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년 봄에 했던 대로 긴 부활절 휴가를 맞아 또 다시 일주일간 프랑스 남부를 찾았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면 매번 같은 곳을 가고 싶어하는 파파와 달리 나는 항상 다른 곳에 가고 싶다. 작년 봄에는 니스와 가까운 생쟈네에 갔었는데 이번에는 니스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프로방스 지방엘 가보고 싶어 고르고 고르고 또 골라 프로방스 지방에서도 루베롱(Luberon)이라는 지역에 가보기로 했다. 프로방스는 꽤 넓은 지방인데다가 좋다는 곳이 워낙에 하도 많아 어디에 갈지 고르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딱 우리 입맛에 맞을 만한 곳을 골라줄만한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다. 트립어드바이저 같은 곳을 정말 오랜시간 열심히 들여다 봤는데 아무리 여행 고수들이 모인 곳이라 한들 사람들마다 취향이 다들 다른지라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프로방스는 라벤더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해서 언젠가 라벤더가 가득한 언덕을 찍은 사진을 본 후로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라벤더가 피는 시즌은 6월부터라고 하더라. 4월에도 꽃이 조금이라도 피지 않았을까 하는 것은 정말 나의 큰 착각이었다. 이렇게 또 한번 나의 기대는 무너져버리고... 이른 봄 프로방스의 언덕은 황량했고 미스트랄이라고 불리는 흙먼지 회오리 바람이 창문이 덜컥거릴 정도로 무섭게 불어댔다. 제목만 보면 뭔가 너무나 낭만적이게 들리지만 별로 그렇지 않았다. ㅎㅎㅎ 그래도 이런 것 또한 추억이 아닌가 싶다.


구글에서 프로방스를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 중 하나. 이런 사진을 보고 꽂혀서 갔건만...


4월의 프로방스는 이런 모습이었다.


내가 정한 숙소는 Lioux(리우)라는 곳으로 Rousillon(루시옹)이라는 마을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리우는 마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작은 마을이었다. 집 주인아저씨 말로는 리우는 그 흔한 교회하나 없는 곳이어서 빵집 같은건 기대도 하지 말라고 하실 정도였다. 리우에서 그나마 유명한 것은 마을 바로 앞에 있는 멋진 절벽과 유명 디자이너 삐에르 가르뎅이 언젠가 구매하고 한번도 찾지 않는 작은 성이라고 ㅎㅎㅎ 조용하고 경치가 매우 좋은 마을인 것은 좋았지만 근처에 식당이나 빵집이 없는 것은 좀 불편했다.




그래도 근처 마을 Apt(압트)라는 곳에서 일요일에 큰 장이 섰는데 이게 나에게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관광객을 위한 마켓이기도 했지만 주민들이 더 많이 오는 마켓으로 이런게 프로방스의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빵이랑 소세지를 사고 광장에 앉아 노래를 들으며 맥주를 한잔 했는데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이다. 라벤더 가지로 만든 바구니, 모자, 라벤더 향 비누. 너무 예뻤는데 왜 안샀지 너무 후회가 막심하다. ㅠㅡㅠ 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별로 비싸지도 않았는데 ㅋㅋㅋ 필요는 없어도 하나쯤 사주는게 여행지에서의 소비인데 말이다. 그나마 막 문을 닫고 있는 노점에서 프랑스산 면으로 만들었다는 담뇨를 하나 샀다.





한날은 집에서 걸어서 근처 마을 루시옹에 갔다. 루시옹은 알고보니 여러 여행잡지들에 ‘숨겨진 작은 보석같은 마을’이런 제목으로 많이 소개되는 곳이라고 한다. 황토가 생산되는 곳 중 하나로 붉은 흙으로 만들어진 중세 마을이고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데 관광 시즌이 아니라고 생각했음에도 관광버스로 관광객이 많이들 와서 놀랐다. 이게 프로방스의 유명세구나 싶더라. 볼게 별로 없는 봄에도 이런 정도이면 여름엔 정말 끝장나겠다 싶었다. ㅎㅎㅎ






한날은 근처에 있는 Le village de Bories(보릿고개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름의 보리마을)라는 곳에 갔다. 중세시대 성 밖에 살던 가난한 농부들이 척박한 밭을 갈면서 주워 모은 납작한 돌을 쌓아 성 밖에 건물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마을이라고 한다. 보리 마을은 옛날 모습 그대로 건물을 재건해 만든 마을인데 이런 건물을 지을때 실재로 돌을 하나하나 망치로 깨서 납작하게 만든 뒤 붙힘 없이 쌓기만 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이런 형태의 건축물은 이 지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지중해 전역에서 볼 수 있다. 작지만 너무나 멋진 곳으로 한번 가볼만 하다.
궁금하신 분은 홈페이지로 https://en.levillagedesbories.com/



