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베르겐은 정말 날씨가 좋지 않았다. 6월 한달은 44년만에 가장 비가 많이 온 6월이어서 27일간 연속으로 비가온 6월로 기록을 세웠고 7월 역시 그와 비슷한 기록이 이어졌다비야 비지만 6-8월 세달 내내 20도가 넘는 날이 손꼽을 정도여서 최고 기온이 17도 안팍인 날씨가 계속 되었다물론 한국에서는 무더위로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겠지만 덥지 않은 여름을 보내는 것도 정말 너무 힘든것이어서 우리는 ‘오지 않은 여름을 기다리고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그래서 여름 휴가는 무조건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할만한 곳으로 가기로 했다.


미리미리 휴가 계획을 세웠으면 좋았으련만 파파는 계속해서 7월 마지막주에 학회에 갈지 말지 결정을 하지 못해서 5월 어느날 내가 ‘결정을 하지 못하겠으면 그냥 가는 것으로 하라’고 밀어 붙였다휴가 중간에 학회를 가야한다니 ㅉㅉㅉ 그 학회는 브라티슬라바여서 학회에 맞춰 일정을 짜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그래서 예전부터 꼭 한번 가보자고 했던 독일의 작센-스위스 국립공원을 위주로 휴가 계획을 짜게 되었다.


이번 휴가는 거의 3주정도를 가는 것이어서 더스티와 함께 가기로 했다작센-스위스 국립공원은 드레스덴 근처이지만 근처 베를린으로 직항이 있는지라 (베르겐에서 1시간반밖에 안걸린다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짐칸에 더스티를 태우는 것은 어찌나 마음 아픈일인지 ㅠㅡㅠ 유럽만 그런건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반려견을 비행기에 태우는 것이 가격도 저렴하고 손쉬워졌다는 생각이 든다노르웨이에서 출발하는 주요 항공사 (노르웨이항공, SAS, KLM 등등모두 한국돈으로 15-20만원정도를 내면 왕복으로 반려견 화물운송을 할 수 있고 우리 더스티가 착한 어린이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공항에서도 특별대우를 받았다ㅎㅎ 승무원에게 부탁을 하면 짐칸에 더스티가 제대로 탔는지 안탔는지 확인도 해준다.


이번 더스티와의 여행을 준비하며 꼼꼼하게 챙긴것이 바로 Pet Passport이다노르웨이처럼 EU국가가 아닌 곳은 약간 다른 규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것만 있으면 반려견은 유럽 내에서 자유 자재로 국경통과가 가능하다이번엔 유럽 내에서는 처음으로 더스티와 여행을 하는 것이어서 약간 걱정을 했는데 (게다가 독일은 이런것을 매우 깐깐하게 챙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베를린 공항에 도착하니 국제공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세관직원도 상주하지 않은 너무나 작고 한적한 터미널에 도착한게 아닌가직원에게 물어보니 세관직원은 옆옆 건물에 있는 터미널에 있는데 중요한거면 알아서 찾아가라길래 ‘오케이’ 이러고 웃으며 그냥 나왔다나는 내심 우리 세관직원 만나야하는게 아니냐고 걱정을 했는데 파파가 하는 말이 ‘독일에서는 아주 필요한 일이 아니면 관공서직원과는 만나지 않는 것이 좋아없는 문제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관공서직원들이거든게다가 직원이 아까 뭐랬어중요한 일이면 가서 확인하라고 했지이런건 중요한 일이 아니지...’ ㅎㅎㅎ 마치 더스티를 데리고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기분이 들었다ㅋㅋ


베를린에서 브라티슬라바까지는 차로 여섯시간 정도가 걸리지만 닷세에 걸쳐 천천히 움직이기로 했다가장 먼저 사흘을 보내게 된 곳은 베를린에서 조금 남쪽에 있는 슈프레발트(Spreewald)라는 곳이곳은 1991년 유네스코에서 생태계 특별 보존지역으로 선정된 곳으로 관개를 위해 파놓은 수로운하가 무려 1300 킬로미터나 된다고 한다이렇게 숲속의 운하를 따라 작은 마을이 있고 카누나 카약을 빌려 유유자적 운하를 따라 숲을 구경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작은 마을을 여기저기 가보는 것이 바로 슈프레발트의 매력이라고우리는 이번 슈프레발트 여행에서 기대하고 기대하던 ‘더스티와 카누타기’를 시도해보기로 했다ㅎㅎ







슈프레발트는 동독 사람들이 조용한 휴가를 즐기기 위해 가던 곳으로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다지 인기가 많지 않은지 우리같이 젊은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관광객은 나이많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나 어린 자녀들이 있는 가족들이었다게다가 이곳은 동독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라 독일 동료들에게 이야기 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심지어는 베를린에 꽤 오래 살은 친구에게 슈프레발트에 휴가를 다녀왔다고 했더니 자기도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하더라.


그래도 슈프레발트는 꽤 유명한 관광지로 슈프레발트의 작은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농업이나 관광 수입으로 먹고산다고 한다또 매우 아름답게 잘 꾸며진 관광지로 과하지 않고 전통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곳은 매력인것 같다마을 이곳저곳에 황새 둥지가 있는가하면 농장도 옛 모습을 거의 대부분 유지하고 있어 멋졌다.슈프레발트만의 소수민족이 사는 곳도 있어 (소수민족이라고 해봐야 그냥 옛날 모습을 유지하고 살고있는 사람들이지만이런 이곳의 모습은 나같은 외국인뿐 아니라 도시에서만 살던 독일인들에게도 매우 이국적인 모습이라고슈프레발트에서 유명한 특산물은 ‘오이피클’이라고 한다ㅎㅎㅎ 동독 사람들은 슈프레발트산 오이피클만 먹는다고 한다이곳에서 카누나 자전거를 타고 뭘 하냐하면 운하 여기저기를 다니며 가스트하우스를 한곳 한곳 들르는 것두시간정도 노를 젓다가 가스트하우스가 나오면 가서 맥주한잔에 간식 조금 먹고 또 다시 노를 저어 간 다음 가스트하우스가 나오면 맥주한잔을 하고 이런식으로 하루가 다 갔다.


슈프레발트는 노르웨이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더위를 한가로이 즐기기에 딱 좋은 휴가의 첫번째 행선지가 아니었나 한다.



Posted by Dusty Boots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