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나는 이년에 한번 있는 작은 행사를 치뤘다. 별건 아니고...거의 가슴 아래까지 오던 머리를 귀밑 7센티미터 여고생 머리로 잘랐다. ㅎㅎㅎ

 

...시원해 ㅠㅡㅠ 너무 좋다.

 

나는 사실  생머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너무 관리하기가 귀찮기 때문이다. 나는 미용실에 갈때마다 튼튼하고 윤기나는 모발에 엄청난 찬사를 듣곤한다. 대체 머리에  하길래 모발이 이렇게 윤기나고 아름답냐는 것인데  질문의 답은 샴푸와 컨디셔너 그리고 귀찮아서 머리를 자주 감지 않는다는  (일주일에 두세번정도 감음). 게다가 염색, 펌은 불구하고 아예 빗도 하나 없다. ㅎㅎㅎ

 

그렇다고 내가 전혀 꾸밀줄도 모르고 통큰 청바지에 목늘어난 티셔츠나 입고다니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 나도 나름 촌스러운 노르웨이 사람들 사이에서 옷잘입는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놀러 나갈때나 행사에 참석할때엔 풀메이컵을 하기도 하고 파티 드레스, 굽이 9센티가 넘는 신발들, 그리고 온갖 가방들이 옷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여자다. ㅎㅎㅎ 그냥 머리를  관리하지 않을뿐.

 

게다가 왠지 머리하는데 드는 돈은 너무나 아까운것 같은데 커트하나 하는데 십만원정도를 쓰는건 돈을 버는 요즘도 정말 못하겠더라. 노르웨이에서는 미용실에 가면 커트한번 하는데 십만원정도 한다. 십만원짜리 오페라 티켓은 눈하나 깜짝 안하고 그냥 사는데 이년에 한번 커트하는데 드는 십만원은  이렇게 비싸게 느껴지는건지... 그래서 벼르고 별러서 미국에 와서야 드디어 커트를 하게 된것인데 미국도 이름있는 살롱에 가면 커트에 최소 오만원정도를 하고 스타일리스트의 급에 따라 십만원정도까지 가격이 뛰기도 하는데다가 15%정도 팁도 줘야하니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베트남 아줌마가 하시는데 가서 잘랐는데 20달러정도 하더라. 물론 커트의 질은 별로 좋지 못했다. 스타일리스트가 괜히 스타일리스트가 아니다. 남편이 예쁘다고 하니 그냥 만족하기로 한다. ㅎㅎㅎ 부산에서 단골 헤어샵에 가면 엄청 커트 잘하시는 실장님이 하셔도 이만오천원정도 하는데... 하긴 그런데 한국도 이런 것의 가격은 정말 천차만별이 아닌가 싶다. 내가 대학생때 동네 미용실에서 커트하면 칠천원, 이름있는데 가면 만오천원하던 그런 시절...우리과에 엄청 부잣집 딸네미가 몇명 있었는데 그런 시절 커트를 30만원 주고 하던 그런 애들이 있긴 있었다. 대체 어떤 곳이길래 @_@

 

하여간 대학원 다닐때 친구의 소개로 알게된 재단이 있다. Locks of Love라는 단체인데 (http://www.locksoflove.org/) 병으로 머리가 빠진 아이들에게 가발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이곳은 사람들에게 모발을 기증받아 가발을 만든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원 다닐때부터 지금까지 이년에 한번씩  머리를 잘라 모발을 기증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섯번 기증을 한것 같다. 기증을 하려면 포니테일로 묶은것을 잘라 보내야하는데 가장 긴부분이 20센티미터 정도이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나에게는 이년에 한번만 미용실에  핑계가 생겼다.


Locks of Love 홈페이지에 나온 사연들. 한창 예쁠 나이에 병으로 머리가 다 빠져 얼마나 슬펐을까.


이번엔 베트남 아주머니가 친절하게도 더더욱 윤기나게 아름답게 보이는 모발을 기증해야한다며 자르기 전에 스트레이트기로 쫙쫙 펴서 예쁘게 만들어주신 다음 잘라주시더라. ㅎㅎㅎ

 

귀찮은 모발 관리와 기부의 즐거움이 만나 이루어진 나의 이년에 한번 있는 기부...아마도 이년 뒤에도  다음 이년 뒤에도,  그다음 이년 뒤에도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Dusty Boo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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