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7살부터인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서 고등학교때까지도 레슨을 받을 정도로 피아노를 열심히 쳤다. 누가 시켜서 그랬다기보다는 그냥 내가 피아노가 너무 좋아서 항상 열심히 연습을 했던지라 나는 피아노 선생님들의 로망인 그런 학생이었다. 한때 예고에 가고 싶다고 떼를 쓴적도 있었는데 우리 집이 나를 예체능을 시킬 정도로 여유가 있는 집도 아니었을  더러 사실 예고에 갈만큼 그리 열심히 피아노를 친것도 아니어서 그땐 나는 재능이 없어라고 생각했었다. 어렸을땐  재능이 없었다고 생각하기 전에 먼저 하루에 8시간 피아노를 연습해보고 나서 재능이 있나 없나 한번 생각해보자라고 생각하지 못했나 모르겠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에 8시간 국영수를 공부하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지만 하루에 8시간 피아노를 연습하면서  남은 시간에 국영수를 공부하는건 엄청 힘들었을  같다. 나는 그렇게 그냥 평범한 고등학교를 갔고 이공계열 전공에 대학을 갔다.

 

그렇게 고등학교 이후엔 피아노를 잊고 지냈는데 미국에 살며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친구들이랑 함께  집을 보러갔는데 거실에 매우 오래된 피아노가 있었다. 물론 살던 사람들이 이사를 가며서 피아노도 함께 떠나갔지만 그걸 계기로 매우 싸구려 피아노를 한대 구입해서 치기 시작했다.  신기한것이 안친지 10년이 거의 다되었는데도 다시 치기 시작하니 얼마  고등학교때와 비슷한 실력으로 되돌아 오더라. 미국에서는 가난한 유학생이었던지라 레슨을 받는다는 것은 꿈도 못꾸고 그냥 혼자 치고싶은 곡들을 치는 정도였다. 엄청 열심히 치는 것도 아니었으면서 여러번 이사를 다니며 피아노를 이리끌고 저리끌고 다니느라 지쳐 나중엔 누구에게 그냥 줘버렸다.

 

노르웨이에 오면서 다시 피아노 생각이 나서 전자 피아노를 사고 말았다. 나름 전자피아노에 대해 안좋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자피아노를 사러 야마하 대리점에 갔다가 정말 놀랐다. 요즘은 기술이 이렇게 많이 좋구나 ㅎㅎㅎ 물론 진짜 피아노와는 여전히 차이가 있지만 요즘 전자피아노는 정말 소리도 건반의 무게도 진짜 피아노와 많이 비슷해졌다. 어떤 피아니스트의 말에 의하면 왠만한 콘솔 피아노에 비하면 전자피아노가 그랜드와  비슷하다고까지 하더라.

 

어른이 되고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하면서 놀랐던 점이 있는데 어렸을때보다 집중력이 뛰어나져서 그런지 오히려  잘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예전엔 에이 이런 곡은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나는 못쳐.’ 이렇게 생각했던 곡들도 요즘은 칠수가 있다. 아줌마가 되고나니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어져서 그런가 ㅎㅎㅎ 진짜로 집중해서 연습을 하니  많은 것이 가능하더라. 어차피 악기를 다루는 능력이라는 것의 절반 이상은 동작의 기억에서 오는 것이라 정말이지 연습이 정답이더라. 올림픽 양궁선수들이 훈련을   방금 자다가 깨서도 눈을 감고도 과녁을 맞출  있을 정도로 연습을 한다고 하는데  예전엔 음악은 타고난 능력이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했나 모르겠다. 요즘 드는 생각은 피아니스트들도 마찬가지인것 같다는 . 얼마나 연습을 했으면 손가락 끝에 굳은살이 박히고 몇시간이나 되는 콘서트를  외워서 그리고 눈을 감고도   있겠나.

 

노르웨이에 와서 부쩍  열심히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날 아는 언니가 피아노 선생님을 소개해줘서 올봄부터 레슨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ㅎㅎㅎ 고등학교 이후 처음 레슨이라니 얼마나 설레었는지 모르겠다. 나의 새로운 피아노 선생님은 베르겐에서는 나름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인 콘서트 피아니스트 마이 고토이다. 베르겐에는 여름마다 Grieg in Bergen이라는 작은 실내악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거기서 종종 봤던 분인데 나의 선생님이 된다니 너무 신이 났다.


