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데이라는 사람들이 너무나 친절해 여행하기가 더더욱 좋았다. 왠지 관광객이 많으면 주민들과 관광객들 사이에 왠지모를 이질감이 느껴지는데 마데이라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나마 잘 살 수 있는 이유가 관광 수입 때문이라며 관광객들에게 친절하다고 한다.


파파의 말에 따르면 주민들이 가는 음식점/술집과 관광객이 가는 곳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주민들이 가는 곳에 관광객이 실수로 잘못 들어가면 괜한 텃세가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마데이라에서 이런 술집에 들어가 술을 마시던 그집 단골들에게 술을 얻어마신적도 두번이나 있다. ㅎㅎㅎ 미모의 당신 부인 덕분이 아니겠냐고 내가 농담을 하긴 했는데 서스럼 없이 관광객들에게 친절한 마데이라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마데이라에 너무나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슈퍼마켓에서도 이런 경우를 여러번 겪었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그나라 말을 못하면 괜히 불친절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마데이라에서는 오히려 자기들이 영어를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자기네 말을 못하는 것은 우리인데 왜 당신들이... 마데이라의 젊은이들은 왠지 독일이나 프랑스의 젊은이들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포르투갈의 TV는 영어 방송을 더빙 없이 자막으로 틀어 주기에 포르투갈의 젊은이들은 영어를 꽤 잘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하기가 매우 수월했다.


불꽃놀이를 구경하다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된 남자의 말에 의하면 마데이라의 젊은이들은 연봉이나 일자리 조건이 그리 좋지 않다고 한다. 평균 월급이 600유로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관광객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올라 푼샬에서 살기가 넉넉하지만은 않다고. 그래도 날씨 좋고 평화로운 마데이라에서의 삶은 나쁘지 않아 자신도 런던에서 일을 하다가 다시 마데이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런던에서 1년가량 살았는데 길가다가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자기 자신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삶이 풍요로운 인생인데 말이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잠시나마 ‘우리도 여기 집이나 한채 살까’하는 생각을 했던 우리 자신을 반성했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 순박한 여기 주민들의 삶이 힘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우리 집주인 아저씨만 봐도 참 부러운 삶을 살고 계신게 아닌가 싶더라. 집주인 아저씨는 레몬농장과 양봉업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농장에 딸린 오두막집을 빌려주는 부업으로 아마 돈을 더 많이 버시는게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뭘 하던 항상 ‘오우~ 노 프라블럼’이라며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셨는데 왜 우리는 그들보다 훨씬 더 큰 연봉을 받으면서도 저렇게 매사에 여유롭고 너그러울 수 없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ㅠㅡㅠ 가난해도 이런 마음의 여유가 있는 마데이라 사람들이 OECD 행복지수가 높다는 노르웨이 사람들보다 더 행복한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


여담이지만 마데이라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다. 푼샬의 공항은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으며 내리자마자 아는 형님의 얼굴이 있어 깜짝 놀랐다 ㅋㅋㅋ 이런 시골에서 저렇게 유명한 사람이 나오다니 ㅎㅎㅎ 만난 사람들마다 하는 말이 마데이라에서 호날두는 거의 ‘신’이라고 하더라. 마데이라에서 나고 자란것 말고도 그는 마데이라에 이런저런 기부도 많이 해서 인기가 매우 많다고 한다. 푼샬에는 심지어는 CR7 (그의 이름 이니셜과 등판번호를 따 그를 CR7이라고 부른다) 박물관도 있고 그 옆에는 CR7 호텔도 있다. 그의 어머니는 아직도 마데이라에 사는데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해서 그의 어머니 생일이 있어 매년 고향을 찾아온다고 한다. 가끔 CR7호텔 발코니에서 어머니와 함께 불꽃놀이를 관람하는 호날두를 볼수도 있다고. ㅎㅎㅎ 아니...세상에...형님 만날뻔... 예전에는 왠지 비호감이었던 호날두였는데 마데이라에서 미담을 하도 많이 듣고보니 왠지 아는 사람이 된것 같아 TV에서 만나면 반갑다 ㅎㅎㅎ

분명 안티가 만든게 틀림 없는 형님의 흉상 ㅎ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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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2주 반동안 머물은 곳은 마데이라 북부지방의 작은 시골 사오 비셴트 (Sao Vicent) 이다. 마데이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무래도 마데이라의 수도인 푼샬이다. 푼샬은 공항도 있고 크루즈선이 왔다가 가는데다가 그나마 도시 모양이 나는 곳인지라 관광객이 많았고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시골에서 지내다가 마데이라를 떠나기 전 사흘정도만을 푼샬에 머물다가 가기로 했다.


