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천지방 여행] 궁가산(貢嘎山) 기슭에서 맛본 시골의 인심

우리는 일때문에 사천에서 가장 높은 궁가산(貢嘎山) 동쪽 골짜기 해라구(海螺沟)와 붉은 돌로 장관을 이루는 계곡에 가게 되었다. 일단은 그 두곳의 중간정도에 있는 마을인 목시를 기지로 하고 여기저기로 옮겨다녔다. 목시는 관광지로도 매우 유명한 곳인데 높은 산인 궁가산 트레킹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해라구에 있는 빙하를 구경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매우 붐볐다.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오는지 (우리가 있는 동안은 한국인은 한명도 보지 못했지만) 곳곳에 한국어로 된 안내문이 붙어있다. 그런데 외국어로 안내문을 붙여놓으려면 원어민에게 좀 검사라도 받고 붙여놓던지 하지...좀 말도 안되는 황당한 영어와 한국어 안내문이 많이 붙어있다. ㅎㅎ










일도 재미있었지만 저녁때는 동료분들께서 시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을 대접해주셔서 참 진귀한 경험을 많이 했다. 목시는 티벳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곳이다보니 티벳에서 만든 기념품을 많이들 팔고 있었고 내가 부탁해서 우리는 첫날에는 티벳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간소하게 생활하는 티벳 사람들이기에 음식도 매우 간소해서 야크고기가 들어간 찐빵, 청보리로 만든 소를 넣은 호빵, 양념없이 찐 야크고기, 감자국수 정도가 나왔고 야크우유로 만든 요구르트와 야크우유를 넣어 만든 짭조름한 차를 함께 마셨다. ㅎㅎㅎ 특이한데 맛있다고 할수는 없다. 티벳 사람들은 양념도 거의 안하고 음식을 먹는지라 우리에게도 그냥 한번 재미로 먹어본 것치고는 괜찮았다 싶었는데 많은 양념을 넣어 음식을 만드는 사천지방 동료분들께 이들의 음식은 맛없는 음식이었겠다 싶더라.



둘째날엔 닭요리를 먹으러 가자고 하셨는데 처음엔 좀 이해가 안됐다. 첫날에는 사람이 다섯명밖에 없어서 닭요리를 먹으러 가기엔 많지 않다고 했기 때문이다. 에잉? 나랑 내 남편이랑 둘이서 치킨 한마리 시키면 별 문제 없이 거뜬히 다 먹는데 다섯명이 왜 적지? 하고 생각을 했는데 ㅎㅎㅎ 우리가 먹으러 간 곳에서 잡은 닭은 가장 작은놈을 잡았다는데도 한마리가 4.5k나 되는 매우 크고 무섭게 생긴 오골계였다. 요리는 엄청 큰 솥에다가 나무 땔감으로 불을 지피고 기름을 엄청나게 많이 넣어 양념과 닭과 채소를 함께 볶은 요리로 우리의 닭볶음탕에 가까운 요리였다. 이런 엄청 큰 아궁이와 솥은 전통적인 부엌에서 많이 쓰던 것인데 시골에서는 아직도 이것을 이용해 요리를 한다고 한다. 요리사 아주머니께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부끄럽다고 거절하심 ㅎㅎ



마지막 날에는 동료분께서 특별히 지인분께 부탁을 하셔서 목시보다도 더 작은 마을에 있는 지인분의 댁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성도에서 일하시는 동료분은 원래 사천의 작은 시골마을 출신이라고 하시며 자신의 아버지도 작은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시기 때문에 이렇게 작은 마을에 가면 말도 잘 통하고 마음이 편하다고 하시더라. 목시에 일때문에 왔다가 숙소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산에 올라갔는데 그때 동네분들을 만나 친해졌다고 한다. 길가다가 한번 만났는데 자신이 그지방 방언도 쓰고 하니 밥먹으러 오라고 초대를 하셨단다. 그런데 작년 외국에서 손님들이 잔뜩 오셨을 때 진짜 중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분들께 외국인 손님들께 저녁식사를 대접해주시면 안되냐고 부탁을 했다고. 한두번 만난 사이에 진정 이게 가능한가 싶었는데 그분들은 항상 흔쾌히 집에 초대 해주신다며 이게 원래 진짜 중국의 인심이라고 하시더라.


