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여자

잡담, 일상 : 2017.07.02 18:28

파파가 몇번 농담으로 독일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해준 말이 있는데...

세상에는 두가지 여자가 있는데 한가지는 의사랑 결혼하는 여자이고 다른 한가지는 서른 이전에 의사랑 결혼 못하면 의사가 되버리고 마는 여자라며 날더러 당신은 두번째 종류란다.


매우 기분이 나빠지는 부장님 스타일 농담이다. (,.)


아마도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을 때 이런 농담을 들었다면 다시 만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파파는 사실 페미니스트이며 우리는 둘 다 박사학위가 있지만 의사는 아니다 (not that kind of doctor).


하지만 이 농담은 날더러 당신은 매우 적극적이다라는 칭찬을 하기 위해서 하는 농담으로 나는 사실 매사에 매우 적극적인 여자다. 한국에 살때엔 나댄다는 소리를 들으며 선배들에게 미움을 사기도 했는데 나는 나대는 사람은 아니다. 내가 생각할때 나대는 사람이라는 것은 남의 일에도 적극적인 사람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대하는 말인것 같은데 나는 내 일에는 적극적이지만 남의 일에까지 적극적이지는 않다.


외국에 살면서 느낀건데 나는 사실 서양여자들을 기준으로 봤을때 그냥 매우 정상적인 여자더라. 특히나 내 주위에는 ‘강한 여성’류의 여자들이 많은지라 왠지 나는 소극적인 사람인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가끔씩 기분이 묘해지기도 했다. 드세고 나댄다던 그 여자는 어디갔나.


미국에서 그냥 평범한것 같은 여자로 살다가 ‘아...나는 정말 적극적인 사람이구나’하고 느낀적이 몇번 있었는데 한국인 여자친구들을 사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왠지 항상 한국인이 적은 곳에 살아서 그랬는지 한국인 지인이 거의 없었다. 10년 사는 동안 한국인 친구를 사귀게 된건 8년쯤 되던 때였다. 친하게 지내며 밥도 자주 해먹고 그랬는데 딱 꼬집어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자세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나는 꽤나 적극적인 사람이구나’라고 느낀 것은 그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 때문이었다.


내가 그런걸 어떻게 해?’


나는 이런류의 말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왠지 내 주위에 있던 여자들은 저런 말을 하는걸 들은적이 없는것 같은데 오히려 나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니...자기 인생에서 뭐든 자기가 안하면 누가 하나?


잠시 잊고 있었는데 노르웨이에서 중국인 여자친구들을 사귀면서 또 문득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중국인 친구 중 두명이 남편에게 차가 없어 불편하니 차를 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작 그녀들은 운전면허가 없다. 그러니 차를 사자는 말은 곧 남편 당신이 나를 모시러 왔다가 모시고 갔으면 좋겠다는 말인거다. 그래서 왜 직접 운전면허를 딸 생각은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이유를 대는데 나는 내가 차를 타고 싶으면 내가 직접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좀 화가 났다.


내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가 직접 가서 알아보고 사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내가 직접 가서 해치우고, 내가 돈이 필요하면 내가 직접 돈을 벌고, 내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열군데라도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돌려 답이 나올때까지 알아보고, 나는 원래 다 그런건줄 알았는데 내가 좀 유별난 사람인건가.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에게 뭘 부탁하는걸 잘 못하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필요하면 친하건 안친하건 부탁도 매우 잘 한다. 그냥 앉아서 누가 해주기를 기다리는걸 할줄 모를뿐. 성질이 매우 급한것도 한몫 하는 것 같다.


나는 신데렐라류의 소극적인 공주님 이야기가 너무 싫다. 왜 누가 와서 자기를 구해줘야만 하는 그런 소극적인 여자가 로망인건가. 왜 내가 직접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겠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인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수 있을 것 같은 똑똑한 여자들이 말이다. 어제 친구 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다른 친구가 한 ‘내가 그걸 어떻게 해?’라는 말을 듣고 또 화가 나서 문득 다시 한번 예전의 일들이 떠올랐다. 서양 여자들에 비해 동양 여자들은 아직도 자기 인생에 덜 적극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자기 커리어가 걸린 일인데 못할건 또 뭔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다고 내가 그녀들을 나무라지는 않을 것이지만 아침이 되도록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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