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나는 결혼기념일을 핑계로 가까운 도시로 주말 여행을 다녀오자고 했다. 베르겐에서 가장 만만한 곳중 너무 춥지 않을만한 곳을 생각해 봤더니 암스테르담이었다. 마침 암스테르담은 가본지도  되었고 환승 없이 직항으로 한시간 반이면   있으니 얼마나 만만한 곳인가 ㅎㅎㅎ

 

이번에도 역시 별다른 계획 없이  한가지 해보고 싶은 것이라면  고흐 미술관에 가보자는 계획을 가지고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베르겐에도 비슷비슷한 건물들이 많지만 도시 전체에 운하가 흐르고 그곳에 삐뚤삐뚤하면서 좁은 건물들이 줄줄이 나열되어있는 암스테르담은  이국적이더라. 우리는 삼일 내내 도시 곳곳을 걸어다니며 맛있는 것들도 많이 먹고 박물관도 가보고 밤에는 펍크롤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암스테르담에는 이곳에 과연 맛없는 음식점이 있기나 할까하는 생각이  정도로 맛집이 많았고 여러가지 이국적인 음식점이 많아 너무 즐거웠다. 첫날 브런치로 스테이크를  먹어줘야겠다는 파파의 바램에 호텔 근처에 있던 스테이크집에 들어갔는데 램브란트 광장 주변에는 특히나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집이 너무너무 많았다. 서빙하는 언니에게 물어봤더니 요즘들어 아르헨티나식 스테이크집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다면서 사실 더치 음식은 자기가 생각해도 맛있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네델란드에 왔다고 네델란드 음식을 먹어보겠다는 생각은 접으라고 하더라 ㅋㅋㅋ  대신 여러가지 이국적인 음식점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 음식점과 중국음식점이 유명하며  특이한 음식점으로는 수리남 음식점이 있다고. 수리남이라...이게 대체 어디 붙어있는 나라인가 한참 생각해봐야했다.

 

암스테르담에도 최근에 미국 스타일의 수제 맥주집이 많이 생겼다고 하여 저녁때는 주로 맥주집을 탐방하며 시간을 보냈다. 걸어서   있는 곳들을 위주로 대여섯군데에 가봤는데 가장 재미있었던 곳은 풍차를 개조해서 만든 Brouwerij 't IJ라는 . 맥주 맛도 괜찮았고 일요일 오후 두시정도에 갔는데도 정말 사람이 많았다. ㅎㅎㅎ 맥주 마시는데 시간이 무슨 상관이랴. 사람이 매우 많아서 자리 잡기가 힘들어 우리는 호호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합석을 했다. 귀가 어두우신 할아버지와 손을  잡고 나타나셔서 즐겁게 맥주를 드시는 할머니. 나도 저렇게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나이가 많아져도 남편 손잡고 맥주집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있는 할머니가   있을까.  두분 정말 너무 귀여우셨는데 안타깝게도 이분들은 영어를 할줄 모르셔서 대화는   없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는데 ㅎㅎㅎ


밤에는 수제 맥주집에도 갔다가 정처 없이 아무 펍에나 들어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중  펍에서는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의 파티에 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혼자였으면 생각도 못했을 일들인데 남편이랑은 어떻게 이렇게 맘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있다니 ㅋㅋㅋ

 

우리가 갔던 곳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별로 특별하지 않았던 Homeland Brew라는 . 시내에 있던 다른 곳들에는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면 이곳은 우리 이외엔 관광객은 거의 없어보였다. 일요일 오후 통기타를  가수가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펍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우리 자리 옆에 누워 낮잠을 자는동안 우리는 맥주를 앞에 놓고 크고 작은 주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해가 지는 것을 바라봤다. 페미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부터 시작해서, 현재 한국과 독일의 정치적 상황, 난민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직장에서 마음에 안드는 점들, 앞으로 우리가 아이를 낳으면 어떤 대학에 보내고 싶은가,  다음번 여행에서는  할까 등등  연관 없으면서 여러가지 내용의 이야기를 나눴다. 그곳을 떠나면서 이렇게 남편과 공감가는 대화를 많이 나눌  있다는게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기념일  누군가는 커다란 선물을 받는 것을 로맨틱하다고 생각할수도 있고 누군가는 촛불아래서 스테이크를 썰며 와인잔을 부딛치는 것을 로맨틱하다고 생각할  있겠지만 나는 공감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비포선라이즈라는 영화에서 미적지근한 미국 남자 에단 호크보다도 나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줄리 델피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집이라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 이국적인 장소에서 익숙한 서로에게서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해가는 . 이것이 이번 여행에서 얻은 매우 로맨틱한 추억이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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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생을 제대로 멋지게 사시는 것 같아요, 부럽습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하구요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