내는 것 처럼 들리는데 알고보니 이렇게 훈훈하게 정 많은 시골 사람들이라니...중국은 사람이 엄청 많긴 하지만 그래도 땅이 꽤 넓기에 아직 이런 시골이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도 아직 이런 시골에 이런 사람들이 있으려나...정많고 인심좋은 사람들...이게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은 도시에서는 사라진지 오래가 아닌가.


이렇게 인심좋은 중국의 시골을 경험하고 나니 시골이 사라져간다는 것이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린시절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평소때는 메주가 널려있던 작은 방에 우리가 오면 따뜻하라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주시는 할아버지, 사촌들이랑 수박 씨 멀리 뱉기 놀이를 하고, 할머니가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시고, 갯벌에 가서 조개와 망둥어를 잡고, 밤에 푸세식 화장실에 가는 것이 무서워 할머니를 깨웠던 기억도 난다. 한번은 할아버지가 볍씨껍질을 골라내라고 주신 것을 마당에 엎어서 할아버지께 등짝을 엄청 맞았던 기억도 난다 ㅎㅎㅎ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전에는 아빠와 형제자매가 어린시절을 보낸 그 집을 허물어야 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골이 사라져가면서 내 아이들은 이런 기억을 절대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슬프지 않은가. 시골이 사라짐과 함께 시골의 훈훈한 정과 인심도 사라져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도시화가 동식물만 멸종위기에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골도 시골의 사람들도 그들의 인심도 정도 멸종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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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중국에서 진행한 일이 그럭저럭 잘 되어 올해 또 중국으로 출장을 오게 되었다. 작년에는 20여명이 우르르 왔다가 갔기에 일하는 것 말고는 이것저것 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나와 함께 일하는 두명과 함께 와서 나름 중국 동료분들과도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또 일이 끝나고 시간이 좀 남아서 몇일 휴가를 써 성도 근처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할 기회도 있었다. 이번엔 두번째로 왔다보니 작년에 여러가지로 받았던 충격은 조금 가라앉았는지 전체적으로 작년보다는 조금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다.


중국사람들이 다들 하는 말이 사천지방은 아름다운 자연과 여유로운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팬더와 훠궈. 그래서 성도에 와서 팬더도 못보고 훠궈도 못먹어봤으면 와봤다고 하지 마라고 하더라. 작년엔 이두가지 다 해보지 못했다. ㅋㅋㅋ 중국인 동료분들은 그러니 나는 성도를 구경해보지 못한것과 같다며 올해는 꼭 이 두가지를 하게 해주겠다고 하셨다. 이번에는 성도에 사시는 동료분들께서 미리 계획을 짜주셔서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역시나 현지인이 데리고 다녀주시는 곳엘 따라다니니 참 좋더라. 아무리 인터넷에서 백날 찾아봤자...그 정보가 거기 사시는 분들이 아시는 곳과 비교가 되겠느냐 말이다 ㅎㅎㅎ 동료분들께 맨날 부탁만 하는 것 같아 너무 미안했는데 중국에서는 그런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직접 시간이 안되실때에는 학생들에게 부탁해서 우리들을 구경시켜주셨다.


성도는 전세계의 동물원에 팬더를 분양해주는 곳으로 유명한데 그 수입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이번에는 성도 시내에 있는 팬더 기지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곳은 팬더를 교배시키고 분양하는 곳인데 거의 동물원에 가깝다. 그냥 팬더만 있는 동물원이라고 보면 된다. 꽤 넓은데 팬더는 너무너무나 귀여운 동물이기 때문에 한나절 쉬엄쉬엄 걸어다니며 팬더만 봐도 그냥 즐거운 곳이다. 우리를 구경시켜준 학생에게 팬더라는 단어는 중국어가 아닌것 같은데 이게 어디서 나온 말이냐고 물어봤더니 중국어로 팬더는 춍마오라고 하면서 이게 한자로는 곰-고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혹시 캥거루 이름의 유래를 아냐며 캥거루가 원래는 원주민 말로'나도 몰라'라는 뜻인데 그게 잘못 전달된거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팬더 역시 중국어로 '빵-더'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인데 이게 '뚱뚱한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ㅎㅎㅎ 뚱뚱한 놈이라...딱 맞는 말이다 ㅋㅋ






팬더기지에는 곳곳에 픽사의 쿵푸팬더 캐릭터가 넘쳐나고 있었다. 팬더야 사천의 명물이지만 쿵푸는 중국 하남지방 소림사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쿵푸팬더를 중국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좀 궁금했다. 그게 유래가 어찌되었건 그냥 중국에서 유명한 두가지를 합쳐서 만든 캐릭터 만화인데 (나는 쿵푸팬더를 본적이 없어 내용이야 모르지만 ㅋㅋㅋ) 어떻게 보면 문화적으로 좀 웃긴게 아닌가.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하회탈과 돌하르방을 합쳐서 캐릭터 만화를 만들면 우리 입장에서는 얼마나 이상하겠나. 그런데 그 학생 말로는 (그냥 개인적인 의견이겠지만) 어찌되었건 중국 사람들은 쿵푸팬더를 매우 좋아한다고.