시골인심은 참 너무 훈훈했다 ㅎㅎ 꼬불꼬불 산길을 차를 타고 가다가 길을 잃었는데 동네 꼬마에게 어디로 가야하냐고 물었더니 직접 자전거를 타고 나서서 길을 안내해줬다. 지인분 댁에 도착하니 이미 상이 한상 차려져있었는데 원래 집에서 먹는대로 가정식으로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는데도 정말 진수성찬이었다. 그런데 역시 가정식은 식당에서 먹는것보다 훨씬 정겹고 맛있었다. 우리나라의 삼겹살 두루치기 같은 것도 있었고 시래기국 같은것도 있었다. ㅎㅎ 또 집에서 직접 키운 감자를 주셨는데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그분들 집은 마치 어릴적 시골에 있던 할아버지댁 같았다. 마당에는 돼지우리와 닭장도 있고 화장실도 푸세식이었는데 집에는 와이파이가 되고 그분들이 가지고 계신 스마트폰은 내 핸드폰보다 훨씬 신식이었다 ㅋㅋㅋ 현대식 시골 라이프란 진정 이런 것인가? 그분들은 동네에서 양조장을 하시는 분들이라 시골분들 중에서도 나름 넉넉하신분들이라고. 밥을 다 먹고난 뒤에는 양조장에 가서 여러가지 술도 얻어마시고 기념으로 한병을 사왔다. ㅎㅎ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산길을 내려왔는데 12살짜리 꼬마가 지름길을 안다며 우리를 산중턱까지 데려다줬다. 그의 지름길은 미끄럽기도 하고 남의 밭을 가로질러 가야하기도 했다. 한번은 어느집 밭을 가로질러 가는데 할머니가 우리에게 뭐라고 막 소리를 치시는거였다. 나는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 밭을 지나간다고 혼내시는건줄 알았는데 옆에 있던 동료분께 물어봤더니 할머니가 비오는데 산길 걸어가면 위험하니까 비 그칠때까지 집에 들어와서 좀 앉았다가 가라고 하셨다는 거다. 그래서 괜찮다고 했더니 그럼 조심해서 내려가라고 하셨다고. 왠지 중국사람들 하는 말은 못알아들으면 다 혼내는 것 처럼 들리는데 알고보니 이렇게 훈훈하게 정 많은 시골 사람들이라니...중국은 사람이 엄청 많긴 하지만 그래도 땅이 꽤 넓기에 아직 이런 시골이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도 아직 이런 시골에 이런 사람들이 있으려나...정많고 인심좋은 사람들...이게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이런 사람들은 도시에서는 사라진지 오래가 아닌가.


이렇게 인심좋은 중국의 시골을 경험하고 나니 시골이 사라져간다는 것이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린시절 시골 할아버지 댁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 경험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평소때는 메주가 널려있던 작은 방에 우리가 오면 따뜻하라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주시는 할아버지, 사촌들이랑 수박 씨 멀리 뱉기 놀이를 하고, 할머니가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여주시고, 갯벌에 가서 조개와 망둥어를 잡고, 밤에 푸세식 화장실에 가는 것이 무서워 할머니를 깨웠던 기억도 난다. 한번은 할아버지가 볍씨껍질을 골라내라고 주신 것을 마당에 엎어서 할아버지께 등짝을 엄청 맞았던 기억도 난다 ㅎㅎㅎ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 전에는 아빠와 형제자매가 어린시절을 보낸 그 집을 허물어야 했다고 한다. 이렇게 시골이 사라져가면서 내 아이들은 이런 기억을 절대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슬프지 않은가. 시골이 사라짐과 함께 시골의 훈훈한 정과 인심도 사라져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도시화가 동식물만 멸종위기에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골도 시골의 사람들도 그들의 인심도 정도 멸종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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