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름 휴가 로드트립의 마지막 장소는 독일의 작센-스위스 국립공원(Sächsische Schweiz)이다. 이곳은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더 넓은 지역으로 독일어로는 Elbsandsteingebirge라고 더 많이 불리는듯 하더라. 엘베강을 낀 사암산이라는 뜻으로 독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일 국경과 맞닿아있는 체코도 이 지역에 포함된다. 독일쪽 국립공원이 작센-스위스라면 체코쪽 국립공원은 보헤미안-스위스 국립공원이다.

작센지방에 있는 국립공원이니 이름에 작센이 들어가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스위스와는 위치적으로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인데 왜 이름에 스위스가 들어갈까. 매우 궁금했는데 예술가들이 이곳의 자연을 찬양하며 스위스의 자연만큼 아름답다고 하여 이름에 스위스가 들어간다고 한다. 손가락처럼 삐죽삐죽 솟아있는 사암무리가 굉장히 아름답고 이국적인 경치를 자랑하여 나니아 연대기 영화를 이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영화를 안봐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곳은 자연 경관이 매우 아름다운것 뿐 아니라 여러 난이도로 다른 엑티비티를 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여 독일인들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가지라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바로 하이킹. 여러 하이킹 루트가 있어 여름 내내 하이킹만 해도 몇주가 간다고 하는데 가장 유명한 하이킹 루트는 바로 화가의 길Maler weg이라고 불리는 루트로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에 있는 여러 아름다운 볼거리를 110킬로미터의 루트에 담아놓은 코스이다.  8일에 걸쳐 끝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쪼개놓았다. 그 이외에 가장 유명한 것은 암벽등반이라고 하더라. 수십미터씩 불쑥불쑥 솟아있는 사암벽을 등반하는 것은 등반가들의 큰 로망이라고 하던데 왠일인지 (너무 더워서 그랬나) 우리가 있는 동안에는 등반하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던것 같다.

원래 우리집에서는 내가 여행사와 가이드를 맡고 있기에 여행 준비는 내가 했는데 독일은 참 영어로 된 관광정보를 제공하는데 친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화가의 길에 대해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하며 준비를 하고 있던 와중 파파가 하는 말이 ‘원래 화가의 길은 이곳을 잘 모르는 초짜들이나 하는거야’라지 않나. ,.ㅡ 그런데 생각하고보니 유명한 루트이기는 하나 파파의 말이 맞다. 꼭 화가의 길을 가지 않더라도 우리 나름의 루트로 여러 볼거리를 볼 수 있는 것이고 유명하다는 화가의 길을 가게되면 그만큼 사람도 많지 않겠나. 게다가 쉬러 온 휴가에서 매일매일 15-20킬로미터 하이킹 강행군을 하고싶지는 않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천천히 아침을 먹고 쉬엄쉬엄 준비해 나가 하이킹을 하다가 오후에 집에 들어와 맥주를 한잔 하는 그런 스케줄이 우리에게 맞는 스케줄이 아니겠나. 그래서 이번에는 여행사 의무를 파파에게 맡기게 되었다.

독일 여행은 영어로 된 인터넷 자료가 별로 없기에 인터넷에서만 찾은 정보보다는 올 봄에 작센-스위스에 다녀갔다 오신 시부모님께서 주신 정보가 훨씬 유용했다. 또 파파에게 여행사 의무를 맡기고 그냥 몸만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 ㅎㅎ 인터넷에는 다들 Bad Schandau엘 가라고 되어있었지만 시부모님께서 추천해주신 곳은 Bad Schandau 바로 옆에 있는 Osterau라는 곳. Bad Schandau까지는 걸어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으로 가게 된것이 참 다행이었던 것이 일단은 Bad Schandau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이었고 우리가 가고싶었던 하이킹 루트가 시작되는 곳이 바로 Osterau였다. 


매우 오래된 동독식 전차가 마을 곳곳에 다니고 있어 하이킹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때 한번 타봤다.


