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해본적은 없으나 석사과정때 ‘일의 효율이 무엇일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별로 할일도 없는데 집에 못가게 하는 문화...정말 이해가 안되는 문화다. 돈을 주는것도 아니면서 (나는 한국에서 석사과정 때에 학비를 면제 받았으나 월급을 받지는 못했다) 돈벌러 집에 일찍 좀 가겠다는 날이면 (7시에 연구실에서 나왔으니 일찍도 아니었다) ‘너한테는 과외가 연구보다 더 중요해?’라며 말도 안되는 핀잔을 주던 선배들은 연구실에 밤늦게까지 남아 컴퓨터로 한게임 맞고를 치고 스타크레프트를 하고 영화를 다운받아 봤다. 그 사이사이 실험도 조금 하고 연구도 조금 하고 집에 밤 늦게 돌아가면서는 늦게까지 연구실에서 뭔가를 했다는 기분에 뿌듯했을지 모르겠지만 그게 그다지 효율적이었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이런 이상한 문화속에서 거의 모든 한국의 직장인이 갈망하는 것은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닌가 싶다. 세상은 ‘일의 효율성’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데 대체 한국은 왜 아직도 이렇게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열심히’만을 가장 최고라고 생각하는지...일하지 않는 시간에 잘 쉬는 사람이 일도 더 열심히 하는데 말이다.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 특히 유럽에 정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직장 생활일 것이다. 정말 저녁이 있는 삶이 있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있다!’. 저녁이 있는 삶도 있고 휴가도 매우 길며 눈치 보지 않아도 당당히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노르웨이의 법적 근로시간은 주당 40시간이다. 우리 회사 같이 복지가 매우 좋은 회사에 다니면 점심시간까지 30분 일하는 시간에 포함시켜서 근무시간이 주당 37.5시간이 된다. 대부분의 노르웨이 사람들은 여덟시쯤 회사에 출근해서 세시반이나 네시쯤 집에 간다. 그시간에 집에 가서 애들 학교에서 핍업해오고 저녁을 다섯시반쯤 먹는다. 내가 누군가에게 베르겐 최대의 러시아워는 세시반에서 네시반이라고 했더니 그분께서 막 웃으시며 하시는 말씀이 한국에서는 그 시간이 길에 가장 차가 없는 시간이라고 하시던데 ㅎㅎㅎ 베르겐은 진짜로 그렇다. 네시가 넘으면 회사에 남아있는 사람은 거의 대부분 외국인들이고 여섯시 넘어까지 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휴가는 또 어떤가. 노르웨이의 법적 휴가일수는 25일이다. 나이가 많아지만 이게 더 많아져서 30일까지도 된다고 하더라. 노르웨이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년동안 3주의 휴가를 여름에 몰아서 쓰고 나머지는 가을에 일주일, 크리스마스때 일주일 이런식으로 쓴다고 한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3주 이상을 일을 떠나 쉬어야 진짜 쉴 수 있다고 한다. 머릿속에서 일 생각을 떨쳐버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2주라나. ㅎㅎㅎ


하여간 한국은 국민 대다수가 저녁 있는 삶과 가족과의 삶을 반납해 열심히 일만 한 결과 대단히 빠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저녁이 있는 삶을 사는 노르웨이나 다수의 다른 유럽 국가들이 경제 성장을 하지 않는가 하면 또 그것은 아닌 것이 미스터리이다. 노르웨이에 살아보니 근무시간이 짧은것과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전혀 별개의 것이라는 것을 알수가 있었다.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맡은바 열심히 일해야만 한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일찍 집에 가지만 일하러 와서는 엄청 열심히 일하는데 심지어는 누가 인사를 해도 받아주지 않을정도로 (?!? 그냥 인사를 하기 싫은 핑계는 아닌가 싶은데 그들은 이렇게 말을 하더라 ㅋㅋ) 열심히 일을 한다.