마데이라에 도착한 첫날 새벽 여섯시도 안된 아침에 엄청나게 큰 대포소리와 불꽃놀이에 잠이 깼다. 이 시골 새벽에 대체 이게 뭔 일인가. 이게 새벽마다 계속되어 대체 뭔일인가 싶었는데 나중에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작은 박물관에 갔을 때 안내원에게 물어봤더니 크리스마스 전 교회에서 예배를 보러 오라고 울리는 대포라더라 ㅎㅎㅎ 그런데 그 사람이 우리더러 마데이라의 신년맞이 불꽃놀이에 대해 들어봤냐고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새해를 맞으며 보신각 종소리를 듣듯 유럽에서는 주로 새해 맞이 불꽃놀이를 하는데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너무 유명해서 기네스북에도 올라있다고 하더라. 불꽃놀이가 뭐 그리 대단한가 싶었는데 그는 우리더러 마데이라에 왔으면 이 불꽃놀이를 꼭 봐야한다며 불꽃놀이를 보려면 푼샬에 가야한다고 했다. 자기는 항상 가족들과 한 오후 다섯시쯤 푼샬에 가서 저녁도 먹고 산책도 하다가 언덕에 올라가 불꽃놀이를 보며 한해를 시작한다고 하며 우리더러 이때 마데이라에 있을거라면 꼭 푼샬에 가라고 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하며 인터넷에서 알아봤더니 정말로 놓칠 수 없는 광경이라며 꼭 가야한다고 하여 우리도 새해 전야를 푼샬에서 보내기로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이때 숙소를 푼샬로 할걸...참 계획성 없는 우리의 여행이었다 ㅎㅎ 이왕 갈거면 저녁도 좀 근사한데서 먹을까나 하고 봤더니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은 다들 이미 예약이 마감되어있었고 ㅋㅋㅋ 불꽃놀이 하나 보겠다고 40분 넘게 차를 몰고 가서 사람 바글거리는데 껴서 밤을 보낸다는 생각만으로도 왠지 피곤해졌지만 그래도 한번 가보기로 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봤더니 누군가는 바닷가가 가장 뷰가 좋다고 하고 누군가는 언덕위가 가장 좋다고 하고 불꽃놀이를 잘 볼 수 있는 장소를 놓고 설왕설래를 하고 있더라. 우리는 일찌감치 언덕위로 가서 높은 곳에 차를 주차하고 (이정도 멀리 주차를 하면 나중에 빠져나가기 좋겠지 하는 마음에) 시내를 구경했다. 별로 근사하지는 않았지만 맛은 좋았던 작은 레스토랑에서 저녁도 먹고 올드타운도 걸으며 맥주도 한잔 하고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다 밤이 다 되어 주차를 해놓은 언덕으로 돌아왔다. 돌아왔더니 우리가 떠날때와는 아주 딴판이 벌어져있었다. 주차는 23중으로 되어있었고 (결국 빠져나가는데는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ㅋㅋㅋ) 마을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여기저기 앉아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나눠먹고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는게 아닌가. 관광객들이 뷰가 좋은 비싼 호텔을 빌려 루프탑에서 불꽃놀이 구경을 하거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비싼 페키지 저녁식사를 하는 것과 달리 마데이라의 주민들은 이렇게 언덕 위에서 가족들과 삼삼오오 모여 자기가 가져온 음식과 술을 마시는거라고 한다. 우리는 마데이라 주민들 사이에 껴서 왠지 그곳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불꽃놀이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우리 옆자리에 있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주민들이 모이는 자리에 낀 동양인 여자가 신기했는지 (마데이라에는 좀처럼 동양인 관광객을 보기 힘들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이런저런 음식도 나누어주고 집에서 담근 술도 나눠주고 새해를 맞이하는 포르투갈의 전통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줬다. 몇가지가 있었는데 지금 기억나는 것으로는 건포도 12알을 손에 쥐고 있다가 불꽃놀이가 시작되면 ‘펠리즈 아노 노보! (Felix Ano Novo, Happy New Year)’라고 외치며 건포도 12알을 몽땅 입에 털어놓고 씹어 먹어야 한다는 것과 새해 아침에 일어나면 오른쪽 발로 바닥을 먼저 짚어야 한해 운수가 좋다는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새해 아침에는 항상 그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왼발로 바닥을 짚었는지 오른발로 짚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난다는 말도 함께 덧붙여. ㅎㅎㅎ


