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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18 [노르웨이생활] 베르겐 페스티벌 자원봉사 by Dusty Boots
  2. 2018.11.14 우리 모두 다함께 페미니스트가 됩시다 by Dusty Boots

같은 회사 동료중 스페인에서 온 젊은 여자가 있는데 그는 자원봉사의 여왕이다. 정말 어찌나 동해번쩍 서해번쩍 여기저기 자원봉사를 하는지 참 대단해보이더라. 어떻게 그렇게 자원봉사를 많이 하게 되었느냐고 했더니 처음에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했는데 자꾸 하다보니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좋아 계속 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이웃에서도 보니 베르겐에 여러가지 행사가 있거나 할 때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이 꽤 많아 나도 올해 초 새해 목표로 자원봉사를 두개정도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하긴 생각해보니 우리도 그리그 피아노 콩쿠르때 자원봉사 차에서 참가자 호스트 페밀리를 했으니 자원봉사를 안해본것이 아니다. 이것저것 생각해보다가 베르겐에서 매년 열리는 예술페스티벌인 Festspilene(베르겐 페스티벌)라는 행사에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



베르겐 페스티벌은 5월 마지막주와 6월 첫째주 이렇게 2주일간 진행되는데 홈페이지에 자원봉사란이 있어 자세히 봤더니 매해 2월부터 자원봉사 신청을 받는다고 되어있더라. 꽤 큰 행사이다보니 여러가지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고 있었는데 이중에서 나는 아티스트 컨택이라는 부분에 자원봉사 신청을 했다. 나는 노르웨이어를 잘 못하는데 어떡하지라고 걱정을 했으나 자원봉사는 노르웨이어를 못해도 할 수 있고 아예 자원봉사자 오리엔테이션부터 거의 모든 것을 영어로 진행해서 참 고마웠다. 아티스트 컨택이라는 것이 뭐 엄청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페스티벌 참가 아티스트가 베르겐에 도착하면 호텔에서 기다리다가 만나서 인사를 하고 아티스트 배지와 공연 일정표등을 주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조금 도와주는 것이다.


베르겐 페스티벌이 열리는 2주 동안 나는 6팀의 아티스트를 만나 연습실로 에스코트 해주기도 하고 네일샵에 따라가주기도 하고 짐을 들어주기도 하고 택시를 잡아주기도 했다. 별것 아니었는데 이런 별것 아닌 일을 조금 하고 받는 자원봉사자 혜택은 엄청나서 거의 모든 공연을 무료로 볼 수 있고 마지막 날에는 자원봉사자들만을 위한 파티도 매우 성대하게 따로 해줬다. 내가 만난 아티스트들 중 매우 재미났던 사람은 Eivør라는 이상한 이름의 가수였는데 무대에서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는 가수였지만 현실에서는 엄청나게 푼수같은 언니여서 재미있었다. 둘이서 네일샵을 찾아 헤메느라 어찌나 우스웠는지 ㅎㅎㅎ 한 자원봉사자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경과 함께 플뢰옌에 갔다가 커피도 마셨다고 자랑을 하던데 정작 그는 안드라스 쉬프가 뭐하는 사람인지 잘 몰랐더라는... ㅠㅡㅠ 나도...나도 안드라스 쉬프 만나고 싶었는데...나는...나는 팬인데...ㅎㅎㅎ


하지만 안타깝게도 5월 말 6월 초가 나에게는 일 때문에 너무나 바쁜 때여서 페스티벌을 많이 즐기지 못했고 자원봉사도 생각보다 열심히 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원봉사를 하다가 일을 열심히 해서 그 다음해에는 직원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더라. 또 자원봉사에서 만난 인맥을 통해 알바나 직장을 구하게 되는 경우도 여러번 들어봤다. 그러니 한번 해볼만 한 것 같다. 게다가 베르겐은 매우 작은 도시인지라 (하지만 작은 도시인데 비해 이런 행사를 하면 꽤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오게 되는...) 이런 자원봉사를 하면서 유명인을 만나게 되는 일이 드물지 않아 재미나다. 이번에 나는 아티스트들만 만나고 자원봉사를 하며 다른 사람들을 많이 못만난 것이 좀 아쉽다.


노르웨이에 온지 얼마 안되는 사람이라면 이런식으로 관심있는 분야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꼭 뭔가 얻으려고 한다기 보다는 시간이 된다면 조금이나마 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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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We should all be feminists’라는 짧은 책을 읽었다. 한국에도 이 글이 책으로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이 책은 책이라고 하기 좀 그럴 정도로 짧은 에세이다. 50페이지 정도 되는데 아디치에가 TEDx에서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라고 하더라. 나는 아디치에의 소설은 읽어본적이 없으나 그녀의 인터뷰를 여러번 들은적이 있고 또 그가 쓴 단편들을 몇번 읽어 본적이 있다. 소설은 어떤지 몰라도 아디치에의 글쓰기는 매우 간결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불편한 부분들 콕 집어낸다는 것이 마음에 들더라. 그런면에서 We should all be feminists도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


이 글에서 아디치에는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항상 세상에 화가 나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하이힐을 신으면 안되는 것도 아니고 립스틱을 바르면 안되는 것도 아니며 남자를 싫어해야하는 것도 아닌 단순한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다고 믿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지껏 관습이 그래왔기에 모든 중요한 일들을 남성이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여성은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보는 것이 미덕이었다면 관습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시대에 맞추어 관습을 바꾸어야한다고 말한다.