성도에서 매우 유명한 것 또 한가지는 차()라고 한다. 티마켓이라고 차를 파는 가게만 줄지어있는 지역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는데 내가 차에 대해 아는게 뭐가 있겠나...그리고 녹차는 한국에서도 가끔 가져오는데 사실 나는 녹차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ㅎㅎㅎ 그래서 중국인 동료에게 같이 가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는 일이 있어 못가고 학생이 같이 갔다. 그런데 그 학생은 자기는 차를 안마신다고 ㅋㅋㅋ (,.) 그래도 어찌저찌 가서 좀 고급스러운 차가게에 들어가 시음도 하고 아주 조금 사왔다. 찻잎을 일일이 손으로 크기별로 골라내는게 참 인상적이었는데 부르는게 값인지라 성도 특산품이라는 녹차만 조금 사왔다. 성도에 왔으면 전통 찻집을 꼭 가봐야한다고 하던데 이번엔 가보지 못해 아쉽다.


성도에서 또 나름 유명한 것이 바로 사천식 경극. 나는 이걸 제대로 된걸 한번 보고 싶었는데 중국 관광지에서 제대로 된 전통적인 것을 찾는 것은 왜이리 힘든가. ㅠㅡㅠ 그런데 성도에 사시는 동료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제대로 된걸 보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루하다고 한다. 그래도 오페라하우스 같은데 가면 볼수는 있는데 이게 항상 하는건 아니어서 이번엔 못봤다. 그 대신 그냥 심심풀이로 볼 수 있는 재미난 것이 바로 변검극 (빠르게 가면을 바꾸는 극). 이런건 전통 찻집같은델 가면 볼 수 있다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진리(锦里)라는 곳에 가면 항상 볼수 있는 곳이 있다. 사실 변검도 중국 전통 경극의 한가지라고 한다. 진리에서 볼 수 있는 변검극은 그냥 버라이어티쇼이고 한시간 공연하는데 변검극은 맨 마지막에 딱 5분정도밖에 안한다 ㅋㅋㅋ 그래도 볼만했다. 정말 너무나 신기하다. 마지막에 관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해주는데 나는 덴마크인 동료와 함께 간지라 외국인이라고 특별히 우리 앞에서 가면을 바꿔주시는 서비스도 해주시고 ㅎㅎㅎ 옛날 스타일 버라이어티쇼인지라 중간에 광고도 하는데 유명한 명필이라는 사람이 나와서 글씨를 쓰고 그걸 판다. 그 와중에 그걸 또 사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ㅎㅎㅎ


그리고 이번 성도 구경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훠궈였다. 이번엔 동료분들이 초대해주셔서 오리지널 성도스타일 훠궈를 먹어봤다. 나는 훠궈는 중국인 친구들이 집에서 해주는 것만 먹어봤는데 다른 중국 사람들이 다들 하는 말이 성도 스타일은 훠궈중에서도 매우 특이하고 맛있는 것이라고 하더라. 일단은 국물에 사천식 통후추가 매우 많이 들어가고 묽은 참기름으로 만든 소스에 고기를 찍어먹는 것이 특이하다고 한다. 맛은 정말 맛있었고 또 어찌나 많은 것을 시키시는지 진짜 너무 배불렀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나중되니 국물이 쫄아 정말 너무너무 매웠다 ㅠㅡㅠ 그런데 동료분들 말씀이 그것도 가장 덜 매운걸 시키신거였다고. 맵기 때문에 기름소스에 찍어먹어 혀와 위를 보호한다고 하더라. 대체 사천 사람들은 위가 얼마나 강력한건지 ㅎㅎㅎ 매운 음식으로는 사실 성도보다 그 옆지방 총칭이 더 맵다고 한다. 총칭도 훠궈가 매우 유명한데 거기는 사천보다 더 맵다고 한다. 사천은 사천식 후추가 많이 들어가서 매운것이고 총칭은 고추가 훨씬 많이 들어가 더더욱 맵다고 ㅎㅎㅎ


먹는데만 정신이 팔려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했다 ㅎㅎㅎ


동료분 말씀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훠궈를 집에 배달시켜 먹을 수 있는데 배달을 시키면 모든 재료와 용기, 소스, 양념, 국물, 등등을 다 포장해서 가져다 주며 심지어는 다 먹고 나서 집에 뿌리라고 페프리즈까지 가져온다고 한다 ㅎㅎㅎ


이번에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성도의 여기저기를 볼 수 있어 즐거웠다. 내년에도 또 오라시는데 갈 수 있을런지 ㅎ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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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쟈네에서 일주일간 우리는 별 특별한 계획 없이 그냥 빈둥거리며 프랑스 남부 지방의 음식과 와인과 아름다운 자연과 날씨를 즐겼다. 생 쟈네는 이렇게 휴가를 보내기에 정말 좋은 곳이었다. 별로 할것도 없는 곳이었는데다가 관광객도 별로 오지 않는 그런 조용한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하루 오후는 니스에 잠깐 갔다 오고 한 날은 근처 앙티브에 잠깐 갔다 온 것을 빼고는 그냥 마을에 있으면서 산책을 하고 등산을 간것밖에 없어 차를 괜히 랜트했다 싶기도 했다. ㅎㅎㅎ


생 쟈네는 등산하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정말 좋은 곳이었다. 지도상으로 봐도 생 쟈네부터 시작해서 북쪽으로 알프스 산자락이 펼쳐지기 때문에 그냥 마을 뒷산을 올라가기만해도 정말 너무 멋졌다. 사진으로만 봐도 생 쟈네의 큰 바위는 얼마나 멋진가... 그리고 마을에서 바로 등산로가 시작되기에 매일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마을 근처 산에 등산을 갔다.







