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점점 흉흉해져가는 요즘 세상에 인종차별은 큰 화두가 아닌가 싶다. 점점 자국민 이기주의로 세계 정세가 기울어가고 있으니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는 큰 문제일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 10년을 살다 노르웨이에 왔다. 미국에서는 플로리다, 뉴멕시코, 콜로라도 세 주에 살아봤다. 그런데 10년 생활동안 딱히 대놓고 인종 차별을 당해본적은 뉴멕시코주에 살때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나는 거의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내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줄 알 정도로 영어를 잘한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박사과정을 하고 그 뒤에는 회사를 다닐 정도의 삶을 살았으니 중산층 정도의 생활을 했고 같이 어울리던 사람들도 교육 수준이 높은 중산층 사람들이었기에 직접적인 인종차별을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뉴멕시코 주에 살때에는 매우 특이한 인종 차별을 받았는데 바로 멕시코 이주민들에 의한 차별이었다. 뉴멕시코에서는 국경지역 라스크루세스라는 도시에서 일년정도를 살았는데 그곳 인구의 대부분은 멕시코계 이주민이다. 왜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백인들에게는 매우 친절하나 동양인 여성에게는 매우 불친절했는데 같은 유색인종인 젊은 동양인 여자가 자기들보다 교육 수준도 높고 연봉도 높은데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적 어떤분께서 미국에는 두가지 피부색만이 존재한다는 말씀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그 두가지는 바로 백인과 유색인이란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동양인은 흑인보다는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생각한 것 자체가 나 역시 인종주의자였다는 것이다. 요즘 미국 뉴스를 듣다 보면 미국 상황이 참 좋지 않아 보이더라. 물론 직접적인 차별은 여전히 흑인, 라틴계, 아랍계 사람들을 향해 있지만 모든 유색인들 혹은 피부색을 떠나 모든 이민자들에게 차별이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하도 노르웨이 이민에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다보니 노르웨이에는 인종차별이 얼마나 있나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는 노르웨이에 온지 4년정도가 되었지만 직접적으로 인종 차별을 겪은 적은 없다. 나는 노르웨이어를 못하기에 이런면에서 불친절함을 겪은 적은 있다. 또 뉴멕시코에서 겪었던 것처럼 유색인종 이민자가 되려 불친절함을 보이는 경우도 겪은적이 있다. 하지만 크게 인종 차별을 겪지 않은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나는 고학력의 중산층 사람이고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사람들이라 그렇다고 생각한다. 또한 노르웨이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한다고 믿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한다고들 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차별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믿을 뿐 차별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단지 사회 전반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벌써 훌륭하다고 본다.


예전에는 노르웨이에는 인종차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일하는 분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료분중 본인과 배우자분은 토종 노르웨이인이나 세명의 자녀를 해외에서 입양해서 키우시는 분이 있다. 함께 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께서 이런말씀을 하셨다. ‘당신은 그래도 동양인이라 아마 노르웨이에 인종 차별이 있다는 것을 믿지 못할거에요. 아마 직접적으로 당한적이 없을테니까요. 그런데 노르웨이는 요즘 심각한 현상을 겪고 있어요.’


주위에 자녀를 입양해 키우시는 분들이 적지 않게 있는데 대부분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자녀를 데려오는 반면 이분은 세 자녀를 모두 콜롬비아에서 입양해왔다고 한다. 지금은 세명 모두 청년이 되어 14-18사이라고 하시더라. 아들 둘에 딸이 하나이신데 이분은 항상 막내 아들 이야기만 하신다. 세명의 자녀중 막내 아들은 피부 색이 유난히 검어서 어떻게 보면 아랍인처럼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그 아이는 아주 어렸을 적 부터 가게에 들어가면 가게 주인이 아이 뒤를 따라다니며 감시를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피부가 검기 때문에 그런 의심을 계속해서 받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더더욱 말도 안되는 경우를 겪었는데 작년 9월 베르겐에서 열린 세계 사이클링 대회 도중 혼자 길을 배회하는 이 친구를 경찰이 아무 이유 없이 불러 세워 신분증 조사를 하겠다며 겁을 줬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이 일이 매우 커져서 신문사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신문 기사에도 나오는 사태까지 발생했다고 하시더라.


정말 내 동료분 말씀대로 노르웨이는 알게 모르게 인종차별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인것 같다. 베르겐만해도 이게 조금 덜한데 오슬로에 사는 친구 말에 의하면 오슬로는 동네에 따라 어떤 동네는 유색인종만이 살고 있으며 부모들이 유색인종이 많은 학교에 아이를 다니지 못하게 하려고 이사까지 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어떤 학교에 가면 90% 이상이 난민 출신의 유색인종인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믿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노르웨이인들이기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인상을 찌푸리며 이래서는 안된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현상이다.


앞서 말한대로 동양인은 노르웨이에서 차별을 크게 받지 않는다. 노르웨이어를 잘 할 경우 아마 거의 차별을 안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르웨이에는 어린시절 동양에서 입양되어 온 사람들도 꽤 많아 아마 더더욱 그런것 같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참 웃긴것 같다. 내가 가본 얼마 안되는 나라 중 인종차별이 매우 심한 나라 중 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가본 나라 중 진짜 인종차별이 가장 심한 나라는 아마도 호주가 아니었나 싶다. 아주 공공연하게 원주민을 억압하는 호주 백인들... ㅎㄷㄷ) 아마도 ‘거기 가면 인종 차별 심한가요’하는 사람들이 여기에 와서는 난민들이 살지 않는 백인 동네에 살겠다고 할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인종차별이라는 것 자체가 이런 이기적인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인종차별을 당할것은 걱정하면서 정작 훗날에는 자기 자신이 이민자를 차별하는 현상은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흔한 현상이다. 그러니 우리는 ‘거기는 인종 차별이 심한가요’ 이런 질문을 해대기 전에 다시 한번 내 자신을 되돌아 봐야할 것 같다. 나는 과연 인종주의자가 아닌가.


여담으로 동료분의 아들은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언젠가 한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얼마 전 기회가 되어 만나게 되었다. 성악에 재능이 뛰어나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뛰어난 청소년 성악가로 선발되어 특수 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차별속에서 억압받으며 자란것은 아닐까 하는 내 선입견과는 전혀 달리 영국식 억양으로 영어를 하며 (어떻게 노르웨이에서 나고 자란 친구가 영국 억양으로 영어를 하냐고 했더니 외국어에 타고난 소질이 있다고 한다 ㅎㅎㅎ) 유머러스한 무대 매너를 선보이며 ‘영원한 사랑’에 대한 오페라속 노래를 부르는 그는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청년이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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