보리 마을에 갔다가 잠깐 Gordes(고르드)라는 근처 성채마을에 들렀다. 고르드는 매우 아름다운 마을로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우리는 고르드에서는 큰 재미를 못봤다. 겉모습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별로 따뜻하지 않은 인심, 어딜가나 노르웨이만큼 비싼 가격, 명품숍들이 즐비한 거리, 미국인 관광객이 즐비한 식당들 (미국인 관광객을 꽤 많이 봤는데 미국에서까지 관광객이 올 정도이니 얼마나 유명한 곳이겠나 싶었다). 고르드는 부유한 외국인들이 와서 비싼 호텔에서 묵으며 명품 쇼핑을 하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샌드위치 가게에서 맥주 한잔만을 마시고 집으로 빨리 돌아왔다. 예전에도 몇번 이런 경우를 겪은적이 있었는데 이런 마을은 우리가 좋아하는 마을은 아니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여행가서 많은 것을 했고 (블로그에는 쓰지 않았으나 진짜 맛있는 것을 많이 먹기는 했다) 즐거운 추억도 많았는데 왠지 이번 프로방스 여행은 별로 만족스럽지 않은 여행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뭔가 딱 기대했던 것에 맞는 곳이 아니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우리 부부의 여행지 공식을 한번 세워봤다. ㅎㅎㅎ
- 햇살이 좋고 따뜻하면서 먹거리와 마실거리가 많은 곳
- 될수 있으면 베르겐에서 직항으로 갈 수 있는 곳 혹은 항공권이 너무 비싸지 않고 오래 비행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 치안이 좋고 쉴 수 있는 곳
- 비자가 없이도 갈 수 있는 곳
- 공항에서 차로 두시간 이상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숙소를 잡음
- 일주일정도 가면 한 숙소에만 머물음
- 삼박 이상 가면 대도시는 싫음
- 너무 유명해서 사람 많은 곳은 싫음
- 단체 관광객이 버스로 오는 관광지에는 절대 숙소를 잡지 않음
- 숙소에서 차를 타고 가지 않고도 하이킹을 할 수 있는 루트가 여러곳 있는 곳 좋음
- 하루 정도는 한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유명한 관광지가 있음
- 사람들이 마주치면 인사를 할 정도의 인심 좋은 작은 마을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음
- 작지만 마을 안에 정육점, 빵집, 걸어서 갈 수 있는 식당이나 술집 있는 곳
- 따스한 햇볕 아래서 아침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발코니나 마당이 집에서 바로 연결된 숙소
- 근처 장이 서는 곳이 좋음


생각해보니 우리의 마음에 꼭 드는 그런 곳이 정말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작년에 생쟈네가 너무나 우연히 이것을 모두 충족시키는 곳이었다는 것이 너무나 놀랍다. 그래서 그런지 프랑스 남부에 대해 기대치가 높아진게 아닌가 싶다. 정말 그냥 파파 말대로 생쟈네에 매년 가는게 좋은걸까 싶기도 하고.


이런 곳 아시는 분 추천 부탁드려요! ㅎ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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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때문에 핀마르크로 출장가는 일이 종종 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겨울에 핀마르크게 가게 되었다. 핀마르크중에서도 내가 가는 카라쇽(Karasjok)이라는 곳은 노르웨이에서 연최고기온과 연최저기온의 차가 가장 심한곳으로 알려져 있다. 최저와 최고기온의 차이가 거의 80도정도나 되는 곳으로 겨울에 춥기로 매우 유명하다고 하더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북극의 겨울이 너무나 궁금했지만 추운것을 너무 싫어하는 나는 가기 전 심히 걱정이 되었다. 대체 뭘 준비해가야하나 ㅠㅡㅠ


온갖 양모내복, 오리털 잠바, 스키복 등등을 총동원해서 가게되고...그러나 결국엔 가서 북극 신발을 사야했다. 부츠계의 벤틀리 같은 부츠를 사게 되었다. 75%나 세일을 한다길래 봤는데 마침 딱 내 사이즈가 하나 있어 사게되었다. 세일을 해도 매우 비싼...아마 정가로 따지면 내가 가진 신발중 가장 비싼 신발이 아닐까 싶다. 정가가 한국돈으로 백만원이 넘는 신발이라니 ㅎㅎㅎ 그러나 눈밭에서 몇시간을 뒹굴어도 발이 전혀 추워지지 않는 신발이었다



엄청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스노우스쿠터를 빌렸더니 스쿠터복과 헬멧,신발 등등도 한꺼번에 다 빌릴수가 있어 추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장에 나가서 스쿠터복을 입은채로 눈을 30분정도 팠더니 세상 더울수가 없었다. ㅎㅎㅎ 같이 간 학생은 영하 20도에 이렇게 더운적은 살다 처음이라며 한시간만에 반팔차림이 되어버리고...



한겨울 우리의 이동수단은 스노우스쿠터, 스키, 그리고 스노우슈즈였다. 그런데 난관에 부딛치고 말았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곳에 마침 사미족이 순록떼를 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핀마르크에서 땅의 주인은 순록떼를 모는 원주민 사미족이다. 원래는 모든 땅이 국가 소유의 공공지이나 사미족이 필요로 하면 우선권을 갖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순록떼가 있는 곳에는 사미족만이 스노우스쿠터를 몰고 갈 수 있다고 하더라. 아니 저렇게 아무도 없는 곳에 그냥 슬쩍 가면 안될까라고 생각했는데 자칫 잘못 걸렸다가는 사미족들에게 어떤 행패를 당할지 모른다고 ㅎㅎㅎ 뭐 이웃사촌들끼리 서로의 룰을 존중해가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캠프에서 목적장소까지 약 한시간을 스노우스쿠터를 타고 달려야했다. 가디보니 황량하고 아름다운 눈의 언덕에 순록떼가 보인다. 이렇게 멋진 장관을 잠깐 내려 사진이라도 찍고 싶었는데 순록을 방해하는 것은 사미족이 정말 싫어하는 행동이라는 말에 그러지도 못했다. (다행히 둘째날에 잠깐 멈춰야할 일이 있어서 잽싸게 한장 찍었다) 사진으로는 정말 다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다.