하루는 저녁시간에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멀리서 딸그락딸그락 종소리가 들리더니 우리 앞에 염소떼가 나타났다. 어디서 계속 염소 똥냄새가 난다 싶었는데 이녀석들이 주범이구나 싶었다. 염소떼야 노르웨이에서도 등산을 하다보면 자주 보는지라 별로 신기하지 않았는데 (노르웨이에서는 주로 양과 염소를 방목해서 키운다) 산을 내려가다보니 왠지 이녀석들이 우리를 따라오는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보더 콜리 한마리가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 이녀석... 진짜 양치기 개가 아닌가! 열심히 일하는 녀석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 이러면서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파파가 날더러 ‘이 근처에 양치기가 있는것 같다. 잘 봐봐... 아마 양치기가 숲속 어디선가 나올거야’하더라. ...양치기라니...요즘 세상에 양치기라니.. 하며 양치기가 나오기만을 기대하고 기다렸다.


나는 요즘 세상에 양치기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지만 양치는 아마도 양치기 할아버지가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숲속에서 불쑥 나타난 양치기는 너무 멋있게 생긴 젊은 청년이었다! 누더기같은 옷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날렵한 몸에 헝클어진 머리에 햇볕에 그을린 얼굴을 하고 있는 정말 멋진 양치기 청년. 세상에 등산하다가 이런 보너스를 얻다니 ㅎㅎㅎ 그는 정말 옛날 영화에나 나올것 같이 피리를 불며 보더 콜리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고 양치기 개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염소떼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양치기 청년이 실재로 존재한다니 정말 너무 신기하더라. 요즘 세상에 아마도 양치기만을 해서 먹고살지는 않겠거니 싶었는데 궁금한게 정말 너무 많았다. 이 젊은이는 대체 원래 뭘 하는 사람일까. 어떻게 하다가 양치기가 되었을까. 양을 치지 않을 때는 뭘 할까. 그는 스마트폰이 있을까. ㅎㅎㅎ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 나오는 양치기는 아마 저런 멋진 양치기가 아니었을까. ㅎㅎㅎ 그 소설 역시 배경이 프랑스 남부(프로방스 지방이라고 기억이 난다)인데 말이다. 마치 시간을 100년정도 되돌린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한참을 양치기 청년을 따라 산을 내려가다가 그와 다른 방향으로 가야해서 헤어져야 했는데 프랑스 남부 작은 마을 산골짜기에서 양치기 청년과 마주치게 된 것이 (심지어 그는 우리에게 인사까지 했다 ㅎㅎㅎ) 정말 너무나 멋진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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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치기 소년이라, 동화속을 경험하신 듯한 느낌이셨겠네요~


우리는 지난 달 거의 일주일이나 되는 노르웨이의 부활절 휴가를 맞아 일주일간 프랑스 남부에 다녀왔다. 베르겐에서 니스까지 노르웨이항공 직항이 있어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비행기 타는 것을 끔찍히 싫어하는 파파 때문에 요즘은 어딜 가면 직항이 있는가와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는 것이 여행지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 같다. 프랑스는 20대 초반에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파리를 잠깐 찍고 온것 말고는 가본적이 없어 매우 가보고 싶었다. 사실 4월에 니스로 가고자 한 것은 약간 계산 착오였다. 왜냐하면 나는 프랑스 남부는 무조건 다 프로방스 지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디에서인가 프로방스 지방의 봄은 라벤더 꽃으로 넘실거린다는 글을 본적이 있어 프랑스 남부로 가자고 한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다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비행기표를 사자 마자 알게 되었다. 니스는 프로방스 지방이 아니며 (차타고 네다섯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아주 먼것은 아니나 가깝지도 않다) 그렇게 프로방스 지방으로 간들 4월은 라벤더 시즌이 아니라는 게 아닌가. (,.) ㅎㅎㅎ


그렇게 약간의 판단 착오를 겪었으나 니스가 있는 프랑스 리비에라 지방은 매우 아름답고 멋진 곳인지라 그냥 어디 멀리 가지 않고 그 지방에 머무르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함께 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잠깐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확실한 역할 분담을 하기로 했다. 처음엔 서로 왜 너는 맨날 어딜 가려고 하느냐, 너는 왜 한번도 여행을 계획하지 않느냐로 싸워 댔는데 이게 참 부질없는 짓이었다. ㅎㅎㅎ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내가 여행사 직원 역할을 맡고 있고 파파는 같이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고객 역할을 맡고 있다. 나는 가고 싶은 곳이 많고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이 즐거운데 파파는 어딜 가고 싶은지 왜 가는지를 잘 모르겠고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이 힘드니 그렇게 하는 것이 그냥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누가 계획을 짜고 어딜 가던 가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그래도 서로간의 노력이 중요하다 싶은 것이 나는 여행사 직원으로 고객이 좋아할만한 여행 상품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파파는 직원이 열심히 고심해서 계획을 짠 만큼 어디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서는 열심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을 하고 있으니 좋은 것 같다. 하여간 그래서 이번 여행은 아름다운 해안가로 유명한 프랑스 리비에라로 가는 거지만 항상 바다에 심드렁한 파파를 위해 산으로 계획을 잡았던 것이다.