그러는 사이 멀리 보이는 전광판에는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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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018년 새해가 시작되며 그 유명하다는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여지껏 많은 불꽃놀이를 봤지만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정말 멋졌다. 폭죽의 디자인이 멋지다기보다는 그 방대함이 아름다움의 포인트였다고나 할까. 말만 들었을 때는 이해가 잘 안되었는데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정말 큰 볼거리다. 폭죽이 도시 곳곳 거의 20군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 우리가 서있던 곳에서 10미터도 채 안되는 곳에서도 터졌고 해변에서도 세곳, 올드타운에서도, 반대편 언덕에서도...이 광경을 직접 보면 왜 마데이라의 불꽃놀이가 기네스북에 올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시내 어디에 있었어도 뷰가 좋았을 것이다. 이런 불꽃놀이가 12분이상 지속되었는데 우리 옆자리 사람들에 의하면 예전에 예산이 더 많았을 때에는 20분 넘게 지속된 적도 있고 해마다 불꽃놀이가 몇분 진행되는지가 큰 뉴스거리라고 하더라.


불꽃놀이가 끝나고 한참을 사람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운전을 해 집에 오니 두시가 다 되어있었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는 너무나 유명해서 해마다 유튜브에 공식 영상이 올라온다고 하더라. 심지어는 포르투갈 본토에서도 마데이라의 불꽃놀이를 생중계한다고.



이렇게 또 한 해가 시작되고...글을 쓰는 지금은 벌써 올해가 반 넘게 다 간 7월 말이지만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 내니 또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때 우리는 함께 이렇게 멋진 새해를 맞았었구나...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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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데이라는 해변이 없어 리조트 관광객이 거의 없다. 시끄럽고 사람 많은 것을 싫어하는 우리에게 이것은 정말 크나큰 장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카나리 군도와 마데이라는 관광 시즌이 조금 다른데 여름엔 마데이라가 카나리 군도보다 시원해서 관광객이 더 많고 겨울에는 카나리 군도가 마데이라보다 따뜻해서 관광객이 더 많다고 한다. 0도 안팍의 베르겐 겨울에 비하면 15-20도였던 마데이라의 겨울은 정말 따뜻했던데다 사람이 많이 없어 한적한 것이 정말 최고였다.


