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어느 날, 나는 스발바르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으러 잠깐 롱이어뷔엔에 가야했다. 마무리만 지으러 가는 것이라서 하루만 가도 되는데 항공권이 너무 비싸 이틀을 자고 와야했다. 나는 스발바르에 여러번 가봤지만 파파는 스발바르에 한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었던지라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같이 가겠냐고 했더니 이틀밤만 자고 오는거면 같이 가고 싶다고 하더라.


점심시간에 도착해서 진짜 한나절만에 할 일을 다 마치고 그 다음날은 피라미든에 가기로 했다.


스발바르는 한두번 가보기엔 정말 특별하고 멋진곳이긴 하지만 가서 두번정도 가보면 가서 할게 별로 없는 곳이다. 스발바르에 사는 친구도 그렇게 이야기를 할 정도이다. 북극곰 위험 때문에 혼자 하이킹을 갈 수도 없고 구경을 가려면 투어를 등록해서 가야하는데 투어는 다 엄청 비싸다. 그래도 파파는 다른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피라미든에 가보는 것이 가장 큰 관심이어서 하루 시간이 남은동안 피라미든 투어를 가기로 했다.


나는 예전에 피라미든에 한번 가본적이 있다. 피라미든은 예전 러시아인들이 점령해서 석탄을 채굴하던 마을로 한때는 그곳에 수백명이 살며 번창하던 때도 있었으나 석탄이 돈이 별로 되지 않자 다들 러시아로 돌아가서 지금은 호텔이 하나 있고 두세명이 상주하고 있는 일명 ‘유령마을’이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피라미든 투어를 등록했는데 알고보니 피라미든에 가는 투어가 두세가지가 있더라. 예전에 내가 해봤던 투어는 아침 8시에 숙소를 출발해서 배에서 점심도 먹고 피라미든에 갔다가 저녁 여섯시쯤 도착하는 투어였다. 그 투어가 별로 나쁘지 않아서 같은 투어로 등록을 했는데 밤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날씨 때문에 투어가 취소되었다닌 것이 아닌가. 완전 거짓말이었다. 그날 날씨가 얼마나 좋았는데...아마도 투어에 가입한 사람이 몇명 없어서 캔슬된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숙소에서 추천해준 고속선 투어를 다시 신청했다. 숙소 직원에 따르면 고속선으로 가기에 배를 타는 시간이 짧을뿐 거의 같은 루트의 투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고속선 투어가 훨씬 더 좋았다. 오후 12시반에 출발해서 7시정도에 도착하는 투어인데 점심식사가 제공되지 않는것 빼고는 거의 똑같고 직원들이 다들 러시아인들이어서 피라미든에 대해 조금 더 잘 설명을 해주는 것이 좋았다. 배에서 주는 점심따위...별로 맛도 없을뿐 그 가격차이로 샌드위치를 사먹으면 된다.


일 때문에 극지방에 자주 가는 나에 비해 파파는 이런 출장을 잘 가지 않기에 항상 나를 부러워하는데 최근 몇번 파파가 나의 출장을 따라오게 되었다. 그런데 파파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6월 어느날 나를 따라 핀마르크에 이틀 갔을 때에는 올 여름 중 가장 날씨가 좋아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닐 정도였고 이번에 스발바르에 나를 따라 갔을 때에는 정말 운좋게 북극곰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스발바르는 북극이니 북극곰을 아무때나 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여름에는 정말 북극곰을 보는 것이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 피라미든에 가다가 북극곰을 보게 되었다. 북극곰이라니 ㅠㅡㅠ 보통은 롱이어뷔엔에 가까운 곳에 북극곰이 나타나면 헬리콥터를 이용해 좇아내는데 왠일인지 이날은 그러지 않아 우리는 꽤 오랫동안 북극곰을 구경할 수 있었다. 조금 먼 거리에 있긴 했지만 새끼 두마리와 엄마곰 한마리가 바닷가에서 순록을 먹고 있었다. 그중 한마리는 잠깐 바다에 들어가 수영을 하고 나와서는 등이 가려웠는지 땅에 등을 문지르고 있었다. 나는 북극에 여러번 가봤음에도 이번에 처음으로 북극곰을 봤는데 파파는 스발바르에 딱 이틀 와서 북극곰을 보다니...ㅎㅎ






그 뒤 예전된 루트대로 빙하를 구경하고 피라미든에 갔다. (피라미든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예전 포스트 참조) 파파가 매우 만나고 싶어했던 사샤라는 아저씨는 이제 그곳에 살지 않는다고 하여 조금 실망했지만 두번째 가봐도 피라미든은 매우 재미난 곳이다. 언제 한번 피라미든에서 이틀정도를 보내도 재미있을 것 같다.




피라미든 투어를 마치고는 바로 롱이어뷔엔으로 돌아가는데 또한번의 운좋은일이 일어났다. 바로 고래를 보게 된 것. ㅠㅡㅠ 파파는 대체 왜이리 운이 좋은건가. 갑작스럽게 꼬리만 보게 되어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긴수염고래 (fin whale)라고 하더라.


게다가 또 재미났던 것은 우리 투어에 구글맵 스트리트뷰 사진찍는 사람이 타고 있었던 것. ㅎㅎ 구글에 찾아보니 아직 올라와있지는 않던데 언젠가는 그날의 사진들이 구글에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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