니스가 유명하지만 도시를 좋아하지 않는 파파를 위해 작은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니스 근처에는 매우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 많아 고르기가 참 힘들었다. 프랑스 남부지방은 햇살이 좋고 자연이 아름다우며 맛있는 음식도 많아 관광지로 유명하고 유명한 화가들이 많이들 살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아를에 살았던 반 고흐와 고갱이고 그 외에도 마티스, 세잔, 샤갈 등이 니스 근처에 살았다고 한다. 니스 근처 방스 (Vence) 생파울드방스 (St. Paul de Vence)라는 마을들이고 유명 화가들이 살았던 마을로 유명해서 관광지로 매우 유명하고 아직도 많은 예술가들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


일주일을 한곳에 지내기로 한지라 숙소 결정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방스로 갈까 하다가 왠지 좀 너무 트렌디한 마을인 것 같아 그 근처에 있는 생쟈네에 가기로 했다. 한적한 시골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이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생쟈네는 그 주변에 어디에나 있을만한 별 특징 없는 작은 절벽 마을이다. 북쪽으로는 알프스 끝자락이 만나있고 남쪽으로는 니스가 보이는 그런 마을인데 유명한 것이라고는 바오 (Baou)라고 불리는 큰바위 절벽밖에 없는 곳이었다. 이 절벽 때문에 암벽등반가들에게는 나름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라만은 이런 작은 마을 생쟈네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우리는 별로 특징 없는 이 작은 마을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인구가 불과 몇백명밖에 되지 않을만한 작은 마을 생쟈네. 우리는 클로드라는 할아버지의 작은 아파트를 빌려 일주일을 보냈다. 클로드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파트를 에어비앤비에 내놓고 누군가가 숙소를 필요로 하면 잠시 휴가를 가는 샘 치고 니스에 사는 여자친구 집에 가기도 하고, 근처에 있는 자신의 숲속 오두막에 가기도 한단다. 그래서 우리에게 먹을것도 잔뜩 놔두고 가셨다. 클로드 할아버지는 집 구경을 시켜주신 뒤 마을 구경을 시켜주시면서 우리를 여기저기에 소개시켜주셨다. 마을에 단 하나 있는 빵집 아저씨에게도, 피자집 아저씨에게도, 정육점 아저씨에게도 소개를 시켜주시고 ㅎㅎㅎ 신이 나셔서 이것도 해봐라 여기도 가봐라 소개를 해주신 뒤 우리를 자신의 아파트에 남겨놓고 떠나셨다. 나는 프랑스 사람들은 타지인들에게 배타적일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도시 사람들 이야기고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정말 너무나 친절했다. 어딜가나 마주치면 봉쥬르, 봉수아라고 인사하며 미소를 지었고 마을에 있은지 사흘정도가 되니 마을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 근방에 생쟈네와 같은 마을이 넘치고 넘치겠지만 일주일간 생쟈네에 지내면서 우리에게 생쟈네는 ‘우리 마을’이 되어 있었다. 근처 마을 방스만 해도 작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길에서 마주쳐도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는데 우리 마을 생쟈네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프랑스어를 조금이라도 더 할줄 알았다면 나름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ㅎㅎ


마을 사람들은 마치 그곳에 평생을 살은 사람들 같이 마을의 풍경에 어울려 살고 있었다. 클로드 할아버지는 얼마나 생쟈네에 사셨냐고 했더니 원래 니스에 살았는데 생쟈네에 살은지는 15년 되셨다고 한다. 암벽등반을 좋아해서 생쟈네로 이사를 왔다고 하는데 너무 살기 좋은 곳이라며 마을을 자랑스러워 하셨다. 마을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마을을 엄청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별것 아닌 바게트빵에도 생쟈네빵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을 만큼 무엇을 사나 ‘이건 이 동네 특산품이에요’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래서 빵집에서 주문을 할때 ‘생쟈네 하나 주세요~’ 이렇게 주문을 한다. ㅎㅎㅎ 마을에는 빵집이 하나, 정육점이 하나, 레스토랑이 세개, 담뱃가게가 하나, 슈퍼마켓이 하나, 그리고 술집이 하나 있었다. 마을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나오는 큰 길에 까르푸가 있긴 했으나 거긴 갈 필요가 없었다. 까르푸에 파는 빵보다 동네 빵집 빵이 훨씬 맛있었으며 까르푸에 파는 소세지와 파테보다 정육점에 파는 소세지와 파테가 훨씬 맛있었다. 동네 술집에는 햇살을 즐기는 마을 사람들로 항상 붐볐고 놀라운 것은 거의 매일 같은 사람들이 와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는 것 ㅎㅎㅎ


일주일간 한거라곤 등산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신것 밖에 없지만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의 삶은 이런거구나 하는 기분을 만끽한 것 같다. 어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파파는 우리 이제 매년 부활절때 생쟈네에 오는것을 전통으로 하면 안되겠냐는 말까지 하더라 ㅎㅎㅎ 또 다른 곳에 가면 거기도 좋아라 할거면서 ㅋㅋㅋ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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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부 사이의 여행사와 고객 역할놀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진짜 여행을 하셨네요. 이런류의 여행 언젠가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 요즘은 어디 여행을 가면 쉬는게 가장 우선인것 같아요. 그럼 그냥 집에서 쉬지 왜 어딜 가냐고 할수도 있는데 집에서 쉬는거랑은 또 정말 다르더라구요. 집에서는 잘 못자는 늦잠도 낮잠도 어찌나 잘 자게 되는지요. ㅎㅎ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그냥 쉬엄쉬엄 구경도 하고 쉬는게 정말 좋다 싶어요 ^_^