미투운동 등으로 부각되고 있는 성차별은 전세계적인 문제가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나 역시 이런 문제는 나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요즘들어 차별은 언제 어디에서나 존재한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한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교육수준이 매우 높은 사람들과 어울리는데다가 심지어는 차별이 크지 않다는 노르웨이에 살고 있음에도 이런 생각이 드니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환경에서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우리가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온 얼마 뒤 이웃에 사는 어떤 할아버지가 나의 시아버지를 가리키며 저사람이 너의 남편이나고 물어본적이 있다. 그래서 저사람의 아들이 내 남편이라고 말을 해줬는데 아마도 내 남편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남자들은 평생가도 한번 그런 말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나 나는 이런 질문을 한번만 받은 것은 아니다 (아주 자주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도). 단지 내가 젊은 동양여자이기에 돈때문에 늙은 남자와 결혼을 했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외국에 살면서 호칭때문에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양에서는 결혼을 하면 남편 성을 따서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고 부부의 성을 하이픈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도 꽤 많으며 아주 간혹 남자가 여자의 성을 따라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봤다. 나는 박사학위를 받고 여러 활동을 하면서 항상 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남편 성을 따라 바꾸지 않았으며 파파 역시 내가 이름을 바꾸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실재로 아마도 지금 이름을 바꾸면 예전 이름으로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일하는데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종종 나를 Mrs. XXX라고 부르는데 있다. 서양에서는 상대를 존대할때 미스터 혹은 미쎄쓰 이렇게 이름 앞에 호칭을 붙이게 되는 것인데 나는 이게 정말 마음에 안든다. Mrs. XXX는 말 그대로 XXX씨와 결혼한 부인이라는 뜻이 아닌가. 여자의 역할은 그저 누구누구 부인인 것이 가장 훌륭하다는 것인가... 그런데 나는 성을 남편성으로 바꾸지 않았으니 나를 Mrs. XXX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호칭이다. 게다가 나는 내 남편의 부인인것보다 내 자신이고싶은데 말이다. 그래서 가끔가다가 기분이 나쁠때면 나는 Mrs. XXX가 아니니 나를 존칭하려거든 Dr. XXX라고 부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이런식의 반응을 보이면 ‘별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유난떠느냐’라고들 생각할 것이 아닌가.


얼마 전 내년에 또다시 노르웨이 work permit을 경신해야한다는 말을 하는 나에게 한 동료분이 EU배우자 거주권을 신청해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동료분은 캐나다인으로 노르웨이에서 정규직을 가지고 있으나 파트너분이 프랑스인이라서 파트너와 함께 배우자 거주권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Work permit2-3년에 한번씩 경신을 해야하고 할때마다 돈이 좀 깨지는데 배우자 거주권은 5년에 한번만 신청하면 되고 공짜(라고 했던것 같다)라서 그랬다며 나보고도 귀찮으면 배우자 거주권을 신청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그분께서 보내주신 신청서를 한번 읽어봤는데 좀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그 배우자 신청서라는 것에는 꽤 세세한 질문서가 있었는데 대략 질문들이 이렇다. 당신은 누가 시켜서 결혼을 했습니까. 둘 중 누가 청혼을 했습니까. 청혼은 언제 했습니까. 어떤식으로 청혼을 했습니까. 읽다가 너무 화가 나서 대충 읽은지라 자세한 질문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충 왜 이런 질문들이 있는지 알기는 알겠다. 불법적으로 혼인을 빙자하여 유럽국가로 들어오는 사람들 (특히나 여성들)을 막기 위해 이런게 있는것이겠지만 참 우습지 않은가.


나는 박사학위가 있고 노르웨이에서는 정규직을 가지고 있으며 내 남편보다 연봉도 조금 더 높다. 우리 집안에서는 나와 파파 둘이 모두 동등하다. 집안 일 역시 동등하게 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결정도 동등하게 상의해서 내리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부부이며 아마도 우리 둘 사이에 존중과 사랑이 사라졌다고 생각된다면 우리의 결혼 생활 역시 끝이 날 것이다. 결혼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리 둘이 함께 상의해서 결정한 것이며 파파가 나에게 프러포즈를 하긴 했으나 결혼반지와 약혼 반지 역시 함께 보석상에 가서 함께 맞추었다. 결혼식 역시 우리가 부부가 되었다는 것을 가족들과 함께 축하하는 의미에서 한 것이지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그 날이 내 생애에서 꿈꾸어오던 가장 행복한 날은 아니었다. 진짜로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많은 여자들이 어린시절부터 결혼식 날을 꿈꾸어오고 그날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고 믿는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 주위에는 이런 여자들이 없으며 아마도 이런 미신을 만들어 낸 감독들은 남자들이 아닌가 싶다.


요즘 전세계적으로 미투운동을 시작으로 해서 페미니즘이 부흥하고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나 역시도 페미니스트이지만 나 역시 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여러방면에서 변질되어 그럴것이다. 굳이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왠지 탈코르셋에 찬성해야하고 하이힐도 신으면 안되고 브라도 벗어던져야하며 빨간 립스틱도 안되고 핑크색은 더더욱 금지이며 항상 ‘모르면 공부해!’ 이런 말을 달고다니며 이런저런 것에 불편함을 끊임없이 드러내야하고 남자를 싫어해야할 것만 같지 않나. 아디치에가 말하는 것처럼 나 역시 페미니즘이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다고 믿는 것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렇고 아마도 공부를 많이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며 남자를 싫어하게 되는 일 역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여러가지 불편한 차별을 몸소 겪으며 왜 페미니스트는 항상 화가 나있는지 알 것 같다. 생각지도 않은 부분에서 차별적인 요소가 너무 많고 이를 하나하나 다 따지다보면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나. 하지만 이를 남성혐오로 대처하기보다는 사회적인 규범을 바꾸려는 시도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말 그대로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동등해지기 위해 ‘남성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의 잘못된 규범과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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