이건 노르웨이만 그런게 아니라 유럽 대부분의 나라들이 다 이렇다. 독일 같은 나라는 말할것도 없고 마냥 파업만 하는 것 같은 프랑스도 따지고 보면 매우 열심히 일하는 나라라고 한다. 프랑스 친구가 하는 말이 프랑스에 대해 가장 잘못 알려진것 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 사람들은 일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프랑스의 법적 근무시간은 32시간이 아니냐고 했더니 그렇기는 한데 프랑스에서 그렇게 적게 일하는 사람은 아마 하위 공무원정도 밖에 없을것이라며 오히려 나에게 모든 국민이 그렇게 적게 일해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냐고 하더라. 그런데 맞는 말인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가 봤을 때 별로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것 같은 유럽 남부지방 나라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그 나름대로 실업률도 매우 높고 대 국가적인 문제가 너무나 많지 않나. 그리고 그런 나라들도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열심히 일한다고 한다. 파파는 바르셀로나에 6개월간 장기 출장을 가서 살은적이 있는데 그들은 아침에 10시쯤 일하러 와서 두시에서 네시정도까지 점심시간 씨에스타를 가진 뒤 다시 돌아와서 거의 아홉시까지 일을 한다고 하더라. 그러니 스페인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늦게 하는 이유가 있었다. 그러니 씨에스타를 가진다고 해서 열심히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그 나름대로 다르게 일하는 방식이 있을 뿐.


사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이렇게 짧은 근무시간동안 많은 일을 해내야 하기에 심적 부담이 매우 크다고 들었다. 내 주위에만 해도 지난 1년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에 3개월씩 병가를 내는 사람들이 세명이나 있었고 이런식으로 번아웃증후군을 겪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복지국가의 사람들이 왜??? 너무 궁금해서 노르웨이인 지인분들께 물어봤는데 노르웨이에서는 수평적인 사회구조 때문에 직원 관리가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일의 양이 편중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을 하는 사람은 죽어라 일을 하고 일을 할줄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일을 잘해야하는지 피드백을 받지 못한채 일을 하지 않아 일을 하는 사람만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것을 조절해줘야하는 관리자가 자기 할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우가 계속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정말 크게 공감했다. 우리 회사만 해도 복지가 좋고 구성원의 대부분이 박사학위가 있기에 나름 합리적인 회사라고 생각했는데 올 봄에 성과 보고를 보니 성과의 80%를 직원 15% 남짓이 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게다가 직원의 20% 이상이 5년 이상 정말 아무 성과도 내지 않는 진정한 잉여직원이었다! 나는 이 결과를 보고 너무나 놀라웠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성과를 많이 내기 위해 잠을 설칠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국가에서 나는 왜 이따위로 살고있는 걸까 하며 반성을 했다. ㅠㅡㅠ 물론 나는 다른 직원들과 달리 성과가 좋기에 승진도 매우 빠르게 하고 3년만에 입사 연봉의 40%가 인상된 매우 특이한 직원중 하나이다. (나만 그런것은 아니고 이런 특이한 직원 몇명이 회사를 먹여살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ㅋㅋㅋ 매우 불안정한 구조가 아닌가 싶다.) 나에게 노르웨이는 열심히 하면 성과가 많이 나오는 그런 기회의 나라였기에 열심히 일하고 그만큼 성과를 많이 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열심히 한것을 거저 먹고사는 잉여직원이 저렇게 많을줄이야. 그리고 더더욱 놀라웠던 것은 그런 결과를 보고 다들 ‘그래 이제부터라도 다같이 열심히 해보자!’ 이렇게 반성을 한게 아니고 많은 직원들이 오히려 ‘저런 결과물은 노르웨이의 정신에 반대되는 것’이라며 불쾌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문화적 차이가 정~말 크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ㅎㅎㅎ


또 한가지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다면 연봉이 올랐으나 스트레스 받으며 열심히 일한만큼 그리 연봉이 많은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인생을 대충 살지 못하는 한국 사람의 비애인것 같다. 그냥 매사에 대충대충 일하는 성격이었으면 대충 일하고 연봉도 중간정도 받아도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한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매사에 치열하게 자란 나같은 여자는 그냥 그게 안되는 거였다. ㅎㅎㅎ (그냥 다 내탓이야 ㅠㅡㅠ)


하여간 사회라는 곳은 어디에나 이런 여러가지 이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노르웨이에 와서도 쉬는 법을 배운적이 없는 한국여자는 스트레스 받으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여지껏 한번도 3주짜리 휴가를 가본적이 없는데 올 겨울에는 드디어 한번 가보려고 한다. 그땐 아예 컴퓨터를 가져가지 않아야 하나...쉬는것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ㅎㅎ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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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 와~~자세한 답글 감사합니다. 계획이 굉장히 치밀하네요. 그래도 이런식으로 계속 글을 쓰다보면 습관이 되어서 쉬는것도 잘 될것 같아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