아니나 다를까 스쿠터를 세워야하는 곳에 도착하니 한 사미족 할아버지가 매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다행히 같이 간 동료가 노르웨이어를 잘해서 대충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말씀드리고...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이런곳까지 온 동양여자가 신기했는지 둘째날에는 선뜻 우리를 목적지까지 테워다주시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괜히 이 할아버지랑 친분을 좀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제가 순록 가죽에 관심이 좀 있는데 혹시 파는 사람을 아시나요?’라는 질문을 하게된다. 그랬더니 ‘음...내가 하나 팔 수 있는데...’라시는게 아닌가. 물론 예상했던 답변이었지만 말이다. 심지어는 우리 캠프까지 배달을 해주시기까지 하셨다. 그래서 얼떨결에 순록 가죽을 하나 사게되고...ㅎㅎㅎ 이렇게 직접 순록떼를 모는 Lars라는 이름의 사미족 할아버지(순록을 거의 천마리정도 소유하고 계신다고 한다)에게 순록 가죽을 사게 되었다. 가죽을 만드는 사람에게 물건을 사면 훨씬 더 쌀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그 대신 엄청 귀여운 흰색 가죽을 가져다 주셨다. 밖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회갈색인데 핀마르크에 사셨다던 한 동료분 말씀에 따르면 흰색은 좀 특별한 것이라고 하더라. 순록중에서도 흰색은 신성한 녀석들이라고. 하여간 신성하다는 이 흰순록 가죽은 우리집 소파에서 북유럽 분위기를 내는데 사용되고 있다.



북극 겨울의 마지막은 역시 극지방 밤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오로라였다. 이번에는 정말 운이 좋아 너무나 아름다운 오로라를 볼 수 있었다. 나는 북극에 여러번 가봤지만 오로라를 본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극에만 가면 항상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시간과 장소에 따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때가 정해져 있고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을지언정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자주 볼수는 없다고 한다. 마치 요정이 빛을 흩뿌리고 날아다니는 느낌이었다. 밖의 온도는 영하30도였지만 우리는 밖으로 나와 한참을 오로라를 구경했다.



이렇게 춥고 황량한 곳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까 싶었는데 이곳 사람들은 또 이런 환경에 적응하며 잘 살고 있다. 이런곳도 이런곳만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만의 즐거움이 있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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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에 출장이 있어 사흘간 갔다가 마지막 날 오전에 시간이 남았는데 동료분들이 지질학 박물관에 특별 전시가 진행중이니 꼭 한번 가보라고 해서 지질학 박물관엘 가봤다. 코펜하겐은 이미 여러번 가본데다가 요즘은 왠지 박물관에 시큰둥해졌는데 동료분들이 추천한 특별 전시는 곤충을 수천배로 확대 해놓은 사진 전시여서 가보고 싶었다. 아마도 그런 특별전이 아니었다면 지질학 박물관 따위엔 가지 않았을 것 같다. ‘지질학 박물관’하면 왠지 내년에 가나 20년 뒤에 가나 똑같은 돌들이 전시되어있을텐데 왜...이런 기분이 들지 않나. ㅎㅎㅎ


그런데...아침 일찍 찾아간 지질학 박물관에서는 특별전은 이미 지난주에 끝나고 이주부터는 리모델링을 하느라 단 두전시관만 문을 열었다지 않겠나 ㅠㅡㅠ 참으로 낭패였다. 리모델링을 하는 동안에는 관람이 무료라기에 이왕 온김에 뭐가 있나 돌 구경이나 하고 가자 하고 들어갔다.


그런데 첫번째 전시관에서 매우 뜻밖의 멋진 전시를 구경하게 되었다. 올레 보름 Ole Worm이라는 덴마크 출신 16-17세기 의사 및 탐험가에 관한 상설전시관이 있었는데 그가 탐험하고 연구하며 모은 진기한 물건들을 모아놓은 ‘호기심의 방’을 재연해 놓은 전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의 방은 그의 수집품을 모아놓은 작업실을 화가가 방문해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을 똑같게 재연한 방이다. 작은 컨테이너 같은 방에 탐험을 하며 수집한 진기한 물건들이 상자에 담겨있는가하면 박재된 아기 북극곰부터 말의 턱뼈를 감싸고 자란 나무나 트롤의 손 모양처럼 생긴 나무등 기괴한 물건들까지 정말이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이었다. 문명의 때를 타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의 수집품은 대체 어떤것들이 있을까...진짜 저랬지 않을까. 저렇게 옛날에는 과학자가 의사였고 탐험가였고 철학자였다는 것이 참 멋지고 부러웠다. 나는 한참을 그 방 앞에 서서 작은 물건 하나하나를 구경하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내가 한참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사이 유치원생들 무리가 현장학습을 왔는지 내 주위로 몰려왔다. 역시 그들에게도 가장 인상적인 전시품은 꼬마 북극곰이었는지 다들 큰 목소리로 ‘밤세! (덴마크어로 곰인형이라는 뜻)’를 외쳐댔다. ㅎㅎㅎ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 지인분 중 지질학 교수님이신 분의 댁에 놀러간적이 있다. 지질학교수님 답게 선반 여기저기에는 화석과 진기한 돌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베란다에는 남극 탐험에 참가하셨다가 가져오신 커다란 팽귄(박제)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 그때 그게 엄청나게 인상적이었다. 저런 진귀한 물건은 박물관이나 재벌집에나 있는 것인줄 알았는데 평범한 사람 집 베란다에 그런게 있다니 ㅎㅎㅎ 나중에 어른이 된 뒤에 그 펭귄은 아직도 댁에 있냐고 여쭤보았더니 박물관에 기증하셨다더라.



내가 예전에 펭귄과 화석을 보며 탐험에 대한 로망을 불태웠듯 (진짜로 탐험가가 되지는 않았지만 ㅎㅎ) 올레 보름의 호기심의 방을 엿보고 자란 어린이중 누군가는 커서 진짜 탐험가가 되고 과학자가 되지 않을까 ㅎㅎㅎ


지질학 박물관은 이 호기심의 방 덕분에 공짜가 아니었더라도 한번 가볼만한 곳인것 같다. 요즘은 볼거리가 많은 박물관보다는 한두가지가 매우 인상적인 그런곳이 더 좋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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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데이라는 사람들이 너무나 친절해 여행하기가 더더욱 좋았다. 왠지 관광객이 많으면 주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 왠지모를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마데이라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나마 잘 살 수 있는 이유가 관광 수입 때문이라며 관광객들에게 친절하다고 한다.