 

마이는 전문적으로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콘서트를 주로 하는 피아니스트인데 나는 이런 마이가 흔쾌히 레슨을 하겠다고 해준 것이  고마웠다. 그런데 마이는 오히려 자신에게는 나같은 성인 학생은 신기한 존재이기도 하면서 약간은 영감을 주는 존재라 좋다고 하더라. 심지어는 레슨비도 매우 많이 깎아줘서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레슨을 받게 된것은 물론 얼마나 열정적으로 가르쳐주는지 내가 엄청 미안할 정도이다. 보통은 한번 레슨을 하면 다른 학생들은 30분에서 한시간정도 가르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한번 레슨을 하면 레슨비는 한시간치만 받으면서도 두시간 넘게 가르쳐줄때가 대부분이라 나도 그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ㅎㅎㅎ 열심히라고 해봤자지만 그래도 요즘은 학생때처럼 일주일에 대여섯시간정도씩 연습을 하는  같다.

 

나는 사실 드뷔시, 라벨, 뿔랭과 같은 19세기말 프랑스 작곡가들의 곡을 치는  좋아하는데 마이는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슨 같은 고전을 주로 연주하는 사람이라 나름 타협을 해서  레슨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 Op13 비창을 같이 연습하기로 했다. 어렸을적에 이미 몇번 쳤던거라 다시 치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아서  곡을  레슨 곡으로 꼽은건데 레슨을 몇번 받고 나서 정말 놀랐다. 몇번의 레슨으로 내가 들어도 만족스러울 만큼  해석이 향상되다니. 이렇게 되고 나니 연습하는게 너무나 즐겁더라. 게다가 콘서트 피아니스트인 선생님이 작곡가와 곡에 대해 열심히 디스커션을 해주니 다른것보다도 곡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긴것 같아 매우 마음에 든다.

 

그렇게 몇번 레슨을 받았는데 어느날 마이가 날더러 콘서트를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과 친구 피아노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모아서 학생 콘서트를 하려고 하는데 나도 한곡 치라는거다 ㅎㅎㅎ 꼬맹이들 사이에서 아줌마 학생이 치면 너무 웃기지 않겠냐고 했더니 꼬마들은 다들 소품을 연주하는데 내가 나가서 베토벤의 소나타처럼  작품을 연주하는것도 나름 괜찮을것 같다고 해서 나도 참가하기로 했다.

 

나는 7살부터 열심히 피아노를 쳤지만 항상 그냥 나를 위해 피아노를 쳤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연습을 한적은 거의 없는데 레슨을 받게 되면서 생각했던   하나가 나는 그냥 자기만족으로 피아노를 치다보니 뭔가  하나를 완벽하게 친적이 별로 없는  같아 레슨을 받으며 그런점을 보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콘서트를 한다고 했으니   완벽하게 연습을 해야하지 않겠나. 게다가 꼬맹이들 사이에 아줌마가 피아노를 치러 나왔는데 못치면 너무 부끄럽지 않겠나 ㅎㅎㅎ 그래서 더더욱 맹연습에 돌입하게 되고 ㅋㅋㅋ

 

콘서트를 위해 선생님들이 준비한 곳은 베르겐 피아노 사회에서는 나름 유명한 Reksten Collections라는 곳인데 갤러리 같은 곳에 엄청 좋은 그랜드 피아노가 몇대 있어서 이곳에서는 종종 작은 콘서트도 하고 피아노 마스터클라스 같은 것들을 한다고 한다. 나는 마이가 콘서트를 하겠냐고 물어봤을  가장 먼저  생각이 비싸면 어쩌지 였는데 이곳을 하루 오후 빌리는데 드는 비용은 노르웨이 돈으로 1000크로네. 한국 돈으로 하면 15만원이 조금 안되는 돈인데 놀랍다. 이렇게 저렴하다니. 자신은 피아노 협회 회원이라 50% 할인을 받은 가격이었다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저렴하지 않은가. 게다가 대여 비용은 콘서트 당일 학생을 제외한 관람객들 (학생들의 부모, 친구들, 조부모들) 에게 일인당 50크로네를 받아 충당하겠다고 하니  얼마나 노르웨이스러운가 ㅎㅎㅎ 나중에 선생님에게 돈이 모자라면 내가 나머지를 내겠다고 했는데 콘서트가 끝나고 돈이 남았다고 한다.