이번 암스테르담 여행에서  한가지 계획을 하고  것이 있다면 바로  고흐 미술관에 가보는 것이었다. 박물관을 싫어하는 파파가 가자고  곳이니 다른 모든 계획을  제쳐두고라도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이 아니겠나. ㅎㅎㅎ  고흐 미술관은 금요일에는  9시까지 한다기에 잘됐다 싶어서 다섯시쯤 설렁설렁 갔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고흐 미술관에는 여러가지 자화상을 비롯하여 해바라기, 프랑스 남부 아를에 살던 노란 , 그리고 작가의 방을 그린 그림  유명한 작품들이 매우 많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여러점의 비슷하면서도 다른  고흐의 자화상이었다. 나는 예전에도  남편이 반고흐와 닮았다고 생각한적이 몇번 있었는데 작품을 진짜로 보니 진짜 너무나 많이 닮았더라 ㅋㅋㅋ 심지어는 누군가가  고흐를 묘사해 놓은 글귀가 벽에 적혀있었는데 초록색 눈동자, 붉은 수염, 또렷한 입술 이것  아니라  튀어나온 광대뼈에 주근깨까지 어찌나 닮았는지 반고흐 이남자...  남편을 이렇게 자꾸 그려놨지?’ 싶을 정도로 그림에 안경만 그려넣으면 완전  남편이 따로 없었다 ㅎㅎㅎ그중 가장 비슷한 것은 바로  그림


 고흐는 누구나  아는 정말 유명한 화가이지만 그가 그림을 그린 것은 정작 10년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죽기  6개월간 70점이 넘는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그런 설명과 함께 매우 눈에  작품이 있었는데 폭풍 전야의 밀밭이라는 작품.



폭풍 전야가  이렇게 평화로운가. 그는 이미 자신의 삶이 소진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폭풍도 이렇게 평화롭게 느껴졌던 것일까. 그래서 이렇게 폭풍도 평화롭게 느껴진 것일까.  폭풍이 몰아치는 언덕에서 이렇게 멋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살고싶단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겹쳐지면서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나는  고흐 미술관에서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그림 앞에서 혼자 닭똥같은 눈물을 흘려대는 그런 아줌마가 되었다 ㅠㅡㅠ

 

직접 봤을 때엔  별별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인터넷으로 보니   특징 없는 그림이다. 이래서 직접 가서 보는게 중요하구나...그때의 감동은 간접적으로는 절대로 느낄  없는 것이구나 싶다.


다 좋았는데 사람이 정말 너무나 많았고 또 사진 찍지 말라는데 몰래 자꾸 찍어대는 인간들은 대체 어찌되어먹은 인간들인지...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다 나오는데 말이다. ㅉㅉㅉ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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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님의 후기를 보니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분이 유명인을 닮으셨다니 좋으시겠습니다~

  2. 남편으로는 고흐가 더 낫지 않나요?

지난  나는 결혼기념일을 핑계로 가까운 도시로 주말 여행을 다녀오자고 했다. 베르겐에서 가장 만만한 곳중 너무 춥지 않을만한 곳을 생각해 봤더니 암스테르담이었다. 마침 암스테르담은 가본지도  되었고 환승 없이 직항으로 한시간 반이면   있으니 얼마나 만만한 곳인가 ㅎㅎㅎ

 

이번에도 역시 별다른 계획 없이  한가지 해보고 싶은 것이라면  고흐 미술관에 가보자는 계획을 가지고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베르겐에도 비슷비슷한 건물들이 많지만 도시 전체에 운하가 흐르고 그곳에 삐뚤삐뚤하면서 좁은 건물들이 줄줄이 나열되어있는 암스테르담은  이국적이더라. 우리는 삼일 내내 도시 곳곳을 걸어다니며 맛있는 것들도 많이 먹고 박물관도 가보고 밤에는 펍크롤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암스테르담에는 이곳에 과연 맛없는 음식점이 있기나 할까하는 생각이  정도로 맛집이 많았고 여러가지 이국적인 음식점이 많아 너무 즐거웠다. 첫날 브런치로 스테이크를  먹어줘야겠다는 파파의 바램에 호텔 근처에 있던 스테이크집에 들어갔는데 램브란트 광장 주변에는 특히나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집이 너무너무 많았다. 서빙하는 언니에게 물어봤더니 요즘들어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집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다면서 사실 더치 음식은 자기가 생각해도 맛있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네델란드에 왔다고 네델란드 음식을 먹어보겠다는 생각은 접으라고 하더라 ㅋㅋㅋ  대신 여러가지 이국적인 음식점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 음식점과 중국음식점이 유명하며  특이한 음식점으로는 수리남 음식점이 있다고. 수리남이라...이게 대체 어디 붙어있는 나라인가 한참 생각해봐야했다.

 

암스테르담에도 최근에 미국 스타일의 수제 맥주집이 많이 생겼다고 하여 저녁때는 주로 맥주집을 탐방하며 시간을 보냈다. 걸어서   있는 곳들을 위주로 대여섯군데에 가봤는데 가장 재미있었던 곳은 풍차를 개조해서 만든 Brouwerij 't IJ라는 . 맥주 맛도 괜찮았고 일요일 오후 두시정도에 갔는데도 정말 사람이 많았다. ㅎㅎㅎ 맥주 마시는데 시간이 무슨 상관이랴. 사람이 매우 많아서 자리 잡기가 힘들어 우리는 호호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합석을 했다. 귀가 어두우신 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나타나셔서 즐겁게 맥주를 드시는 할머니. 나도 저렇게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나이가 많아져도 남편 손잡고 맥주집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있는 할머니가   있을까.  두분 정말 너무 귀여우셨는데 안타깝게도 이분들은 영어를 할줄 모르셔서 대화는   없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는데 ㅎㅎㅎ