파파의 말에 따르면 주민들이 가는 음식점/술집과 관광객이 가는 곳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주민들이 가는 곳에 관광객이 실수로 잘못 들어가면 괜한 텃세가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마데이라에서 이런 술집에 들어가 술을 마시던 그집 단골들에게 술을 얻어마신적도 두번이나 있다. ㅎㅎㅎ 미모의 당신 부인 덕분이 아니겠냐고 내가 농담을 하긴 했는데 서스럼 없이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마데이라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마데이라에 너무나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슈퍼마켓에서도 이런 경우를 여러번 겪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그나라 말을 못하면 괜히 불친절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데이라에서는 오히려 자기들이 영어를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자기네 말을 못하는 것은 우리인데 왜 당신들이... 마데이라의 젊은이들은 왠지 독일이나 프랑스의 젊은이들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포르투갈의 TV는 영어 방송을 더빙 없이 자막으로 틀어 주기에 포르투갈의 젊은이들은 영어를 꽤 잘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하기가 매우 수월했다.


불꽃놀이를 구경하다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 남자의 말에 의하면 마데이라의 젊은이들은 연봉이나 일자리 조건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평균 월급이 600유로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관광객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올라 푼샬에서 살기가 넉넉하지만은 않다고. 그래도 날씨 좋고 평화로운 마데이라에서의 삶은 나쁘지 않아 자신도 런던에서 일을 하다가 다시 마데이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런던에서 1년가량 살았는데 길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삶이 풍요로운 인생인데 말이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잠시나마 ‘우리도 여기 집이나 한채 살까’하는 생각을 했던 우리 자신을 반성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순박한 여기 주민들의 삶이 힘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우리 집주인 아저씨만 봐도 참 부러운 삶을 살고 계신게 아닌가 싶더라. 집주인 아저씨는 레몬농장과 양봉업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농장에 딸린 오두막집을 빌려주는 부업으로 아마 돈을 더 많이 버시는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뭘 하던 항상 ‘오우~ 노 프라블럼’이라며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셨는데 왜 우리는 그들보다 훨씬 더 큰 연봉을 받으면서도 저렇게 매사에 여유롭고 너그러울 수 없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ㅠㅡㅠ 가난해도 이런 마음의 여유가 있는 마데이라 사람들이 OECD 행복지수가 높다는 노르웨이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


여담이지만 마데이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다. 푼샬의 공항은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으며 내리자마자 아는 형님의 얼굴이 있어 깜짝 놀랐다 ㅋㅋㅋ 이런 시골에서 저렇게 유명한 사람이 나오다니 ㅎㅎㅎ 만난 사람들마다 하는 말이 마데이라에서 호날두는 거의 ‘신’이라고 하더라. 마데이라에서 나고 자란것 말고도 그는 마데이라에 이런저런 기부도 많이 해서 인기가 매우 많다고 한다. 푼샬에는 심지어는 CR7 (그의 이름 이니셜과 등판번호를 따 그를 CR7이라고 부른다) 박물관도 있고 그 옆에는 CR7 호텔도 있다.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마데이라에 사는데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해서 그의 어머니 생일이 있어 매년 고향을 찾아온다고 한다. 가끔 CR7호텔 발코니에서 어머니와 함께 불꽃놀이를 관람하는 호날두를 볼수도 있다고. ㅎㅎㅎ 아니...세상에...형님 만날뻔... 예전에는 왠지 비호감이었던 호날두였는데 마데이라에서 미담을 하도 많이 듣고보니 왠지 아는 사람이 된것 같아 TV에서 만나면 반갑다 ㅎㅎㅎ

분명 안티가 만든게 틀림 없는 형님의 흉상 ㅎ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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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2주 반동안 머물은 곳은 마데이라 북부지방의 작은 시골 사오 비셴트 (Sao Vicent) 이다. 마데이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무래도 마데이라의 수도인 푼샬이다. 푼샬은 공항도 있고 크루즈선이 왔다가 가는데다가 그나마 도시 모양이 나는 곳인지라 관광객이 많았고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시골에서 지내다가 마데이라를 떠나기 전 사흘정도만을 푼샬에 머물다가 가기로 했다.


