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달 거의 일주일이나 되는 노르웨이의 부활절 휴가를 맞아 일주일간 프랑스 남부에 다녀왔다. 베르겐에서 니스까지 노르웨이항공 직항이 있어 편리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비행기 타는 것을 끔찍히 싫어하는 파파 때문에 요즘은 어딜 가면 직항이 있는가와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는 것이 여행지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 같다. 프랑스는 20대 초반에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파리를 잠깐 찍고 온것 말고는 가본적이 없어 매우 가보고 싶었다. 사실 4월에 니스로 가고자 한 것은 약간 계산 착오였다. 왜냐하면 나는 프랑스 남부는 무조건 다 프로방스 지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디에서인가 프로방스 지방의 봄은 라벤더 꽃으로 넘실거린다는 글을 본적이 있어 프랑스 남부로 가자고 한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다 정말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비행기표를 사자 마자 알게 되었다. 니스는 프로방스 지방이 아니며 (차타고 네다섯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아주 먼것은 아니나 가깝지도 않다) 그렇게 프로방스 지방으로 간들 4월은 라벤더 시즌이 아니라는 게 아닌가. (,.) ㅎㅎㅎ


그렇게 약간의 판단 착오를 겪었으나 니스가 있는 프랑스 리비에라 지방은 매우 아름답고 멋진 곳인지라 그냥 어디 멀리 가지 않고 그 지방에 머무르기로 했다.


우리 부부는 함께 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잠깐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확실한 역할 분담을 하기로 했다. 처음엔 서로 왜 너는 맨날 어딜 가려고 하느냐, 너는 왜 한번도 여행을 계획하지 않느냐로 싸워 댔는데 이게 참 부질없는 짓이었다. ㅎㅎㅎ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내가 여행사 직원 역할을 맡고 있고 파파는 같이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고객 역할을 맡고 있다. 나는 가고 싶은 곳이 많고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이 즐거운데 파파는 어딜 가고 싶은지 왜 가는지를 잘 모르겠고 여행 계획을 짜는 것이 힘드니 그렇게 하는 것이 그냥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싶다. 누가 계획을 짜고 어딜 가던 가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그래도 서로간의 노력이 중요하다 싶은 것이 나는 여행사 직원으로 고객이 좋아할만한 여행 상품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파파는 직원이 열심히 고심해서 계획을 짠 만큼 어디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가서는 열심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을 하고 있으니 좋은 것 같다. 하여간 그래서 이번 여행은 아름다운 해안가로 유명한 프랑스 리비에라로 가는 거지만 항상 바다에 심드렁한 파파를 위해 산으로 계획을 잡았던 것이다.


니스가 유명하지만 도시를 좋아하지 않는 파파를 위해 작은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니스 근처에는 매우 아름다운 작은 마을이 많아 고르기가 참 힘들었다. 프랑스 남부지방은 햇살이 좋고 자연이 아름다우며 맛있는 음식도 많아 관광지로 유명하고 유명한 화가들이 많이들 살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아를에 살았던 반 고흐와 고갱이고 그 외에도 마티스, 세잔, 샤갈 등이 니스 근처에 살았다고 한다. 니스 근처 방스 (Vence) 생파울드방스 (St. Paul de Vence)라는 마을들이고 유명 화가들이 살았던 마을로 유명해서 관광지로 매우 유명하고 아직도 많은 예술가들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