밤에는 수제 맥주집에도 갔다가 정처 없이 아무 펍에나 들어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중  펍에서는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의 파티에 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혼자였으면 생각도 못했을 일들인데 남편이랑은 어떻게 이렇게 맘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있다니 ㅋㅋㅋ

 

우리가 갔던 곳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별로 특별하지 않았던 Homeland Brew라는 . 시내에 있던 다른 곳들에는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면 이곳은 우리 이외엔 관광객은 거의 없어보였다. 일요일 오후 통기타를  가수가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펍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우리 자리 옆에 누워 낮잠을 자는동안 우리는 맥주를 앞에 놓고 크고 작은 주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해가 지는 것을 바라봤다.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현재 한국과 독일의 정치적 상황, 난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직장에서 마음에 안드는 점들, 앞으로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어떤 대학에 보내고 싶은가,  다음번 여행에서는  할까 등등  연관 없으면서 여러가지 내용의 이야기를 나눴다. 그곳을 떠나면서 이렇게 남편과 공감가는 대화를 많이 나눌  있다는게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기념일  누군가는 커다란 선물을 받는 것을 로맨틱하다고 생각할수도 있고 누군가는 촛불아래서 스테이크를 썰며 와인잔을 부딛치는 것을 로맨틱하다고 생각할  있겠지만 나는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비포선라이즈라는 영화에서 미적지근한 미국 남자 에단 호크보다도 나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줄리 델피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집이라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 이국적인 장소에서 익숙한 서로에게서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해가는 . 이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매우 로맨틱한 추억이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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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생을 제대로 멋지게 사시는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하구요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는 에어비앤비 집주인 야노쉬가 친절하게 맛집 지도를 만들어주는 바람에 정말 호강을 하게 되었다노력 하나 없이 현지인이 추천해주는 곳들을 위주로 가보게 되다니... 하여간 물가도 나름 싸서  근사한 저녁식사에 와인 한두잔씩을 걸쳐도 한사람 앞에 20유로정도 밖에 안나오고 아주 저렴하게 먹으려고 하면 10유로 이하로도  괜찮은 저녁식사를   있었다.

 

뭔가 특별히 헝가리 하면 대표적으로 나오는 음식은 쇠고기로 만든 스튜의  종류인 굴라쉬이지만 사실 헝가리는 역사적으로 동양중동터키그리고 유럽 곳곳의 영향을 두루 받은 나라여서 여러가지 문화가 섞인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 놀라웠다그런데 너무나 웃긴 것은 집주인 야노쉬에게 요즘 헝가리에서 맛있는 음식은 뭔가요 하고 물어보니 ‘요즘 헝가리에는 햄버거가  인기가 많아요’ 라고 하더라ㅎㅎㅎ 이게 헝가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요즘 유럽 전역에서 잘나가는 음식은 햄버거이다비엔나에서  학생에게서도 똑같은 말을 들었고 베를린의  술집에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왜때문에... (,.같은 맥락으로 요즘 유럽전역에도 미국 스타일의 수제맥주집 brewpub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는데 부다페스트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번에 닷새 머무르는 동안 몇군데를 가봤다야노쉬가 추천해준 맛집들은 정말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고 음식도 정말 너무 맛있었다ㅎㅎ 우리의  목적지는 주로 4지역 (유태인지구)이었는데 집주인이  근처 맛집을 위주로 골라준건지는 몰라도 4지역에 정말 맛집도 많고 술집도 많아 좋았다.

 

갔던 곳중 매우 맛있었던 집들을 추천하자면...

Mazel Tov (Akácfa u. 47)

지중해식 유태인 음식점으로 양고기닭꼬치 같은 것들을 그릴에 구운 요리들이 매우 맛있다야노쉬가 강추한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지중해식이라고 해서 사실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정말 맛있는 곳이고 예약을 안하면 자리가 없는 그런 곳이었다애피타이저 하나메인디쉬둘와인 세네잔에 40유로가 안되게 나왔던  같음.


 

Stika (Dob u. 46/a)

아침점심저녁와인 등등 매우 여러가지로 인기가 많은 곳인것 같았는데 역시 야노쉬가 강추한곳우리는 너무 맛있어서 두번이나 갔다한번은 브런치 먹으러한번은 늦은 저녁 먹으러나름 저렴한 곳으로 저녁먹고 와인 한잔 하면 한사람 앞에 10 유로정도 나왔던  같다.

 


Bors (Kazinczy u. 10)

완전 싸고 맛있는 테이크아웃 샌드위치와 스프를 세트로 파는데 두개 합쳐서 5유로정도 했던것 같음술먹고 거리를 헤매다가 들어갔는데 진짜 너무너무 맛있었다ㅎㅎㅎ 스타워즈는 테마로  데코도 너무 웃김.     

 


Kék Rózsa Étterem (Blue Rose라고도 Wesselényi u. 9)

하루는 부다페스트 정식을 먹고 싶어서 헝가리 전통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집주인이 추천해준 매우 허름한 식당으로 우리가 먹었던 다른 음식들에 비하면 매우매우 맛있는 곳이라고 하긴  그저그랬지만 나름 매우 만족스러웠던 곳이다. 80년대 동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서비스메뉴가 있다옛날에 할머니가 해주셔서 종종 먹던 동유럽 음식과 똑같다며 파파가 매우 좋아했다드디어 제대로  굴라쉬와 크레페를 먹어볼  있었고 거위 간으로 만든 요리도  특이하고 맛있었다세트메뉴에 와인 한잔을 했더니 15유로정도 나왔던듯.