마데이라는 크기에 비해 비가 많이 오는 우림과 사막성 고산지역을 두루 가지고 있어 식생이 굉장히 다양하고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산이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래서 정말로 하이킹의 천국이었다. 하루에 2000미터 가까이를 올라가야하는 가파른 산길도 있는 반면 어린 아이들과 노인들도 쉽게 할 수 있는 등산로도 정말 많았다. 작은 섬에서 3주동안 할게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우리는 3주 내내 하루에 한곳씩 하이킹을 했는데도 하이킹 책에 나온 곳의 1/4도 다 가보지 못한것 같다. 마데이라에 도착해서 산 이 책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마데이라에서 매우 유명한 할거리중 하나는 바로 Levada라고 불리는 관개수로를 따라 걷는 것이다. 레바다는 16세기부터 만들어진 관개수로인데 비가 많이 오는 마데이라 섬 북부쪽의 물을 비가 많이 안오는 남부쪽으로 끌어다가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작은 마데이라 섬 곳곳에 2000킬로미터가 넘는 레바다가 있다고 한다. 레바다는 수로여서 높은 곳에 있더라도 평지에 만들어져 있는데 이를 하이킹 트레일로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요즘은 마데이라의 관광 명물이 되었다. 짧은 것은 2-3km인 곳도 있지만 긴 것은 30km가 넘는 곳도 있고 절벽을 따라가야 하는 곳, 폭포를 지나는 곳, 엄청 긴 동굴을 지나야 하는 곳 등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우리는 마데이라에 있는 내내 여러 레바다에 하이킹을 갔다. 별 준비 없이 마데이라에 온지라 손전등이나 헤드램프 같은 것을 가지고 오지 않아 동굴을 지나갈 때 조금 무서웠다. 한번은 더스티와 동굴을 걸어가다가 더스티가 자꾸만 딴짓을 하느라 물에 풍덩빠지고 말았다. ㅎㅎ 레바다는 얕은 곳은 깊이가 10cm정도인 곳도 있고 깊어도 1m가 채 되지 않기에 물에 빠져도 위험하지는 않다. 아마 더스티는 물 속에 뭐가 있나 보다가 빠진 모양이다. 내가 그리도 조심하라고 잔소리를 했건만...ㅎㅎㅎ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 웃겼는데 파파는 앞서 가다가 신경질적으로 ‘더스티!’라고 소리치는 내 목소리를 듣고 내가 물에 빠졌는줄 알았다고 하더라. ㅋㅋㅋ 우리는 마데이라에 있는 내내 이 이야기를 하며 더스티를 놀려댔다. 우리 셋중 물을 제일 싫어하는건 더스티인데 당연히 빠지는 것도 더스티가 아니겠나. ㅎㅎ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명성에 걸맞게 정말 많은 꽃이 피어있었다. 등산로에 자연적으로 피어있는 극락조화 하며...마데이라가 원산지인 꽃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크리스마스 꽃으로 (원래는 꽃이 아니고 꽃받침이지만) 잘 알려져있는 포인세티아이다. 대체 이런 꽃이 크리스마스 때 피는 곳이 어디에 있을까가 항상 궁금했는데 마데이라에서는 포인세티아가 엄청 큰 관목처럼 자라고 있었다.






한번은 농촌 마을을 가로질러 하이킹을 갔는데 마을의 개들이 자꾸만 더스티를 따라왔다. 집 잃어버릴까 몰라 계속 집에 가라고 쫓아냈는데도 계속 따라오던 녀석들이 어느 순간엔가 길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아쉬운 눈으로 더스티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나중에 보니 각자 개들이 자기 영역이 있더라. 쫄래쫄래 따라오다가도 그 영역의 끝에 도달하면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게 온동네 개들의 에스코트를 받은 더스티였다.



마데이라 섬의 중부지방은 가파르고 높은 산이 많아 마음 먹고 8시간짜리 하이킹을 한 날도 있고, 그냥 설렁설렁 한두시간을 걷다가 돌아온 날도 있다. 해변가를 따라 해안 절벽을 바라보는 하이킹도 정말 좋았다. 물론 하이킹이 끝난 뒤에는 작은 카페에 앉아 시원한 마데이라 맥주 Coral을 한잔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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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결혼한지는 3년정도가 되었지만 신혼여행을 이제야 다녀왔다. 결혼식은 조촐하게 베르겐에서 했는데 한국과 독일에서 가족들이 오시는 바람에 결혼식을 한 다음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고 그 뒤로는 너무 바빠서 신혼여행을 가지 못했다. 게다가 결혼 한 뒤 한참 뒤에 신혼여행을 가게 되다보니 ‘신혼여행인데 평범한 여행은 안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 특별한 여행을 찾다 보니 이제야 가게 된 것이다.