마데이라에 도착한 첫날 새벽 여섯시도 안된 아침에 엄청나게 큰 대포소리와 불꽃놀이에 잠이 깼다. 이 시골 새벽에 대체 이게 뭔 일인가. 이게 새벽마다 계속되어 대체 뭔일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박물관에 갔을 때 안내원에게 물어봤더니 크리스마스 전 교회에서 예배를 보러 오라고 울리는 대포라더라 ㅎㅎㅎ 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더러 마데이라의 신년맞이 불꽃놀이에 대해 들어봤냐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새해를 맞으며 보신각 종소리를 듣듯 유럽에서는 주로 새해 맞이 불꽃놀이를 하는데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너무 유명해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고 하더라. 불꽃놀이가 뭐 그리 대단한가 싶었는데 그는 우리더러 마데이라에 왔으면 이 불꽃놀이를 꼭 봐야한다며 불꽃놀이를 보려면 푼샬에 가야한다고 했다. 자기는 항상 가족들과 한 오후 다섯시쯤 푼샬에 가서 저녁도 먹고 산책도 하다가 언덕에 올라가 불꽃놀이를 보며 한해를 시작한다고 하며 우리더러 이때 마데이라에 있을거라면 꼭 푼샬에 가라고 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하며 인터넷에서 알아봤더니 정말로 놓칠 수 없는 광경이라며 꼭 가야한다고 하여 우리도 새해 전야를 푼샬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이때 숙소를 푼샬로 할걸...참 계획성 없는 우리의 여행이었다 ㅎㅎ 이왕 갈거면 저녁도 좀 근사한데서 먹을까나 하고 봤더니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은 다들 이미 예약이 마감되어있었고 ㅋㅋㅋ 불꽃놀이 하나 보겠다고 40분 넘게 차를 몰고 가서 사람 바글거리는데 껴서 밤을 보낸다는 생각만으로도 왠지 피곤해졌지만 그래도 한번 가보기로 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봤더니 누군가는 바닷가가 가장 뷰가 좋다고 하고 누군가는 언덕위가 가장 좋다고 하고 불꽃놀이를 잘 볼 수 있는 장소를 놓고 설왕설래를 하고 있더라. 우리는 일찌감치 언덕위로 가서 높은 곳에 차를 주차하고 (이정도 멀리 주차를 하면 나중에 빠져나가기 좋겠지 하는 마음에) 시내를 구경했다. 별로 근사하지는 않았지만 맛은 좋았던 작은 레스토랑에서 저녁도 먹고 올드타운도 걸으며 맥주도 한잔 하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다 밤이 다 되어 주차를 해놓은 언덕으로 돌아왔다. 돌아왔더니 우리가 떠날때와는 아주 딴판이 벌어져있었다. 주차는 23중으로 되어있었고 (결국 빠져나가는데는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ㅋㅋㅋ) 마을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여기저기 앉아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나눠먹고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는게 아닌가. 관광객들이 뷰가 좋은 비싼 호텔을 빌려 루프탑에서 불꽃놀이 구경을 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페키지 저녁식사를 하는 것과 달리 마데이라의 주민들은 이렇게 언덕 위에서 가족들과 삼삼오오 모여 자기가 가져온 음식과 술을 마시는거라고 한다. 우리는 마데이라 주민들 사이에 껴서 왠지 그곳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우리 옆자리에 있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주민들이 모이는 자리에 낀 동양인 여자가 신기했는지 (마데이라에는 좀처럼 동양인 관광객을 보기 힘들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런저런 음식도 나누어주고 집에서 담근 술도 나눠주고 새해를 맞이하는 포르투갈의 전통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줬다. 몇가지가 있었는데 지금 기억나는 것으로는 건포도 12알을 손에 쥐고 있다가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펠리즈 아노 노보! (Felix Ano Novo, Happy New Year)’라고 외치며 건포도 12알을 몽땅 입에 털어놓고 씹어 먹어야 한다는 것과 새해 아침에 일어나면 오른쪽 발로 바닥을 먼저 짚어야 한해 운수가 좋다는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새해 아침에는 항상 그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왼발로 바닥을 짚었는지 오른발로 짚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는 말도 함께 덧붙여. ㅎㅎㅎ


그러는 사이 멀리 보이는 전광판에는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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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8년 새해가 시작되며 그 유명하다는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여지껏 많은 불꽃놀이를 봤지만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정말 멋졌다. 폭죽의 디자인이 멋지다기보다는 그 방대함이 아름다움의 포인트였다고나 할까. 말만 들었을 때는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정말 큰 볼거리다. 폭죽이 도시 곳곳 거의 20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 우리가 서있던 곳에서 10미터도 채 안되는 곳에서도 터졌고 해변에서도 세곳, 올드타운에서도, 반대편 언덕에서도...이 광경을 직접 보면 왜 마데이라의 불꽃놀이가 기네스북에 올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시내 어디에 있었어도 뷰가 좋았을 것이다. 이런 불꽃놀이가 12분이상 지속되었는데 우리 옆자리 사람들에 의하면 예전에 예산이 더 많았을 때에는 20분 넘게 지속된 적도 있고 해마다 불꽃놀이가 몇분 진행되는지가 큰 뉴스거리라고 하더라.


불꽃놀이가 끝나고 한참을 사람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운전을 해 집에 오니 두시가 다 되어있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너무나 유명해서 해마다 유튜브에 공식 영상이 올라온다고 하더라. 심지어는 포르투갈 본토에서도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를 생중계한다고.



이렇게 또 한 해가 시작되고...글을 쓰는 지금은 벌써 올해가 반 넘게 다 간 7월 말이지만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 내니 또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때 우리는 함께 이렇게 멋진 새해를 맞았었구나...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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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데이라는 해변이 없어 리조트 관광객이 거의 없다. 시끄럽고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는 우리에게 이것은 정말 크나큰 장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카나리 군도와 마데이라는 관광 시즌이 조금 다른데 여름엔 마데이라가 카나리 군도보다 시원해서 관광객이 더 많고 겨울에는 카나리 군도가 마데이라보다 따뜻해서 관광객이 더 많다고 한다. 0도 안팍의 베르겐 겨울에 비하면 15-20도였던 마데이라의 겨울은 정말 따뜻했던데다 사람이 많이 없어 한적한 것이 정말 최고였다.


