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를 비롯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전세계적으로 남녀평등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곤 한다. 노르웨이에서 살다보니 이게 참으로 피부에 와닿는다. 노르웨이 여자들은 그래도 아직 남녀가 사회적으로 완전하게 평등해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거라고들 하는데 노르웨이 밖에서  사람으로  말조차  대단한 자부심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재로도 아직도 노르웨이에서 여성은 같은 위치에 있는 남성들보다 연봉을 적게 받는다고 하니 완벽한 남녀 평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이다.


남녀가 평등한데는 기본적으로 육아제도가  역할을 하는  같다. 노르웨이의 출산 육아제도에 대해서는 언젠가 따로 한번 써보려고 생각중이지만 간략하게 정리를 하자면 노르웨이에서는 출산휴가가 부모 합쳐서 1년이고 남자 역시 반드시 출산휴가를 써야한다. 주위에서 보니 대부분의 경우 처음 몇달은 엄마가 출산휴가를 쓰고 아기가 젖을 떼고나면 아빠가 출산휴가를 쓰고  뒤에는 일주일에 2일은 아빠가, 3일은 엄마가 이런식으로 1년을 나눠서 쓰더라.  덕에 여자들 역시 커리어를 버리지 않고 일을   있으며 노르웨이에서 풀타임으로 가정주부 여자들은 거의 보지 못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제도적으로 남녀평등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노르웨이는 사회적으로도 여성의 파워가 매우 세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그런  같다. 노르웨이에서는 사회적 성역할이라는 것도 굉장히 평등해서 소위말하는 노가다판에도 여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있고 남자 산파 어렵지 않게   있을 정도이다. 엔지니어가 주를 이루는 파파의 회사에는 6 부서중 5개부서의 최고 관리자가 여성이라고 한다. 이들 여성은 그냥 관리자도 아니고 공학, 수학, 물리학등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렇게 성공한 여성들은 대부분 아이가 없거나 미혼이면서 일에 인생을 거는 경우가 많은데 노르웨이에서는 소위 말하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도 집에 아이가 두셋 인는 것이 대부분이라 참으로 놀랍다. 이런 엄청난 여성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어 더더욱 평등한 사회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세시반에 일터를 떠나 아이를 유치원에서 픽업해야하는 아빠들이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과 직원들이 세시반에 일터를 떠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배경에 있기 때문에 그런것이지만 말이다. 우습지만 베르겐 최악의 러시아워는 오후 세시반에서 네시반 사이로 다섯시가 되면 직장에 남아있는 직원들은 나같은 외국인들뿐이다. ㅎㅎㅎ


예전에 노르웨이어를 배울때 선생님이 해준이야기와 노르웨이 문화 강좌에서 들은 이야기들에 따르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높은 선반에서 짐을 내려야할때 도움이 필요하면 반드시 도와달라고 요청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다른 유럽 남자들은 대부분의 경우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먼저 호의를 배푸는 일이 많은데 노르웨이 남자들은 그런 경우가 별로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도와달라고 하면 기뻐하며 도와준다고 하는데  경험으로도 그렇더라)  이유가 노르웨이 여자들은 자존심이 매우 세서 대부분의 경우 남자들이 도와주겠다고 해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노르웨이 남자들은 왠만해선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먼저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엔  말도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사실 이걸 여러번 목격했다. 남자가 도와드릴까요 이랬는데 여자가 참으로 무안하게 싫어요!’ 이러는 것을 말이다. 이런걸 몇번 겪고나면 내가 남자라도 아마 도와주겠다는 말을 먼저 꺼내지 않을  같다. 이건 정말이지 젊고 드세보이는 여자들만 그런것이 아니라 금발의 호리호리한 여자들도 호호백발의 할머니도 이렇다. 다들 이렇게 자라와서 그런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것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있는 것을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나서서 해주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런 노르웨이의 여자들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런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노르웨이 사회가  마음에 든다.


예전에 한번은 미국에 출장을 갔는데 눈이 많이 와서 떠나기 전에 차위에 쌓인 눈을 치워야했다.  와중 건너편에서  한국인 커플이 이야기 하는 것을 우연히 듣게되었는데...예쁘게  차려입은 여자가 오빠.  그냥 앉아 있는다!’ 이러고 차안에 앉아만 있고 남자만 눈을 치우는 것이었다. 한국 여자는 그냥 예쁘게 앉아 있는 역할을 담당하는 거였구나...하는 생각에 그때의 일이 기억에 남았다. 사실 차가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눈을 치우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은 아니다. 조금 귀찮은 일일뿐. 하지만  예쁘게 들어가 앉기 전에 도와줄까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일까. 나름 남자 없이도  살겠다고 열심히 독립심을 키운 나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여러 소셜미디어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자랑거리는  우리 남편은 청소도 빨래도 해준다’ (이건 나름 한국 남편들이 하도 이런걸 안해주니 이런게 자랑거리가 되는거란 생각이 들기는 한다. 사실 당연하게 남자들도 해야하는 이런걸 해주는 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된 것인데 말이다.) 혹은 오빠가 명품가방 사줬다 이런것일까. 그리고  그런글에 부러우면 지는거다 이런식의 댓글들이 달리는걸까. 그게  마음에 안든다.  우리 오빠가  컴퓨터 고쳐줬다 내가 컴퓨터를  손으로 고쳤다보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내가 열심히 일한 보너스로  자신에게 명품가방을 사는 것은 남편이 어느날 명품가방을 사들고 온것보다  부러운 것인가. ? ? ?


나는 대단한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남녀 평등이 이루어지려면 남자들과 사회가 변화해야하는 동시에 여성들도 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남자가 자신을 위해  해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여자들이 많을수록, 그런것을 부러워하는 여자들이 많을수록, 우리나라 남녀 평등은 더뎌진다는 . 자신이 이룬 것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노르웨이 여자들을 보며 느낀 점이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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