 


Karavan (Kazinczy u. 18)

요즘 헝가리에서 유행하는 길거리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이곳에헝가리 음식이라고 할만한 것은 랑고쉬 (헝가리식 피자밖에 없었던  같지만 재미난 곳이고 이곳에서 먹어본 랑고쉬는 매우 맛있었다맥주와 한잔하면 ㅎㅎㅎ 길거리 음식이지만 아주 싸지는 않은 것이 단점.

 


Élesztő (Tűzoltó u. 22)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괜찮았던 브루펍약간 먼게 단점이었으나 매우 재미난 곳이었다맥주는  아주 특별하다고 하긴  그렇고 별로라고 하기엔 괜찮은 정도여러 종류의 맥주가 있다우리는 맥주를 사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사실 이곳은 맥주가 맛있어서라기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우정을 나누고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좋아서 즐거웠다고나 할까맥주집 바로 옆집에는 (아래층으로 연결되어있다매우 특이한 핫초코집이 있었는데 나는 사실 맥주집보다 핫초코집이  재미있었다카페같은곳인데 핫초코만 판다근데 무려 300가지 다른 맛의 핫초코를 만든다고 한다ㅋㅋㅋ 그래서 당연히 하나 마셔봐야 했다우리는 크게 모험을 하지 않고 다크초콜렛에 럼주를 섞고 민트향을 첨가한 핫초코를 마셨는데 주인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문어맛과 오이맛 핫초코도 있다고 하니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문어맛 핫초코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런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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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특산품으로는 Tokaj wine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매우  디저트 와인이다우리는 디저트 와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병 사왔다그런데 야노쉬의 말에 따르면 헝가리에서도 많은 와인을 생산한다고 한다부다페스트에서 가까운 와인지방은 Egri라고 하는데 화이트레드로제 대부분의 알만한 종류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값은 매우매우 싸다괜찮은 와인이라는 것이 슈퍼에서 한병에 3-4유로정도다만...맛이 좋지는 않다 ㅋㅋㅋ 레드는 안마셔보는 것이 낫고 화이트와 로제는 가격에 비해 괜찮은  같아 여러병 사왔다.


부다페스트에서 몇년을 생활했던 나의 피아노 선생님에게 부다페스트에서 선물로  사다줄까라고 물어봤더니 그녀가 눈을 반짝거리며 신나서 나에게 부탁했던 것은 다름아닌 파프리카 파우더ㅋㅋㅋ 매우 소박한 나의 피아노 선생님이었다한국의 고춧가루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파프리카 파우더가  그냥 그랬지만 헝가리의 것은 특유의 맛이 있으며 다른나라에서 생산된 것들과는 파프리카 전문가가 아닌 내가 생각해도  산뜻하다고 해야하나그래서 그런지 기념품가게슈퍼마켓재래시장 등등 여기저기에서 다들 팔고 있다.

 

