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특히 ) 비싼 노르웨이에 살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이 어떻게 하면 지출에서 술값을 줄일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적게 마시자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음 ㅎㅎ.

 

노르웨이에 이사오기 전에 우리는 콜로라도주 볼더라는 도시에 살았는데 여기는 맥주의 나파밸리라고 불리는 곳으로 그만큼 크레프트비어를 파는 마이크로브루어리(microbrewery) 많은 곳이었다. 주위 거의 모든 친구들이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마시곤 해서 우리도 상당히 관심이 많았는데 파파가 노르웨이에 오면서 가장 해보고싶었던 것이 바로 맥주만드는 것이었다.

 

다행히 근방에 양조재료를 파는 곳이 있어서 미국에서 사온 초보자용 맥주 양조키트를 사용해 맥주를 만들 있었는데 결과는 정말 대성공이다. 일단은 맥주를 만들면 초기 비용은 조금 들어가지만 ( 20만원 가량) 20리터를 만드는데  5-6만원 정도의 재료비 정도가 드는데 비해 20리터의 맥주를 사서 마신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맥주를 사더라도 16만원 정도의 돈이 든다. 게다가 맥주의 맛은 현저하게 좋아서 우리는 몇번 베르겐 맥주 페스티벌에 가서 노르웨이에서 내로라하는 크래프트비어를 마셔봤지만 우리 맥주만큼 맛있는 맥주를 마셔보지는 못했을정도.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것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것이다. 그래서 최근 노르웨이에서도 셀프 양조쟁이들이 많이 들어났다고하는데... (노르웨이에서는 불법이 아님) 술꾼들이 많은 우리 주위에는 특히 많다. 파파가 professional drinker라고 부름. 우리가 만드는 것을 보고 따라하다가 맛들인 사람들도 몇몇 있고... 문제는 함께 마셔줄 사람이 없으면 맥주가 빨리 줄지 않아 한가지 맥주만 계속 마셔야한다는 .

 

집에서 에일 맥주를 만든다는 이게... 공부를 많이 해야 잘되는 것이다. 역시 미국에서 10년을 살았지만 콜로라도에 살기 전까지는 맥주맛을 몰랐는데 맛없는 맥주는 알지만 맛있는 맥주가 어떤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맥주가 어떤것인지는 몰랐다. 그냥 주위에서 기네스가 좋다고하면 그걸 마셔보고 IPA 좋다고 하면 그걸 따라마시는 정도였음. 그런데 콜로라도에 살면서 이것 저것 많이 마셔보고 내가 좋아하는 맥주가 어떤것인지 알게되었다.

 

반면 파파는 독일인인지라 (게다가 남부출신)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에 대한 철학이 매우 확고한 사람이었는데 콜로라도에 살면서 미국 스타일 에일 맥주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유럽인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IPA같은 맥주도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파는 맥주는 라거 스타일의 맥주이다. 라거나 필스너는 크게 맛이 강하지 않으면서 더운날 시원하게 많이 마실 있는 그런 맥주다. 한국 살면서 나는 맥주가 정말 맛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진짜로 맥주가 맛이 없었기 때문 (한국에서 맥주는 하이트나 카스밖에 없던 시절 한국을 떠남 ㅋㅋㅋ). 라거나 필스너는 정말 많이 흔한 맥주지만 진짜로 맛있게 만드는건 힘든것 같다. 입에 맞는건 몇가지 없고 이것 역시 자꾸마시다 보면 금방 물린다.

 

에일 맥주는 라거와는 효모의 종류가 달라서 라거의 효모가 가라앉아 발효통 아래쪽에서 발효하는 반면 에일 효모는 상면에서 발효한다는 것은 에일 맥주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는 사실이겠지만 라거가 깔끔하게 정제된 맛이 있다면 에일은 주로 투박하게 손맛이 난다고 해야하나? 아마도 이차 필터링을 하는지 안하는지 그런것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독일식 맥주 순수령을 따라 몰트, , 효모, 그리고 이외에는 맥주를 만들 달리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는다. 요즘은 맥주에 이것저것 뭔가를 첨가하는 것이 유행인데 미국엔 초콜렛 스타우트, 라스베리 밀맥주, 칠리라거 이런것들이 난무한다. 파파가 ㅉㅉㅉ 혀를 차는 맥주들임 ㅋㅋㅋ. 이중 괜찮은것도 있지만 이런 맥주는 진짜 잘만들지 않으면 상당히 별로다. 개중 Rogue에서 만드는 초콜렛 스타우트가 초콜렛과 스타우트 둘의 벨런스를 맞춰 맛이 괜찮음.

