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청두)에 다시 돌아와 몇일이 남아 뭘 할까 했는데 노르웨이에서 함께 간 중국인 동료가 자기가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성도에 사시는 동료분은 이미 신세를 너무 많이 진지라 또 부탁을 드리기가 너무 미안했기도 하고 이분은 성도에 사시니 손님이 올때마다 그 근처 관광지를 얼마나 많이 가보셨겠나 싶어 그냥 같이 간 동료와 함께 구경을 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에서 함께간 중국인 동료는 쓰촨지방 출신이 아닌지라 자기도 이번에 쓰촨지방에 처음 와봤다고 한다. 항상 와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자기도 가보고 싶었던 곳을 구경하게 된지라 나름 나를 구경시켜주는 것이 기쁘다고 했다. 그가 야심차게 준비한 곳은 성도와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관광지로 유명한 두장옌과 그 근처에 있는 칭청산. 두장옌은 기원전 256년에 만들어진 고대 건축으로 수리 관개 시스템으로 유네스코 유적으로도 지정이 되어있고 한국에서 성도로 여행을 오면 그 여행 패키지에 꼭 껴있는 그런 유명한 관광지이다.




하여간 나는 노르웨이에서 함께 간 중국인 동료를 믿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채 따라나섰다. 그런데 참으로 큰 실수였다. ㅠㅡㅠ 그는 나와 너무나 여행 스타일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그는 나에게 유명한 관광지를 보여주겠다고 매우 많은 준비를 하였으나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내가 이 근방에 이거이거가 있지 않냐 나는 그런게 궁금한데라고 물어보면 그의 대답은 ‘그런건 별로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니 안가봐도 된다’였다. 오히려 그는 내가 왜 이런 역사적인 유명지에 관심이 많지 않은지가 못마땅했다. 그런데 역사적인 유적도 중요하지만 나는 역사보다는 자연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또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관광지보다는 내가 관심있는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이 더 내 여행 스타일이라는 것도 새삼 다시 깨달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그냥 내가 혼자 공부해서 혼자 다닐걸...괜히 그가 중국어를 할줄 안다는 것 때문에 그에게 모든 것을 맡긴 것이 크게 후회가 되더라. 결국엔 그도 쓰촨지방 출신이 아닌데다가 현재는 노르웨이에 살고 있으니 외국인인 내가 가진 정보나 그가 찾을 수 있는 정보나 거기서 거기인 건데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더더욱 문제였다. 그는 그날 두장옌에 자기 여자친구와 학창시절 친했다는 친구와 함께 왔는데... 친구라는 사람은 성도에서 직장을 다니는데 우리를 위해 일부러 휴가까지 내고 구경을 시켜준 것이라더라. 고맙긴 했는데 두장옌 구경이 다 끝나갈 무렵 뭐가 잘못되었는지 내 동료의 여자친구는 잔뜩 삐져있었다. 그러고 결국엔 밥을 먹는데 둘이 한참 언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ㅠㅡㅠ 그들은 내가 중국어를 못알아들으니 모를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싸우는 연인들 중간에 껴 있으면 아무리 아무리 눈치가 없는 사람이어도 이게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나. 게다가 동료의 친구는 영어를 한마디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었는지라 그때부터 그들은 중국어로만 대화를 한다. 칭청산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두세시간 동안 계속 언쟁이 이어졌고 친구라는 사람은 그 둘을 화해시키려고 계속 쩔쩔 매고 그 와중 셋 다 나에게는 웃으며 몇마디를 건내기는 했으나 그 자리는 진정 가시방석이었다. 나의 동료는 나에게 계속해서 ‘여기 좋지요?’라며 뭔가 상황을 무마시키고 싶어했으나 진짜 말이 안되지 않는가. 아무리 칭청산이 좋아도 그 상황에서 거기가 정말 좋다고 생각할 사람이 정말 있을까. 그 와중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나에게 여행은 좋은 곳을 많이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불상이나 절은 우리나라에도 있고 그 불상이 아무리 거대한들 그게 무슨 상관인가. 또 아무리 유명한 중국의 문인이 살던 집인들 그게 내가 관심있는 것이 아니면 그것을 구경하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러나 나에게 구경을 시켜준 그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 이후 저녁 먹으러 좋은 곳엘 가자는 것을 겨우겨우 뿌리치고 나 혼자 숙소에 돌아왔다. 그런 그들 사이에 껴서 아무리 맛있는 저녁을 먹은들 편의점에서 사먹는 사발면보다도 맛이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일을 이렇게 쓰고 있는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니 아까 낮에 먹은 밥이 체할 것 같다 ㅎㅎㅎ 휴~~두장옌이고 칭청산이고 뭐고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 경험으로 예의범절이라는 것에 대해 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예의라는 것이 참 동상이몽이다.

이번에 두장옌을 구경시켜준 그는 내가 볼때는 참 말이 안되는 사람이다. 그냥 사정이 이러이러해서 미안하다 이랬으면 나름 준비를 한것도 알고 해서 나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그는 내가 자기 준비 많이 한것은 생각도 안하고 즐거워하지 않았다고 화가 난것이었다. 여자친구와 싸운것이야 뭐 사귄지 얼마 안되는 연인들은 항상 싸우게 마련이니 어쩔수 없지만 그는 출장중 일을 하는 동안에도 거의 하루종일 전화를 하고 있었고 이동하는 내내 차 안에서도 항상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들과 함께 있으면서 그렇게 자신은 하루종일 전화에 붙들여 있는 것은 그에게는 별로 대수롭지 않고 예의에 어긋나지 않은 일인 것이다. 그는 항상 자신은 예의범절을 매우 따지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그게 틀린 말은 또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누구에게 무슨 선물을 하고, 술잔은 누구에게 먼저 따르고, 밥은 누구에게 먼저 푸고 그런것은 매우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예의범절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참 동상이몽이구나 싶은 것이다. 그는 자기가 이렇게 나를 생각해서 유명한 관광지를 구경시켜줬는데 자기가 여자친구랑 좀 싸웠다고 내가 기분이 상한 것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끔찍하게 생각했던 것은 그가 여자친구와 싸웠다는 사실이 아니고 그때의 상황인데 말이다. 손님을 중간에 놔두고 하루종일 자기들끼리 중국어로만 대화를 한 것은 전혀 예의에 어긋난 일이라고는 또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노고를 몰라주는 내가 어찌나 한심하겠나 ㅠㅡㅠ 하여간 이런 동상이몽에 문화적 차이가 더해져 감정의 골이 깊어져만 간다. ㅎㅎㅎ 아마도 성도에 다시 가더라도 이런 기억들 때문에 두장옌은 안갈 것 같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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