엄청 옛날식 엘리베이터가 있다. 걸어올라가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기념으로 한번 타줬다. 왠지 지금 당장 무너질것 같아 무섭다 ㅋㅋㅋ


도착한 첫날 가장 먼저 한것은 시내에 나가 서점에서 하이킹 관련 책을 산것이다. 서점에서 파파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들고 나온 책은 바로 ‘견공과 함께하는 작센-스위스 하이킹’이라는 책. 작센-스위스 공식 웹페이지에 보면 하이킹 코스중 반려견과 함께 하기 어려운 곳들이 종종 나온다고 되어있어 걱정을 했는데 이 책을 보니 정말 자세하게 어디에 무엇 때문에 반려견이 함께가기 힘든지가 설명되어 있었다. 그리고 코스를 난이도에 따라 파란색 (쉬움), 초록색 (보통), 빨간색 (어려움), 검정색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으로 나눠놨더라. 첫날 저녁 파파는 새로산 책을 독파하더니 조금만 머리를 쓰면 거의 대부분의 검정색 루트에 더스티도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한번 시험해보자고 했다.


매우 큰 도움이 되었던 반려견과 하이킹하기 책


첫날 코스는 매우 유명한 슈람슈타이네Schrammsteine라는 곳. 작센-스위스 하이킹중 가장 유명한 몇군데중 한군데인데 책에는 검정색 루트라고 분류되어 있다. 숲 오솔길이 대부분이던 하이킹은 절반 정도부터 사암지대로 바뀌었다. 매우 유명한 등산로이기에 걷기 불편하지 않게 매우 잘 정돈되어 있었는데 정상에 매우 가까운곳까지 왔을 무렵 난관에 부딛혔다. 올라가는 길이 계단보다 훨씬 가파른 사다리처럼 되어있었기 때문. 게다가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런 사다리를 열번정도 더 올라가야 정상이 나온다지 않겠나. 한두번이야 운좋게 올라갈 수 있지만 열번이나 더 가야한다니. 그렇게 좌절해 있는데 파파가 자기가 먼저 가서 어떤지 보고 오겠다더라. 사실 정상은 15분도 안걸리는 거리여서 이대로 그냥 돌아가기엔 정말 아까운 거리였다. 


하이킹을 위한 표지판이 매우 잘 되어있다. 대략 얼마정도 시간이 걸리는지도 잘 나와있다.





여기서부턴 어떻게 가야하나요? 아주 높지는 않으나 사다리처럼 되어있어 더스티가 혼자 갈수는 없었다.


그렇게 더스티와 기다리고 있는데 금새 파파가 돌아오더니 ‘갈 수 있을 것 같아’라며 같이 가자고 하더라.올라가보니 사다리처럼 수직으로 된 계단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사다리는 겨우 2-3미터정도 높이여서 우리 둘이앞뒤로 더스티 엉덩이를 밀어 올리고 받쳐주면 위험하지 않게 괜찮겠다는 거였다. 그렇게 시도를 해봤는데 처음엔 엄청 무서워하던 더스티도 두세번째가 되니 별거 아니네 하며 척척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다리는 밀어올려줘야했지만 사흘이 지나니 엄청나게 가파르고 좁은 계단도 어찌나 잘 올라가던지 ㅎㅎㅎ 그렇게 올라간 곳의 경관은 어찌나 그림처럼 아름답던지 못왔으면 정말 후회했을 것 같다.






한두번 해보더니 이런 계단도 척척 올라가는 더스티였다.







닷세동안 매일매일 여기저기를 다녔는데 더스티가 가지 못했던 곳은 단 한군데밖에 없어 이 계기로 더스티는 하이킹 검정띠 인증을 하게 되었다! 

한번은 더스티만한 다른 견공이 배낭에 메달려 올라가는 것을 봤는데 (이번에 처음 봤는데 반려견을 등짐처럼 질 수 있는 그런 배낭이 있더라! ㅋㅋ) 하이킹 검정띠 우리 더스티가 어찌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르겠다 ㅎㅎ 이렇게 멋진 곳을 더스티와 함께 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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