마데이라는 크기에 비해 비가 많이 오는 우림과 사막성 고산지역을 두루 가지고 있어 식생이 굉장히 다양하고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산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래서 정말로 하이킹의 천국이었다. 하루에 2000미터 가까이를 올라가야하는 가파른 산길도 있는 반면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도 쉽게 할 수 있는 등산로도 정말 많았다. 작은 섬에서 3주동안 할게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우리는 3주 내내 하루에 한곳씩 하이킹을 했는데도 하이킹 책에 나온 곳의 1/4도 다 가보지 못한것 같다. 마데이라에 도착해서 산 이 책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데이라에서 매우 유명한 할거리중 하나는 바로 Levada라고 불리는 관개수로를 따라 걷는 것이다. 레바다는 16세기부터 만들어진 관개수로인데 비가 많이 오는 마데이라 섬 북부쪽의 물을 비가 많이 안오는 남부쪽으로 끌어다가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은 마데이라 섬 곳곳에 2000킬로미터가 넘는 레바다가 있다고 한다. 레바다는 수로여서 높은 곳에 있더라도 평지에 만들어져 있는데 이를 하이킹 트레일로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요즘은 마데이라의 관광 명물이 되었다. 짧은 것은 2-3km인 곳도 있지만 긴 것은 30km가 넘는 곳도 있고 절벽을 따라가야 하는 곳, 폭포를 지나는 곳, 엄청 긴 동굴을 지나야 하는 곳 등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는 마데이라에 있는 내내 여러 레바다에 하이킹을 갔다. 별 준비 없이 마데이라에 온지라 손전등이나 헤드램프 같은 것을 가지고 오지 않아 동굴을 지나갈 때 조금 무서웠다. 한번은 더스티와 동굴을 걸어가다가 더스티가 자꾸만 딴짓을 하느라 물에 풍덩빠지고 말았다. ㅎㅎ 레바다는 얕은 곳은 깊이가 10cm정도인 곳도 있고 깊어도 1m가 채 되지 않기에 물에 빠져도 위험하지는 않다. 아마 더스티는 물 속에 뭐가 있나 보다가 빠진 모양이다. 내가 그리도 조심하라고 잔소리를 했건만...ㅎㅎㅎ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 웃겼는데 파파는 앞서 가다가 신경질적으로 ‘더스티!’라고 소리치는 내 목소리를 듣고 내가 물에 빠졌는줄 알았다고 하더라. ㅋㅋㅋ 우리는 마데이라에 있는 내내 이 이야기를 하며 더스티를 놀려댔다. 우리 셋중 물을 제일 싫어하는건 더스티인데 당연히 빠지는 것도 더스티가 아니겠나. ㅎㅎ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명성에 걸맞게 정말 많은 꽃이 피어있었다. 등산로에 자연적으로 피어있는 극락조화 하며...마데이라가 원산지인 꽃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크리스마스 꽃으로 (원래는 꽃이 아니고 꽃받침이지만) 잘 알려져있는 포인세티아이다. 대체 이런 꽃이 크리스마스 때 피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가 항상 궁금했는데 마데이라에서는 포인세티아가 엄청 큰 관목처럼 자라고 있었다.






한번은 농촌 마을을 가로질러 하이킹을 갔는데 마을의 개들이 자꾸만 더스티를 따라왔다. 집 잃어버릴까 몰라 계속 집에 가라고 쫓아냈는데도 계속 따라오던 녀석들이 어느 순간엔가 길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아쉬운 눈으로 더스티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각자 개들이 자기 영역이 있더라. 쫄래쫄래 따라오다가도 그 영역의 끝에 도달하면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온동네 개들의 에스코트를 받은 더스티였다.



마데이라 섬의 중부지방은 가파르고 높은 산이 많아 마음 먹고 8시간짜리 하이킹을 한 날도 있고, 그냥 설렁설렁 한두시간을 걷다가 돌아온 날도 있다. 해변가를 따라 해안 절벽을 바라보는 하이킹도 정말 좋았다. 물론 하이킹이 끝난 뒤에는 작은 카페에 앉아 시원한 마데이라 맥주 Coral을 한잔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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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결혼한지는 3년정도가 되었지만 신혼여행을 이제야 다녀왔다. 결혼식은 조촐하게 베르겐에서 했는데 한국과 독일에서 가족들이 오시는 바람에 결혼식을 한 다음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고 그 뒤로는 너무 바빠서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게다가 결혼 한 뒤 한참 뒤에 신혼여행을 가게 되다보니 ‘신혼여행인데 평범한 여행은 안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특별한 여행을 찾다 보니 이제야 가게 된 것이다.


신혼여행지라는 것이 참 결정하기가 어렵더라. 어딘가 결정을 하고 나면 ‘아냐 거긴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또 다른 곳을 결정하고 나면 ‘아냐 거긴 요즘 정세가 안좋아서...’ 또 다른 후보지들은 ‘아냐 거긴 예전에 사귀던 사람이랑 갔던데라...’ 또 다른 곳들은 ‘거긴 너무 평범하니 그냥 휴가때 가도 되지 않나...’ 이러다 보니 정말 갈만한 곳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둘 다 너무 구두쇠라 신혼여행인데도 돈을 너무 많이 써야 하는 곳에는 또 가기가 싫었던 것이다. ㅋㅋㅋ


원래 계획은 12월 말에 연말을 끼고 3주정도 다녀오는 것이었는데 이왕 가는 김에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어 결정하게 된 곳이 바로 포르투갈령의 섬 마데이라(Madeira, 포르투갈어로 나무라는 뜻이라고 한다)이다. 마데이라는 카나리 군도 북부에 있는 섬으로 사막 기후인 카나리 군도와 달리 비가 많이 와 섬의 대부분이 울창한 정글이어서 유럽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하와이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섬이라 삐죽삐죽하게 가파른 산이 숲으로 울창하게 덮여있는 모습이 하와이와 거의 비슷하더라. 1, 2월 겨울철에는 평균 10도정도 기온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갔던 12월 말에만 해도 아직 진정한 겨울이 아니었던지라 20-25도 정도 기온이라 정말 좋았다.