 


약간 떨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콘서트에 참여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콘서트장의 그랜드 피아노는 대망의 스타인웨이였기 때문이다.  피아노 한대가 한국돈으로 거의 1억정도이다. ㅎㅎㅎ 언젠가는  한번 만져나보고 싶었던 콘서트 스타인웨이 ㅠㅡㅠ 정말 감동적이었다. 스타인웨이는 6살짜리 꼬마도 ~’ 하며 감탄을 할정도로 놀랍도록 아름다운 소리를 냈고 이런 피아노로 연주를   있었다는  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콘서트였다. 콘서트는 6 꼬마부터 시작해서 여러명의 10 초반부터 후반까지의 학생들의 연주가 끝나고 전혀 학생같지 않은 정체 모호한 내가 마지막 연주를 했다. 나도 연습한만큼 만족스러운 연주를 해서 기뻤는데 선생님도 연습 열심히  만큼  쳤다고 기뻐하더라.

 

나는 아줌마가 학생들 사이에 껴서 연주를 한다는 것이 조금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은 엄마 손에 이끌려서 하기 싫어도 억지로 피아노를 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그렇게 꾸준히 치다보면 어른이 되어 정말 너무나 행복해지는 취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사실은 연습을 열심히 하기 시작면서 생각했던 것은 5년에 한번 열리는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일반인 부분에 도전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얼마 전에 열린 일반인 콘서트 비디오를 보고 금새 포기했다. ㅎㅎㅎ (,.)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노 콩쿠르인데 5년에 한번씩 35 이상이  일반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콩쿠르를 연다. 진로 선택의 기로에서 콘서트 피아니스트와 다른 직업을 두고 고민을 하다가 피아노를 포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콩쿠르라는데 그냥 나같은 일반인들이 아닌 사람들이더라. 거의 왠만한 콘서트 피아니스트 못지 않은 실력에 직업도 엄청 다양해서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관두고 주부가  사람들도 있지만 변호사, 의사, 대학 교수 등등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실력도 굉장하더라. ㅠㅡㅠ 세상엔  굉장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어떤가  콩쿠르를 나가려고 피아노를 치는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 열심히 치는것은  가지있는게 아니지 않나.

 

콘서트가 끝난  약간 공백기를 가진  다시 연습하기 시작  곡은 JS Bach 이탈리안 콘체르토. 다음에  콘서트를 하게 되면  곡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이렇게 즐겁게 한곡 한곡 연습해가는 것이 너무 기쁘다.

 

노르웨이에 와서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며 느낀것이 이런 모든 것이 여기가 노르웨이의 작은 도시라 가능한 것이구나 싶다.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나름 잘나가는 피아니스트인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을  있는  하며, 이런 멋진 콘서트장에서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를   있는  하며... 한국이나 미국이었으면 가능했을까. 잘은 모르지만 예체능으로 대학에 들어가려면 유명한 선생님에게 수십만원 수백만원의 레슨비를 내가며 레슨을 받아야 하지 않나. 마이를 소개받기 전에 다른 어떤분께서 자기 아이들이 레슨을 받고있는 선생님을 소개해준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은 베르겐 출신의 유명한 작곡가 (하랄 사바루라는 작곡가) 아들이라고 한다. 그런데 80 다되신 선생님이 너무 엄격하셔서 연습을 열심히 안하는 학생들은 새벽 여섯시에 레슨을 잡아주고 연습을 열심히 할수록 시간을 늦춰준다고 하여 거절했다 ㅋㅋㅋ 피아노가 아무리 좋아도 새벽 여섯시엔 그냥 잠을 자는게 낫겠다. 거절 하기는 했지만 여기가 베르겐이니 이렇게 유명한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을  있는 기회가 있기도 하고 말이다. 나는 아이가 없으니 노르웨이에서 아이들을 예체능 시키는것이 어떤지  모른다. 여기에는 정말 집이 엄청 잘살지 않아도 동등한 기회가 있을까. 집의 기둥뿌리 뽑지 않아도 예체능을   있을까.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회는 매우 많다는 . 열심히만 한다면 말이다. 

Posted by Dusty Boot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멋지십니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악기하나쯤은 다뤘으면, 혹은 그림을 그렸으면..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 ㅎㅎㅎ 어린시절 엄마가 잔소리잔소리 하시며 시키시던 것들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운동 등등)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지금 삶이 좀 더 풍요로워졌을지도 모르는데 그땐 왜 그렇게 하기가 싫었던건지 모르겠네요. 악기야 나이 들어서 배우면 좀 어렵지만 그래도 그림은 지금이라도 할 수 있지 않나요? 저도 저번학기에 친구 따라서 유화 수업을 들었는데 다들 아줌마 아저씨들이던대요. 그렇다고 어렸을때도 못그리던 그림이 어른이 되었다고 잘그려지는건 아니더라구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