신혼여행지라는 것이 참 결정하기가 어렵더라. 어딘가 결정을 하고 나면 ‘아냐 거긴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또 다른 곳을 결정하고 나면 ‘아냐 거긴 요즘 정세가 안좋아서...’ 또 다른 후보지들은 ‘아냐 거긴 예전에 사귀던 사람이랑 갔던데라...’ 또 다른 곳들은 ‘거긴 너무 평범하니 그냥 휴가때 가도 되지 않나...’ 이러다 보니 정말 갈만한 곳이 없었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둘 다 너무 구두쇠라 신혼여행인데도 돈을 너무 많이 써야 하는 곳에는 또 가기가 싫었던 것이다. ㅋㅋㅋ


원래 계획은 12월 말에 연말을 끼고 3주정도 다녀오는 것이었는데 이왕 가는 김에 따뜻한 곳으로 가고 싶어 결정하게 된 곳이 바로 포르투갈령의 섬 마데이라(Madeira, 포르투갈어로 나무라는 뜻이라고 한다)이다. 마데이라는 카나리 군도 북부에 있는 섬으로 사막 기후인 카나리 군도와 달리 비가 많이 와 섬의 대부분이 울창한 정글이어서 유럽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하와이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섬이라 삐죽삐죽하게 가파른 산이 숲으로 울창하게 덮여있는 모습이 하와이와 거의 비슷하더라. 1, 2월 겨울철에는 평균 10도정도 기온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갔던 12월 말에만 해도 아직 진정한 겨울이 아니었던지라 20-25도 정도 기온이라 정말 좋았다.










이번 여행은 신혼여행이었던지라 우리는 빈둥빈둥 아무것도 안하고 쉬는데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다. 사실 우리의 거의 모든 여행이 쉬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말이다. 신혼여행이었지만 3주는 좀 너무 긴 시간이라 더스티도 함께 오게 되었다. ㅎㅎㅎ 그래서 마데이라에서도 가장 한적하면서 관광객이 많이 없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정한 곳은 마데이라 섬 북부에 있는 사오 비졘트 (São Vicente)라는 작은 마을. 농장에 딸려있는 작은 오두막집을 빌렸는데 진짜 엄청나게 한적한 곳으로 찾아기가도 엄청 힘들었다. 정말로 관광객이 많이 오지 않는지 가격도 엄청 쌌다 (방 두개짜리 집을 하루에 30유로주고 빌림 ㅎㅎㅎ) 파파는 딱 자기가 원하던 그런 곳이라고 엄청 좋아했는데 엄청나게 조촐한 곳이어서 신혼여행까지 가서 이렇게 구두쇠짓을 하는 내자신이 싫었다 ㅠㅡㅠ 한번 가는 신혼여행인데 몇십만원 아껴서 뭐 할거라고 ㅋㅋㅋ


전형적인 농장 집을 빌렸다. 주인 아저씨는 농부로 양봉업과 레몬 농장을 하고 계시는데 아마도 에어비앤비로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농장을 빌려주는 사업으로 돈을 더 많이 벌으실 듯 하다


더스티는 하루의 대부분을 마당 앞 돌담에서 도마뱀을 사냥하며 보냈다 ㅎㅎ 한마리도 잡지는 못했지만 어찌나 바쁜 하루를 보냈는지 모르겠다.


반대편 산에 하이킹을 갔다가 찍은 우리 집


이렇게 이국적인 마데이라의 숲속에서 우리는 3주간을 잠 많이 자고, 티비도 보고, 산책도 가고, 바베큐도 하고 (전통적인 포르투갈식 농가는 집안에 그릴이 있더라), 하이킹도 가며 보냈다. 비록 다른사람들처럼 멋들어지게 해변에 누워 작은 우산이 달린 칵테일을 마시며 보낸 그런 신혼여행은 아니었더라도 마데이라는 특별한 기억을 남기기에 매우 좋은 곳이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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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냐 거긴 예전에 사귀던 사람이랑 갔던데라..." 여기서 빵 터졌어요 ㅎㅎ
    산 속 작은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군요 :-) 더스티가 정말 신나 보이는걸요!


    • ㅎㅎㅎ 저는 한번은 지인앞에서 예전에 남편이랑 같이 갔던 어디어디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제 남편이 거긴 나랑 같이간데가 아닌거 같은데 라고 해서 생각해봤더니 딴남자랑 갔던데라 웃음이 터졌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