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는 노르웨이 생활을 도와주려는 목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가 아니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웃이 많은 인기 블로그가 아니어서 그런지 (사실은 둘 다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ㅎㅎㅎ) 나는 노르웨이 이민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씩 받는 질문들을 보면 왠지 많은 사람들이 노르웨이 생활에 대해 많은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헬조선이니 하며 살기가 각박해져서 여기저기 이민에 관심이 많아져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는 노르웨이에 대해 막연히 거기 사람들이 다들 살기 좋다고 하니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왠지 천국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매사에 비판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언젠가 한번은 블로그에 노르웨이 이민에 대한 허상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 또 여러 블로그 따위에 항상 올라오는 ‘나는 너무 행복해’류의 글만 읽다 더더욱 그런 환상을 키우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나라도 여러가지 다른 시각으로 노르웨이 생활에 대해 써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노르웨이에서 나름 행복하게 잘 살고 있긴하지만 막연한 환상만을 가지고 노르웨이에 왔다가는 아마도 실망이 매우매우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복지국가가 어떤것인지 기본적으로 이해가 잘 안되는 사람은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 이민을 오면 정말 크게 실망을 할거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복지국가는 ‘모든 국민이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안정된 삶을 사는 나라’에 더 가깝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잘사는’은 노르웨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잘사는’과 조금 다르다고 본다. 우리는 내가 잘살아야 ‘잘사는’이라고 생각하지만 노르웨이 같은 나라에서 ‘잘사는’은 모두가 안정된 삶을 사는 것을 말한다. 이 안정된 삶이란 모든 국민이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병이 들었다고 파산하게 되는 사람이 없게 되는 것이며, 직업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게 되어도 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어 길에 나앉지 않아도 되는 것이며, 은퇴한 뒤에는 연금을 받아 비참하지 않게 살 수 있고, 내가 배움의 의지가 있다면 알바를 세네개 뛰지 않고도 대학에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노르웨이 국민이 아니어도 노르웨이에 살게되면 이런 혜택을 대부분 누릴 수 있다. 스칸디나비아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들은 자기 자신이 큰 집에 살고 비싼 차를 굴리는 것보다 이런 사회적인 제도를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자기 나라가 항상 OECD 행복 지수가 높은 이유는 바로 이 안정성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국민 모두가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이다. 전에 노르웨이 세금에 대해 쓴 포스트에서도 말했지만 노르웨이는 소득세가 35-47%, 부가세가 15-25%로 당연히 세금이 꽤 높고 덴마크에서 온 친구 말에 의하면 덴마크는 소득세가 무려 45-60%정도나 된다고 하더라 (한 친구는 덴마크에 비해 노르웨이는 세금이 너무 적다며 노르웨이가 너무 살기 좋다고 하더라 ㅡ,.). 내가 조금 더 낸 세금으로 사회적 약자의 수가 줄어든다니...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지만 복지국가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민자라면 이렇게 나에게 직접적인 혜택은 없는데 세금을 많이 떼어가니 엄청 불만족스럽지 않겠나. 위에서 열거한 여러 국가적 혜택이 있기는 하나 이런 혜택은 온국민에게 제공된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매우 높은 서비스를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국민이 안정적으로 사는 사회라는 것은 내가 잘살게 되는 것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심하게 느끼며 커온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이곳에 와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고만고만하게 사는 이 사회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잘사는 사람이 있으며 덜 잘사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저 찢어지게 가난하고 상상 이상으로 잘사는 사람이 없을뿐.