일주일을 한곳에 지내기로 한지라 숙소 결정에 심혈을 기울였는데 방스로 갈까 하다가 왠지 좀 너무 트렌디한 마을인 것 같아 그 근처에 있는 생쟈네에 가기로 했다. 한적한 시골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이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생쟈네는 그 주변에 어디에나 있을만한 별 특징 없는 작은 절벽 마을이다. 북쪽으로는 알프스 끝자락이 만나있고 남쪽으로는 니스가 보이는 그런 마을인데 유명한 것이라고는 바오 (Baou)라고 불리는 큰바위 절벽밖에 없는 곳이었다. 이 절벽 때문에 암벽등반가들에게는 나름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라만은 이런 작은 마을 생쟈네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우리는 별로 특징 없는 이 작은 마을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인구가 불과 몇백명밖에 되지 않을만한 작은 마을 생쟈네. 우리는 클로드라는 할아버지의 작은 아파트를 빌려 일주일을 보냈다. 클로드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파트를 에어비앤비에 내놓고 누군가가 숙소를 필요로 하면 잠시 휴가를 가는 샘 치고 니스에 사는 여자친구 집에 가기도 하고, 근처에 있는 자신의 숲속 오두막에 가기도 한단다. 그래서 우리에게 먹을것도 잔뜩 놔두고 가셨다. 클로드 할아버지는 집 구경을 시켜주신 뒤 마을 구경을 시켜주시면서 우리를 여기저기에 소개시켜주셨다. 마을에 단 하나 있는 빵집 아저씨에게도, 피자집 아저씨에게도, 정육점 아저씨에게도 소개를 시켜주시고 ㅎㅎㅎ 신이 나셔서 이것도 해봐라 여기도 가봐라 소개를 해주신 뒤 우리를 자신의 아파트에 남겨놓고 떠나셨다. 나는 프랑스 사람들은 타지인들에게 배타적일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도시 사람들 이야기고 작은 마을의 사람들은 정말 너무나 친절했다. 어딜가나 마주치면 봉쥬르, 봉수아라고 인사하며 미소를 지었고 마을에 있은지 사흘정도가 되니 마을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 근방에 생쟈네와 같은 마을이 넘치고 넘치겠지만 일주일간 생쟈네에 지내면서 우리에게 생쟈네는 ‘우리 마을’이 되어 있었다. 근처 마을 방스만 해도 작은 마을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길에서 마주쳐도 아무도 인사를 하지 않는데 우리 마을 생쟈네는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프랑스어를 조금이라도 더 할줄 알았다면 나름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텐데 ㅎㅎ


마을 사람들은 마치 그곳에 평생을 살은 사람들 같이 마을의 풍경에 어울려 살고 있었다. 클로드 할아버지는 얼마나 생쟈네에 사셨냐고 했더니 원래 니스에 살았는데 생쟈네에 살은지는 15년 되셨다고 한다. 암벽등반을 좋아해서 생쟈네로 이사를 왔다고 하는데 너무 살기 좋은 곳이라며 마을을 자랑스러워 하셨다. 마을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마을을 엄청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 별것 아닌 바게트빵에도 생쟈네빵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을 만큼 무엇을 사나 ‘이건 이 동네 특산품이에요’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래서 빵집에서 주문을 할때 ‘생쟈네 하나 주세요~’ 이렇게 주문을 한다. ㅎㅎㅎ 마을에는 빵집이 하나, 정육점이 하나, 레스토랑이 세개, 담뱃가게가 하나, 슈퍼마켓이 하나, 그리고 술집이 하나 있었다. 마을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나오는 큰 길에 까르푸가 있긴 했으나 거긴 갈 필요가 없었다. 까르푸에 파는 빵보다 동네 빵집 빵이 훨씬 맛있었으며 까르푸에 파는 소세지와 파테보다 정육점에 파는 소세지와 파테가 훨씬 맛있었다. 동네 술집에는 햇살을 즐기는 마을 사람들로 항상 붐볐고 놀라운 것은 거의 매일 같은 사람들이 와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는 것 ㅎㅎㅎ


일주일간 한거라곤 등산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신것 밖에 없지만 프랑스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의 삶은 이런거구나 하는 기분을 만끽한 것 같다. 어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파파는 우리 이제 매년 부활절때 생쟈네에 오는것을 전통으로 하면 안되겠냐는 말까지 하더라 ㅎㅎㅎ 또 다른 곳에 가면 거기도 좋아라 할거면서 ㅋㅋㅋ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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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부부 사이의 여행사와 고객 역할놀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진짜 여행을 하셨네요. 이런류의 여행 언젠가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 요즘은 어디 여행을 가면 쉬는게 가장 우선인것 같아요. 그럼 그냥 집에서 쉬지 왜 어딜 가냐고 할수도 있는데 집에서 쉬는거랑은 또 정말 다르더라구요. 집에서는 잘 못자는 늦잠도 낮잠도 어찌나 잘 자게 되는지요. ㅎㅎ 이국적인 분위기에서 그냥 쉬엄쉬엄 구경도 하고 쉬는게 정말 좋다 싶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