이번 여행은 신혼여행이었던지라 우리는 빈둥빈둥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데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 사실 우리의 거의 모든 여행이 쉬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말이다. 신혼여행이었지만 3주는 좀 너무 긴 시간이라 더스티도 함께 오게 되었다. ㅎㅎㅎ 그래서 마데이라에서도 가장 한적하면서 관광객이 많이 없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정한 곳은 마데이라 섬 북부에 있는 사오 비졘트 (São Vicente)라는 작은 마을. 농장에 딸려있는 작은 오두막집을 빌렸는데 진짜 엄청나게 한적한 곳으로 찾아기가도 엄청 힘들었다. 정말로 관광객이 많이 오지 않는지 가격도 엄청 쌌다 (방 두개짜리 집을 하루에 30유로주고 빌림 ㅎㅎㅎ) 파파는 딱 자기가 원하던 그런 곳이라고 엄청 좋아했는데 엄청나게 조촐한 곳이어서 신혼여행까지 가서 이렇게 구두쇠짓을 하는 내자신이 싫었다 ㅠㅡㅠ 한번 가는 신혼여행인데 몇십만원 아껴서 뭐 할거라고 ㅋㅋㅋ


전형적인 농장 집을 빌렸다. 주인 아저씨는 농부로 양봉업과 레몬 농장을 하고 계시는데 아마도 에어비앤비로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농장을 빌려주는 사업으로 돈을 더 많이 벌으실 듯 하다


더스티는 하루의 대부분을 마당 앞 돌담에서 도마뱀을 사냥하며 보냈다 ㅎㅎ 한마리도 잡지는 못했지만 어찌나 바쁜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반대편 산에 하이킹을 갔다가 찍은 우리 집


이렇게 이국적인 마데이라의 숲속에서 우리는 3주간을 잠 많이 자고, 티비도 보고, 산책도 가고, 바베큐도 하고 (전통적인 포르투갈식 농가는 집안에 그릴이 있더라), 하이킹도 가며 보냈다. 비록 다른사람들처럼 멋들어지게 해변에 누워 작은 우산이 달린 칵테일을 마시며 보낸 그런 신혼여행은 아니었더라도 마데이라는 특별한 기억을 남기기에 매우 좋은 곳이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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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냐 거긴 예전에 사귀던 사람이랑 갔던데라..." 여기서 빵 터졌어요 ㅎㅎ
    산 속 작은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군요 :-) 더스티가 정말 신나 보이는걸요!


    • ㅎㅎㅎ 저는 한번은 지인앞에서 예전에 남편이랑 같이 갔던 어디어디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제 남편이 거긴 나랑 같이간데가 아닌거 같은데 라고 해서 생각해봤더니 딴남자랑 갔던데라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나네요

저번주 나는 워크샵에 참가하러 헬싱키에 사흘 출장을 다녀왔다. 나는 본의 아니게 출장을 자주 다닌다. 예전엔 출장을 가면 주말을 끼고 여행을 하기도 해서 출장이 신나고 좋았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혼자 어디 가는게 별로 즐겁지 않더라. 그래서 일이 끝나면 구경이고 뭐고 그냥 즉각 집에 오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워크샵을 하려면 좀 따뜻하고 이국적인 리스본같은 곳에서 하지 헬싱키가 뭐람...멋없는 사람들 같으니라고. ㅎㅎㅎ


짐을 싸면서 워크샵 프로그램을 보는데 둘째날 프로그램에 참 웃긴게 있었다.



저녁식사와 사우나라니...핀란드 사람들이 사우나 좋아하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워크샵 디너에 사우나가 포함되어있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대체 이걸 어째야하나...핀란드에 왔으면 구경할건 별로 없어도 사우나라도 경험을 해봐야겠다 싶더라. 그래서 일단 수영복을 가지고 가보기로 했다.


첫날 핀란드 동료분들이랑 저녁식사를 하면서 같은 테이블에 않으신 분께 정말 꼬치꼬치 궁금한 것들을 캐물었다. 디너와 사우나가 대체 어떤것인가. 가장 궁금한 것은 우리나라 찜질방 같은 개념으로 남녀가 함께 들어가는 것인가.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것인가였다.


핀란드에서는 가족들끼리만 사우나를 하는 것이 아니고 공공 사우나도 많으며 이렇게 프로페셔널한 미팅이나 워크샵 프로그램에도 사우나가 껴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건물에 사우나가 있다고. 그냥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큰곳, 작은 곳, 뷰가 있는 곳, 테라스가 연결된 곳 등등 여러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 정말 신세계이다. ㅎㅎㅎ 원래 목적은 사우나인데 저녁을 먹긴 먹어야하니 디너와 사우나가 된 것이라고. ㅎㅎㅎ 주객전도가 따로없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남녀 사우나가 따로 되어있거나 시간을 정해서 몇시부터 몇시까지는 여자시간, 그 다음 타임은 남자시간 이런식으로 따로 사우나를 이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동성끼리 사우나를 하는 경우에는 맨몸으로 사우나를 한다고. 내가 수영복을 가져왔는데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도 되냐고 했더니 동료분이 곰곰히 생각하시더니 ‘그래도 되긴 한데 좀 어색하지 않을까 해요’라고 하셨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우리나라 목욕탕에 왠 외국인이 수영복을 입고 들어오면 수영복을 입은 사람도 그를 보는 사람도 좀 어색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바로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둘째날 디너와 사우나 시간에는 수영복을 가지고 가지 않기로 했다.


시간표에 나온대로 저녁 여섯시에 뷔페스타일 저녁식사를 시작했는데 일곱시정도가 되니 누군가가 사우나에 가자고 하더라. 나는 신이 나서 제일 먼저 사우나로 직진했다. 사우나실에 들어가보니 타올도 다 있고 심지어는 가운도 다 있더라. 남자들은 남자사우나에 여자들은 여자사우나에 들어가서 열을 올린 뒤 가운을 입고 중간에 있는 테라스에서 몸을 식혔다. 저녁식사와 사우나가 있었던 6층 테라스는 경치가 참 좋았다.


