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TEDTalk에서 재미난 강연을 들었는데 에이미 웹이라는 여자의 ‘How I hacked online dating’이라는 내용의 이야기다

(https://www.ted.com/talks/amy_webb_how_i_hacked_online_dating?language=en#t-88277)

 

강연의 요지는 서른살에 사귀던 남자와 헤어진 에이미가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으로 남편감을 만날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자신의 특기인 데이터분석 (에이미의 직업은 애널리스트이다) 이용하여 매치닷컴이라는 데이팅 웹사이트(미국에서 가장  데이팅 웹사이트) 에서 남편감을 찾아낸다는 이야기다. 에이미는 자신이 원하는 남편감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리스트를 만들어 매치닷컴에서 그에 가장 적절한 남자 몇명을 뽑아내고  두세번의 데이트만에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고 한다. 그의 강연은 매우 재미있고 다이나믹하기는 했는데  강연을 들은  나와 파파는 매우 기분이 나빠졌다. 우리는 아직도   인연이라는 것은 우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인생을 즐겁게 해주는 것중 하나인데  알수없는 오묘한 것이다. 에이미의 일화처럼 철저하게 데이터 분석에 의해서 정말  맞을만한 사람들끼리 인연이 닿을수도 있지만 이렇게 인연이 연결되는 것은 정말이지 드문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파파에게 에이미의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더니 버럭 화를 내더니 그녀의 방법대로였다면 절대 우리는 결혼하지 못했을거라고 하더라.  역시  말에 동감이다. 우리   서로가 생각했던 배우자의 모양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처음 만났을때 서로에 대한 첫인상도 별로 좋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서 같은 회사에 다녔더랬다. 회사에 젊은 사람들끼리 가끔씩 모여서 맥주를 마시는 모임이 있었는데 우리는 거기서 가끔 얼굴만 보는 그런 사이였다. 둘다 서로에게 호감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었는데 어느날 파파가 내가 살던 동네로 이사를 왔다. 내가 살던 아파트에는 수영장이 있었는데 파파는 다른 남자 동료들이랑 하우스를 랜트해서 사느라 나랑 친하게 지내면서 가끔씩 우리 아파트 수영장에 놀러오고 싶었다고 한다. 나는 출장이 많아서 항상 더스티를 봐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같은 동네에 사는 남자 동료들이랑 친하게 지내는게 나쁘지 않을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날 파파가 동네에서 페스티벌이 있는데 가보지 않겠냐는 말에  생각 없이 따라 나갔다가 그게 두번째 데이트로 이어지고 세번째 데이트에선 서로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사실 나나 파파나 데이팅사이트에서 서로의 프로필(사진 말고 글로 써놓은 자기소개 프로필) 봤다면 아마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우리는 정말 다른 부류의 사람인것 같고  표면적으로 보면 좋아하는것도 정말 많이 다르다. 그런데 그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키가 얼마고 돈을 얼마나 버는가보다도 내가 사랑하는 파파의 모습은 우습게도 더스티를 산책시키고 돌아와서 더스티의 발을 정성스럽게 닦아주는 모습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표면적인 것들을 걷어내고 나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데이팅 사이트 프로필에는 도저히 표현할  없는 그런것들인것 같다.

 

어떤 개연성이나 로맨스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우리의 인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부부가 되었으니 나는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따라 짝을 찾아요라고 외쳐대는 웹사이트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위에 보면 매치닷컴에서 만나 부부가  사람들이  많기는 하니 바쁜 현대인들에게 우연한 기회에 괜찮은 사람을 만나야 되는 시간을 줄여주는 방법이기는   같다.

 

하지만 나는 에이미의 강연의 듣고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대체 사람은 어떻게 어떤 기회에 인연이 닿는 것일까. 연인이나 부부가 되는  말고도 우리 인생에는 우연에 의해 생겨난 인연이 너무나 많다. 예전에 한참 떠돌던 이야기 중에 현생에서 한번이라도 만나는 사이라면 전생에 수없이 스쳐지나간 사이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누군가와 인연이 된다는게 그만큼 확률적으로 희박한 일이라는 의미에서 그게 정말 맞는 말인것 같다.

 

너무나 바쁘고고 불가피하게 현실보다 웹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하는 우리들은 몇개의 데이터 포인트로 사람을 판단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몇장의 자기소개서로도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지 않는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고 비슷한 직업을 가졌고 비슷한 영화와 음악을 좋아한다면 쉽사리 친구가   있을  같지만 그렇지 않지 않은가. 그리고  어찌 알겠나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대방의 모습에 반해버릴지. 그래서 그냥 우연에 맡기는 것도 좋은  같다. 모든 것을  내가 예상했던 시나리오대로만 산다면 무슨 재미가 있나. 예상치 못했던 것들에 대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인생인데 말이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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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필자님이 느끼셨을 마음 어떤것일지 알아서 너무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커다란 강아지의 발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는 남자라니요.

    • 저는 초반에는 잘 몰랐는데 어느순간에 제가 산책을 시키고 집에 왔는데 더스티가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발 닦아달라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