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우리가 노르웨이에 온 첫 해, 동료분의 추천으로 농장에서 양고기를 직구하게 된 이후 해마다 같은 농장에서 양고기를 직구하고 있다. 농장이라고 하지만 상업적으로 하는 농장이 아니고 노르웨이식 취미농장이라 일년에 딱 한번 직판을 하고 살때는 한마리를 다 사야한다. 한마리라고 해봐야 이곳의 양고기는 노르웨이 서부 특산 야생양이어서 크기가 매우 작아 10킬로그램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직구라고 해도 엄청나게 싼것은 아니어서 슈퍼에서 파는 가격과 비슷하지만 이 농장의 양은 일년 내내 자연보존지역에서 자란 방사 야생양으로 슈퍼에서 파는 양고기와는 맛이 다르고 너무나 확실하게 유기농 고기여서 재미삼아 구매를 하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지역의 농부들을 지지하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ㅎㅎ


이렇게 우리는 아는 사람을 통해 하는 직구에 재미를 붙였는데 하루는 회식을 하고 집에 늦게 왔더니 부엌이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이게 대체 뭐냐고 했더니 파파가 자신의 동료분이 자신의 처남이 사냥을 갔다가 사슴을 몇마리 잡아서 자신이 한마리를 샀는데 그중 반마리를 파파에게 팔았다는 것이다 ㅋㅋㅋ 양고기 10킬로그램을 직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슴을 20킬로나 샀다고 한다. 그런데 동료분이 친절하게도 집까지 가져다주신 것은 물론 부위별로 해체해서 보관하는 방법까지 시범을 보이고 가셨다고 한다.



이렇게 졸지에 다량의 고기가 냉동고에 쌓이는 바람에 우리는 사슴고기를 이용한 여러가지 레시피를 연구하게 되었다. 야생고기는 누린내가 많이 날 것 같지만 싱싱한 고기는 기름을 떼어내면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고 특유의 풍미가 매우 좋다. 스테이크도 몇번 해보고, 스튜를 만드는 부위로는 굴라쉬를 몇번 만들었고, 남은 잡부위로는 소세지를 만들어봤다. 예전에 친구집에서 사슴고기로 소세지를 한번 만들어본 적이 있어서 우리도 집에서 한번 해보고 싶어 고기 가는 기계를 사서 한번 해봤다. 파파가 욕심을 내느라 힘줄을 너무 많아 섞는 바람에 약간 질긴 부위가 있기도 했지만 이렇게 소세지를 만들어보니 너무 쉽고 맛있어서 앞으로는 아마도 슈퍼에서 소세지를 사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동료분들께 했더니 한분께서 나더러 킹크랩을 좋아하냐며 하시는 말씀이 자신이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노르웨이 북부에서 킹크랩을 잡으시는데 일년에 한번씩 베르겐에 킹크랩을 보내주신다는게 아닌가. 한번 살때 10킬로그램 이상을 주문해야하는데 슈퍼에서 파는 것보다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파신다며 내가 관심이 있으면 자신이 내년에 주문할 때 내것도 주문을 해주신단다 ㅎㅎㅎ 그래서 내년에는 양고기, 사슴고기에 더불어 킹크랩까지 직구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 많은 것이 이루어지는 진정한 노르웨이 스타일의 삶이다. 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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