올드타운에 갔다가 네이버 블로그에서 여러사람들이 추천해 놓은 Café Gerbeaud라는 곳에 갔는데 정말 너무나 실망을 했다. 한국 사람들은 고풍스러운 유럽풍 분위기의 카페를 좋아하는구나 싶더라커피 두잔에 케이크 두조각을 먹고 40유로가 나왔다맛은 있으나  가격에 먹을 정도로 맛있지는 않다그냥 분위기를 먹으러 가는것이구나 싶어서 너무나 실망했다그냥 야노쉬가 추천해준 곳들만을 갈걸... 내가 두고두고 후회를 했더니 파파가 관광중심가에서 20유로  바가지 쓴걸로  그렇게 후회를 하냐고 했지만 그래도 후회스러웠다ㅋㅋㅋ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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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는 도시 여행을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결혼한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이것저것 구경하고 여기저기 걸어다니며 많은 것을 구경하는 것은 파파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던 것이다. 그래서 깨달은 것이 어디 여행을 가면 구경은 하루에 한가지만 하자였다. 파파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  역시 별로 즐겁지가 않아 쉬엄쉬엄 하는게 좋겠더라. 이젠 나도 하루종일 미친듯이 돌아다니는 여행은 별로인것 같다. 그렇게 쉬지 않고 뭔가를 봐도 결국엔 나중에 기억나는 것은 얼마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여행 동선을 짤때 항상 하루에 한가지를 구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중간중간에 쉬는 시간과 맛있는  먹는 시간, 마시는 시간, 등등을 적절하게 배치한다.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아무래도 어부의 요새라고 불리는 곳일 것이다. 구시가지처럼  주변에 부다성도 있고 그곳을 가려면 체인다리를 건너 가야하고 그러다보면 그냥 한나절 이곳에서 걸어 다니며 아름다운 관광지들을  구경할  있다. 우리는 늦잠을 자고 일어나 어슬렁 어슬렁 동네를 걸어다니다 브런치를 먹고 집에 돌아와  노닥거리다가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세시정도가 되었길래  게을러지기 전에 어부의 요새에 가자고 해서 느즈막히 갔다.  너무 늦은게 아닌가 싶었는데 네시반정도가 되어 해가 질때가 되니 마차시성당에 불이 들어왔다. 늦게 오길 잘했네 싶더라. 부다페스트는 야경이 매우 아름다운 도시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정말 그렇다. 도나우강을 앞뒤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야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우리 집주인 야노쉬의 말에 의하면 요즘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핫한 놀거리는 ruin pub이라고 불리는 것이라고 한다. Ruin pub 뭔고하니 19세기 말에 지어진 매우 오래된 건물을 허물지 않고 그곳에 펍을 만들은 것으로 부다페스트 곳곳에 이런 곳이 있다고 한다. 이런 건물들은 너무 오래되어 재건축을 하지 않으면 주거지로는   없는 곳이나 펍같은 용도로는   있는지 이런 곳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유명새를 타고 있다고.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매우 유명한 루인펍이 있었는데 이름은 Szimpla Kert (http://www.szimpla.hu/) 라고 한다. 이곳이 가장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곳에 두번이나 가봤는데 낮에 갔을 때와 밤에 갔을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 낮엔 썰렁했는데 밤에 가니  디딜 틈이 없이 흥이 나는 곳이었고 여러 공간에서 각각 다른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음식도 팔고 술도 팔고 물담배 같은 것도 팔더라. 외관만 보면 약간 코펜하겐의 자유지역 크리스티아니아와 비슷했지만 이곳은 크리스티아니아처럼 공공연하게 뽕을 파는 그런 곳은 아니었고 위험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우리는 9시쯤 들어갔다가 11시쯤 나왔는데 (이젠 늦게까지 파티를 하기엔 너무 늙고 피곤한 우리였다 ㅠㅡㅠ) 들어갈  몰랐는데 나올  보니 엄청나게 줄이 길더라. 아마도 한번에 들어갈  있는 인원은 제한하는 모양이었다.  남자가 바운서에게 자기가 지갑을 놓고 나왔는데  들어가게 해달라고 사정사정 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런 애절한 호소에도 들어갈  없었다. ㅋㅋㅋ 매우 재미난 곳이니  한번 밤에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예전에 부다페스트를 소개하는 여행 잡지에서  사진이 하나 있었는데 노천 온천에서 할아버지들이 체스를 두는 모습이었다. 집주인 야노쉬도 여러군데를 추천해주며  한번 가보라고 하더라. 우리는 안그래도 온천을 가보기 위해 수영복도 준비해왔기에 하루는 온천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가장 유명한 세체니 온천 (Széchenyi Thermal Bath) 갔는데 야노쉬의 말에 의하면 유명한 곳들은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데  알려지지 않은 곳들은 알몸으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한다. ㅎㅎ 이곳은 매우 유명한 곳이라 사람도 엄청나게 많았고 상당히 비쌌다. 거의 일인당 20유로가 넘었던  같다. 이렇게 비싼데 월급이 600유로밖에 안되는 부다페스트 사람들은 여길 어떻게 돈내고  수가 있나 싶었는데 야노쉬의 말에 의하면 의사에게 가서 허리가 어깨가 뻐근하다 어쩌고 하면 온천에 무료로   있는 처방전을 써준다고 한다. 아하! 세체니는 매우 고풍스럽고 아름다웠으며 엄청 넓고 마치 우리나라 목욕탕과 비슷하게 방마다  다른 온도와 용도의 온천욕을   있었다. 물론 가장 재미난 곳은 노천이었다. 이날도 물론 체스를 두는 할아버지들이 있었다. 아름답긴 했지만 우리나라 목욕탕 만큼 물이 깨끗하진 않았다 ㅎㅎ

 



나는 부다페스트에 가면 헝가리를 대표하는 작곡가 리스트 박물관에  가보고 싶었다. 리스트 아카데미를 나온 나의 피아노 선생님이 몇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리스트는 사실 헝가리에서 활동을  기간이 매우 짧다고 한다. 주로 프랑스에서 작곡을 했으며  곡풍도 헝가리 스타일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헝가리에서 매우 존경받는 작곡가인데  이유는 그가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은  헝가리에 돌아와 부다페스트에 피아니스트들을 양성하는 리스트 아카데미를 세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스트 박물관은 리스트가 노년에 직접 살았던 아파트에 리스트의 유품을 모아놓은 곳으로 리스트나 피아노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별로 볼게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피아노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매우 재미난 박물관이었는데 여기에 있는 여러가지 피아노를 구경하는  때문이었다. 리스트 박물관에는 리스트가 썼던 여러가지 피아노가 있는데  당시 피아니스트들이 현대적인 피아노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며 피아노를 개발했다는 것을   있다. 토요일 점심때에는 콘서트도 하는데 우리는 이건 보지 못했다.



어느 도시에 가면  공연은 한가지 봐야겠다는  욕심에 부다페스트에서는 오페라를 보기로 했다. 부다페스트에는 매우 멋진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부유하지는 않아도 문화를 사랑하고 지지한다고 한다. 가격은 싸지 않았다! 나중에 피아노 선생님이 이야기 해주는데 뒷문으로 가면 학생들을 위한 매우 값싼 입석을 팔기도 한다고 하더라. 바그너의 반지4부작중 발퀴리를 공연한다고 해서  보고싶었다. 무리를 해가며 매우 비싼 표를 샀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다섯시간짜리 오페라였던 것이었다 ㅠㅡㅠ  딱딱한 의자에 어떻게 다섯시간을...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파파 역시 매우 재미있게 봤는지 가족들에게 자랑도 하더라 ㅎㅎㅎ 매우 괜찮은 공연이었는데  유명한 발퀴리들이 말을 타고 오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싸이의 말춤을 추는건가 ㅠㅡㅠ ......... ㅎㅎㅎ 그것만 빼면 괜찮았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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