온국민에게 안정된 혜택이 제공되는 국가들이기는 하나 외국인의 경우 여전히 불안정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노르웨이에서는 직접적인 인종차별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것이 아주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일을 잘하는 사람일 경우 (대부분의 외국인이 사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외국인이라고 승진 순위에서 밀리거나 정리해고 일순위이거나 하지는 않다. 하지만 요즘 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 경우 외국인은 노르웨이어를 매우 유창하게 하거나 노르웨이에서 학교를 나온 사람이 아니면 직장을 구하는 것이 어렵더라.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전공자여서 그리 어렵지 않게 직장을 구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 배우자들을 보면 직장 구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것 같다. 한번은 노조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시는 한 지인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아무리 표면적으로는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노르웨이의 직장에서는 외국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그분 말씀에 따르면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력서의 이름만 보고 외국인인경우 서류 심사에서 탈락시키는 경우가 많아 큰 문제라고 하더라.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의 경우 이런게 조금은 덜한데 노르웨이에서도 문과쪽 전공자는 노르웨이인이어도 취직이 잘 안되기에 외국인일 경우 이런 전공으로는 더더욱 취직이 힘들다는 것이다. 내 친구의 남편은 스웨덴인인데도 노르웨이어를 할줄 모른다며 (스웨덴어는 노르웨이어와 거의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탈락을 해서 결국엔 6개월간의 구직 활동을 접고 스웨덴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가 실력이 없는 사람이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는 스웨덴으로 돌아가자마자 볼보 자동차 회사에 취직을 했다. 나는 우리 회사에서 신입사원 채용 심사위원으로 들어간적이 몇번 있는데 노르웨이는 블라인드 채용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더라. 노르웨이의 이력서를 보면 사진만 안붙였지 (이력서를 받아보면 사진을 붙이는 사람도 꽤 많다) 성별, 생년 월일, 국적, 졸업 학교, 심지어는 혼인여부까지 쓰게 되어있어서 정말 놀랐다. 미국에서는 졸업 학교를 제외하고는 이력서에 이런 정보를 기제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직장에서 갑자기 잘리면 취업수당을 받으며 일년 가량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는 노르웨이 국민에 반해 직장을 잃고 비자가 만기되면 고국에 돌아가야만 할지도 모르는 우리같은 외국인은 이곳에서의 삶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 아닐까.


외국에서 오래 살아보니 내가 아무리 잘났어도 나는 그저 외국인일뿐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예전에 노르웨이 친구 포스팅에서도 쓴적이 있는데 여기에 오면 멋지고 잘생긴 남자친구 금발의 예쁜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을거란 막연한 기대를 할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우리는 문화적으로 너무 다르기에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만한 친구 하나 사귀기 힘들다는 것이다. 나처럼 집순이에 오타쿠적 성격을 지녀 친구가 많이 없어도 외롭지 않게 잘 사는 사람은 이곳 생활이 나름 잘 맞는 것 같다 ㅎㅎㅎ 그런데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 아니던가. 나야 직장이라도 다니니 사회활동을 하며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직업 없이 배우자를 따라 온 사람들의 경우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힘들지 않을 수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노르웨이에서 열심히 잘 살고 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좋은점도 많지만 좋지 않은 점도 많다. 어디 딴델 알아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이런 고민은 항상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좋은점이 더 많기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왕 사는 김에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점을 많이 찾아보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지 내가 이주를 고민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곳은 천국이 아니며 허황된 환상을 가지고 올만한 곳은 아니라는 것. 외국에서 외국인은 그냥 ‘을’인 외국인일뿐이라는 것.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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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디에 사느냐보다는 어떤 마음으로 사느냐가 중요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나라를 떠나서 살면 어디를 가도 외국인이라고 차별받는 삶을 살아야하니 말이죠.

    저 개인적으로 노르웨이는 여름에도 겨울같이 쌀쌀하고, 물가도 엄청나게 비싼(3주동안 여행자로서 느낀 노르웨이 물가는 오스트리아보다 심하게 비싸서리..^^;)물가만 느꼈습니다.

    남편의 노르웨이친구를 보니 물가가 비싼만큼 많이 번다고는 하지만, 살기 녹녹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남편친구는 바다속에서 원유를 캐는 회사에 다니는 (고가의 연봉을 받는)엔지니어였는데, 원유를 캐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환경이나 그들이 술을 마실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설명하는걸 들은적이 있어서 그런 모양입니다.^^;

    • 맞아요 맞아요!
      노르웨이라고 특별히 천국인 것도 아니고요. 여기가 또 그렇게 나쁜것도 아니고요. 다 마음먹기 다름인것 같아요. 단지 여기가 너무 천국인것처럼 비춰지는게 이상한것 같았어요.