 

맥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냥 맥주를 한번 만들어보자 이런 마음이라면 키트를 추천하는데 키트 가격도 상당히 괜찮고 맛도 좋다. (이건 맥주만들때 필요한 재료가 들어있는 키트이고 발효키트와 바틀링 할 수 있는 키트가 따로 있어야한다) 


노르웨이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Young's Home Brew Kit. 영국 어디에선가 존재하는 회사라고함. 이 키트로 만들면 굉장히 쉬우면서도 매우 맛좋은 에일 맥주를 만들 수 있다. 이 상자 하나가 거의 6만원 정도 하는데 맥주 20리터를 만들 수 있는 모든 재료가 다 들어있다. 몰트, 홉, 효모, 2차 발효 할때 쓰는 설탕. 발효통에 물과 섞어 담기만 하면 됨.


하지만 직접 내손으로 맥주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직접 맥주 레서피를 가지고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몰트, , 효모의 종류가 무궁무진하여 조합이 어떻게 되는가 어떤 홉을 어떤 시기에 첨가하는가에 따라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맛이 달라진다. 파파의 경우에는 콜로라도 살때 좋아하던 IPA스타일의 맥주가 있었는데 맛을 비슷하기 내기 위해 몇가지 실험을 거쳐 거의 비슷한 맛을 있었다. 이런게 되었을때 성취감이 배가 된다. 여기까지가 손쉽게 집에서 맥주만드는 것이고...


진짜로 모든것을 내손으로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몰트농축된것을 사지 않고 여러 곡물을 섞어 직접 몰트를 만드는 것이 가장 끝장으로 맥주를 직접 만드는 방법이 되겠다. 이것까지 하게 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몰트를 만드는데 뭔가 잘못 가능성이 높아져 맥주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것이 힘들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맛있는 맥주를 레서피로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곡물을 끓이지는 않고 그냥 몰트농축된것을 사서 맥주를 만들었다. 주로 만드는 맥주는 파파가 다크비어를 좋아하지 않기때문에  IPA, German style wheat beer, pilsner등이다


IPA India Pale Ale 줄임말이고 미국에서는 I.P.A.라고 불리는데 노르웨이 왔더니 사람들이 그냥 이파라고 불러 너무 웃겼다. 이분들 20세기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세스와 핫을 좋아하셨을듯. IPA 향이 강한 에일이라 영어로는 hoppy beer라고 분류도는데 향이 강하다는 것은 짜릿한 시트러스 향이 매우 강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쏘는듯한 그레이프푸르트 향이 나는 것이 좋은 IPA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향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은 평을 받는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는 향이 너무 강하면 약간 역해서 싫던데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홉이 대마와 같은과 식물이라 너무 많이 들어가면 역한 냄새가 난다는 . 홉과 몰트의 벨런스를 맞추는게 중요한것 같다. 실제로 노르웨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IPA 향이 매우 약하고 미국사람들 입맛에는 맛없는 IPA일듯한데 반대로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우리가 좋아하는 IPA 추천해주면 향이 너무 강하다고 싫어한다. 맛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라거처럼 더운 여름에 목을 축이기 위해 한잔 하는 그런 맥주는 아니다. 마시고 나면 목마르고 취하기도 빨리 취하는 느낌이 든다.

 

Wheat beer 우리나라에서는 밀맥주라고 알려져있는 같은데 이게 몰트를 함량이 높은걸 써서 만드는 맥주이다. 맥주를 따라놓으면 노르스름한 흰색에 2 필터를 거의 안한것 같이 침전물이 있는걸 섞어서 마셔야 제대로된 맛이 난다. 맛은 약한 오렌지 맛에 막걸리와도 비슷한 곡물 맛이 나는게 특징인데 독일 남부지방에서는 이것을 특별히 Hefeweizen (헤페바이젠)이라고 부름. 이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맥주인데 많이 마시면 속이 더부룩해지면서 방구뿡뿡이가 되는것이 특징임 ㅋㅋㅋ 뱃속에서 3차발효가 다른맥주보다 많이 일어나는듯.

 

Pilsner필스너 스타일 맥주. 필스너 맥주는 우리같이 농축 몰트로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은 색깔을 내기가 매우 힘든데 농축된 것이 직접 곡물을 끓여서 만드는 몰트액보다 액기스이기때문에 색깔이 진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효 시간도 다른 에일 맥주보다 오래걸린다. 다른 에일 맥주보다 낮은 온도에서 발효되는 맥주이기 때문. 한번은 너무 급하게 만들었다가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것들을 병에 담았더니 병이 따는족족 폭발하는 바람에 별로 마시지도 못하고 망해버렸다 ㅠㅡㅠ. 동료 한명이 하는 말이 자신은 아예 지하실에서 병이 폭발한적이 여러번 있었다고.


일단 맥주를 만들어보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내가 좋아하는 맥주는 어떤 것인지 그것을 만들때 들어가는 홉이나 몰트는 어떤 종류인지 그런것을 잘 알아보고 시작하자.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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