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샵이 끝나고 파파와 조우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시댁쪽으로 갔다. 파파는 다음주에 하이델베르그에서 다른 워크샵에 참가해야하는데 겸사겸사 조금 일찍 독일에 오게 되었던 것이다. 중간지점에서 만나서 같이 기차를 타고 시댁에 가기로 했다.


워크샵은 점심식사를 끝으로 모두들 해산했는데 나는 중간에 파파와 만나기로  시간이  늦은 시간이어서 시간이 많이 남았다. 다들 가버리고 한분이 남아 함께 택시를 타고 기차역에 가기로 했는데 마침 그분은 스위스 베른에 사시는 분이라 나와 가는 방향이 같았다. 아예 거의 끝까지 같이 기차를 타고 갈수도 있었는데 나는 중간에 파파와 만나기로 한지라 중간에서 헤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두시간정도 그분과 함께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그분은 거의 일흔  되신것 같았는데 원래 스위스 베른 대학교 교수였다가 은퇴하셨다고 한다. 은퇴를 하셨는데도 워크샵에 참가도 하시고 아직도 열심히신게  멋있어 보였는데  우연히 사위분이 한국인이라고 하셔서 한국에 다녀오신 이야기도 해주시고 워크샵 기간 동안 조금 친해지게 되었다. 알고보니 내가 공부한 분야가 아니라  몰랐지만 사실  분야에서 상당히 권위있는 학자셨는데 나같이 젊고 영양가 없는 사람 이야기도 귀기울여 들어주시고 하시는게  좋았다.


중간에 기차를 갈아타는데 가방이 엄청나게 무거우신지 계속 엘리베이터를 타시길래 내가 농담으로 워크샵 삼일 오시는데  이렇게 많이 가져오셨냐고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이 사실은 당신께서 얼마전 전공분야 책을 내셨는데 그걸 워크샵 주최자들에게 주려고 여러권 가져오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워크샵 주최한 사람들이 주창하는 이론이 있고 당신은 조금 다른 이론을 가지고 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오랜기간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걸 책으로 썼는데 주최한 사람들을 만나서 당신의 이론을 이야기 했더니 그사람들이 그건 불가능하다고 안믿는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권 가져왔던 책을 그냥 고스란히 가져가시는거라고 하는게 아닌가. 나는 그쪽 분야를  모르기 때문에 누구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마음 한구석이 찡해졌다. 누가 맞건간에 언더독의 이야기는 항상 그냥 안타까울뿐이다. 그래서 내가 이번 워크샵동안 마음이 무거우셨겠네요 이랬더니  그냥 항상 있는일이지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누군가는 알아 주겠지 하시며 웃으시더라. 그런 모습이 우리 시아버지 같기도 하고 아빠같기도 해서 손을  잡아드리며 노르웨이에 오시게 되면  연락주세요 그러고 기차타시는 모습을 보고 나도 돌아섰다.


내가 타고  기차 안에서는 어떤 나이많은 독일인 부부가 젊은 스페인 남자와 영어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어서 대화를 엿들었는데 스무살 조금 넘은 젊은 남자가 일때문에 세상 여기저기를 다니며 겪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는지 나중에 젊은 남자가 기차에서 내리면서 자기 명함을 내밀며 바르셀로나에 오면 연락을 달라고 하고 내리더라.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났는데 예전엔 요즘보다 기차안에서 이런 광경을 많이   있었던  같다.  기차가 아니어도 나도 비행기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과 연락처를 주고받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광경이 조금 낯설지 않나 싶다. 한국 지하철을 타본 외국인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지하철에 타고있는 사람들이 다들 좀비같이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기 바쁘더라는...내가 아는 사람은  광경에 너무  충격을 받아 사진까지 찍어 왔더라 ㅎㅎㅎ 그런데 정작 나자신도 비행기 안에서 피곤한데 옆에서 모르는 사람이 자꾸 말을 걸면 조금 귀찮기도 하다.


그런데 슬픈것은 시대가 변했어도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가 우리의 말에 공감을 해주기를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들 SNS 열중하고 블로그 이웃을 끌어다 모으고 있는 것일진데... 이렇게 기차안에서 사람들이 사람대 사람으로 얼굴 마주보고 모르는 사람들끼리 대화를 하며 공감을 하는 것은 귀찮아 하면서 웹상의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는 매우 값지다고 생각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나는 현실세계에서 누군가의 말에 귀를 기울일줄아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이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더라. 정신 차리고 보면  이야기를 하고 있고 남의 말으 끊으며  말을 하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부끄러워진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그런 생활을 하다보니 더더욱 그렇게 되는  같다.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것 보다 내가 해야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요점만 이야기 하고 끝내는. 은퇴하신 교수님은 내가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드려서 조금 기분이 나아지셨을까. 그냥 여러 생각이  기차여행이었다. 기차는 두시간 넘게 연착되어 새벽 두시가  되어서야 시댁에 도착했지만 나름 즐거웠다.



Posted by Dusty Boots

댓글을 달아 주세요