  2. 관심분야라서 이쪽은 이야기할수 잇을것같아요 우리나라 사람이 세금을 10프로 올려서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것 = 이것에 반대하는 이유는 '불신' 입니다
    복지국가 가 아름답고 신뢰하는 사회를 만든다?
    노. 오히려 서로간의 믿음 신뢰가 마음에 깔려 잇는 사회가 복지국가를 만들게 되더라. 신뢰가
    먼저 형성되야 복지국가가 성공한다 는 데이터 결과를 본적이 잇엇어요 (아마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님)
    =1. 노르웨이는 국민들간 서로의 신뢰가 베이스에 깔려잇습니다 예로 설문조서결과에서 보면(급하게 댓글다는거라 이병태교수님 강의중 어떤건지 출처를 못밝혀 죄송합니다)
    '처음 보는사람의 말을 신뢰하는가' 질문에 스탄디나비아 쪽 사람들은 70프로(이거 정확히 기억은 안납니다 60프로는 넘엇습니다) 이상 신뢰한다고 대답합니다
    사실 이런 기반에는 지금 노르웨이의 교회출석율이 매우매우 저조하지만 그 이전 기독교 사상에서 출발햇던 정직 성실 믿음 신뢰의 가치관이 든든히 깔려잇어서 그능햇덩거엿죠
    이에비해
    한국은 상당히 저조합니다 처음보는 사람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대답하죠
    =불신 . 이것은 한국에서 직장생활 해보시면 더 느낄수 잇습니다 -> 내가 돈을 더 내서 안전한 사회 만든다면 당연히 찬성합니다
    그런데 '과연 내 돈이 제대로 쓰여질까?'
    이 불신이 아주 심각하게 깔려잇습니다

  3. 2. 또다른 불신의 이유는 적자재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없습니다

    -> 노르웨이의 큰 장점은 막대한 천연자원을 독점하지 않고 잘 운영해서 국민들 모두의 복지로 만들엇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천연자원이 없죠
    즉 믿고 기대할 수 잇는 보험금같은 자원이 전혀 없습니다
    이런 사회에는 두려움 불안이 깔려잇습니다

    지금 한국의 많은 문제중 하나는
    국민연금 입니다

    돈을 내고잇는 30대 직장인들도
    이걸 '내가 과연 제대로 받을수 잇을까'
    걱정이 잇어요 돈을 내고잇으면서도 받을수 잇을지 걱정을 합니다
    왜냐
    지금 국민연금공단이 이상태로 몇년 더 가면 적자난다 파산된다 라는걸 수없이 많이 말하기 때문이죠
    저는 공무원이지만 제가 내 연금를 과연 다 받을수 잇을까? 이런 생각이 당연히 듭니다
    왜냐
    공무원연금이 지금 적자상태처럼 유지되어서 시금으로 보조받기 때문이죠

    =>노르웨이처럼 안정적인 석유자산 이런게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죠

    길게 썻지만 요약하면 돈이 없다는 것 그리고 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방법도 없다는 것을 썻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상황에서
    세금을 10프로 더 올린다면?

    현재 도 연금도 제대로 못줄수 잇는 상황인데(실제로 연금이 공무원은 점점 약속햇던것보다 줄어들고 잇죠 앞으로도몇번의 개혁로 더 줄어들면 줄어들지 늘지는 않을겁니다)
    과연 세금을 더내면 안전한 사회를 만들수 잇게 하겟다?

    어떻게? 오히려 올린 세금으로 다른 데 적자 매꾸는게 쓰는거아니야?

    이런 걱정 불안
    결국 나라 재정에 대한 불신
    이런것들이 세금 올리는것을 거부하게 만들죠

  4. 3. 그리고 애초에 500만명이 사는 나라와 5000만명이 사는 나라는 비교가 어렵습니다
    이말은 500만명에서 성공한 정책이 5천만에서 통한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작은 규모일 때 정치가 편한게 잇습니다
    특히 천연자원이 막강한 나라인데 인원은 적다 이건 엄청난 장점입니다


    그냥 간단하게 상황을 단순화한다면
    만약 노르웨이 인구가 5천만명
    지금의 10배가 된다고 칩시다
    한국처럼요

    이때 지금같은 복지국가 복지천국 노르웨이가 유지될거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힘들죠 힘들어요
    인원이 많아진다는 건 노동력의 향상 경제력 즐가라는 엄청난 장점이 잇지만
    동시에 엄청난 경제적 불평등을 가져오게됩니다

    누군가는 잘살고 누군가는 못사는 문제가
    필연적으로 일어나죠
    그래서 복지국가의 재정은 아주많이 사용되게 되겟죠

    확실한건 지금의 노르웨이처럼
    비참한 경제수준을 막을 수 잇는 사회를 보장하긴 힘들어질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5천만명정도가 살고잇는나라죠

    이 많은 인구를 모두에게 복지하는 방법을 쓴다면
    ㅡ다른무엇보다도 나라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