핀란드 사람들은 북유럽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나 반응이 미적지근한 사람들이다. 워크샵을 하면서도 누군가가 좋은 의견을 내거나 멋진 발표를 해도 다들 그냥 미적지근하게 고개를 끄덕일뿐 ‘그거 참 좋은 생각이네요!’ 이런 반응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 같이 저녁을 먹고 술도 몇잔 하고 알몸으로 사우나까지 하고 나니 그들은 웃으며 자기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는 재미난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처음엔 아무리 여자들끼리라고 해도 잘 모르는 동료들이랑 알몸으로 사우나를 한다는 것이 참 부끄럽고 이상했는데 사우나 안의 동료들은 그냥 사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누구 배가 더 튀어나왔는지 누구 가슴이 더 컸는지 누구 몸매가 좋았는지 그런것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렇게 사우나를 하며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여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핀란드 사람들에게는 매우 필요한 의식이 아닌가 싶었다.


서늘한 바람이 불면서도 햇볕 쨍쨍한 헬싱키의 봄 밤은 ‘이게 바로 핀란드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일을 하느라 헬싱키는 아무것도 구경하지 못했지만 워크샵 프로그램에 포함되어있던 사우나는 핀란드가 어떤곳인지 알게 해주는 좋은 경험이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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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가르브에서의 마지막 이틀 밤은 Faro공항과 가까운 작은 마을에서 보내기로 했다. Fuzeta라는 작은 어촌마을에 숙소를 잡았는데 알가르브는 참 많은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부의 해변 리조트, 서부의 황량한 절벽 바닷가, 내륙의 산골 마을들, 그리고 이런 작은 어촌까지…


푸제타에서는 별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았고 그냥 마을을 걸어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너무 작은 마을이라 별로 할게 없긴 했는데 마을에 염전이 있어서 구경을 갔다. 근처 갯벌에서 조개와 굴을 캐는 어부를 볼수도 있다. 미로같은 염전에서 길을 잃는 바람에 생각보다 훨씬 많이 걸어야했지만 소금 산 근처에서 야생의 플라밍고를 보는 행운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었던 것이 딱 한가지 있었는데 카타플라나(Cataplana)라는 요리를 먹어보는 것이었다. 카타플라나는 우리나라 해물찜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같은 이름의 둥근 솥에 해물과 채소를 넣고 쪄서 만든 요리이다. 포르투갈은 식문화가 많이 발달해 있지 않은듯 딱히 그렇다할 요리랄 것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카타플라나는 알가르브의 특산요리라고 하더라. 알가르브식 카타플라나를 시키면 새우, 조개, 생선과 함께 돼지고기와 소세지를 넣은 카타플라나가 나온다. 호박과 감자 등을 함께 넣고 만들기도 하지만 밥을 넣고 만들기도 한다고 ㅎㅎ 근처 마을 Ohlao라는 곳에까지 가서 매우 유명하다는 맛집에 가서 먹었는데 맛은 있었지만 내 입맛에는 너무 짰고 양이 매우 많았다 (마치 4인분 같은 2인분이 나옴 ㅋㅋ).




무분별한 관광개발과 북부유럽인들 (독일, 네덜란드인, 영국인)에게 점령당한듯한 관광지에 실망도 많이 했지만 그렇다고 이번 여행에서 좋은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잘 알지 못했던 포르투갈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도 큰 수확이다.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했던 포르투갈 산 올리브유나 자주 접할 기회가 없었던 포르투갈 와인은 정말 맛좋았다. 다음번에 포르투갈에 또 오게 되면 알가르브에 다시 오지 않겠지만 그래도 관광객이 너무 많이 가지 않는 포르투갈의 다른 지방 (특히 와인을 많이 생산하는 알렌테조 지방이나 두오로 지방)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 여행을 마쳤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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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가르브는 해변만 유명한줄 알았는데 하이킹 코스가 정말 많더라. 국가 차원에서 하이킹 코스를 개발해 트레일 마킹도 엄청 잘 되어있다. 구글에서 Algarve hiking trail이라고 치면 정말 많은 코스가 나오고 리뷰도 많아 실망스러운 와중에도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이킹이 잘 되어있다보니 해변에 한번도 발을 딛지 않고 리조트 근처에 가지 않더라도 열흘동안 알가르브에서 할게 나름 많았다. 우리는 몬쉬크에 숙소를 잡았다보니 주로 산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알가르브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베네길 동굴 해변에는 정말 꼭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알가르브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킹 코스라는 Seven hanging valleys라는 트레일을 하루 가보기로 했다.



이 코스는 알가르브 남부의 아름다운 해안 절벽을 따라 걸어가는 코스로 왕복 12km정도인데 알가르브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을 네곳이나 지나간다. 이곳 해변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 명성 그대로 정말 아름답다. 이 코스의 이름이 일곱개의 떠있는 계곡인 이유는 시작점부터 끝까지 일곱번의 계곡을 지나가는데 이 계곡이 사실은 파도에 의해 부식되어 동굴처럼 되어 있는지라 사실은 아랫부분이 비어있다고 한다.


이곳의 하이킹은 정말 아름다웠고 알가르브의 자연경관에 대해 알기에 정말 좋은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끝지점까지 왔을 때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서 봤던 거긴 대체 어디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사진에 나온 동굴 해변은 걸어서는 갈 수 없고 배를 타고 투어를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ㅠㅡㅠ 아...징짜...배신감이 매우 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하이킹이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하여간 이렇게 나의 알가르브 여행은 말 그대로 산으로 간 여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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